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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에서 치한과 마주하다

열씨미살자 |2006.10.08 21:37
조회 785 |추천 0

일요일 낮.

남친과 데이트를 하기 위해 시내로 가는 좌석버스를 탔지요.

날씨는 따뜻했고 좌석버스에 사람은 별로 없었고

전 뒷자리 창가에 앉았습니다.

 

저는 버스나 지하철에만 탔다 하면 자동으로 수면모드로 들어갈 수 있죠.

그날은 등도 따스하고 해서 절로 꾸벅꾸벅 졸고 있었죠.

 

문득 자다가 누가 옆에 앉는 기척이 느껴지더군요.

얼핏 남자같은데 잠바를 무릎 위에 얹고 앉더군요.

 

별 신경 안쓰고 다시 꾸벅꾸벅

5분쯤 지났나...제가 치마를 입고 있었는데 허벅지 옆에 먼가 닿는 겁니다.

사실 닿는다라는 느낌보다는

그냥 옷자락 끝이 닿는 기분이라 해야하나요.

전 아..옆에 남자의 잠바가 닿는건가 했죠.

그렇게 10분이 지나갔습니다.

(사실 잔다고 별 신경도 못썼죠)

 

근데 가만 있으니 남자가 이상하게 가까이 앉아 있는 것 같고

숨소리도 조금 거친것 같고

무엇보다 다시 자세히 살피니 한 손은 잠바 위에

다른 손은 잠바 아래에 있더라고요.

 

전 설마 했습니다.

왜냐면 허벅지에 닿는 느낌이 참...느낌이라 할수도 없는게

옷자락 끝이 살짝 닿는 기분이어서

설마 이 남자가 성추행을 하는 건가....하는 생각이 긴가민가했죠.

괜히 말했다 오해를 사는게 아닐까. 내가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는게 아닌가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옷자락이 닿은걸 착각하는거 아닌가

싶어서 얌전히 있었지요. (나름대로 성질을 죽인거죠.)

 

그래서 좁은 좌석 안에서 옆으로 조금 움직였는데

그 순간 그 남자의 잠바 아래 손이 움찔 하면서 재빨리 뒤로 빠지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남자 내가 낌새를 눈치챘다고 느꼈는지 바로 자리를 뜨려고 하더군요.

 

저, 조용히 그 남자의 어깨를 잡았습니다.

어깨를 돌려 바로 그 자식 멱살을 잡았죠.

"개**야! 내가 누군지 알어? 너 내려. 나하고 같이 경찰서 가자!"

 

버스 안에 사람들이 술렁거리더군요.

그 자식 너무도 비굴하게 바로 잘못했다고 빌더군요.

한 대 쳐줄까 하다가 참았습니다.

 

제가 한때 태권도를 배워서

적어도 어딜 때리면 사람이 아프다란건 알고 있었는데

뺨을 때릴까 명치를 때릴까 손을 비틀까 하다가

생각해보니

이 자식이 한 성추행이란게 사실 성추행이라 할 수도 없는

지극히 소극적인 행동이었습니다.

 

버스 멈추고 경찰서 가서 조사 받는다 해도

사실 별로 할말이 없었죠.

허벅지를 만진것도 아니고

그 자식은 잠바 속에 한손을 숨겨서 손가락 끝으로 갖다대고 있는 거였던거죠.

인생이 불쌍하다 싶어 멱살 잡고 등떠밀었죠.

"개**야 꺼져라."

 

그 자식 주춤주춤 앞자리로 가더군요. 근데 안내리는겁니다.

그래서 버스 기사님한테 저 개** 내리게 해라고, 치한이라고 외쳤죠.

사실 버스는 도로가에 있었습니다.

기사님 치한이란 소리 듣고 바로 문 여시더군요.

그 자식 꽁무니 빼고 내리더군요.

 

 

 

....여자로 살면서 사실 누구나 한번씩은 치한을 만나봤을 거에요.

(저도 이번이 처음입니다. -_-;;)

근데 대부분 여성들이 당황스럽고 겁에 질려 아무것도 못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달려오는 차 앞에서 아무것도 못하고 멍하니 있는 것과 같다 해야 하나요.

공공장소에서 치한을 만나게 되면 크게 소리치고 욕해주세요.

보통 그런 넘들 소심하고 비굴한 녀석 많습니다.

강하게 나가면 바로 꼬리 내리죠.

새삼.. 사회에서 여자로 살아가려면 별별 일을 겪는 다는 것을 깨닫는 하루였습니다.

여러분도 조심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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