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아기는 엄마 뱃속에서 열 달을 채우고 세상에 나온다. 하지만 ‘칠삭둥이’니 ‘팔삭둥이’니 하며 조금 일찍 태어나는 아기도 있고, 더러는 출산예정일이 지나도 태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아기도 있다. 임신을 하면 출산예정일 산정법에 따라 아기의 예비 생일날을 받게 되는데, 문제는 출산예정일이 말 그대로 출산하는 날이 아니라는 것이다.
예정일에 맞춰 분만하는 산모는 없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출산예정일을 꼽아보고 또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일까? 이에 대해 이대목동병원 산부인과 박미혜 교수는 “태아가 엄마 뱃속에서 건강하게 자라기 위해서는 약 280일이 필요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볼 때 출산예정일은 태아의 완전한 발달이 이루어짐을 의미합니다”라고 설명한다. 즉 뱃속의 아기가 세상에 나와 생활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었는지를 대략적이라도 환산하고 있어야 산모나 의료진도 그에 맞는 준비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임신 기간과 출산예정일은 보통 아기가 엄마 뱃속에 머무르는 시간을 평균적으로 환산해 계산한다. 규칙적으로 월경을 하는 여성의 최종 월경 주기 첫째 날을 기준으로 임신 평균 기간은 약 280일 정도, 즉 9개월 10일에 해당하며, 28일을 단위로 약 10개월로 통용된다. 간편하게 계산하면, 최종 월경이 시작된 달에 9개월을 더하거나 3개월을 빼고, 날에는 7일을 더하면 된다.
예를 들어 최종 월경일이 8월 1일이라면, 8월에 9를 더하거나 3을 빼고, 1일에 7일 더하면 출산예정일은 다음해 5월 8일이 된다. 그러나 희발월경(월경 간격이 35~40일 이상으로 길어지는 증상)이나 무배란성 월경 주기(배란을 수반하지 않는 월경)의 임신부는 이러한 방법으로 출산예정일을 산출하면 오히려 큰 오차가 생길 수 있다. 그러므로 이러한 경우에는 임신 초기라고 생각되는 시기에 초음파 검사에 의한 계측치를 이용해 임신 주수와 출산예정일을 산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부분의 임신부들이 이 같은 산정법으로 출산예정일을 계산하지만, 실제로 출산예정일에 정확히 출산하는 임신부는 드물다고 한다. 임신이 끝나는 시기에 따라 임신 20주 이내면 ‘유산’, 임신 20~37주 사이면 ‘조산’, 임신 37~42주 사이면 ‘만삭 분만’, 그 이후에 분만하면 ‘지연임신(과숙아 분만)’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의 조산율은 약 8%, 지연임신은 약 10% 정도로 보고되는 것을 보면 생각보다 많은 임신부들이 출산예정일을 앞두고 조산이나 지연임신을 경험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꼭 조산이나 지연임신이 아니더라도 이처럼 출산예정일, 즉 아기들이 뱃속에 머무는 기간이 저마다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세상으로 나올 시기를 결정하는 것은 아기가 한다는데, 아기들은 왜 이렇게 다른 결정을 내리는 것일까? 안타깝게도 이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건강하다고 판정이 나도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체력을 가지고 있듯이, 또한 아이들이 자라면서 발육이나 성장에 편차를 보이듯이 아기와 엄마가 가진 개인차로 이해하면 될 듯하다.
출산예정일보다 너무 빠르면 ‘조산’
조산은 임신 37주 이전에 아기를 분만하는 것을 말한다. 조산을 하면 아기가 엄마 뱃속에서 충분히 자라지 못해 정상적으로 태어난 아기보다 신생아 사망률(신생아 사망률의 ⅔정도)이나 병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특히 아기가 너무 미숙하게 태어날 경우는 생존하기 어려우며, 생존한다 하더라도 폐 발육부전, 뇌출혈, 시력저하 등 유병률이 높아지고 뇌성마비와 같은 장애아가 증가해 사회적·경제적으로도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한다.
