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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연가 - 아홉번째 이야기』

Cute_zLol |2006.11.21 10:56
조회 878 |추천 0

재하와 정민의 옆을 지나는 몇몇 사람들과 악수와 함께 인사를 나누는 재하.

그런 재하 옆에서 어색하기만한 정민이었다. 이런 곳에 와보는 것도 처음일 뿐더러 처음

입었을때 보다는 넉넉했으나 그래도 가슴 부분을 조이는 드레스에 신경을 쓰지 않을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자꾸만 드레스를 만지작거리며 난감한 표정으로 서있는 정민에게 재

하는 장난을 걸어왔다.

 

"오, 아가씨. 몸매 죽이는데?"

"너 진짜!"

"그렇게 신경쓰여?"

"아니야. 그냥.. 어색해서.."

"서정민. 예쁘기만 하니까 걱정하지마. 니가 최고로 예쁘다고."

"틈만 나면 놀려."

 

재하는 눈을 흘기는 정민에게 정신을 빼앗겨 하마트면 자신이 앉을 테이블도 지나칠뻔

했다. 먼저 도착한 재하의 부모님이 재하를 부르지 않았더라면 재하는 아마 정민과 함께

그 끝이 어디든 상관치 않고 계속해서 걸어나갔을 것이다.

 

"일찍 오셨네요?"

"우리도 조금 전에 왔어. 그나저나.. 누구니?"

"누구긴요. 오늘 제 파트너죠. 예쁘죠?"

"그래, 예쁘구나. 안녕하세요? 재하 애미되는 사람이예요. 여기는 재하 아빠고요."

"처음 뵙겠습니다. 서정민이라고 합니다."

"허허. 재하 이녀석. 어디서 이렇게 예쁜 파트너를 모셔온게냐?"

"아버지도 참. 아버지 아들 이정도 능력은 된다고요. 하하하"

 

J.S라는 큰 그룹의 회장이라면 굉장히 엄하고 위엄이 있을 것이라 예상했던 정민은 생각

과는 다르게 이웃집 아저씨같은 편한 웃음의 정회장을 보며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

온갖 장신구들로 치장한 사치스러운 회장님의 부인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오히려 이

리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온 정민이 부끄러울 정도로 수수하고 검소한 옷차림의 재하의

어머니. 정민은 아들의 파트너로 온 정민을 찬찬히 뜯어보는 재하의 부모님의 시선이 기

분나쁘기는 커녕 부드럽고 온화하기 까지해서 편안함을 느낄 정도였다.

 

"어이구. 최사장, 언제 오셨소."

"민회장님. 더 젊어지셨습니다. 비결좀 가르쳐 주십시오."

"허허허. 이사람. 그래, 박회장은 만나봤소?"

"아직이요. 민회장님께 먼저 인사드리는게 순서 아니겠습니까."

"저쪽에 계시구만. 자, 갑시다. 재하야. 따라오너라."

"예, 회장님. 정민아, 잠깐만 여기 있어. 금방 올께."

"응.."

 

방금까지 부모님에게 재롱을 부리는 아이같던 재하가 공적인 만남을 위해 아버지에게 회

장님이라는 호칭을 사용하며 깍듯해 지는 모습을 보니 재법 J.S의 이사님티가 나는듯 했다.

저만치 가고있는 재하의 뒷모습을 보니 왠지 모를 뿌듯함을 느끼는 정민이었다.

 

"정민씨라고 했나요?"

"네?.. 네.."

"그래요. 만나서 반가워요."

 

정민과 재하의 어머니. 두사람만 남은 테이블. 재하의 어머니가 먼저 정민에게 말을 붙였다.

 

"말씀 놓으세요."

"그래도.. 될까?"

"그럼요. 재하 어머니신데.."

"그래, 그럼."

 

그렇게 아름답다 할 얼굴은 아니었으나 깊숙히 뿜어나오는 부드러움, 그 속에 거부할수 없

는 강인한 모습의 재하 어머니가 정민은 부러웠다.

엄마를 원망하며 살아온 것은 아니었으나 정민의 엄마도 조금만 더 강했었더라면...

아버지의 죽음에 모든것을 잃은듯 나약해지지 않았었더라면... 정민은 조금이나마 여유로

울수 있었을까...

 

"난 정민이가 마음에 드는데, 정민이는 어때?"

