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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단단하고, 거칠지만 진하며, 투박하지만 너무도 값진 영화 [똥파리]!!

정석모 |2009.05.25 23:17
조회 71 |추천 0

 

 

현실이 누구에게나 달콤하고 행복하다면 영화라는 것이 과연 탄생했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한번쯤 꿈꿔봄직한 달콤하고 행복한 세상을 담아 만든 영화는 언제나 사람들에게 작지만 값진 감동을 선사한다. 그렇지만 때때로 벗어나고픈 현실보다 더 답답하고, 차가운 모습으로 사람들의 가슴을 아프고, 시리게 만드는 영화도 있다. 어쩌면 전자의 달콤함보다 더 강렬하고, 뜨겁게 다가오는 후자의 아픔과 고통이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더 큰 카타르시스로 다가오는지 모른다. 양익준 감독의 영화 [똥파리]는 바로 그런 느낌으로 다가오는 생생하고도 뜨거운, 활화산 같은 작품이다.

 

작지만 단단하고, 거칠지만 진하며, 투박하지만 값진 영화 [똥파리]!! 인간냄새 가득하고, 살아 숨 쉬는 저예산 영화 [똥파리]의 매력!!


세상 때를 다 뒤집어 쓴 모습으로 담배연기를 내뿜으며 앉아 있는 남자가 있다. 바로 영화 [똥파리]의 포스터다. 왠지 모르게 우스꽝스러운 제목과 달리 삭막하고, 거친 모습의 포스터 속 남자는 꽤나 신선한 호기심을 제공한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면 이 한 장의 포스터와 그 제목이 전해주는 느낌에 다시한번 신선하고도 강렬한 여운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게 바로 영화 [똥파리]가 지닌 힘이자, 매력이다. 여러 상업영화에서 단역으로 출연하고, 독립단편 영화에서는 두각을 드러낸 연출자 겸 배우이기도 한 양익준 감독이 연출과 주연을 동시에 겸한 첫 장편 [똥파리]는 그의 경력이 말해주듯 어디로 튈지 모르는 도전과 열정으로 가득한 그런 영화이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고, 관심도 가져주지 않았지만 그 누구보다 자신과 그 꿈에 대한 고집으로 가득한 양익준 감독의 단단한 열정이 그대로 전해지는 영화다.

 

많은 한국영화들이 유수의 국제영화제에서 국위선양을 하고 있다. 언제나 그 중심에는 유명 감독의 연출력이나 인기 배우의 연기력에 대한 평이 대부분이다. 많은 기사로 시끌벅적 떠들어대지 않지만 조용하게 한국영화의 힘을 세계에 알리고 있는 작은 독립영화 및 저예산 영화야 말로 우리나라 영화계를 든든한 밑바탕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영화 [똥파리]는 오랜만에 그런 우리나라 저예산 독립 영화의 힘을 당당하게 세계에 보여준 작품이다. 로테르담 국제영화제의 대상격인 타이거상을 비롯 도빌 아시아 영화제 최우수 작품상과 비평상 등 영화 [똥파리]는 국에서 개봉이 결정되기도 전부터 국제영화제를 통해 이미 수상행렬을 보이고 있다. 본인의 전세 값까지 빼가며 힘들게 만들었다는 양익준 감독의 [똥파리]는 저예산 영화만이 가질 수 있는 투박함 속에서 살아 숨 쉬고 있는 생명력과 꾸밈없는 솔직함으로 관객들을 매료시키는 그런 영화라 할 수 있다

 

 

할줄 아는건 주먹질 뿐, 입만 열면 욕설 뿐, 세상에서 믿을 건 나 하나 뿐!! 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남자 '상훈'!! 그 똥파리같은 한 남자의 이야기!!


동료든 누구든 간에 눈에 보이는 대로 때리고, 입만 열었다 하면 욕만 나오는 상훈은 용역깡패다. 시위현장에 가서 무조건 때리고, 여기저기로 사람들 찾아가며 빌려준 돈 수금하는 그런 사람이 바로 상훈이다. 영화 [똥파리]의 주인공인 상훈은 그야말로 똥파리같은 인간이다. 마주치는 것조차도 거북하고, 되도록 피하고 싶은 그런 사람, 본인 역시도 보통의 세상 사람들과 어울리려 하지 않고, 자기가 살고 싶은 대로 살아가는 그런 존재다. 욕설만 지껄이고, 무식하고 난폭하기 그지 않는 캐릭터지만 [똥파리] 속 상훈이란 인물은 너무도 매력적이다. 그에게는 사연이 있고, 아픔이 있으며, 그 때문에 곪아 터져버린 상처투성이에, 분노와 증오, 원망만이 가득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영화를 보는 동안 어쩔 수 없이 상훈을 이해하게 되고, 동정하게 되며, 마지막 순간에는 그를 감싸 안게 된다.

