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만에 재현된 전직대통령의 검찰출두
노무현 전 대통령이 어제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포토라인에 섰다. 전직 대통령이 피의자 신분으로 대검에 소환된 것은 14년 만이다. 1995년 말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은 내란죄 등 혐의로 대검에 소환돼 구속됐다. 검찰에 소환되지 않은 전직 대통령들도 비리로부터 자유롭지는 않았다.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은 가족들이 비리에 연루돼 법의 심판대에 섰다.
노 전 대통령의 검찰 출두에 국민이 관심을 두는 것은 단지 전직 대통령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가 국민에게 한 약속이 있어서다. 그는 나락으로 떨어지는 전임 대통령들의 마지막 모습에 분개하며 깨끗한 정치를 약속했다. 국민은 그의 순수한 열정이 새로운 정치문화로 발아되길 기대하며 ‘희망돼지 저금통’을 내놓았다. 지지자들은 경세제민에는 실패했을지라도 깨끗한 지도자였다며 귀향하는 그를 격려했다. 그의 비리 연루는 충격적이었다. 검찰에 따르면 그는 청와대에서 당시 청와대 총무비서관을 통해 100만달러, 조카사위의 홍콩 계좌를 통해 500만달러를 받았으며, 총무비서관이 대통령 특수활동비를 빼돌리는 과정에 연루됐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의 홈페이지에 6차례 글을 올려 항변했다. “잘못은 잘못”이라면서도 “사건의 본질이 엉뚱한 방향으로 굴러가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자신의 책임은 도덕적인 범주에 속하며 법률의 잣대로 재단할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검찰은 방대한 자료로 노 전 대통령을 압박하고 그는 검찰의 칼끝을 피하기 위한 방어에 나섰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진력하겠지만, 노 전 대통령 측도 “(검찰 조사가) 혐의를 벗을 기회”라고 한 만큼 진실이 밝혀질 수 있도록 성실히 조사에 응해야 한다.
전직 대통령의 검찰 출두를 다시 지켜봐야 하는 국민은 참담하다. 그렇다고 대통령 재임 중 비리의 진실을 묻어버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한점 의혹 없는 실체규명이야말로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보답이다. 아울러 노 전 대통령이 검찰 조사를 받는 마지막 대통령이어야 한다. 그것이 오늘의 부끄러운 역사를 내일의 교훈으로 되살리는 길이다.
2009년 5월 1일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