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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말하다

가인 |2009.05.17 00:12
조회 232 |추천 0


그녀는 멍하니 벽 한 면을 벌써 두시간째 바라만 보고있다. 군데군데 작은 종이쪼가리 몇몇개가 악착같이 벽에 달라붙어 있었다. '삶이란 무엇인가' 여자는 벽을보며 두시간째 곰곰히 생각해 보았지만 머리속은 백지장처럼 하앴다. 그러다 문득 남자가 생각났다.   남자와 헤어진지 3년이 지났다. '수더분하게 참 착하게 생겼다.' 그녀가 느낀 남자의 첫인상이었다. 난 여자를 잘 몰라요 하는 순진한 얼굴과 그녀 앞에서 저지르는 귀여운 실수들이 '사랑스럽다'고 생각했다. 좀 이상하긴 했지만 그 말 이외엔 그 남자를 뭐라 표현할 말이 딱히 생각나지 않아 그녀는 마음속으로 남자를 '사랑스러운 사람' 이라고 불렀다. 그랬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남자를 사랑하고 있었다. 먼저 남자를 유혹한 것도 그녀였다. 우연처럼 테이블 밑 남자의 무릎에 그녀의 무릎이 스칠때면   남자는 얼굴이 발개져서 어쩔줄 몰라했다.   -전 당신을 좋아해요.   그녀가 말하자 남자는 그녀를 바라보며 빙긋 웃어보였다.   '사랑스러운 사람'     2년전 남자의 결혼소식을 들었을 때 그녀는 무작정 남자의 집을 찾아갔다. 여전히 남자는 그녀에게 친절했다. 남자와 항상갔던 바에서 술을 마시며 서로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택시를 잡아주겠다던 남자에게 그녀는   - 당신이 행복해졌으면 좋겠어.   하고 남자의 등뒤로 말했다.   남자는 잠시 멈칫 하더니 이내 뒤를 돌아보며 그날처럼 빙긋 웃어보였다.   그녀가 집 앞에 도착했을즈음. 전화가 왔다. 남자였다.   -난 너를 좋아해.   내가 지금 느끼는 이 감정이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너를 좋아하는 것만은 분명해.   그녀는 후후 하고 짧게 웃었다.   -웃지말고 들어 두 번 다시 이런 말 안할거니까.   남자는 마치 어린아이가 낭독문을 읽듯 말했다. 그녀는 혼란스러웠다. 결혼을 앞둔, 이제는 헤어진 옛남자에게서 들을 말이 아니였기 때문이다.   -농담 그만해.   그녀는 장난처럼 말하고는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구두를 벗다가 그녀는 그대로 현관에 주저앉았다. 한참을 울다 고개를 들었을 때 이리저리 종이쪼가리가 붙은, 예전엔 남자와의 사진이 가득했던 벽이 보였다.   2시간 45분 24초째 그녀는 여전히 찢겨져나간 벽의 한 면을 바라보고 있다. '삶이란 무엇인가.' 그녀의 눈가에 그때처럼 또다시 눈물이 가득 고였다.     *사랑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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