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 오늘 연습은 여기까지!"
"수고하셨습니다~!"
최감독님의 저 말을 기다렸다는 듯이 단원들은 큰소리로 인사를 한후, 탈의실로 향했다.
"잠깐! 다시 모여봐."
최감독은 뿔뿔히 흩어지고 있는 단원들을 다시 불러모았다. 평소 이런 일은 거의 없었기 때문
에 단원들은 의아한 표정으로 최감독 앞에 모여 앉았다.
그래서 나 이슬비는 지금 속상하다. 친절한 명숙씨의 가방에 있을 초코파이가 울고있기 때문이
었다.
"슬비야. 집에 초코파이 있길래 몇개 가져왔는데 먹을래? 다른 애들은 살찐다고 안먹거든.
너도 혹시 관리하느라 그런거 안먹니?"
나도 드디어 대사연습에 들어갔지만 연습시간의 절반 이상은 복식호흡과 스트레칭으로 채워
졌기때문에 연습 도중 허기진 배를 붙잡고 잠시 휴식을 취하고있던 나에게 아름다운 목소리로
속삭이던 명숙씨.
오직 초코파이만을 그리워 하며 기나긴 연습시간을 견뎌냈건만 왜 다시 모이라고 하는 것이
냐 이말이다. 최감독님. 점점 당신이 당신에 대한 나의 애정을 사라지게 만들고 있다는 중요
한 사실을 아시오? 후에 내 미친 실장놈의 손아귀에서 구해주려 했건만 다시 한번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할것 같소ㅠㅠ
"여기 서현주 모르는 사람 혹시 있나?"
뜬금없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최고의 뮤지컬 배우. 서현주씨에 대해 묻는 최감독님.
최감독의 얼굴만 뚫어지게 보고있던 단원들은 자신들이 서현주씨를 모를리가 없다는 것을 알면
서도 묻고 있는 최감독을 보며 쑤군거렸다.
"서현주가 내 후배라는 거 모르는 사람도 없겠지?"
오~ 서현주씨가 최감독의 후배라니.. 놀라운 사실이었다. 연극이나 뮤지컬이 대중화되기 전부터
서현주씨는 어느정도 유명세를 타고 있을 정도였고, 지금은 모든 배우의 우상같은 존재였다.
그런 사람이 최감독님의 후배였단 말인가?
그렇다. 충분히 놀랄만한 사실이었다. 하지만 나에게 지금 더 놀라운 사실은 단지 저 두마디를 하
느라 최감독은 3분정도의 시간을 잡아먹었다는 사실이다.
3분의 시간이면 이미 초코파이 다 먹고 응아로 배출될수도 있는 시간이다 이말이다!!
나를 제외한 다른 단원들은 서현주씨가 최감독의 후배라는 것을 알고있는 듯했다.
모두들 최감독이 다음 말을 어서 뱉어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현주가 이번에 미국의 연기스쿨로 강의를 간다는구나. 수업은 1년과정이고 모든 과정을 이수한
학생들중 우수한 아이들 몇을 뽑아 2차 오디션을 본다는구나. 그 오디션에 합격하는 사람은 브로
드웨이의 무대에 서게 되는거지."
단원들은 최감독이 전하는 소식에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와는 거리가 먼 얘기였으므로
나는 단지 초코파이가 그리울 뿐이었다. 내 귓가에 초코파이의 울음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
초코파이야. 울지마.. 울면 안돼.. 울면.. 울면... 산타할아버지가 선물을 안주신단다...-_-;;
"한국에서도 15명을 뽑아 수업을 들을수 있는 기회를 주기로 했어. 현주가 우리 극단에서도 한명
추천해달라고 하는데, 너희들은 누가 좋을거 같니?"
"어차피 지수가 가는거 아니예요?"
당연하듯 지수언니를 지목하는 단원들의 말투에는 엄청난 질투가 담겨있었다.
"유지수. 가볼래?"
누구나 이런 기회가 생긴다면 기뻐서 하늘을 펄펄 날아올라 하나님과 인사하고 내려올텐데 지수
언니의 표정은 전혀 기뻐하는 표정이 아니었다. 눈까지 굴려가며 생각에 잠겨있는 지수언니.
