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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대통령의 자살과 한국 기독교

박재남 |2009.06.03 13:58
조회 59 |추천 0





지난 5월2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신의 고향에서 자살한 것으로 발표되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충격을 받지 않을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당사자가 전임 대통령이었던 만큼 상당수 사람들은 그 소식을 듣고 정치적인 감정에 따라 반응하고 있다. 그에게 호감을 가졌던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 상이한 반응이 나타나는 것이다.


우리는 하나님의 복음을 아는 성도로서 그에 대해 객관적이고 냉철한 접근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무분별한 동정심을 유발하게 하는 말과 행위는 극히 자제되지 않으면 안 된다. 전임 대통령의 자살을 미화하려는 분위기는 절대 금물이다. 그의 죽음이 마치 한 영웅의 서사시적 용기 있는 인생 마무리라도 되는 양 해석하는 자들이 있다면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자살은 어떤 경우라 할지라도 용납되어서는 안된다. 그에 대해서는 어떠한 이유와 명분으로도 합리화 될 수 없다. 당사자의 공과여부와는 완전히 별개의 문제이다. 생전에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가 하는 것은 참작될 사안이 아니다. 설령 한평생 올곧은 삶을 살았다 치더라도 자살로 인생을 마무리 했다면 책임 있는 삶을 산 것으로 볼 수 없다.


가족과 이웃을 조금이라도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자살과 같은 극단적인 행동을 취하지 못한다. 자기로 말미암아 야기될 문제와 주변의 다른 사람들이 당하게 될 고통을 무시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행위는 전적으로 이기적인 판단에 기인한다. 그러므로 타인의 자살을 용납하는 듯한 애매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반사회적일 수밖에 없다.
다수의 사람들은 오죽 괴로웠으면 그런 끔찍한 결단을 내리고 행동에 옮겼겠느냐는 말을 하고 있다. 그러나 그런 식의 말을 쉽게 해서는 안된다. 상상을 초월하는 고통 가운데도 가족과 이웃을 기억하며 어려운 현실을 견뎌내는 자들은 우리 주변에 얼마든지 많다. 자신의 고통이 세상에서 가장 클 것이라 생각하는 것은 아직 미성숙한 단계에 지나지 않는다.


극한 혼란의 시대에 처해있는 하나님의 교회는 그에 대한 냉정한 해석을 해야만 한다. 그런데 기독교계의 관련 논평들을 보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고인이 마지막까지 느꼈던 참담한 고통이 하나님의 사랑 안에서 치유되고 영원한 평안을 누릴 수 있기를 기도한다”(기독교교회협의회). “고인께서는 주님의 품 안에서 고통 없이 쉬시기를 바란다”(기독교교회협의회 정의평화위원회). “고인의 참담한 고통이 하나님의 사랑 안에서 치유되고 영원한 평안을 누릴 수 있기를 기도한다”(한기총 총무).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가 없는 상태에서도 영원한 구원이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종교 지도자들의 태도를 견제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하나님의 사랑 안에서 누리는 영원한 평안’은 무엇이며, ‘주님의 품안에서 고통 없이 쉬는 것’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가? 자살한 사람에 대해 온정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도 여간 위험하지 않은 터에, 이러한 논평을 내놓는 자들은 교회의 근간을 뿌리 채 흔들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성장 중에 있는 다음 세대를 염두에 둔다면, 자살은 하나님의 뜻에 역행하는 무조건 나쁜 명백한 죄악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즉 자살한 사람에 대한 동정심을 불러일으키며, 그런 온정적인 태도가 마치 기독교의 사랑을 표현하는 것인 양 분위기를 조성해서는 안 된다. 성숙한 성도들은 직면한 현실을 무마하고자 하는 미시적 안목이 아니라 거시적 안목을 가지고 세태를 읽을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정치인들은 스스로 생명을 끊은 전직 대통령에 대해 저마다 애도를 표하고 있지만, 그것은 겉치장일 뿐 속으로는 그 불행한 사건을 정략적으로 이용하려 한다. 그런 자들은 그 파장이 저들의 정치적 행보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가에 대해 골몰하여 분석하고 있다. 그 가운데는 상당수 기독교인들도 포함되어 있을 것이 틀림없다.
우리는 어떤 경우라 할지라도 자살이 무서운 죄악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미성숙한 성도들에게 그 점에 대한 분명한 태도를 취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속화를 추구하며 감언이설을 내뱉고 있는 기독교 지도자들은 그에 대한 본질이 아니라 현실에 치우친 무책임한 말과 행동을 보이고 있다. 우리는 자살한 불신자에게도 천국이 허락될 수 있는 듯한 애매한 태도를 보이며 하나님의 교회를 어지럽히는 자들의 허망한 교훈을 강력하게 견제해야만 한다.


                                                                        -  교회연합신문 5월 31일자 '토요시평'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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