 

누가 봐도 삼류 양아치에, 날건달, 무식하기 그지없는 깡패인 상훈을 미워할 수 없는 이유가 또 하나 있다. 비록 겉모습은 더럽고, 지저분한 똥파리일지 몰라도 속은 다른 사람들처럼 여리고, 인정 많은 인간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살아오는 동안 받아 온 이런저런 상처들에 찢기고, 부서지고, 지워졌지만 그래도 그에게는 아직 친구와 가족, 그리고 세상에 대한 온기가 조금은 남아 있는 것이다. 용역회사 사장이자 절친한 형인 만식, 우연히 알게 된 여고생 연희, 그리고 그의 유일한 가족인 이복누나와 조카, 원망과 증오만으로 가득한 아버지까지 그 누구에게도 따뜻한 한 마디나 미소 한번 내비치지 않는 그이지만 그가 내뱉는 욕과 무심하게 내미는 거친 손길에서 진정 남자로서의, 진한 인간으로서의 냄새를 맡게 해주는 것, 바로 그것이 상훈이란 인물이 관객들에게 다가오는 방식이자, 매력이다. 

 

 

세상에서 가장 따뜻하지만, 남보다도 잔인하고 무서운 그 이름 '가족'!! 상처투성이인 인간들의 곪아터진 가족이야기!!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안식처이자 가장 든든한 지원자인 가족이 어떤 이들에게는 남보다 더 잔인하고, 무서운 존재가 되기도 한다. 그들에게 있어 따뜻하고 화목한 가족이란 단지 TV 홈드라마나 가족영화에 등장하는 꿈같은 존재와도 같다. 영화 [똥파리] 속 상훈에게 있어 가족이 바로 그런 것이다. 상훈이 세상에서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이 있다. 바로 ‘아버지’라는 말이다. 그에게 있어 아버지란 존재는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은 증오와 분노의 대상일 뿐이다. 그런 아버지가 15년 만에 교도소에서 출소하고, 여전히 가시지 않는 원망과 앙금은 상훈에게 또다시 고통과 아픔을 되새김질 시킨다. 영화 [똥파리]에서의 가족이란 소재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그런 모습의 가족이 아니다. 서로에게 상처만 주고, 서로의 삶에 있어 짐만 될 뿐인 그런 존재, 즉 제목처럼 똥파리 같은 존재가 바로 가족이라 말한다.

 

그리고 상훈이 우연히 길거리에서 만나게 된 연희라는 여고생 역시 상훈과 같은 상처를 지니고 있다. 첫 만남부터 예사롭지 않은 둘 사이의 공통점은 바로 가족에 의해 상처받고, 가족이란 존재가 세상에서 가장 증오스러운 존재라는 점이다. 상훈과 연희라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전개해 가면서 영화는 지금의 사회적 문제와 현실비판에 대한 시각 역시 놓치지 않는다. 끊이지 않는 가정폭력과 그로인한 사회적 악순환, 빈곤과 무관심 등으로 인한 청소년들의 방황, 그리고 요즘 한창 사회적 이슈화가 되고 있는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생계위협 및 비도덕적 대안들까지 사회적 문제를 하나하나 깊게 파고들지는 않아도 여러 문제점들을 이야기 속에 자연스레 녹아내는 모습이 이야기를 더욱 현실성 있고, 의미 있게 만들어 준다. [똥파리] 속의 현실과 가족들의 모습이 다소 극단적이고, 지나치게 처참하며, 비극적으로 비쳐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회의 음지에서 살아가는 그들의 상처와 아픔이 그대로 담긴 영화 [똥파리]야 말로 세상에 대한 가장 솔직한 보고서요, 가족에 대한 가장 잔인하지만 기억해야만 할 메시지라 할 수 있다.

 

분노와 증오, 상처와 아픔, 슬픔과 눈물, 이해와 위로..그리고 화해!! 세상의 희노애락과 이 모든 감정들을 담아내는 그 이름 '가족', 그리고 영화 [똥파리]!!


양익준 감독은 비록 똥파리처럼 상처뿐인 존재이지만 마지막까지 세상을 등지지 않고 살아가도록 만들고, 굳이 말과 행으로 표현하지 않아도 마음이 움직일 수밖에 없는 인간의 모습을 ‘가족’이란 존재에서 찾아간다. 오직 자기 하나밖에 모르고, 모든 세상을 비딱하게 바라보며 살아가는 상훈이 유일하게 약해지는 존재가 있는데, 바로 이복누나의 아들인 형인이다. 항상 혼자서 지내는 형인에게 찾아가 아빠 같은 존재가 되어 주기도 하는 등 형인과 보내는 시간이 상훈에게는 가장 즐겁고, 편안하기만 하다. 그리고 항상 퉁명스럽고, 욕만 해대는 동생이지만 언제나 따뜻하고 반갑게 맞아주는 이복누나는 막장 인생인 상훈에게도 가족이 주는 온기를 느끼게 해주는 존재이다. 아무나 때리고, 욕하고 살아가는 상훈에게도 가족이라는 존재는 그가 지닌 상처를 보듬어 주는 유일한 치료제이자, 위안이 되어 주는 것이다.

