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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할 수 없는 지능

김화자 |2009.02.09 13:12
조회 295 |추천 0

미래를 향하여

 

정신의 승리 /길버트 하이어트 /김태원 역

 

예측할 수 없는 지능

 

외로운 천재: 예로 서구의 산악을 오르노라며 오랜 풍상에 시달려 몹시 상한 돌산들을 지나게 되는 때가 있다. 이때 돌산 가운데에 나 있는 구멍 사이로 한 줌의 밝은 꽃이 피어나고 있는 것을 보라. 혹은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 밑을 흐르는 급류의 둔한 포효(咆哮)와 위로부터 멀어지는 동물의 부서지는 소리로 계곡 양쪽이 쩡쩡 울리는 불모의 협곡을 내려다 볼 때가 있다. 한 포기의 풀도 양분이 될 만한 한 줌의 흙도 보이지 않는 그 가파른 절벽의 중간에도 한 그루 소나무가 보이지 않는 틈새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 씩씩하게 머리를 쳐들고 희망차게 팔을 벌리고 서 있으며 주의로는 새들이 노니는 광경을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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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못지않게 경이스러운 것은 ... 고문이 만연하고 음울한 신음소리와 억압받는 찬송가 ... 이성 잃은 포악의 외침만이 가득한 피의 세기를 읽다가 그 가운데서도 묵묵히 자연을 연구하고 시를 짓는 잔잔하고 화사한 지성을 만나며 혹은 나태한 유산계급이나 흙에 매여 사는 투박한 촌민 가운데서도 초상적인 수(數)와 씨름하거나 독창적인 발명품을 만들어 내며 또한 우주에 대한 체계적 해석을 내세우는 인물들을 만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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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가가 바로 이러한 인물이다. 독자적으로 인디안 부족의 문자를 창제한 체로키족 인디언의 세쿼이어(Sequoyah) 역시 이러한 인물이다. 또 스스로를 아일랜드 태생의 켈트족 존이라고 부른 중세 암흑기 최대의 철학자 요하네스 스코트스 에리우게나(Johannas Scotus Eriugena) 역시 그러한 인물이다. 그는 당시 서구에서는 그의 유일하게 희랍어를 힘써 익혀 현대의 어떤 사상가도 감히 따르지 못할 방대한 정신. 세계의 철학적 체계를 수립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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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조용한 생활을 하는 승려로서 자기의 정원에서 끈기 있게 일하고 연구하여 마침내는 유전의 일부 기본 법칙을 발견한 그레고르 멘델 역시 그중의 하나이다. 또 아무도 알아주는 이 없이 살면서 미(美)의 걸작품들을 남기고 간 지금은 각자의 개성마저 모두 잊혀진 수많은 무명의 예술가들 역시 그러하다. 우리는 남미(南美) 최고의 조각가로 평가 받는 애련한 인물의 이름이 알레이야디노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사르트르 성당을 조각한 예술가들은 그들의 작품 외에는 아무것도 남긴 것이 없으며 서(西)아프리카 베닌에서 출토된 정교한 청동 두상(頭上)의 작자에 대해서는 그의 종족조차 추측하지 못하는 형편이다.

 