"네?"

"우리가 마음에 들어?"

"무슨 그런 말씀을..."

"나만 정민이가 마음에 들면 뭐하겠어. 정민이도 나나 재하 아빠가 마음에 들어야지. 안그래?

 그래야 서로 채워주면서 맞쳐가지."

 

그렇다할 소개를 한것도 아니었건만 며느리감이라도 소개 받은듯 앞서가는 재하 어머니의

말에 정민은 어색한 미소밖에 지을수 없었다.

재하 어머니의 따뜻한 눈빛이 싫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후에 재하가 단순한 친구일 뿐이라

설명하리라 생각하며 정민은 이 자리에 있는 동만 만큼은 재하 어머니의 기대에 따르기로

했다.

 

"민들레 같은 여자라더니.. 그 말이 딱 맞는것 같네."

"네?"

"재하가 정민이를 민들레 같은 여자라고 했었거든. 흔한듯 하지만 특별한...

 내 눈에도 이렇게나 특별한데 재하 눈에는 오죽할까."

 

정민은 정민의 등을 어루만지는 재하 어머니의 온기를 느끼며 오랫만에 행복한 웃음을 지을

수 있었다.

 

 

 

 

 

 

 

 

 

 

 

'왜 저 여자가 민이사와 함께 온거지? 민이사 파트너가 저 여자라는 거야?'

 

윤미는 양미간을 찌뿌린채 이해되지 않는 상황에 어리둥절 하고 있었다. 화려한 드레스

와 메이크업때문에 처음엔 설마했지만 분명 그 여자가 확실했다.

서정민. 정태형이 사랑하는 여자. 설레이는 표정으로 민이사의 손을 잡고 발표회장으로

들어서는 서정민을 본 윤미는 선뜻 그들에게 다가설수 없었다.

이번 신상품이 히트를 쳐준다면 유정그룹은 자동차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계획이었다.

수호그룹의 신상품과 거의 흡사하나 많은 인력과 자금을 투자했기 때문에 성능이나 디자인

면에서 단연 유정과 J.S의 신상품이 뛰어나다고 볼수있었다.

물론 J.S에서는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지만 출시후에 문제가 생길 경우까지 완벽하게 준비

해놓은 상태였기 때문에 걱정할 문제는 없었다.

본격적으로 자동차 사업을 시작하게 되면 J.S와 유정은 뗄수 없는 관계가 된다.

유정그룹의 박영호 회장과 J.S의 민종만 회장이 자리를 떠나면 정태형과 민재하가 뒤를 잇

게 되는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렇게 되면 유정의 안주인인 윤미는 J.S의 안주인이 될 민재하

의 부인과 특별한 친분 관계를 맺어야만 했다. 

행여 서정민이 민재하와 결혼을 하게 된다면 윤미에게는 큰 문제거리가 될것이었다.

 

'가까워질수 없는 사이라면, 뭉개야지. 내가 우위에 서야해. 훗, 재밌게 돌아가는데?'

 

 

 

 

 

 

 

 

 

 

 

화장실에서 손을 씻고 있는 정민은 불안한 마음을 어찌할수가 없었다.

아까부터 느껴지던 힘겨운 시선 하나. 애써 외면하려해도 그래지지가 않는 시선하나.

태형의 시선 때문이었다. 태형이가 지켜보는 가운데 재하의 어머니와 마주앉아 있는것이

불편해 화장실로 피해온 것이었다.

 

'왜 태형이가 여기 있는거지? 수호 쪽이라면 같은 시기에 출시되는 신상품이 달가울리 없

 을텐데...'

 

태형이 유정으로 간것을 알리가 없는 정민은 발표회에 태형이 참석한 것이 이해가 되지 않

았다. 그리고 이런 차림으로 태형과 마주치는 것도 마을에 걸리는 정민이었다.

정민이까지 자리를 비워 홀로 계실 재하 어머니가 걱정이 되는 정민은 마음을 굳게 잡고

화장실을 나섰다. 하지만 정민은 화장실 입구에 선채 다시 들어갈수도 나올수도 없게 되어

버렸다.

몇걸음 앞에 태형이 서있었기 때문이었다. 태형도 정민과 마찬가지로 정민이 여기에 있는

이유가 궁금한듯 보였다.

