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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사랑 (51장/ 광태(狂態)-미친자의 욕망) <실극화>

추림의 풍 |2006.09.07 08:41
조회 449 |추천 0

인간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 몇가지가 있다.

절대 없어서도 벗어날수도 이겨내기도 힘든 것들, 그중 하나!

 

오욕과 칠정!

그 중심에 있는것이 음양의 교합이다.

겪지 않으면 무지요 알고나면 끝없이 탐닉하려드는 마력을 지닌 괴물!

 

린다의 몸은 세류라고 표현해도 좋을만한 육체를 지녔다.

일반적인 동양 여인네가 지닌 육체보다 더욱 진화되고 발달된 형태.

 

크고 작고 가늘며 탄력적인 린다의 몸은 열탕으로 이글거렸다.

 

추림이 어렴풋이 잠에서 깨어났을때 그런 린다의 몸이 추림을 내리 누르고 있었던 것이다.

당황과 짙은 성욕의 갈등앞에 추림의 가슴은 커다란 소용돌이를 일으켰다.

 

떠오른 존재하나!

린다의 거대한 욕능앞에 흔들린 추림의 뇌리속으로 어떤 존재가 떠올랐음은 본능인지도

몰랐다.

 

이미 욕망에 잠식당한 추림의 시선이 멍하니 어둔 천장을 응시하고 있을때 구름같이 부드

러운 린다의 손길은 순식간에 그의 옷을 벗겨 내려갔다.

 

추림의 흐릿한 눈가에 작은 경련이 일며 순간 뜨거운 빛이 일렁거렸다.

 

........... 가질수 없는 꿈! 소유할수 없는 바램! 타고 또 타서 재가 되도록 그리웠던 사랑!

배...신!? 아니다. 그것 따위가 아닌 다른 것이다. 인연이 아닐수도 있다. 애초 사랑하지 않

았던 것일수도 있다. 헌데 난 왜 항상 가슴이 아팠을까?

 

지금도 그립다. 너무 그리워 기억조차 희미해질 지경인 그녀였다.

돌이켜 보면 참 많이도 인내했는지도 모른다. 그녀의 행실을 두고 비난하거나 겉으로 드러

내어 그녈 시험하고 싶지는 않았다. 단지 그녀가 아파할 행동이 비겁하고 졸렬했다.

아니다. 그녀를 사랑했기에 그랬다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하지만...

 

"큿."

 

어금니를 앙다문 추림이 나직한 실소를 터트렸다.

눈에 힘을 준 추림의 눈빛이 뜨거운 기운을 머금었다.

린다의 입가에서 터져 나오는 뜨거운 기운을 느낀 추림이 손을 들었다.

 

그리고 린다의 커다란 가슴을 움켜쥐며 그녀를 끌어안았다.

 

거대한 폭풍으로 돌변한 추림은 긴 밤을 태우고 또 태웠다.

번쩍거리는 안광을 토해내는 추림의 입가에서 추악한 짐승의 울부짖음이 토해졌고 온통

욕망으로 가득채워진 그는 가슴 한켠에 자리잡은 순수의 결정체를 파괴하고 찢어발겼다.

 

"우아아아!"

 

무엇을 위한 외침인가!

욕망의 화신으로 화한 추림의 얼굴이 험악하게 일그러지며 몸을 심하게 떨어댔다.

 

잡식! 잡식성 괴물이었다.

무엇이든 집어삼키고 어떤것이든 소화시키는 괴물! 

 

미친 괴물로 변한 추림의 행위는 날이 밝아오는 내내 멈출줄 모르고 이어졌다.

광태! 미친자의 몸부림은 그렇게 끝나는듯했다.

 

*************************

 

덜컹 덜커덕.

 

바람이 몰아치는 어둠을 뚫고 끈적이는 무언가가 있었다.

새하얀 나신으로 한데 엉켜 사악한 욕망의 노예가 된 두개의 생명!

 

"흐흡!"

 

"아...아아아!"

 

마치 뱀의 그것처럼 하나의 생명을 휘감고 꿈틀거리는 또다른 존재.

끝없이 움직이는 생명의 등판에 어지러이 새겨진 파과의 흔적은 그들이 얼마나 거친 행위

에 집착하고 있는지 증명이라도 하는듯 선명한 붉은 선들이 종횡으로 새겨져 있었다.

 

뜨겁다. 한없이 빨려 들어가는듯하다. 미친듯이 세상이 돌며 춤을추고 무엇이든 산산히 부

서져 내려간다. 벗어날수 없는 이 늪속으로 그대로 잠식당할것만 같다. 아니 이대로 침몰해

버리고 싶다.