새로운 종합: 그러나 이러한 외로운 천재들을 제외하고라도 사상사(思想史)에는 뜻밖이며 설명할 수도 없는 놀라운 현상들이 많다. 즉 사람들 중에는 자기가 교육받은 시대와 환경을 반영하는 한편 강한 상상력과 방대한 지식 및 놀라운 다재다능으로써 자기가 속한 시대와 동족들을 훨씬 뛰어넘어 시간과 영원을 동시에 사는 인물들이 있다. 이들의 정신을 분석하면 우리는 그 정신의 구성인자들이 어떤 것은 가정의 영향이요 어떤 것은 학교의 영향이며 또 어떤 것은 사회 환경의 영향이라고 거의 전부 가려낼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의 총체는 개개의 인자들을 단순히 집합해 놓은 것보다 훨씬 풍요하고 강하며 질적인 점에서는 금강석과 석탄을 비교하는 것만큼이나 큰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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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 없는 사상가들은 흔히 이러한 차이가 지능의 왕국에서는 늘 일어나고 있는 사실이라는 점을 이해하지 못한다. 이것이 바로 일부 비평가들이 세익스피어가 단지 시골 중산층 출신으로 작은 마을학교를 나와 배우가 된 데 불과한 인물이었으므로 도저히 그가 그런 희곡들을 쓸 수 없었으리라고 주장하는 이유다. 이들은 진짜 세익스피어 희곡의 작가는 대학교육을 거친 법률가 겸 정치가인 프란시스 베이컨이나 혹은 르네상스의 학식과 그 시대의 세속적 경험이 혈관을 흐르는 재치 있고 고귀한 청년귀족 정도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이것은 오류이다. 이들은 정신의 세계에서도 '둘 더하기 둘은 넷이 된다‘고 믿는 근본적인 잘못을 범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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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가르쳐 본 경험이 절대 있을 수 없는 사람들이다. 드물지만 위대한 교육 중 보상의 하나는 다른 아이들에 비해 특출할 것 없는 평범한 소년이 스승의 말 한마디에 격려를 받거나 새로운 문제 하나를 푸는 데서 자극 받아 갑자기 변모하는 모습을 한 번, 두 번, 또 계속하여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이 소년은 지혜 면에서 성장하고 과거 자기의 생각에서 탈피한다. 말과 글씨마저 성숙해 진다. 그리고 새로운 시간의 범주에서 생활한다. 그는 급속도로 변모하여, 모든 친구들을 멀리하며, 1년 전의 자기모습을 기억할 수조차 없다. 모든 생명의 과정처럼 요행인지 신의 섭리인지 모를 신비에 싸여 있어, 묘사할 방법조차 없는 무슨 힘인가가 그때까지는 산발적이고 사장(死藏)되어 있던 그의 정신력과, 언젠가 그가 발산했던, 혹은 그에게 작용했던 감성(感性)들을 결합해서 새롭고 생동하고 능동적이며 창조적인 종합체를 이루게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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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년의 친구들과 부모는 그의 변화에 크게 놀란다. 그러나 자신이 원래 가지고 있던 능력을 활용하는 방법만을 배우고 있다고 느끼는 소년 자신은 흔히 놀라지 않는다. 또한 모든 학생은 각자 잠겨져 있는 정신 속 금고 안에 거의 무한한 능력과 창조력의 보화(寶貨)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언제나 이 잠긴 문을 열어 주기 위해 힘쓰는 소년의 스승은 결코 놀라는 일이 없다.

 

또 지능의 세계서도 그 능력과 결과를 언제나 계산할 수 있는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 가령 세익스피어의 작품들은 베이컨이나 옥스퍼드가 썼다고 하는 편이 이해하기 쉽다고 하여 그렇게 믿는 사람들은 천재들의 개인적 생애에 관해 아는 것이 전혀 없는 게 분명하다. 존 메이스필드(John Masefield)는 외딴 시골의 젊은이가 수줍어하며 스스로를 격려한 모습을 표현한 감동적일 만큼 어색한 시에서 이렇게 적고 있다.

 

    나는 보았네, 돌산에서 피는 꽃을.

    추악하게 생긴 사람이 베푸는 친절을.

    또 제일 나쁜 말이 경마에서 우승컵을 받는 것을.

    그래서 나도 믿게 되었네.    