안절부절 못하는 정민을 보며 태형은 알수없는 감정에 빠져들었다. 보고싶었던 사람을 만

난 반가움인지, 전에 본적없는 아름다운 모습으로 다른 남자의 손을 잡고 들어오던 정민에

대한 노여움인지 알길이 없었다.

사실 태형에게 그것이 어떤 감정인지 그다지 중요치 않았다. 단지 눈앞에 있는 정민이를 확

인하고 싶었다. 정말 정민인지.. 정말 정민이라면 만나선 안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있

지만 지나가는 인사라도 건내보고 싶었다. 그렇게라도 정민의 목소리가 듣고싶었다.

태형은 정민이가 서 있는 곳으로 한발자국.. 한발자국 천천히 내딛었다. 드디어 정민과 태형

은 마주섰고 태형은 태형의 시선을 피하고 있는 정민의 모습일지라도 놓치고 싶지않아 정민

에게 향해있는 시선을 묶어두고 있었다.

태형의 머릿속이나 정민의 머릿속이나 복잡한 것은 매한가지였다. 이렇게 마주선 이상 무슨

말이라도 해야할텐데 도무지 무슨 말로 시작을 해야하는 것인지 정답이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두 사람의 이런 고민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차마 말한마디 건내지 못한 둘 사이에 불

청객이 끼어 들었다.

 

"어머. 이게 누구예요? 서정민씨 맞죠?"

"아...네..."

"저 기억나시죠? 수호 그룹 앞에서 몇번 봤잖아요, 우리."

"네.. 기억해요."

"두사람... 오랫만에 만났을텐데. 제가 방해됐나요?"

"아.. 아니예요.. 두분.. 결혼... 축하드려요.."

"어머. 알고 계셨구나. 고마워요. 서정민씨한테 축하받을줄은 상상도 못했는데.. 호호호."

 

태형은 정민이와의 잠깐 동안의 시간도 허락치 않는 윤미를 죽일듯이 노려봤다.

하지만 윤미는 태형의 그 시선이 더더욱 즐거웠다. 태형이, 태형의 사랑이 고통스러울

수록 윤미는 왠지모를 희열을 느꼈다.

 

"서정민씨가 여긴 왠일이시죠?"

"아... 그게..."

"정민아. 여기 있었네. 어? 정부장님. 안녕하십니까. 아! 이젠 정사장님이시죠? 하하하.

 축하드립니다. 윤미씨도 오랫만인데요?"

"네. 안녕하십니까."

"여기 모여서 뭐하세요? 서로 아는 사이예요?"

"민이사님. 모르셨어요? 우리 잘 아는 사인데."

"그래요? 정민아. 정사장님하고 윤미씨랑 아는 사이였어?"

"어..."

"민이사님. 그런데 서정민씨하고는 어떤 관계세요?"

"정민이하고 저요? 글쎄요. 어떤 관계 같아보이나요?"

"음... 애인?"

"하하하. 그렇게 보입니까?"

"네. 아주 잘 어울려요. 태형씨보다 민이사님이 더 잘어울리시는것 같네."

"네? 그게 무슨..."

 

얼굴에 열이 올라 차마 고개를 들수 없는 정민은 속이 타들어가는 것만 같았다.

재하에게 이런 모습까지는 보이고 싶지 않았다. 아무리 친구 사이라고 해도 가리고 싶

은 부분은 있는 것이다. 박윤미가 어떤 말을 꺼낼지 전혀 예상할수도, 예상하고 싶지도

않은 정민은 연기처럼 사라지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정민과는 달리 박윤미를 너무나도 잘 알고있는 태형은 오히려 윤미가 고마웠다.

정민이와 민이사의 관계. 누구보다 궁금한 사람이 태형이었기 때문이다.

태형과 만나오면서 정민에게 민재하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정민에게 태형이

말고 다른 남자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태형은 도대체 정민이와 민재하 이사. 두 사람의 관계가 미칠만큼 궁금했다.

 

"정말 모르셨나보다. 제가 말실수 한건가요? 어떻하지?"

 

윤미는 신나죽겠다는 얼굴로 죄송하다는 말을 하고 있었다.

 

"얼마전까지 태형씨랑 서정민씨. 연인이었잖아요. 정말 모르셨던 거예요?"

"예? 연인... 이요?"