"아니요. 전 그냥 여기서 하나 하나 천천히 배우는게 좋을것 같아요."
또다시 단원들은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쟤 뭐니? 잘난척 하기는, 재수없어 등등 바로 옆에 앉아
있는 지수언니에게 대놓고 무안을 주고있었다.
"조용! 유지수. 이게 너같은 아마추어들에게는 인생을 바꿔놓을수도 있는 황금같은 기회라는 것
은 알고있겠지?"
"네. 잘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알았다. 나도 연기에 대해 욕심도 없고 열정도 없는 사람을 보내고 싶지는 않다.
자. 추천들 해봐."
최감독은 단원들을 둘러보며 지수언니가 아닌 다른 사람을 추천하라 했지만 서로 눈치만 보느
라 누구 하나 대답하지 않았다.
"전 슬비 추천합니다."
오로지 숨소리만이 울리던 조용한 연습실. 갑자기 손을 번쩍 들어 올리는 친절한 명숙씨. 그리
고 나 이슬비를 추천한다는 명숙씨-_-;;
명숙씨의 한마디에 다른 단원들의 차가운 시선이 나에게로 쏟아졌다.
"왜지?"
"이미 저희는 어느정도 자기 스스로의 연기 스타일을 가지고 있는 상태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슬비는 아직 깨끗한 백지 같은 상태입니다. 이미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백지에 덧칠
하는 것보다는 백지에 새로운 그림을 그리는 편이 더 좋은 효과를 가져오지 않을까 싶어서
슬비를 추천했습니다. 호흡도 많이 좋아졌고 대사에 대한 분석력도 괜찮은거 같아요."
"이슬비. 어떻게 생각하나? 할수 있겠나?"
"네? 네... 음.... 그러니까요, 저는 말이죠...."
무시무시한 눈들이 나를 지켜보는 가운데, 나는 더듬더듬 거리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래. 일단은 오늘은 여기까지 하도록하고 각자 잘 생각해 보도록 해. 슬비도 마찬가지고.
놀러 가는거 아니야. 거기서의 연습은 지금 연습량의 몇백배는 될거고 포기하고 싶을만큼
힘들거야. 좋은 기회니만큼 쉽게 판단하지 마."
"언니."
"어? 슬비 아직 안갔어?"
"네."
이번주 청소당번인 지수언니는 내가 옷을 다 갈아입고 초코파이를 3개나 먹은 후에야 탈의실로
들어왔다. 나는 사물함에서 옷을 꺼내고 있는 지수언니 옆에서 쭈삣쭈삣 거리며 서있었다.
"무슨 일있니?"
"지수언니. 왜 안간다고 했어요?"
"왜인지.. 모르겠니?"
"실장님 때문에요?"
"수민 오빠때문에 연기를 시작하긴 했지만 지금은 나도 연기가 좋고, 배우가 되길 잘했다고 생각
해. 하지만 1년이라는 시간동안 수민 오빠랑 떨어져있을 자신은 없거든. 아무리 수민 오빠가 날
밀쳐내도... 그래도 난 수민 오빠 옆이 좋아."
"네.."
"왜? 가기 싫어? 이거 정말 좋은 기회야. 거기에서 1년동안 배우는게 아마 여기서 10년 배우는거
랑 맞먹을껄? 나도 슬비 니가 갔으면 했는데. 처음 회의실에서 니 연기 봤을때 참 괜찮았거든."
"하지만... 전 아직 배울것도 많고... 또 복식호흡도 연습중이고..."
"가기... 싫으니?"
"잘 모르겠어요. 좋은건지, 싫은건지... 그냥 기분이 그래요."
"그래.."
지수언니는 가만히 나를 쳐다보았다. 내 얼굴에 꼿혀있는 시선은 쉽게 돌려지지 않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나는 괜시리 지수언니의 시선이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왜요? 제 얼굴에 뭐 묻었어요?"
"응."
"어? 정말요?"
