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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하늘』 - 이승훈(1942~ ) - 여기 머물라 머물라고 하지만 저 흐린 하늘 다가와 가슴에 이마 부비며 말하지만 나 같은 귀머거리가 무얼 압니까? 난 흐린 하늘 한번 보고 낯 선 골목 지나 오늘도 떠납니다. 모두가 종이 위의 글씨라고 저 흐린 하늘 다가와 다시 말하지 만 나 같은 중생이 기러기 말을 어찌 알리요? '흐린 하늘'
앞서가는 시인으로 알려진 이 시인이 한동안 천착해 있던 해체시적 분위기가 최근에 와서는 불교나 선시(禪詩)적인 영향으로 전환된 기미를 보이고 있다. '흐린 하늘'은 아마도 현세의 편안함 같은 뜻을 지니고 있는 것일까. 세상살이를 잘 모르는 (귀머거리고 글씨도 못 읽는) 나는 오늘도 세상의 평안을 외면하고 떠날 뿐이라는. - 마종기<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