 

"아!"

 

린다의 입에서 째지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활화산처럼 뜨거운 추림은 멈출줄 모르는 파괴자였다. 견디기 힘들었다. 하지만 멈추지 말

았으면 하는 바램은 차라리 죽어버리고 싶은 전율로 변하고 있었다.

 

그의 내면을 보았다.

나직하고 조용하게 말하던 그는 이미 온데간데없고 내면에 숨겨진 진정한 자아를 끌어낸

진정한 그를 경험하고 있었다.

 

엄청난것이 치밀어 올랐다.

더욱 거칠고 흉포해진 추림의 몸부림이 절정을 행해 치달림을 느낀 린다의 눈이 흡떠졌다.

 

그리고 또 한번의 광태는 기어이 하나의 벽을 산산조각으로 부수어 놓았다.

 

"훅훅!"

 

땀에 젖어 번들거리는 육신을 힘없이 늘어뜨린 추림의 입에서 뜨거운 기운이 흘러나왔다.

고개를 돌려 린다를 바라보았다.

 

린다는 몸을 둥글게 말고 옆으로 누워 있었다. 그런 그녀의 어깨가 가느다란 경련으로 떨리

고 있었다.

 

정신이 아득하고 이제는 정말 기운이 없다.

며칠이 흘렀는지 모른다.

 

하루, 이틀 아니면 사나흘쯤?

모르겠다.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처음이었다. 의지견정하다 여긴 자신이 이렇듯

광태에 빠진적은... 후회하지 않았다. 이미 벌어진 일에 후회한들 무슨 소용일까.

차라리 후련하다는 심정이었고 정말로 가슴이 허하다 싶을 정도로 차분했다.

 

"후우."

 

어둠속에서 용케 담배를 찾아 문 추림이 한껏 머금은 연기를 길게 내뿜었다.

어둠속에서 사방으로 흩어지는 뿌연 담배연기가 어떤 형상을 만든듯 착각을 일으키며 순식

간에 일그러지며 사그라들었다.

 

"쿡!"

 

입을 비틀고 조소를 흘린 추림.

 

"젠장!"

 

다시 욕설을 내뱉았다.

 

"......?"

 

몸을 일으켜 추림을 응시하던 린다가 놀랐는지 흠칫하는 모습이 보였다.

 

"미안. 린다에게 한게 아니야."

 

자연스럽게 린다에게 말을 놓으며 그녀를 안심시킬 정도로 그들은 수일을 광태에 젖어 있

었다.

 

"배고프군."

 

당연히 배가 고플 것이다.

잠 아니면 섹스에 몰두한 시간이 무려 사일이었다. 그들이 먹은것은 빵이나 과자 부스러기

가 전부였다.

 

추림의 얼굴이 까칠하게 변하고 여윈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린다. 이대로 죽어 버릴까?"

 

한동안 정적이 흐르던 침묵을 추림은 그렇게 깨어 버렸다.

 

"왜 자꾸 그런 말을 하는거지? 추림은 아직 젊은데... 노인네같은 말만하네."

 

벌써 수차례나 그와 비슷한 말을 들은 린다가 이해 안간다는듯한 얼굴로 묻자 추림이 툴툴

거리며 웃었다.

 

"재미없어. 죽어라 살려 했는데... 젠장!"

 

며칠만에 냉소적으로 변해버렸다.

 

"난 살거야. 보란듯이 살거야. 결혼도 할거고 아이도 낳을거야. 그게 내 소원이거든."

 

가장 평범하고 소소한 린다의 꿈. 하지만 산다는게 슬픈건 이루고 싶은것일수록 어려워지

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추림은 어린 나이임에도 그 사실을 너무도 절실하게 알고 있었다.

 

"난 외모 때문에 무척 힘들게 살아야했어. 사회의 냉대나 차별은 참을수 있었지만 정작 힘

든것은 혼자라는 외로움이 가장 힘들었어. 난... 둘이었던적이 별로 없었거든. 원하든 원하

지 않든간에 난 늘 혼자였어. 그래도 살려고했다. 추림 알아?"

 

"뭘?"

 

두손을 깍지끼고 머리를 올린 추림이 린다를 바라보았다.

어둠속에서 린다의 눈빛이 서늘하게 느껴졌다.

 

"며칠이지만 추림이 변했다는 사실 말이야. 처음엔 따듯하고 어딘가 상처입은 사람이었는

데 지금은... 무척 거칠어. 변한거야. 솔직히 난 무섭고 두려웠지만 죽고 싶지는 않았어.