나는 다급히 탈으실 벽에 붙어있는 거울앞으로 달려갔다. 그랬다. 지수언니를 기다리며 꾸역
꾸역 입안에 집어넣었던 초코파이의 잔해들이 내 입술 양쪽에서 나에게 손짓하고 있었다-_-;
"훗, 잘 생각해봐. 물론 나도 안가겠다 한 사람이지만. 니가 정 안내키면 어쩔수 없는 거겠지만
이런 기회 흔치 않으니까.."
나는 내 입에 붙어있는 초코파이의 잔해들과 이별하며 지수언니의 얘기를 듣고 있었다.
헉! 소리가 날만큼 좋은 기회라는 것은 나도 알고있다. 하지만 지수언니 말처럼 1년이라는 시
간이었다. 1년.. 1년이라... 아마 우리 이영자 여사는 20년간 곱게 키워온 효녀 이슬비가 보고싶
어 하루 하루를 눈물로 보낼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 아빠는 새 수영복을 사야 할
지도 모른다. 그리고 내 친구 지우! 내 친구 지우는 미래에 대한 계획도 없고 자신의 일을 남의
도움으로만 해결하려하는 얍삽한 성격을 가졌다. 그리고 아마 나 이슬비가 지우를 관리해주지
않는다면 매일 매일을 술에 쩔어 이 남자, 저 남자 한테 찝적대고 다닐 것이다. 그렇게 되면 대
한민국의 모든 남자들은 늘 불안감에 잠도 자지못하여 지독한 불면증에 시달릴 것이다.
그리고 20년 이웃사촌 서지원. 지원이놈은 자신의 가식 덕분에 내가 매맞는 딸이 되어가는 것을
인생의 낙으로 알고 살아온 놈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는 낙이 없어진 지원이놈은 결국 시름 시름
앓게 될수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리고..? 에이~! 모르겠다 이말이다.
머리가 복잡해진 나 이슬비가 지금 제일 아쉬운것? 초코파이의 잔해들을 입안에 버리지 못한것
이 나는 슬프다. 지수언니가 보고있었기 때문에 차마 잔해들을 먹지 못하고 버려야만 했기 때문
이다. 초코파이 잔해들아. 탈의실 바닥이 많이 추울텐데... 이번 겨울에는 탈의실에 보일러라도
하나 놔달라고 내 실장놈을 꼬득여 볼테니 조금만 더 견디렴~ ㅠ0ㅠ
"오늘 해가 서쪽에서 떴나?"
"...."
"어이. 맹순이. 오늘 왜그렇게 조용해?"
"...."
"맹순이 철들었나봐? 조용하니까 얼마나 좋아. 안그래?"
"아우! 사람 귀찮게 왜 자꾸 말시켜요?!!"
"뭐?"
"귀찮아 죽겠네. 정말!! 말좀 시키지 마요! 알았어요?"
극단을 나와 실장놈의 똥차를 타고 나니 나는 더 우울해졌다. 비록 이름있는 똥개보다도 못
한 이름없는 실장놈의 똥차이지만 나름대로 쿠션은 좋았는데. 미국으로 가게 되는 일이 발
생한다면 똥차와도 이별이구나..
우울함에 빠진 나는 창밖만 하염없이 바라보며 똥차에게는 어떤 마지막 인삿말을 남겨야하
는지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었다. 하지만 말많은 수다쟁이 미친 실장놈 때문에 당체 내가 생각
이라는 것을 할수가 없다 이말이다! 나 이슬비는 수다쟁이 실장놈이 없는 세상에 살고싶다ㅠㅠ
"또 까분다."
"네~ 저 또 까붑니다~!"
끼이익!!
갑자기 똥차를 세우는 미친 실장놈. 이놈아! 안그래도 우리 똥차 굴러가기도 힘들텐데 이런식
으로 자꾸 급정거를 하면 우리 똥차 얼마나 힘이 들겠냐 이거다! 똥차 보호 캠패인이라도 시작
해야 되는거 아닌지 모르겠다.
"너 이미 나한테 한대 맞을거 있는걸로 아는데, 지금 맞자."
"내가 왜 실장놈.. 아니-_-; 실장님한테 맞을게 있어요?"
"생각안나? 너 달리기 아~ 주 잘하더라?"
