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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차 수사’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배규상 |2009.03.23 11:12
조회 52 |추천 1

 

‘박연차 수사’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금품로비 의혹을 수사중인 대검 중앙수사부가 어제 추부길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이광재 민주당 의원을 다시 불러 조사했다. 추 전 비서관은 국세청 세무조사를 중단시켜 달라는 청탁 대가로, 이 의원은 불법 정치자금으로 각각 1억~2억원씩 수수한 혐의 또는 의혹을 받고 있다. 두 사람이 현·전 대통령의 측근들이라는 점에서 검찰 의지가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추 전 비서관의 연루 확인은 ‘박연차 게이트’에 현 정권의 인사가 개입된 정황을 포착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각별하다. 지난 대선때 이명박 대통령의 선거 캠프에서 대운하추진본부 본부장을 역임한 그는 이른바 ‘이(李)의 남자’로 불린 인사중 한명이다. 그런 그의 금품 수수 시점이 지난해 촛불정국 때 ‘사탄의 무리’ 운운하는 바람에 청와대를 나온 이후인 9월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다른 실세들에게도 로비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의구심을 갖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이번 수사가 전·현 정권이나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진행돼야 하는 이유다.

두 정권을 이어온 부패구조도 주목할 대목이다.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으로 볼 때 박 회장은 참여정부 때 세종증권을 인수한 뒤 되팔아 차익을 챙기는 과정에서 당시 실세들을 활용했고, 정권교체후 문제가 되자 이를 무마하기 위해 현 정권의 실세에게 손을 뻗쳤다고 할 수 있다. ‘살아있는 권력’을 따라 대상을 옮기는 정치권 로비의 전형이다. 그런 의미에서 “박 회장이 영남을 활동 근거지로 했고, 과거 신한국당에서 활동했던 점에 미뤄 현 여권 인사들에게 자금이 더 많이 제공됐을 것”이라는 유은혜 민주당 부대변인의 언급은 곱씹어볼 만하다.

이제부터가 중요하다고 본다. 혹여 추 전 비서관 연루 확인이 구 여권 인사들을 겨냥한 구색맞추기로 흐른다면 검찰 수사는 반쪽에 그칠 공산이 크다. ‘과거 권력’ 단죄는 사후약방문 성격이 짙지만 현 권력의 감시는 징벌뿐만 아니라 유사 비리의 예방 효과가 크다. 검찰은 과거 권력의 뒤만 캐다 정작 현 권력이 다시 부패의 구렁텅이에 빠지도록 방치하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성역없는 엄정한 수사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2009년 3월 23일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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