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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를 안아달라는 친구

지요 |2006.10.18 13:08
조회 2,821 |추천 0

전 평범한 회사에 다니는 평범한 직장인입니다..

평범한 남자친구와 평범한 일상.. 제게는 그 평온함이 행복한 나날이었습니다..

남자친구가 바빠서 혼자 있어야 할땐 게임방에서 4~5시간 게임을 하다 집에 오곤 하는데여..

그 게임을 하면서 알게된 동갑내기 친구가 있습니다..

같은 지역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래도 한시간쯤 투자하면 올 수 있는 도시에 살더군여..

같은 여자고 동갑이고 해서 이런 저런 얘기도 하고 전화도 하면서 꽤 친해졌습니다..

전 원래 속내를 잘 안비치는 성격이라 내 앞에서 자기 얘기 힘든 얘기 잘 털어놓는 걔를 보면서..

부럽기도 하고 내가 편해서 그런가보다 싶어 웃음도 나고 그랬었죠..

물론 친구의 힘든 얘기가 웃겼다는 건 아니구여..

아직 얼굴 한번 본적 없는 제게 술에 취해 힘들다고 위로해달라고 하는 전화받았을 땐..

누군가에게 힘이 되어줄 수 있다니.. 그런 뜻으로 웃음이 났었습니다..

그 친구가 전화로만 얘기하다 어느날 별안간 그 친구가 내가 사는 동네로 놀러왔습니다.

반갑더군여..

힘들어서 많이 아팠는지 피부도 까칠한게 맘도 아팠구여..

둘이서 맥주한잔하면서 이런 저런 세상 사는 얘기를 하다가..

친구가 술 더 하고 싶다 그래서 새벽 6시까지 술상대를 해줬습니다..

그런데 전... 술을 입에도 안댄답니다.. 아버지가 워낙 대주가라서 취한 모습을 많이 보고 자라서 인지

술은 죄악이라는 이미지가 깊숙히 박혀있어서 그런건지...

직장에서 회식할때도 한 잔정도는 받지만 그 외에는 냄새조차 몸서리 치는 사람이죠..

친구들 만나서 술자리에 가게되면 취해서 웃고 떠드는게 재밌어서 같이 어울리기는 해도

절대 술은 안먹습니다.. 그런 나를 오래봐왔기 때문에 사람들도 별말 안하구여..

알고는 지냈어도 처음만나는 친구..

저녁 8시부터 그 다음날 새벽 6시까지... 계속 술...

제게 있어서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죠..

그 다음날 출근해야 하는데 한시간도 못자고 싫어라하는 술과 함께 장장 8시간을...

뭐.. 그래도 남자친구가 바람펴서 힘들어 죽겠다는 친구를 두고

내일 출근해야 하니 집에 가서 그만 자자..라고 어찌 그럽니까..

이런 날이 자주 있는 것도 아닐테고 내일 아침이면 집으로 돌아갈텐데.. 하는 생각에..

남자친구 넋두리도 잘 안받아주는 내가 그 친구 넋두리를 8시간동안 잠을  쫓아가며 받아주었죠..

참..술이란.. 사람을 용기나게 하긴 하나봐여...

그래도 얌전하던 그 아가씨가 술이 진탕 취하니깐 욕을 하더군여..

전.. 사람들이 아주 잘 쓰는...졸라...이런거나 지랄... 이런 말... 이런것도 아주 싫어하거든여..

들어서 안좋은 말은 다 싫어하는데.. 내 친구가...

염...병... 뭐 어쩌구... 뭐뭐뭐 년... 어쩌구 저쩌구... 구구절절 욕을 해대더군여..

뭐..화나면 그럴 수도 있지.. 술먹으면 그럴 수도 있지...

기분이 나쁘긴 했지만 그 친구 사정상 극도로 화가 나서 극도로 힘들어서 그러나보다..

이해했습니다...

그래도 새벽 6시까지.. 버티는 건 너무 힘들더군여... 6시쯤 집에 와서 이불 펴고 자려는데..

그 친구가 아침에 일어나서 오렌지쥬스가 먹고 싶을꺼라고 하더군여..

사다줬죠.. 뭐 그정도야 애교 아니겠어여..?

6시 반쯤... 진짜 한숨이라도 자려고 이불 돌돌 말아 누웠는데..

그친구가 그러더군여...

팔베개 해달라고...

안아달라고...

자기를 안고 자라고...

헉....!!!

이건 아니지 않나여??

제가 술먹고 눈맞아서 남자를 집에 들인 것도 아니고

걔도 나도 엄연히 여자입니다..

제가 아무리 성격이 터프하기로서니 누가봐도 여자입니다..

제 남자친구는 제가 터프한 척 강한 척 하는거 다 가소롭다고 할 지경이구여..

전 제가 여자이고 한순간도 남자이길 바란적도 없거든여????

안고 자라뇨!!

이건 아니지 않나여!!

보채더군여.. 안아달라고.. 속옷만 입은 모습으로.. 어쩌라는 겁니까...

그 친구.. 애인있습니다... 동거까지 했다가 직장을 옮기는 바람에 현재 따로 살고 있지만...

남자가 궁해서..친구한테 안아달라고 하나여...

저 완전 놀래서 출근준비해야할 아침 8시까지 집에 못들어갔습니다..

무서워서여..

그리고... 그친구와 두번 다시 연락 안했습니다..

문자나 전화가 와도 무시했구여...

친구인데.. 그래도 친구인데.. 제가 너무한걸까여...?

그래도 전...걔가 너무 무섭습니다....ㅜ_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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