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 행렬마저 경찰 방패로 포위하나
전직 대통령의 서거를 애도하는 시민들의 행렬을 둘러싸고 해괴한 광경이 연출되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임시분향소가 차려진 서울 덕수궁 대한문 일대에 경찰이 12개 중대 1000여명을 배치해 출입을 통제했다. 시청앞 서울광장은 경찰버스로 담을 쌓아 원천봉쇄했고, 여기로 통하는 지하철역 출구를 폐쇄했다. 청계광장과 광화문 사거리 주변도 전·의경 버스가 시민들의 발길을 막았다. 조문 행렬을 잠재적 폭력 시위대로 간주하지 않는 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서울 도심 곳곳이 진압 경찰로 둘러싸인 광경은 마치 계엄령이라도 내려진 듯 삼엄하고 위압적이다. 다른 일도 아닌 전직 대통령의 추모와 관련해 이런 살풍경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은 엉뚱하다 못해 으스스하다. 1년 전 촛불집회 때 시민을 폭도처럼 다룬 것에서 변한 게 없는 이 정권의 모습이다. 앞서 경찰은 임시분향소에 설치하려던 천막을 압수하며 시민과 충돌을 빚어 “전직 대통령 가는 길에 국화꽃 한 송이 놓겠다는 것도 막느냐” “이게 이명박 정부의 실체”라는 비난을 자초하기도 했다. 말과 행동이 다른 이 정권의 이중성은 이번에도 드러났다. 이명박 대통령이 “애석하고 비통하다”고 조의를 표할 때 경찰은 추모객이 모일 장소를 원천봉쇄했다. 국민에게 사과한다며 국민을 겁박하는 모양새 그대로이다.
민주정부라면 시민들이 모이는 것을 두려워 할 이유가 없다. 무엇이 겁나서 자발적인 추모 행렬마저 경찰 방패로 포위하는가. 켕기는 게 많은 정권만이 국민이 모이는 것을 겁내는 법이다.
2009년 5월 25일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