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좁은 사람을 부를때 대게 "밴댕이 소갈딱지" 라는 표현을 한다. 밴댕이는 사람에게 잡히자 마자 죽어
버리는데, 그만큼 속이 좁아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죽는다는 의미이다. 5월에서 7월이면 강화도는 분주해
지기 시작한다. 서울에서 반나절거리인 강화도에는 밴댕이를 먹기 위하여 전국에서 사람들이 몰려들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강화도까지는 신촌에서 매시간 버스가 운행된다. 강화도에는 외포항와 후포항이 있으며 이중에
서도 맛있는 밴댕이를 먹으려면 후포항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후포에는 아침에 배를 타고 나가서 잡아
온 물고기를 판매하는 식당즐이 즐비하기 때문이다.
두시간 남짓 신나게 달린 버스가 내려준 곳은 바로 후포 시외버스 터미널. 밴댕이를 먹기 위해서라면 이곳
에서 3.4Km정도 더 들어가야 한다. 날씨가 좋기 때문에 걸어서 들어갈 수도 있지만, 왠만하면 버스를 이용하
는 것이 현명할듯하다.
오늘은 날씨가 좋기에 그냥 걷기로 했다. 이곳에서부터 3.4Km. 저멀리 보이는 곳보다 조금 더 가야 "밴댕
이"를 맛볼 수 있다.
※ 여기서 잠깐
밴댕이에 관한 궁금증 1
익살스런 모습의 픽토그램들.
고구마, 고추, 보리 등 5월에 재배되는 다양한 종류의 곡식들을 볼 수 있었다. 과거에는 보릿고개 라는 말이
있었을 정도로지금 이시기는 식량이 부족한 시기였다. 그도 그럴것이 고구마와 감자는 아직 수확하기에는
조금 알이 작으며, (사실 고구마와 감자는 임진왜란 이후에 들어온 작물이다)논에는 이제 겨우 모내기한 벼
가 심겨져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먹을 수 있는 것이 겨우 보리였는데, 그마저도 원활한 공급이 이루어 지지
않았기에 농사를 짓는 사람들로써는 굉장히 힘든 시기였을 터이다.
멀리 보이는 해무를 따라 가다보면 금새 선착장에 도착하게 된다. 12시를 지나는 시간인지라 물이 빠져
있으며, 그 위로 갈매기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모습에 절로 가슴이 시원해진다. 물이 빠져있는 갯벌 위에
는 아침에 한가득 물고기를 잡아온 배들이 보인다.
이곳은 집집마다 선박들이 운영하는 곳이기 때문에 어느곳을 방문하더라도 가격과 생선의 품질이 비슷하
다. 매일 아침에 잡은 밴댕이는 아이스 박스에 담겨 운송되며, 그자리에서 바로 회를 떠주기 때문에 신선도
에 관하여 의심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하지만, 어느누가 흥정을 잘하냐에 있어 그날 먹을 밴댕이의 양이
결정되지만, 대부분의 인심 넉넉한 강화도 분들은 부족함 없이 밴댕이를 챙겨 주신다.
밴댕이의 산란기는 6~7월 정도이며, 산란기가 되면 연안의 얕은 곳으로 이동한다. 대부분의 밴댕이는
'낭장망' 으로 잡아들인다. '낭장망'은 조류가 빠른곳에 설치하여 물고기를 잡는 어구(漁具)이며 자루 그물
의 날개와 자루 끝을 닻 등으로 고정시키고 조류에 의하여 들어온 고기를 잡는 정치성(定置性) 어구이다.
낭장망 이외에도 간간히 낚시로 잡히는 경우가 있기는 하나 금새 스트레스를 받아 죽어 버리는 경우가 대다
수다.
※ 여기서 잠깐
낭장망은 어떻게 생겼나요?
포구에는 밴댕이 이외에도 한창 제철을 맞은 병어와 꽃게가 주를 이룬다. 그리고 하루 지난 밴댕이를 이용
하여 만든 밴댕이 젓갈. 시뻘건 고추장 양념으로 만든 것과 간장 양념을 이용해서 만든 두가지 밴댕이 젓갈
을 볼 수 있다. 그 이외에도 낙지, 조개, 꽃게 등 서해안에서 잡히는 해산물로 만든 젓갈들이 즐비하며, 이들
은 가격 또한 저렴하기 때문에 구입하는데 부담이 없을 듯하다.
얼음위에 놓여있던 밴댕이를 그자리에서 직접 회를 떠준다. 머리부분만을 제거한 뒤 내장을 꺼내고, 가운
데 뼈만 제거하면 밴댕이 회는 완성된다. 산란기의 알이 꽉찬 밴댕이들은 쫄깃하면서 부드러운 맛이 일품
이다. 특히 맵싸한 초고추장에 찍어먹는 밴댕이는 남해안의 멸치회의 맛과 비슷하다. 특히, 탄력이 느껴지
는 탱탱한 살을 양파, 순무, 취나물과 함께 넣은 뒤 무쳐내는 밴댕이 회무침 또한 이곳에서 빠뜨리지 않고
먹어봐야할 별미이다.
한마리에 겨우 두입거리 밖에 되지않는 밴댕이지만, 맛은 가히 최고로 여겨질 만큼 고소하다. 기름기 넘치
는 전어와 비슷하며 씹으면 씹을수록 고소하게 느껴지는 밴댕이 특유의 맛은 오늘 만큼은 '돔'도 양보를
해야 할 듯하다. 매콤한 회무침 까지 먹고나면 그제서야 석쇠에 바싹 구워놓은 밴댕이 구이를 가져다 주신
다. 머리부터 아작아작 씹어 맛을 본다. 뼈의 씹힘을 걱정했다면 전혀 걱정할 필요는 없을듯 하며, 밴댕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최대한의 맛을 만들어 주는 순간이 바로 지금인듯 하였다.
강화도를 대표하는 특산물은 바로 이놈 '순무'이다. 순무는 속이 더부룩할때 먹으면 바로 효능을 볼 수
있을 정도로 소화작용에 좋은 성분을 가지고 있다. 동의보감에서 '맛이 달고 오장에 이로우며 소화를
돕고 종기를 해소한다' 라고 되어있을 정도로 예부터 인정받아 왔으며, 밴댕이젓을 섞어서 담는 순무
김치들은 강화도를 대표하는 음식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초여름의 초입에 찾아온 강화도 '밴댕이'는 저 멀리 보이는 논의 벼처럼 그 어느 누구라도 푸근하게 만들어
주었다. 서울에서 반나절이면 다녀올 수 있는 강화도. 그리고 석모도까지 지금 한번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