조산의 원인으로는 자연적으로 생기는 조기진통이 대부분. 그러나 조기진통 없이 전치태반, 조기 태반박리로 인한 태반출혈이나 고혈압성 질환으로 인한 내과적·산과적 합병증에 의한 조산도 약 ⅓ 가량 된다. 또한 임신부의 흡연, 음주, 습관적인 약물복용도 조산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임신부의 영양섭취 부족, 과도한 체중 증가도 조산의 위험성을 증가시킨다. 그밖에 임신부의 기왕력(환자가 과거에 경험한 질병 경력), 임신 중의 생활환경, 사회·경제적인 상태, 어린 연령의 임신, 작은 신장, 직업, 스트레스 등도 조산의 원인이 된다.
출산 시기가 되면 규칙적인 자궁 수축이 이뤄지고 자궁 경부가 얇아지면서 동시에 자궁 문이 열리며 아기가 산도로 내려오게 되는데, 문제는 이러한 진통이 언제 시작될지 모른다는 점이다. 따라서 임신부는 평소 자신의 몸을 세심히 살피고, 정기검진을 통해 이상이 있는지 주기적으로 체크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조산을 알려주는 여러 징후들을 평소에 알아두어 이런 징후가 나타날 때는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하도록 한다. 임신부가 느낄 수 있는 징후는 아랫배가 단단해지거나 부드럽게 된 상태를 반복하는 경우, 생리통과 유사한 복통이 느껴지는 경우, 지속적으로 골반에 압박감이 느껴지는 경우, 물과 같은 질 분비물이 나오거나 질 분비물에 피가 섞여 나오는 경우, 양막이 파열되어 양수가 나오는 경우 등이다.
한편 조산의 기왕력이 있는 임신부는 다음 임신시 조기진통이 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를 들면 첫 번째 임신이 조산이었다면 만삭 분만보다 조산의 위험이 3배 가까이 증가하고, 첫 번째 두 번째 임신 모두 조산이었던 경우에는 다음 임신이 조산이 될 가능성이 무려 3명 중 1명꼴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조산의 기왕력이 있는 임신부는 자궁경부 개대와 자궁경부 길이를 질식초음파로 측정하거나 질 분비물에서 ‘파이브로넥틴’이라는 물질을 검출해 조기진통의 가능성을 검사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또한 조기진통을 억제하는 방법으로 조산을 예방하기도 한다. 아직까지 조기진통을 억제하는 완벽한 방법이 있는 건 아니지만, 태아가 34주 이전의 매우 미숙한 상태일 때는 태아의 폐 성숙을 도와줄 수 있는 스테로이드 투여, 진통을 억제시키는 침상 안정, 수액 및 진정, 자궁수축 억제제 등을 사용하기도 한다.
그밖에 조산을 예방하는 방법으로는 조산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여러 가지 요인들, 즉 음주, 흡연, 영양부족, 스트레스, 자궁감염 등 조산의 위험을 높이는 원인들을 조금이라도 배제하고, 평소 전문의에게 정기검진을 꾸준히 받는 것이 중요하다.
출산예정일보다 너무 늦으면 ‘지연임신’
지연임신이란 출산예정일로부터 2주 이상, 즉 임신 42주 이상 출산이 지연된 임신을 말한다. 지연임신은 평균적으로 약 10% 정도 발생하며, 지연임신의 경험이 있는 임신부는 10~27%, 두 번 연속해서 경험이 있는 임신부는 39% 정도에서 지연임신이 발생한다. 그러나 임신 기간의 계산 착오나 개인의 배란 시기를 고려할 때 실제로는 이보다 낮은 빈도를 보일 것이라고 박미혜 교수는 말한다.
일반적으로 임신 기간이 42주 이상 지연되면 자궁 내 태아에게 여러 가지 변화가 동반돼 만삭 분만보다 ‘주산기 사망률(신생아 분만의 전후, 즉 임신 29주에서 생후 1주까지 기간의 사산이나 사망)’이 증가한다. 또한 태반이 노화하여 그 기능이 저하되기 때문에 태아에게 필요한 산소와 영양공급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아 태아가 가사상태에 빠지기 쉽고, 태변을 먹는 등 임신의 예후가 불량해진다. 유도분만이나 거대아로 인한 난산, 견갑골 난산 등의 위험도 높아지고, 양수량 감소로 인해 제대압박이 생겨 제왕절개의 가능성도 높아진다. 그리고 이때 출산하는 과숙아는 피부는 벗겨지고, 손바닥과 발바닥에 주름이 생기며, 손톱이 길고 머리카락도 풍성해 다른 아기보다 나이 먹어 보이기도 한다.