 

그리고 상훈과 같은 상처를 가진 연희 역시 상훈에게는 그의 상처를 보듬어 주는 그런 존재가 되어준다. 정신분열증에 걸린 아버지, 방황만 일삼는 남동생과 살아가는 연희에게도 가족은 그저 짐일 뿐이다. 하지만 자기보다 더 큰 상처와 아픔을 가진듯한 양아치 상훈을 통해 연희 또한 위로 받아간다. 가족들에게서 상처받은 두 사람이 함께 대화하고, 시간을 보내면서 세상과 인간에 대한 부정을 벗어가고, 점차 서로의 상처를 치유해 가는 모습은 가슴 뭉클함을 안기기도 한다. 자신들에게 평생 지울 수 없는 악몽과 같은 기억을 안겨준 가족과 세상에 대한 원망을 서로 이해하고, 보듬어 가는 모습은 영화를 보는 동안 참으로 다양한 감정에 사로잡히게 만든다. 상훈과 연희처럼 원망과 분노로 가득차기도 하고, 그들을 동정하기도 하며, 그들의 엉뚱한 대화에 웃기도 하고, 또 마지막에는 울려버리는 등 영화 [똥파리]는 관객들로 하여금 세상의 희노애락을 모두 느끼게 해준다.

 

 

장식하지 않고, 양념하지 않은 '날 것'이 주는 생생함과 그 호흡, 그리고 인간냄새!! 그것이 얼마나 매력있는 것임을 연기로 보여주는 영화 [똥파리]의 모든 연기자들!!


시작부터 끝까지 욕설로 이루어진 대사와 거칠고 폭력적인 화면, 다소 어둡고 무거운 소재의 이야기만으로 본다면 영화 [똥파리]는 사람들에게 쉽게 다가설 수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영화 [똥파리]가 지닌 가장 큰 미덕이라 하면 그러한 이야기를 풀어가면서도 그 속에서 은은한 인간냄새를 풍기는 유머와 그것을 자연스레 보여주는 배우들의 연기가 있다는 것이다. 그 중심에는 130분이라는 시간동안 흐트러짐 없는 연기를 보여준 감독 겸 배우 약익준이 있다. 제목만 들어도 알만한 여러 상업영화의 단역과 독립영화들을 통해 다양한 경력을 쌓아 온 배우 양익준은 시종일관 무표정한 얼굴과 욕설, 폭력 등 거칠고 난폭한 캐릭터 속에 ‘상훈’이란 인물의 상처와 인간적인 매력까지 고스란히 녹여 놓음으로써 영화 [똥파리]를 그야말로 자신의 영화로 만들어 간다. 그야말로 다듬어지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생생함과 역동성을 느끼게 하는 양익준의 연기는 영화를 보고 나오는 그 순간까지도 강한 여운을 남겨준다.

 

주인공인 양익준이 생생한 양아치 연기로 시선을 사로잡는다면 여고생 연희를 연기한 김꽃비는 영화의 온기를 더해주는 존재라 할 수 있다. 영화 [삼거리 극장]의 여주인공으로 익숙하기도 한 김꽃비는 상훈과는 또다른 상처를 지닌 여고생 연기로 관객들에게 뭉클함을 전해주기도 한다. 이와 더불어 상훈과 함께 일하는 용역깡패를 연기한 ‘환규 역’의 윤승훈, 연희의 남동생으로 강한 인상을 안겨주는 ‘영재 역’의 이환, 상훈의 절친한 형이자 용역회사 사장인 ‘만식’을 연기한 정만식 등 개성 강한 캐릭터로 감칠맛 나고, 실감나는 연기를 펼친 조연배우들의 연기는 영화를 더욱 생생하게 만들어 준다. 영화 [똥파리] 속 배우들은 이미 여러 영화들을 통해 단역으로 활동했던 실력파 배우들이다. 양익준, 김꽃비를 비롯 여러 조연배우들이 펼치는 생생한 연기로써 더욱 빛을 발하는 영화 [똥파리]는 그들로 인해 더욱 살아 숨 쉬는 영화가 되고 있다.

 

영화가 보여주는 현실은 때때로 너무 가슴 아프고, 시려서 외면하고 싶도록 만들기도 한다. 그렇지만 그 모습을 통해 새삼 느끼지 못하고 살아가던 소중하고, 뜨거운 그 무언가를 느끼게 해주기에 우리는 영화를 보며 위로받는 것이다. 영화 [똥파리]는 오랜만에 만난 인간냄새 그윽하고, 살아 숨 쉬고 있음을 보여준 영화다. 거칠기만 하고, 잔인할 정도로 비참하지만 영화 속 상훈이란 존재는 너무도 매력적인 존재다. 욕과 주먹질이 전부인 똥파리와 같은 그에게도 인간으로서의 온기가 있다. 이처럼 화려하게 꾸미지 않고, 투박하고 초라해 보이기도 하지만 그 속에 담긴 크고 값진 그 무언가가 주는 힘, 그것이 바로 저예산 영화가 관객들에게 주는 매력이요, 영화 [똥파리]의 힘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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