달리기? 그렇다-_-; 강남에 있는 극장 앞에서 실장놈에게 바보 멍청이와 함께 강력한 마지막 한
방! 메롱까지 날렸던 아련한 기억이 떠올랐다. 그래. 옛말에도 있지 않은가? 똥이 무서워서 피하
냐? 더러워서 피하지. 나는 지금 실장놈이 무서워서 꼬리를 내리는게 아니다 이말이다.
비록 옅은 향수냄새가 솔솔 풍기기는 하지만 난 충분히 실장놈이 더럽다고 본다 이거다.
그러므로 나는 미친 실장놈이 더럽기 때문에 이쯤에서 꼬리를 내려주는 것이다 이말씀!
"아이~ 실장님도 참~! 모르셨군요. 제가 어릴때 운동회에서 메달좀 휩쓸었거든요! 호호호!"
"이제 좀 이슬비 같네. 무슨일 있냐?"
"오늘도 역시 실장님을 만나야 하는 고난 외에 제가 뭐 별일 있겠어요?"
"주먹으로는 안되겠다. 이리와. 밟아줄께-_-;"
"-_-;;"
한참을 더 달리던 실장놈의 똥차는 금딱지 텐트의 안식처 503호가 있는 오피스텔 앞이 아닌
어느 길가에 세워졌다.
"내리자."
"여긴 또 어디예요?"
"보상 해달라며?"
헉! 보상? 이미 염소똥 다이아가 박힌 반지는 받았으니 이번엔 옷과 악세사리를 받을 차례가
아닌가? 그렇다면 지금 우리는 명품샾을 향해 가는 것인가? 헉!! 명품!! 꿈에 그리던 그 명품!!
그래, 나는 어쩌면 1년동안이나 미국이라는 곳에 가야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렇게 된다면 나는 미국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여야 하는 막대한 임무를 지니게 되는 것이다.
생각을 해보라 이거다. 우리 엄마가 평소에 시장바닥에서 사주는 5천원 짜리 옷을 가지고 미
국으로 간다면 그 옷을 입을 나를 보며 미국인들은 한국 사람들은 가난하다 라는 말도 안되는
인식을 갖게 될수도 있다 이말이다. 애국자 이슬비가 용납할수 없는 일이다 이말씀!
그래. 죽도록 명품이 갖고 싶어서 실장놈을 따라가는게 아닌 것이다. 나는 애국자이기 때문에
미국 땅에서도 기죽지 않고 위대한 대한민국을 널리 알리기 위해! 실장놈을 따라가는 것이다.
우울함에 인상을 쓰고 있던 내 얼굴에는 이미 웃음이 베실 베실 튀어나오고 있었다.
"그래요. 보상! 보상 받을건 받아야죠. 레츠꼬~!"
이제 곧 명품 옷을 입을 이슬비이기에 나는 앞서가는 실장놈의 뒤에서 한껏 폼을 잡으며 도도
하게 걸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실장놈이 들어가는 곳은 명품샾이 아닌 레스토랑이었다.
"어? 요즘은 레스토랑에서도 명품 팔아요?"
"무슨 명품?"
"아니예요-_-"
이런 젠장-_-;; 나는 속은 것이다. 그렇다. 나는 완벽하게 속은 것이다!
나 이슬비! 맹세하건데 사기꾼 실장놈에게 5처넌짜리 옷을 입힌후 아프리카로 날려버리리라!!
실장놈은 밖이 훤이 보이는 창가 테이블로 씩씩대고 있는 나를 끌고 갔다.
앞에 놓인 테이블과 창밖의 풍경이 내 눈에 들어오면서 내 콧속에서 태풍을 일으키던 콧바람의
강도는 서서히 약해지고 있었다.
그렇다. 이곳은 내가 가본 최고의 레스토랑. 5500원짜리 돈가스를 팔던 그 레스토랑과는 차원이
틀린 것이다. 동그란 테이블은 새하얀 천으로 덮혀 있었고, 테이블의 중간 지점에는 길쭉한 유리
화병안에 백합 한송이가 꽂혀 있었다.
그 테이블 양쪽에는 두개의 의자가 있었고, 참기름을 바른건지 들기름을 바른건지 창밖의 햇살
을 받으며 번들거리고 있었다.
