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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필요한 선물

박수영 |2009.06.08 15:30
조회 85 |추천 0


그저께 25일이 둘째아이 대한이의 만 세 번째 생일이었습니다.
그 전날 저녁에 미리 생일축하 케잌을 마련해 놓고는
생일선물로 무엇을 해줄까 고민하였습니다.

큰 아이 로아는 자기 외사촌들과 이미 선물을 사두었다며

"아빠는 뭐 할꺼야?" 하며 연신 묻습니다.

 

24일 밤, 이곳 저곳을 돌아봤으나 마땅한 선물이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분수에 넘게 만원도 넘는 장난감을 살 수는

없는 노릇이고... (지난 성탄 선물때 너무 거나하게 쏘았습니다.)

 

25일 아침, 대한이 생일 축하 자리를 마련하였습니다.

 

생일 케잌을 가운데 놓고 가족들이 다 둘러앉아

축하노래를 부르고는 대한이가 촛불을 껐습니다.
이제 선물을 전달하는 순서!
로아누나, 재현이 형아, 소현이 누나가 각자 선물을 전달하였습니다.

그리고 다들 아빠를 쳐다봅니다.

아빠가 빈손을 내밀자 로아가 묻습니다.
"아빠, 대한이 선물 못 샀었요?"   
대한이도

"아빠, 선물 없어?" 하며 묻습니다.

"음.... 아빠의 선물은 조금 있다가 줄께!"

생일상을 물리고, 아빠가 준비한 대한이 생일선물을 슬그머니

꺼냈습니다. 그리고 의자를 가져다가 거실 천정에 하나씩 정성껏

붙이기 시작하였습니다. 한 시간 가까이나 시간이 걸렸습니다.
대한이는 연신 아빠 옆에서

"아빠, 뭐야? 나도 붙일 거야!" 하며 매달립니다.
"대한아, 이건 아빠가 대한이에게 주는 선물인데, 지금은 안 보여!
 나중에 보여줄께. 알았지?" 
"왜 안 보여?"
"이건, 나중에 밤이 되어서 깜깜해지면 보이는 거야!"
"아빠, 선물 지금 줘야지!"
"대한아, 아빠 선물은 시간이 필요해!"
"???????"
"그러니까 기다려, 알았지?"
알아듣지 못한 대한이는 마냥 속이 탑니다.

 

드디어 밤이 되었습니다.
거실을 비롯하여 집안의 불을 전부 껐습니다. 그러자 거실 천정에

수많은 별들이 초롱초롱 떴습니다. 대한이를 비롯한 아이들이 전부

탄성을 질렀습니다. 대한이는 아예 불을 못 켜게 합니다.

 

네, 그렇습니다.
아빠가 대한이를 위해 준비한 생일 선물은 하늘의 별들을 한 자루

쓸어 담아다가 집 안 거실 천정에 뿌려놓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그 별은 접착식 야광 스티커입니다.

이미 오래 전부터 이것을 구하려고 사방 펜시점과 문구점을 뒤지고
또 인터넷 검색까지 해보았지만, 좀처럼 구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이번에 드디어 그것을 구한 것입니다.
스티커 한 장에 천 원! 모두 다섯 장을 구입하였습니다.

대한이를 위한 아빠의 선물은 비록 5천원짜리였지만,
돈으로 따질 수 없는, 거창한 멋진 선물이 되었습니다.

 

 

그 별 스티커를 거실 천정에 일일이 하나씩 붙이며,

재촉하는 어린 아들에게

"조금만 기다려. 이 선물은 시간이 지나야 보인단다" 하고 달래며

문득, 하나님 아버지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선물 가운데도 이런 것이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이미 하나님은 우리를 위한 선물을 준비하셨습니다.
그리고 그 축복의 선물은 이미 우리에게 주어졌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 선물이 우리 눈에 제대로 보이지 않습니다.
그 선물은 '시간이 걸리는' 선물이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인생의 큰 위기의 밤이 되어서야 진가를 발휘하는 선물인지도 모릅니다.