날 찾는 사람들을 피해 다니면서도 악착같이 살아보려 했어. 남자와 여자가 틀린건 단지 물

리적인 힘의 우위뿐이야. 난 눌린거지 그 힘에. 날 구해주었잖아. 그래서 추림을 이용하려

했거든. 말했지 당분간 추림에게 기대려 했다고? 하지만 지금 추림의 그런 모습엔 내가 기

대고 싶은 모습은 어디에도 없어. 날 해하려하는 사람들과 다른게 하나도 없게 느껴져."  

 

이미 들었던 말의 일부다.

하지만 그게 어쨌단 말인가? 지겹다. 누굴 지켜주고 위해주는 그런 행위가 지겨웠다.

넌덜머리가 난다. 조금 야비하고 조금 이용할줄도 알고 욕심낼줄도 알았으면 남들처럼 평

범하게 살수도 있었다. 남은게 없었다. 아니 그정도가 아니라 온통 할퀴어지고 일그러진 상

처투성이로 변한 자신 같아서 스스로가 가엽을 지경이었다.

 

보라. 린다 그녀의 의도가 무엇인지. 그녀 조차도 자신을 이용할 요량으로 육신을 무기화 했

다. 한번쯤 단 한번만이라도 계산된 의지로 움직이고 싶었다. 욕심나거나 소유하고 싶은 더

러운 행위에 젖고 싶었다.

 

린다와 나눈 며칠동안의 섹스처럼 그런 욕망을 아무렇지도 않게 소유한 존재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이상하게 마음 아주 깊은곳 어딘가가 싸하게 떨려오는 느낌이었다.

그것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그것때문에 화가나고 이상할 정도로 신경쓰였다.

 

"린다. 한국이 싫거나 위험하면 러시아로 가면 어때? 별반 어려울것도 없지 않겠어?"

 

알수없는 긴장이 느껴진 추림이 다른쪽으로 화재를 돌렸다.

 

"아니. 거긴 더 위험하고 더러워. 세상 어디에도 여자 혼자 살아갈만한 만만한 공간이 없어.

러시아에 비하면 여긴 약과일걸? 그들은 사람을 아무렇게나 죽이고 그걸 즐기는 자들도 있

다고했어. 기왕이면 익숙한곳이 나아."

 

그들이 어떤 존재를 가리키는지 이해한 추림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문득, 린다의 현실이 자신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아온 환경과 방식은 다르겠지만 혼자였던 그 간극들이 이상하리라만치 닮아 있었다.

강제로 연계시키려면 어느 누구도 닮을수도 있겠지만 살아온 날들 자체를 그림으로 그려 단

순 비교하자면 닮은 구석이 여러모로 많았다. 또한 이면속에는 외로움과 헤쳐 나가야 하는 숫

한 일상이 과제처럼 따라 다녔다.

 

"린다. 결혼할까?"

 

느닷없는 추림의 말에 린다가 놀랐는지 눈을 동그랗게 말아떴고 추림 그 자신도 어깨를 들썩

거렸다. 추림 자신도 어이가 없었다.

그저 생각뿐이었는데 그것도 허황된 쓸데없는 생각이었는데 불쑥 입밖으로 튀어나온것이다.

 

"프훗."

 

"......?"

 

추림이 실소를 흘렸고 린다의 얼굴이 심각하게 변했다.

 

"농담이야. 왜 이런말이 나왔지? 이리와 린다. 피곤하다 잠이나 좀 자자."

 

린다의 팔을 잡아당기자 힘없이 달려온 린다의 전라가 추림의 품으로 안겨 들었다.

 

"아까 그말 진담이야?"

 

진지해졌다. 하긴 그럴만도 하지 않을까? 혼자보다 둘이 낳고 기왕이면 추림처럼 강하면 더

욱 낳는지 모른다.

 

한계다. 평범한 사회성을 거부당한 사람들의 한계. 사랑 보다는 현실이 우선시되는 삶을 굳

이 사랑이라고 우겨서라도 살고싶은 것!

 

"그래. 애낳고 열심히 살면 되겠지 뭐. 아이는 한 서너명 낳고 집은 작고 아담하면 좋겠다."

 

"......?"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추림이나 더욱 진지해져 버린 린다. 어느쪽이든 진실일수도 없지만

사실은 추림이나 린다에게 그것이 자장 절실한것인지도 몰랐다.

 

추림도 린다도 둘이었던적이 별반 없는 사람이었으니까.

 

하지만 추림도 린다도 알고 있었다.

지금의 만남뒤에 더이상 인연이 아님을. 충동이 저지른 현실은 욕망외에 다른것이 형성될

여지가 없었다.

 

린다는 그렇게 녹록한 여자가 아니다.

