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게시판에 많은 글을 올렸던 건 아니지만 관심이 가는 이슈에 몇 번 글을 올려 본 적이 있다. 최근에는 ‘국가 인권위의 축소에 대한 단상’이라는 제목으로 아고라에 글을 올렸었는데 ‘친북좌파’를 뛰어 넘어선 ‘X정일 종놈’이라는 무시무시한 말을 듣게 되었다. 뭐 나는 그저 평범한 대학생일 뿐이고 나에 대해 어떻게 말하든 사실 크게 개의치는 않는다. 다만 아쉬운 부분이 하나 있다면 나름의 이유를 들어 신문과 TV뉴스 보도와 공개토론 등을 통해 나름대로 생각을 정리하고 쓴 글을 제대로 읽어보지도 않고 그냥 ‘X빨의 생각’으로 치부해 버렸다는 점이다. 의견이라는 것은 서로 다를 수 있고 내가 길게 써 놓은 글에서 어떤 부분의 근거가 잘못되었다든지 어떤 근거에 의한 어떤 결론 도출이 억지스럽다든지 하는 지적을 해 준다면 나도 다시 생각해보고 서로 좀 더 나은 생각을 공유하게 될 수도 있을 텐데 말이다.
비단 ‘친북좌파’라는 말 뿐이겠는가. 1년여 전에 중동에서 한국인 선교집단이 피랍되었을 때, 그냥 죽게 내버려두라는 글이 하도 많아서 일단은 구해 와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가 글을 올린 지 1분도 안되어서 달린 댓글은 ‘너 X독교지?’였다. 실제로 나는 아무런 종교도 갖고 있지 않고 보통 ‘친북좌파’와 ‘X독교’라는 말을 듣는 사람들은 서로 같은 편이 아닐 때가 많은데도 말이다. 싸이가 재복무하게 되었을 때도 마찬가지다. 3년간의 방위산업체 근무를 마치고 모범표창까지 받아놓고도 부실복무라며 다시 현역으로 재입대 하게 된 그가 항소를 벌이고 있을 때였다. 당시엔 아직 법원에서 부정으로 방위산업체에 합격했다는 결론은 나오지 않은 상황이었는데 항소하는 등 지저분하게 굴지 말고 조용히 재입대하라는 말들에 반박하며 그의 입장을 헤아려보자는 글을 썼다가 다른 네티즌들에 의해서 평생 싸이 CD 한 장, MP3 한곡 다운받은 적 없던 나는 졸지에 싸이의 광팬이 되어 있었다.
친북좌파, X라디언, X독교, X나라당, 수구꼴통...
이런 말들 속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바로 소통에 대한 거부다. 인터넷에도 아주 가끔은 상당히 논리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드러낸 글이 등장한다. 그런 글들을 읽다보면 평소 자신의 가지고 있던 생각과 반대되는 것일지라도 몰랐던 점들을 발견하게 되고 보다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결론에 다다를 가능성 또한 높아진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 일 텐데도 실상 그런 글들에 달린 댓글들을 보면 실망스럽기 그지없을 때가 많다. 글 속에 담긴 진실을 보려고 하지 않고 그저 겉으로 드러난 성향만을 보고서는 ‘친북좌파’, ‘수구꼴통’ 등의 한 마디 말과 한 두 마디의 욕설을 곁들이고는 훌쩍 떠나버리기만 반복하는 사람들은 평생 그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아무런 발전을 이룰 수 없을 것이다.
최근에 나온 신해철 씨의 발언에 대한 반응을 봐도 그렇다. 나는 평소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에 대해 경계심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의 글 속에서 이번 발사가 미사일 발사가 아니라 국제 기준에 맞춘 정당한 인공위성 발사였고 실제로 인공위성 발사 시 공지해야 하는 모든 제반 사항들을 국제기구들에 발사시간과 날짜 등을 이미 자세하게 보고 해 놓은 상황이었다는 부분에 주목했고 이를 다시 다른 인터넷 기사를 통해 확인, 사실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지금의 그 부분에 대한 내 생각을 짧게 정리하자면 이렇다. 우리도 아주 오래 전에 미국, 러시아 등과의 기술 제휴를 통해 위성을 발사지 않았던가. 북한이 인공위성을 위한 로켓을 발사한다고 할 때, 이미 그런 정도의 로켓이라면 수도 없이 발사해온 미국과 일본이 제재하기란 어려운 일이 아닌가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위성용 로켓이 미사일용 로켓과 차이가 없다고는 하지만 이 사실은 다른 나라들이 인공위성을 쏘아 올릴 때도 똑같이 적용되는 것으로 북한에게만 따로 다른 규칙을 적용시킬 수도 없는 노릇이 아닌가. 물론 이것은 하나의 예일 뿐이고 나는 아직 북한 로켓발사에 대해서 양측의 주장을 자세히 알아본 바는 없다. 다만 기본적으로 다른 사람의 주장도 한 번쯤 들어보려는 의지가 필요하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최소한 몰랐던 사실을 발견했을 때는 그것이 과연 정확한 것인지 아닌지 알아보고 잘못되었으면 어떤 부분이 잘못되었다고 말하고, 몰랐던 것이었다면 새롭게 자신의 지식목록에 추가해서 보다 나은 결론을 얻어나가는데 사용해야 하지 않을까?
신해철 씨 홈페이지에 그저 우르르 몰려가서 무조건 ‘월북해라’ 한마디 남기고 뿔뿔이 도망치는 당신, 그 수준을 알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