 

재하는 윤미에 말에 당황했다. 연인이라니... 하지만 곧 머리속에 떠오르는 것이 있었

다. 정민이가 했던 말.. 재하와 우연히 다시 만났던 그날, 이별하고 오늘 길이었다고..

그 이별했다는 남자가 정태형이란 말인가? 하지만 이상한 것이 있었다. 정태형과 박윤

미의 결혼 소식은 재하가 정민이를 다시 만났던 날 이전에 들은 얘기이기 때문이다.

 

"뭐.. 아시겠지만, 태형이랑 제가 열열히 사랑해서 결혼하는 사이는 아니잖아요,

 갑작스럽게 결혼이 진행되면서 태형씨에게 오래된 연인이 있다는 사실도 알게됐죠.

 물론 민이사님과는 비교도 안되겠지만 우리 태형씨도 꽤 괜찮은 남자잖아요?"

 

윤미는 역겹다 못해 가증스럽기까지 한 웃음을 터트렸다. 하지만 웃고 있는 사람은

윤미 단 한사람이었다. 태형이나 정민과 마찬가지로 경직되어 있는 재하였지만 윤미

의 말을 자르고 싶지는 않았다. 유쾌하지는 않다하더라도 듣고싶은 이야기였다.

 

"이 괜찮은 남자가 연인하나 없다는 것은 말이 안되죠. 천천히 정리하라고 했죠.

 태형씨가 무러터져서 사람 상처받는 말을 잘 못해요. 그래서 얼마전에 정리한 모양

 이더라고요. 아무리 그래도 저와의 결혼때문에 사랑하던 연인이 이별하게 된것이기

 에 서정민씨한테 미안한 마음이 컸는데... 이제보니 미안해 할 필요가 없는것 같네요. 

 그새 민이사님 애인이 되있으니 말이예요. 정민씨에게 어떤 매력이 있길래 괜찮은 남

 자들을 다 잡았을까? 혹시... 정민씨 양다리였어요? 호호호호."

"박윤미!"

 

윤미의 말에 태형은 소리를 버럭 질러버렸다. 하지만 윤미는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정민은 이미 귀까지 빨개져 있었다. 정민에게 있어서 윤미의 말은 자존심이나 기분의

문제가 아니었다. 창피해서 견딜수가 없었다. 아무것도 모르던 재하까지 있는 자리에

서 지난 일을 모조리 꺼내는 윤미. 게다가 윤미의 말에 따르면 태형은 윤미와의 결혼

이 한창 진행되고 있을때에도 정민에게 사랑을 말했었다는 것이다.

사랑을 고하는 태형의 품에 안기는 정민이 태형은 얼마나 우스웠을까..

예정된 이별을 예상도 못하고 거짓 사랑에 빠져있었던 정민이 재하가 보기에 얼마나

어리석을까... 견딜수 없는 정민은 몸을 틀어 회장 밖으로 뛰어나갔다.

도저히 이 자리에 계속해서 서 있을 자신이 없었다. 금방이라도 무너져 버릴것만 같아

서 도망치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인듯 싶었다.

 

"정민아!"

 

뒤에서 재하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으나 정민은 멈추지 않았다. 바보같은 사랑에 눈물

까지 보이는 자신의 모습을 들키고 싶지는 않았다.

 

"미쳤어? 뭐하는 짓이야."

"내가 뭐?"

"그렇게까지 얘기할 필요는 없었잖아."

"내가 틀린 말한거 있니?"

"박윤미."

"왜? 얼마나 진한 사이였는지 까지는 말하지 않아서 섭섭하니?"

"너란 인간.. 정말 최하야."

"아무리 최하라해도 쓰레기인 너보단 나아. 자. 어서 준비해. 사장인 정태형씨도 한말

 씀 하셔야 잖아? 큭큭큭."

 

감히 정민에게 이런 모욕을 준 윤미의 뺨이라도 한 대 휘갈기고 싶었다.  

정민을 따라가는 재하를 밀치고 달려나가 정민을 안아주고 싶었다. 그리고 정민의 손

을 잡은채 이 모든 것을 버리고 살고 싶었다. 하지만 태형의 발은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할수 없었다.

 

"따라가고 싶니? 할수있으면 해봐. 한가지만 알아둬. 니가 가면.. 그동안 너의 아버지가

 공들여 준비해온 모든 쑈는 끝나. 큭큭큭.."