이 자리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창밖의 풍경이었다. 훤히 보이는 한강을 따라 유람선이 한가로이
흘러가고 있는 모습! 나 이슬비가 지금 궁금한 것? 저기 유람선 안에 있는 사람들은 염소똥 다이
아 반지를 끼고 있는 나 이슬비가 보일까?-0-
"입 닫아라. 턱빠지겠다."
"-_-;;"
언제 입이 헤~ 벌어진 것인지는 알수없으나 내 입은 내 주먹도 쏙 들어갈 정도로 벌어져 있었다.
나는 오른 손으로 내 턱을 툭쳤고 자연히 내 입을 턱! 닫혔다. 그런 내 모습을 보며 어이없다는 웃
음을 터트리며 자리에 앉는 실장놈. 도대체 저놈은 드라마도 안보냐 이말이다.
드라마에서 보면 남자 주인공은 아름다운 여자 주인공을 위해 정성껏 의자를 빼내 앉혀주지 않냐
이말이다. 물론 실장놈은 미쳤기에 주인공이 될 자격이 없지만 나 이슬비는 충분히 아름답기 때문
에 주인공이 아니냐 이거다.
나는 의자를 빼달라는 강력한 텔레파시를 보내 보았으나 이놈이 누구던가. 싸가지 집단의 주세력
인 미친 실장놈 아니던가! 할수없이 나는 내 스스로 의자를 빼내 자리에 앉았다.
"왠일이예요? 이런델 다오고?"
"나도 분위기 있는 남자거든."
저기 지나가는 유람선이 방귀끼고 도망갈 소리를 하고 있는 미친 실장놈. 역시 우리 엄마 이영자
여사가 늘 외치던 그 말! 지랄도 병이다. 이 말은 옳은 말이었다.
이영자 여사! 그대의 정의는 정확했소-0- 내 어머니인 것이 나 이슬비는 자랑스럽소!
잠시 후 우리 앞에는 메뉴판이 놓였다. 메뉴판을 보고 있는 나 이슬비는 분노에 치를 떨어야만 했
다. 여기는 한국이다. 대한민국이다 이거다! 오~ 필승 코리아!! 코리아다 이말이다!
메뉴판에는 내가 알아볼수 없는 꼬부랑 글씨들로 가득했다. 내가 알아볼수 있는 것은 오직 가격이
적힌 숫자 뿐이었다. 헉! 도대체 이게 얼마야! 동그라미가 몇개냐 이거다!!
아무래도 미친 실장놈이 나몰래 금딱지 텐트를 팔아넘긴게 분명하다. 구경 한번 시켜주고 팔아먹
으면 엉덩이에 여드름이라도 나냐?!!! 흥!!!
나는 알아볼수 없는, 하지만 싸가지 집단의 언어로 추정되는 꼬부랑 글씨를 실장놈은 알아보는 듯
했고, 꼬부랑 글씨만큼이나 혀를 꼬불 꼬불 굴려가며 내 몫까지 주문하는 실장놈.
아쉽다. 실장놈에게 미리 나는 곱배기로 시켜달라고 말해 놓을 것을...ㅠㅠ
주문을 마친 실장놈은 테이블에 턱을 괴고 백합을 자기 앞으로 당겨 향기를 맡았다.
분명 실장놈이 여자로 태어났으면 공주병의 대표주자 였으리라-_-;;
"너 이런데 와본적 있냐?"
"당연하죠!!"
미친 공주병 실장놈이 지금 날 무시하는 거냐 이거다! 물론 내가 갔던 레스토랑과 이곳은 메뉴판에
적힌 가격의 0의 갯수 차이는 많이 나지만 나는 분명 5500원짜리 돈가스를 먹어본 이슬비다 이말씀!
"그래? 난 처음 와보는건데."
"왜요? 부잣집 아들이라던데."
"누가 그래?"
"악의 세력 오른팔이요."
"그게 누군데?-_-"
"서지원이요-_-"
"-_-;;"
"무슨 날이예요?"
"아니."
"그럼 무슨 바람이 불었길래 이런데 온거예요? 드디어 정신이 돌아온거예요?
그래서 아~ 내가 슬비한테 몹쓸짓을 많이 했구나. 반성이라도 한거예요?"