지연임신의 원인은 아직까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무뇌아, 태아의 부신형성 부전증, 태반의 황염효소결핍증에 의해 지연임신이 동반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분만에 관여하는 여러 가지 물질이나 호르몬 등이 생성 혈중 농도 및 자궁 근육 작용에 문제가 있을 때 초래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박미혜 교수는 설명한다.
지연임신은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만큼 조기에 진단하고 예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지연임신의 여부를 알기 위해 무엇보다 정확한 임신 주수를 산정하는 것이 필수! 이를 위해 생리 일자, 생리 주기 등을 참조하여 초음파 검사에 의한 계측치로 임신 주수와 출산예정일을 알아보는 것이 좋다. 한편 출산예정일이 지나면 규칙적인 태아의 건강검사, 즉 태동감시, 초음파, 전자 태아감시 검사 등을 시행하며, 임신 41주가 지나면 자궁경부의 상태에 따라 유도분만을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산모와 조산아·과숙아는 어떻게 돌볼까?
조산이나 과숙아 분만을 한 산모는 어떻게 관리하고 산후조리해야 할까? 왠지 일반 산후조리와 뭔가 다를 것 같지만, 일반적으로 정상 분만한 산모의 산후조리와 크게 다를 바 없다. 자연분만은 3일, 제왕절개는 7일간 입원하며, 산후조리시 몸 관리도 똑같이 하면 된다. 오로가 멎을 때까지 산모용 패드를 착용하고, 청결을 유지하며, 깨끗한 물로 아침저녁 좌욕을 한다.
그리고 하루에 10~12시간 정도 충분히 수면을 취하고, 출산 후 4주 동안은 되도록 가사와 육아를 전담하지 않는 게 좋다. 또한 몸이 회복될 때까지 소화가 잘되는 음식을 먹으며, 제왕절개를 한 경우에는 물을 많이 마셔 변비가 생기지 않도록 한다.
그리고 조산한 아기는 엄마 뱃속에서 충분히 자라지 못한 채 태어났기 때문에 정상적으로 태어난 아기보다 사망률이 높고 병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 신생아 사망률의 ⅔가 조산한 아기이며, 살더라도 여러 가지 질병이나 장애가 오는 경우가 많다. 보통 임신 24~36주 사이에 태어난 아기를 미숙아라고 하는데, 특히 임신 34주 이전에 분만하고 몸무게가 2.3㎏ 미만의 아기는 인큐베이터 안에서 키워야 할 만큼 체중이나 신체 발달 정도가 매우 미숙하다. 또한 미숙아는 피하 지방층이 거의 없어 체온 조절을 할 수 없고, 호흡 곤란을 잘 일으키며, 저항력도 약해 감염되기 쉽다. 그러나 만 2세 이후가 되면 대부분의 아기들이 정상을 회복한다.
과숙아는 피부가 쭈글쭈글하고 머리가 풍성하며, 손톱까지 길어 아기가 나이 먹어 보이지만, 출산 후 미숙아와 동일하게 관리한다. 거대아로 인한 난산도 일어날 수 있지만, 태반 기능의 노화로 아기가 영양 및 산소 부족에 걸려 임신 기간에 비해 체중 미달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신생아기가 지나면 정상 분만한 아기와 크게 발육 차이를 보이지는 않는다.
한의학의 관점에서 본 조산&지연임신
강남경희한방병원 이경섭 원장은 “태아는 엄마 뱃속에서 양수의 자양을 받고 있다가 때가 되면 저절로 혈기(血氣)와 형체가 완전해져서 문득 꿈에서 깨어난 것처럼 스스로 자궁을 열고 길을 찾아 나오게 됩니다. 이는 밤이 익으면 그 껍질이 스스로 벌어져서 밤알이 조금도 손상 없이 나오게 되는 것에 비유할 수 있지요. 그런데 조산이나 과숙아 분만은 설익은 밤을 껍질에서 빼내기 위해 힘을 많이 가해야 하고, 상처를 입혀야만 밤을 깔 수 있는 것처럼 산모와 아기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칩니다”라고 말한다.
한의학에서는 조산의 원인을 크게 기허(氣虛)로 인한 발병과 습열(濕熱)이 쌓여서 발병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기허한 경우는 평소 소화 기능이 약하고 기운이 부족해 자궁이 태아를 잘 품고 있지 못하여 조산하게 되는 것으로, 치료시에는 소화 기능을 돋우면서 기운을 올려주어 자궁을 튼튼하게 하는 것이 좋다.
