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돌아가셨을때...
돌아가시기 전에 꼭 할 일이있다. 모든 절차를 삼촌처럼 대신해줄 장례회사를 알아놔야 한다. 인터넷으로도 알아보고, 경험담도 들어보고, 회사에서 운용하는 상조회가 있는지도 알아봐야 한다. 장례식 중간에 불쾌한 다툼을
방지하려면 몇 년 입을 코트를 고르는 것처럼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 가격만 해도 몇 만원에서 몇 백만원까지 차이가 나고, 믿음과 의심,유쾌와 불쾌의 차이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명을 재촉한다는 생각으로 이런 일을 기피하는 건 우매하다. 일이 터지면 가장 먼저 전화해야 하고 모든 걸 의지해야 할
곳이므로 신중히 골라 휴대폰에꼭 저장해 둬야 한다. 영정사진도 챙겨야한다. 별도로 촬영을 해도 좋고 이전 사진중에 골라도 좋다.크기는 상관없다.
확대해서 만들어 주니까. 아무튼 사진 하나를 지갑이나 가방에 넣어 다녀야한다. 이것 대문에 괜히 집에와서 엉엉 울면서 앨범을 뒤질지 모른다.
아버지께서 돌아가시면 하염없이 슬프다. 그렇다고 울면 안 된다.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평생 후회해도 모자랄 불효를 하게된다.
일단 눈물이 흐르기 시작하면 잘 멈추지 않으니 처음부터 눈물샘을 막아야된다. 절대 아버지와 함께 했던 추억따위는 떠올리지 말자.도저히 못 참겠으면 딴 생각을 해도 좋다. 주말에봤던 (개그콘서트)도 좋고
(무한도전)도 좋다. 그리고 씩 웃어라. 너무 슬플 땐 그렇게 웃음이 나올 수도있는 거다. 여자는 보통 남자보다 잘 운다. 그러니 어머니나 누니,여동생,아내에게서 약간 떨어져 있는게좋다. 그 들이 울기 시작하면 일단 간격을 더 두고 외면해라. 눈물은 전염성이 꽤 강하기 때문이다. 괜히 위로한답시고
다가가지도 마라. 부둥켜안고 통곡하는 답답한 장면으로 이어질뿐이다.
아버지 얼굴을 쓰다듬거나 손을 잡아 체온을 느끼려는 행동은 절대 안 된다.
아무 의미 없는 짓일 뿐 아니라, 시신의 형태를 유지하는 데도 도움이 안된다. 그럴 시간 있으면 밖으로 잠시 나와 전화해라. 휴대폰에 저장해 둔 장례 회사에 빨리 알리고 회사에도 전화해라. 아무리 중요한 일이 있어도
3일 동안은 회사에 갈 수 없다. 이어 병원 원무과에 가서 사망진단서도 발급받아야한다. 장례식장에도 제출하고, 회사에도 제출하고, 보험회사나 은행, 동사무소에서도 원본밖에 안받는다. 10부 정도면 문제없을거다.
이상하게도 원무과에 사망진단서를 신청하면 여기저기서 전화가 오기시작한다. 모르는 번호는 받지 마라. 상주의 불안함 심리를 이용해서 부당이득을
취하려는 장례업체 전화일거다. 이제 장례사를 기다리면서 잠시 슬퍼해도좋다. 아버지가 저전거 가르쳐 줄때도 생각하고, 자가용 산 날 학교 데려다 주던 것도 생각하고, 모형항공기 함께 날리던 것도 생각하고, 어머니
생일 날 술먹고 늦게 들어와 능청맞게 눙치던 모습도 생각하고, 담임선생님
앞에서 입시상담 하시던 난처한 얼굴도,아들에게 처음으로 생일축하 노래를
불러주시던 것도 기억하자. 장례사가 거의 왔을 거다. 그분을 삼촌이라생각하고 의지하다 보면 3일장이 침착하게 지나갈 거다.
부모님께선 언젠가는 돌아가신다. 살아계실때 효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돌아가시자마자 정신똑바로 차리고 냉철하게 움직이는 1시간도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