진짜 가난해졌을 때 비로소 빛을 발하는 선물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삶이 평온하고 안일할 때는 그런 선물이 눈에 보이지도 않을 뿐더러

선물로 여겨지지도 않습니다.

 

저의 경우도, 심각한 육체의 질병으로 목숨이 위태롭고 그 살벌한

중환자실에 누워있을 때에야 비로소 내 안에

'죽음 너머에 대한 천국의 소망'이 이미 선물로 주어졌다는 것을
너무도 생생하게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한 끼에 천원 이상을 지출하면 안 되며, 석유 한 드럼으로 적어도

11월부터 3월까지 5개월을 버텨야 하는 그 가난의 시기를 여러 달 경험

하면서 내 안에 '그래도 스스로 만족히 여기는 자족自足'의 선물이

이미 내게 주어졌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먹고 사는 게 걱정이 없을 때는 안중에도 없었고 보이지도 않던

마음이었습니다.

 

어떤 젊은이들은 배우자를 위해 기도하면서
"왜 당장 내 앞에 그 사람을 데려오지 않으시지요?" 하며

하나님께 재촉을 합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말씀하십니다.
"그래, 이미 네 짝은 내가 정하여 놓았다. 그런데 네가 요구하는

 수준이 워낙 까다롭고 높다보니 내가 그 사람을 네가 원하는

 수준까지 다듬으려니 시간이 많이 걸리는 구나!
 명심하거라. 사람은 하루 아침에 성장할 수 없단다. 시간이 필요하

 단다. 네가 원하는 수준의 배우자를 네가 만나기 위해선 그 상대방도

 시간이 필요하고, 무엇보다 네 자신도 그 상대방의 수준에 걸맞게

 성장해져야만 하니 이거... 시간이 많이 필요하구나!"

 

에베레스트 산을 정복하러 등반대가 산을 오를 때

아직 도달하지 못한 고지의 곳곳 캠프에는 이미 선발대가 올라가서

마련해둔 식량과 비상 비품들이 예비되어 있습니다.

 

우리 인생길에도, 하나님 아버지께서 선발대가 되셔서

내게 꼭 필요한 선물들을 앞으로 이르게 될 삶의 여정 곳곳에

이미 마련해 두셨을 것을 굳게 믿습니다.

이미 내게 주어졌지만 지금 내 눈에는 보이지 않고

내 손에 들어오지 않은 하나님의 선물이 얼마나 많을 것입니까?
  
지난 가을에 연분홍 꽃이 핀다는 백합꽃을 선물받았습니다.
그런데 꽃이 아니라 알뿌리(구근)였습니다.

그 알뿌리는 지금 차가운 겨울 땅 속에 묻혀 있지만
몇 달 후 봄이 되면 비로소 그 선물의 진가가 드러나게 될 것입니다.

우리 인생에서도, 때로는 백합꽃을 직접 선물하기도 하시지만, 때로는 백합의 알뿌리를 선물하기도 하시는 하나님 아버지이십니다.
잠시 후에 시드는 일시적인 만족이나 기쁨이 아니라
오래 오래 누릴 수 있는 진정한 만족과 기쁨을 위해 말입니다.

 

날마다 아침 저녁으로 하나님 앞에 엎드릴 때마다

간절히 기도하는 바가 있습니다.
왜 내가 간절히 오랫동안 구하여 온 그 선물을 내게 지금 당장

이루어주지 않으시는지 때로는 답답하고, 그래서 하나님께 재촉을

하기도 합니다. 그런 저에게, 엊그제 아들 녀석의 생일 선물인 야광 별 스티커를 천정에 붙이면서
"아들아, 이건 밤이 되어서야 네 눈에 보인단다. 시간이 필요하단다." 하고 대답하였던 저의 입술을 통해 동일한 말씀을

하나님 아버지께서도 저에게 일깨워주십니다.

 

 

"아들아, 네가 구하는 그 선물은 시간이 필요하단다. 답답하기도

 하겠지만, 나를 믿고, 소망을 가지고 기다려 주렴."

 

네, 하나님 아버지!


마침내 그 선물이 내 앞에 드러나는 그 순간!
저와 저를 알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감격의 노래를 부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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