반면 습열이 쌓이는 것은 임신 중·후기에 외부에서 복부를 과도하게 압박했거나, 과도한 성생활을 하여 화열(火熱)이 발생해 신장 기운이 손상되거나, 외음부가 불결하여 사기(邪氣)가 허약한 틈을 타고 침입하여 기혈의 조화가 깨져 조산하는 것으로 본다. 그래서 이때는 열을 내리면서 습독을 풀어주어 기혈을 고르게 하는 치료를 하는 것이 좋다.
한편 한방에서는 지연임신을 기혈(氣血)이 부족해 태아의 성장이 잘 안 되어서 발생하는 현상으로 본다. 이럴 때는 기혈을 크게 보하는 약을 써서 산모가 분만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더 허약해진 상태이니 세심히 돌봐야”
그렇다면 산모나 조산아·과숙아는 어떻게 돌봐야 할까? 이경섭 원장은 “조산이나 과숙아 분만을 했더라도 기본적인 산후조리는 만삭분만과 동일합니다. 그러나 조산과 과숙아 분만은 산모와 아기에게 신체적·정신적으로 부담을 가중시키므로 만삭아를 분만한 산모보다 더욱 철저하고 세심하게 관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라고 말한다.
조산이나 과숙아 분만을 한 산모는 체력이 허약해져 있으므로, 생활과 섭생을 통해 산욕의 복구를 촉진하고, 합병증 내지 병발증의 발생을 방지하며, 체력을 회복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안정이 중요하다고. 그러나 지나치게 장기적인 안정은 오히려 자궁 근육과 골반저 근육의 회복을 지연시키고, 오로의 유출 기간을 연장시키며, 기력 회복을 지연시킬 수 있다. 따라서 산후 2~3일째가 되면 가볍게 움직이기 시작하고, 일주일 이후에는 집안을 자유롭게 다니는 것이 좋다. 또한 산후에는 육체적인 안정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안정이 매우 중요하다. 조산과 과숙아 분만으로 심한 정신적인 자극을 받아 울거나 분노하면 유즙 분비에 지장이 있으므로, 가족들이 협력하여 산모를 위로하고 불안감을 없애줘야 한다.
전통적인 산후조리법의 경우 주로 음식 및 생활상의 금기사항을 내용으로 하는데, 이를 ‘산후 오적(五賊)’이라고 한다. 이에 따르면 산후 7일 내에는 몸속의 어혈(瘀血)이 다 빠져나가지 않은 상태이므로 고깃국을 먹지 말아야 하며, 배꼽 아래에 덩어리(血塊)가 사라지기를 기다려 양육탕(羊肉湯)을 복용해야 한다. 그리고 산모는 장부가 허하므로 술도 금하고, 성생활은 산후 1백일이 지난 후 재개하는 것이 좋다.
조산아와 과숙아 돌보기도 살펴보자. 한의학에서는 열 달을 다 채우지 못하고 나오는 아기를 두고 ‘토기(土氣)가 약하다’고 표현한다. 이는 덜 익은 밤은 썩기 쉽고, 덜 구워진 그릇은 깨지기 쉬운 것과 같은 의미다. 조산아는 우선 소화기 계통이 성숙하지 못해 소화불량, 구토, 설사 등이 잦고 식욕도 좋지 않다. 감기, 기침, 천식 등을 달고 살고, 때로는 악성 피부병에 시달리기도 하며 눈도 나빠질 수 있다.
이처럼 소화기 계통이 나쁜 아기는 십전대보탕, 보비탕 등을 투약해서 토기를 도와 그릇 자체를 다시 만들어야 하며, 호흡기 계통이 나쁜 아기는 육미지황탕, 신기환, 팔미환 등을 투약해 신장의 수기(水氣)를 도와 뿌리를 단단하게 해야 한다. 한편 과숙아 관리는 조산아와 크게 다르지 않으며, 아기에게 나타나는 각종 증상들은 유·소아 치료법과 동일하게 하되 한의사의 정확한 진단에 의해 선천지기(先天之氣)를 돋우는 치료를 해야 한다.
항상 많이 웃으세요. 그러면 엔돌핀이 생겨서 아기한테도 좋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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