살아온 날들동안 그녀가 겪은 현실은 냉혹한 정글과도 같았다. 그렇기에 긴장을 늦추거나

쉬어가며 살아보지 못했다. 그것은 달리말해 치열한 인생은 그녀를 지혜롭거나 강하게 만드

는 동시에 세상을 냉철히 바라보는 안목과 성정을 만들어 주었던 것이다.

 

사람의 인물됨을 꿰뚫어보는 안목과 판단력!

그녀가 본 추림은 욕심과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그렇다고 멍청하거나 소심하다는 말이 아니

었다. 오히려 그는 차가운 머리와 강한 마음을 지닌 남자였다.

 

나이는 그에게 별반 의미가 없는 것처럼 그도 세파와 다투며 살아온 존재였다.

사연이다. 그가 어떤 사연을 지고 방항하는 것에 불과하다 느끼고 있었다. 그것만을 보자면

추림의 방항은 치기어린 행동에 지나지 않겠지만 강한자는 가볍게 걷지 않는 것처럼 그만의

모진 사연이 있을거라 짐작하고 있었다.

 

추림같은 남자는 대개가 그렇듯이 얻으면 크게 얻고 잃으면 모든것을 잃어버리는 존재라 할

수 있었다.

 

추림. 그가 자신과 벌였던 섹스는 무엇으로 표현해야 할까?

그가 자신에게 준 정열은 엄청난 것이었다. 여지껏 그런 느낌은 처음이었고 그가 아니면 두

번다시 느끼지 못할 강렬한 것이었다.

 

그는 자신을 희롱한것도 아니고 욕정의 도구로 이용한것도 아니다.

오히려 반대 입장이라고 말해야 옳았으니 말이다.

 

여자는 복잡한 심성을 지녔으면서 반대로 지극히 단순한 사고를 지니기도해서 한순간에 사

랑의 노예가 되기도했다.

 

추림을 평범하게 만났으면 좋아했을 것이다. 그건 느낌 이상의 것이었다.

그를 싫어하고 좋아하고 폄할 지금의 입장이 아님에도 며칠동안 린다 그녀는 추림에게 온

통 빠져 있었다.

 

그녀를 헤하려하는 무리때문이 아니다. 그와의 섹스가 좋아서가 아니었다.

편했고 자유를 느낄수 있었던 것이다.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고 행하고 있는 행위에 몰

두하고 싶었다.

 

수년내 처음으로 가진 자유였던 것이다. 그녀를 그렇게 만든 이는 다름아닌 추림이었다.

사랑이나 인간애의 교류없이 추림과 같이 살아보고 싶은 욕구의 이유였다.

 

시간이 물처럼 흘렀다.

가을이 깊어감이 완연하게 느껴짐에도 추림과 린다는 계절과는 거리가 먼 현실속에 갖혀 지

내고 있었다.

 

간단한 식사와 잠 그리고 격렬한 섹스는 낮과 밤을 가리지 않았다.

특별한 대화따위는 없었다. 둘 중 아무나 뜨거운 욕망을 드러내면 그들은 현실의 벽을 철저히

부수며 한데 어우러졌다.

 

바람이 세차게 부는 가을이었다. 거리는 삭만함이 가득하고 을씨년스러운 기운이 만연했다.

난교는 사람을 해하고 상하게 한다. 추림의 모습이 그렇듯이.

 

몰라보게 수척하고 야윈얼굴의 추림의 눈빛이 회색빛 암울함으로 가득했다.

애초 잘못된 일이었다. 이기지 못한 광태가 그에게 가져다 준 병폐! 세상으로의 회피.

성정이 변해가고 있었다.

 

긍정과 밝은 사고를 잃지 않던 추림은 냉소적이고 부정적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단지 그것뿐이면 좋았을것을 세상밖으로 나갈것을 꺼리는듯한 분위기를 자아내기 시작했

다.

 

서서히 두려워지기 시작한 린다였다.

길들여진다는게 이런거라면 자신은 이미 길들여지고 있다고 봐야했다.

그에게 기대어자고 그의 숨소리를 들어야 편하고 잡은손을 놓으면 두렵고 그와의 섹스가 당

연한 반복처럼 여겨지고 있었다.

 

변한다. 말과 행동이 변해도 눈빛만은 부드럽고 따듯했는데 그 눈빛마저도 변해가고 있다.

두려웠다. 그리고 미안했다. 자신으로 인해 한 사람이 변해가는것이 두려운게 아니다.

그가 내쳐낼 세상 모든게 두려워지고 있었다. 그가 없으면 기댈곳이 없다는게 두려워지고 있

었다. 그의 껍질을 바라보기가 싫다. 올곧이 처음과도 같은 그를 바라보고 싶은데 그는 끝없는

변하를 거듭하고 있다.

