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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켜지다 로그인

손경희 |2009.05.13 22:18
조회 71 |추천 0


사랑이 오래면 이별도 더디게 진행될 줄 알지만

당치않다. 이별은 정말 순식간이다.

 

일테면 우리가 한 집에 살다가 그만 서로 독립하기로 했다고 치자.

며칠 밤 짐을 싸고 이야기를 나누고 천천히 걸으며 집을 휘 둘러보고

작별 키스를 하고

내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가는 길을 오래오래 바라보아주는

엄숙한 예식쯤은 될 거라는 생각은 오산이다.

이별은 그냥 그 집을 뻥 폭파시키는 것이다.

 

어떠한 이별도 마찬가지다.

서로에게 상처를 덜 주기 위해 천천히 단계를 밟아가듯 하는 과정은

이별이 아니라 남은 사랑이다.

이별은 어느 한 순간 감정적으로 터져 그 순간이 곧 이별이 된다.

 

사라져버린 추억의 집 앞에서 쉽게 떠나지 못하고

녹슨 열쇠를 움켜쥐고 잿더미 위에 서 있는 사람은

지나간 시간이 움푹 패여 푸석하고 까맣다.

한 사랑이 거세되어 상처로 뻥 뚫린 구멍 같은 몸.

 

어쩌면 사람과 사람이 만난 자리에는

그렇게 구멍이 남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 가슴의 구멍으로 새가 드나들고, 바람이 불고

노랫가락이 흐르게 두어야 한다.

시간이 오래 천천히 더께로 내려앉아 구멍이 메워지면

그 위에 또 다른 사랑의 싹이 날 수 있을 것이다.

 

 

-사랑이 켜지다 로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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