"여기서 밟힐래?"
"아니요-_-;;"
"지수가 날 좋아하고 있다는 걸 처음 알았던게 고등학생 때였어. 그 마음 단념 시키려고
그후로 지금까지 나 여자 참 많이도 만났었다. 아무 여자나 다 만났으니까.
술집에서 술따르는 여자라고 해도 상관없었고, 몸파는 여자라고 해도 상관없었어.
유부녀라해도 상관없었고. 물론 유부녀는 만난적 없지만.."
유부녀는 만난적이 없다고 말하는 실장놈을 보며 나 이슬비가 생각하는것?
네놈은 꼬부랑 할머니라도 만날 놈이다!! 감히 누구 앞에서 거짓말을!!
"니가 그랬지? 다른 커플은 뭐하고 뭐하고... 너한테 그렇게 해주기 싫어서 안해준게 아니야.
해본적이 없어서 어떻게 하는지 몰랐던거지.
도와줘서 고맙다. 이슬비. 날 도와주는 사람이 너라서 다행인것 같다.
적어도 심심하지는 않으니까. 지수가 마음 돌릴때까지 조금만 더 참아줘."
어라? 요놈 오늘 귀엽게 나오네? 실장놈은 자기가 한말에 스스로 어색해하며 헛기침을 했다.
"풉....."
나는 결국 웃음을 터트렸고 실장놈은 민망한지 눈을 쫙 찢어 나를 째려보았다.-_-;
미친 모습의 실장놈, 변태같은 실장놈, 싸가지 집단의 최고봉 실장놈, 가끔은 약한 눈물 보이
는 부실한 실장놈... 하지만 오늘의 실장놈은 수줍은 소년 같았다.
실장놈의 모습에 한참을 웃던 나는 순간 웃음을 멈췄다.
내가 미국으로 가게 된다면 난 더이상 유지수 단념시키기의 여주인공 역활을 할수 없게되는
것이다. 여주인공 역활이 아닌 이슬비는 실장놈에게 있어 다른 단원들처럼 해바라기 극단 소
속의 배우일 뿐이겠지?
지수언니가 당장 내일이라도 마음을 돌려 더이상 실장놈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발표라도 한
다면 내 역활은 내일로서 끝이 나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더이상의 새로운 모습의 실장놈을 발견하는 재미도 끝나게 된다.
물론 실장놈에게 어떤 새로운 모습이 있던지 그런것은 나와 전혀 관계가 없는 일이다.
단지 나는 아직 실장놈에게 충분한 보상을 받지 못했기에 아쉬운 것이다 이거다.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 실장놈을 보며 나는 다짐했다. 아쉬운 기분이 생기지 않게 내일 당장!
명품 옷과 악세사리를 내놓으라고 명령해야겠다!!
받을 것도 못받고 끝나버린다면 그 억울함은 죽어서 하늘로 올라가지도 못하고 귀신이 되어
이승을 떠돌게 만들것이다 이말씀!!
미친 실장놈아! 금딱지 텐트를 팔아 얼마를 챙긴것이냐! 그래, 어쩌면 실장놈의 집에 비밀장부
가 숨겨져 있을지도 모른다.
내 필히 비밀장부를 손에 넣어 금딱지 텐트의 절반값을 받아내고야 말리라~! 이슬비 화이팅~!!
안녕하세요. Cute_zLol입니다.
오늘도 역시 부족하기만한 24편을 들고 왔습니다. 이게 뭐야~ 하고 돌을 던지지만 말아주세요-_ㅠ
글솜씨도 없는 주제에! 이것저것 손대놔서; 예전에 제 글을 읽으시던 분 중에서...
민들레연가 라는 글에 대해 물으셨는데요... 일단 스타 먼저 완결해놓고 민들레 시작할게요
또 올릴꺼니?-_- 이러시면... 이러셔도... 흑..ㅠㅠ 올릴거예요-_-;;
어쨌든; 잊지 않고 기억해 주시는 분들에게 감사합니다.
그리고 부족한 글 읽어주시고 감사한 리플 남겨주시고, 추천받을 만한 글이 아닐텐데도 추천까지
눌러주시는 분들에게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그럼... 내일 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