 

며칠만에 추림이 밖으로 외출을 했다.

잔뜩 사들고 들어온 술병들이 순식간에 비워져 갔다. 취해 린다를 유린하듯 집어삼키고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지친 추림의 얼굴을 바라보는 린다의 얼굴로 눈물이 소리없이 흘러내렸다.

알수 없는 감정을 느낀 며칠동안 린다는 무척이나 당항스러웠다. 그리고 그 혼란스런 정체가

무엇인지 알게된 그녀는 추림을 가엽게 여기기 시작했다.

 

결코 가까이 갈 수 없는 사람임을 알았다.

지친 그가 잠결에 내뱉은 말들. 여자의 직감은 공간을 꿰뚫는 에너지를 지녔다.

그의 여행 가방을 뒤진것이 옳은 일이 아님에도 그녀는 추림을 알고자했다.

 

린다는 추림의 다른면을 알고나서야 자신의 감정이 변해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다가갈수 없는 사람이었다. 사랑을 해본적이 있다. 큰 사랑이라 말할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 순간의 사랑에 불과했던 사랑일지라도 얼마나 격한 감정을 느꼈고 각별했던가!

 

남자에대해 너무도 잘안다.

추림같은 남자는 뒤를 돌아보지도 배신하지도 않는다. 하나를 하나로 생각하지 않고 하나요

마지막이라 생각하는 부류였다.

 

그가 사랑하는 여자.

그가 왜 그리 비이상적으로 자신을 탐하려 했는지 막연한 깨달음이 느껴졌다.

그렇게 몸부림치면 잊혀지지 않는것을 그는 여태 알고있지 못하고 있었다.

 

그가 고마웠다.

짧은 동안이지만 진정으로 홀가분하고 자유로웠다. 광태라 여겼던 그와의 섹스는 욕망을 향

한 불사름이 아니었다. 그는 어떻게 느낄지 몰라도 자신은 자유였고 행복이었다.

 

자신에게 어떤것도 원하지도 바라지도 않았고 그는 교활하지도 욕심내지도 않았다.

그게 더 고마웠다. 세상이 힘들고 거칠어도 이렇게 살아갈 수 있는것은 그와도 같은 남자가

존재함을 기대해서가 아니었던가!

 

기운이 났다.

두렵고 회피하려했던 문제가 절로 풀어지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욕심이 남은 진정이었다.

그와 같은 길을 가고싶은 강한 설렘임에 밤을 새우며 망상으로 보낸적이 수일이었다.

 

수중에 지닌 돈으로 그를 유혹해보기도했고 거짓으로 위장해보기도 했다.

그의 메마른 웃음과 성마른 대답.

 

'후후, 행복하지 않을거야. 날 미워하게 될테니까 말이야.'

 

정적이 흐르고 거친 바람이 비명을 질렀다.

추림의 얼굴을 가만히 쓸어본 린다는 작은 웃음을 소리없이 지어보였다.

 

소리없이 자리에서 일어난 린다가 조용히 방문을 열었다.

한동안 멈춘듯 서있던 린다의 입에서 작은 소리가 흘러나왔다.

 

"미안해...그리고 고마워. 안녕."

 

이윽고 린다가 방문을 소리없이 닫아 버렸다.

 

눈을 뜬 추림의 얼굴은 온통 공허와 허망함이 가득했다.

진작에 잠에서 깨어 있었다. 느끼고 있었다. 린다가 떠날것을. 하지만 어떤 말도 방법도 말할

수가 없었다.

 

그녀가 자신에게 느끼는 감정.

감당할수가 없다. 아니 받아들일수가 없다. 짐승처럼 본능에 이끌리듯 그녀를 탐한 자신이 부

끄러워서도 그녀를 바라볼수가 없었다. 그러면서도 멈추지 않았던 행위.

 

알고싶지도 무엇인지도, 온통 혼란스러움뿐이었다.

 

"우리 서로 미안한가봐. 고마운것도 같잖아? 쿡쿡."

 

떠났다. 다시 한 사람이 떠나고 말았다.

애초부터 알고 있던 일이지만 더러운 기분이 들었다. 만나고 헤어지고... 회자정리?

만나는 순간은 저들이 만들어놓고 이별을향해 등을 떠민다.

 

"뭐, 늘 그랬잖아? 앞으로도 그럴거고 말이지 쿡쿡쿡."

 

1993년 10월 13일 수요일. 가을이 깊어가는 어느날 밤, 또하나의 사연이 지고 사라져가고 있

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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