 

발명이나 철학적 체계, 시와 희곡, 미술과 음악. 과학적 발견과 정치제도 등 위대한 정신의 창조물에 공통되는 한 가지 분명한 결실은 이들 대부분이 평범하거나 심지어는 불우한 조건에서 인생을 시작하여 결국은 자기들의 근원을 훨씬 솟아오른 사람들에 의해 이룩됐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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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작 뉴튼은 영국 남부 링컨스 지방의 한 농부의 아들이었다. 그는 다른 수학자들과는 달리 유년시절에는 영특하지도 않았다. 케임브리지대학에 들어갔을 때도 대단치 않은 학생이었다. 그러나 몇 년이 지나지 않아 그의 영감에 불이 붙은 것이다 수학과 전자이론의 대가 가우스(Gauss)도 흔해 빠진 한 시골 소년에 불과했다. 현대미술사의 창시자 빈켈만(Winckelmann)은 찢어지게 가난한 학교 교사로 출발하여 온 종일 강의에 시달리고 교사(校舍)에서 숙식하면서도 밤에는 라틴어외 희랍어를 독학하여 결국 자신조차 짐작하기 어려운 훌륭한 일생의 바탕을 닦은 것이다. 이탈리아의 한 양반과 시골처녀 사이에 사생아로 태어난 레오나르도 다빈치도 그 이전과 그 이후에 회화  공(工)으로서의 수련을 받은 수많은 사람들 중 하나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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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환경의 약점은 정신의 성장에 방해는 될망정 이를 완전히 짓밟지는 못한다. 오히려 자극제가 될 수도 있다. 심지어 정신성장에 보편적 적(適)인 범속(凡俗)항 일상도 이를 완전히 망쳐버리지는 못한다. 제수이트 교단의 창립자 이그냐티우스 로욜라도 어리석은 사람들이 검(劒)으로 활개 치던 시대에 산 용감하고 무식한 군인이었다. 루터와 라블레는 각기 그들과 다른 시대와 국가의 무수한 다른 승려들과 다를 바 없는 성직자에 불과 했다. 소크라테스 역시 건축가로 붐비던 도시의 한 석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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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 인류의 사상사는 우주의 모든 다른 신비와 마찬가지로 다양하고 숭고하며 예측도, 설명도 할 수 없는 것이다. 과학은 법칙에 집착하는 나머지 늘 지나치게 단순화하는 경향이었다. 그러나 현명한 과학자들은 언제나 법칙의 세계를 넘어서서 경이의 왕국에 도달한다. 동 . 식물의 생명이나 번식 및 분포의 원칙은 수년이면 익힐 수 있다. 그러나 그 이후는 동물형태의 무한한 다양성과 상상을 초월하는 다양한 식물의 오묘함에 영원히 경탄하게 되는 것이며 새로운 변종(變種)들이 발전될 경우 이들은 신의 창조물처럼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무엇을 간직하고 있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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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언어의 복잡성이나 교묘한 미생물체의 형태, 볼 수는 없으나 우주에 가  득찬 광선 또 생명에서 미치는 변이(變異)이 힘 등은 우리가 막연하게만 짐작할 수 있을 뿐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다. 중세 사상가들이 남긴 가장 진실한 격언 중의 하나는 「만물은 결국 신비로 귀착된다.」는 말이다. 우리는 애초부터 진단하고 계산만 하도록 된 것이 아니라 경탄하고 우러르며 또한 기대하지 모할 일을 기대하도록 만들어졌다.

 

정신은 신비: 정녕 외부세계는―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모두가―궁극적으로는 하나의 신비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또 하나의 세계―즉 정신의 세계인 내면세계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 가운데 누구도 자기 자신의 정신 속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알지 못한다. 아무도 자기의 저인이 무엇을 할 수 있으며 무엇을 해낼 것인지 알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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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주하며 복잡한 정신활동의 일부는 영원히 감추어져 있다. 우리는 때때로 꿈속이나 목적 없는 행동들 속에서가 아니면 정신활동의 희미한 윤곽조차 볼 수가 없다. 고해성사(告解聖事)를 들을 때의 신부나 환자에게 귀 기울여 진단을 내릴 때의 정신분석학자, 교할하고 포악한 범죄들을 검토할 때의 검사와 판사, 신화들을 조사하는 인종학자 또는 시를 비평할 때의 비평가, 그렇다 우리 모두가 말없는 영혼의 언어인 음악을 들을 때 그 강력하고 두터운 세계를 어느 정도 경험할 수 있을 뿐 결코 완전히 알 수는 없다. ...

정신... 9|작성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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