 

유정그룹의 사장이라는 자리, 그리고 회장이라는 자리. 태형에게는 욕심나지 않는 관

심밖의 일이었으나 태형이 정민이를 선택하는 순간, 태형의 부모님은 모든 것을 잃게

되는 것이다. 유정그룹과 수호그룹의 합동 공격으로 무너질대로 무너져버릴 부모님인

것이다. 그리고 정민이 역시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 어디로 도망치던, 어디에 숨어있던

태형과 정민을 찾아내 망가트릴 것이다. 부모님을 위해서.. 그리고 정민이를 위해서라

는.. 가슴에 검을 꼿는듯한 아픈 변명을 새기며 태형은 회장안으로 들어섰다.

 

 

 

 

 

 

 

 

 

 

"서정민. 정민아."

 

정민은 계속해서 따라오는 재하가 원망스러웠다. 불편한 옷차림, 굽높은 구두때문에

정민과 재하 사이의 거리는 좁아지고 있었고, 결국 재하의 손에 잡혀버린 정민이었다.

흥건히 젖어있는 정민의 얼굴에 재하는 가슴에 메이는것만 같았다.

길 한복판에 서서 재하는 가슴안에 여리디 여린 정민을 가두었다.

 

"이거놔. 제발... 재하야. 나 혼자 있게 해줘.."

"아니, 이제 너 혼자 있게 안해."

"재하야... 나... 나 힘들어.. 서있는 것도 힘들어.. 제발 놔줘.."

"이제 나한테 기대. 이제부터 민재하한테 기대라고."

"재하야... 나 지금 너무 창피해. 창피해서 죽을것 같다고.."

"서정민. 이제 내가 지켜줄께. 힘들지 않게 내가 지켜줄께."

"장난할 기분 아니.. 흡..."

 

정민의 입술위로 재하의 입술이 포개졌다. 숨막힐 정도로 정민을 꽉 안고 있는 재하

의 품에서 정민은 재하의 입술을 거부할 수가 없었다. 부드러운 재하의 입술이 지금

정민에게는 고통이었다. 사랑에 속았던 바보같은 여자라 할지라도 쉬운 여자는 아닐

진데 자신을 동정하는 것인지 입을 맞추는 재하가 미워지는 순간이었다.

겨우 재하의 품에서 빠져나와 재하의 입에서 해방된 정민은 재하를 노려보며 손등으

로 입슬을 닦았다.

 

"뭐하는 거야. 내가 불쌍하니? 우습니? 함부로 대해도 된다고 생각했니?"

"이 바보야. 아직도 몰라?"

"장난하지마. 이런 장난... 재미없어. 재미없다고. 민재하."

"사랑해.. 사랑한다고."

"뭐? 사랑? 하... 사랑한다고 했니? 왜?"

"왜 내 마음 눈치못채니.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늘 외치고 있었는데."

"하... 왜? 결혼할 여자가 있는지도 모르고 그저 사랑한다니까 좋아서 헤헤거렸다니

 까 너도 사랑한다는 말로 나 이용하고 싶니? 그리고 너도 결혼할 여자가 생기면 그

 때가서 청첩장 하나 내밀고 헤어지자 하면 되겠구나 싶니? 그래?"

 

정민의 독기어린 두 눈에서 하염없는 눈물이 흘러내렸다.

정민의 아픔이 고스란히 재하에게 전해지는듯 했다. 그렇게 어이없는 아픈 이별을

했을지 상상도 못한 재하였다. 그 아픔이 얼마나 깊은지 가늠할수조차 없었다.

 

"정민아.."

"우습게 보지마. 사랑에 속는건 한번 뿐이야. 같은 실수 두번 반복하지 않아."

"서정민."

"정말 우습지 않니? 아무리 원망스러워도... 그래도 7년동안의 사랑은 진심이었는

 지 알았어. 어떻게... 어떻게 의심할수가 있었겠어..

 그 여자와 차곡 차곡 결혼준비를 하고있었으면서 내 앞에서 사랑을 말했어. 사랑

 한다고... 지켜준다고... 지켜준다고..."

 

정민은 더이상 말을 이을수가 없었다. 두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한참을 울던 정민은

그 자리에 무너지듯 주저앉았다.

 

"내가... 내가 지켜줄께.. 두번 다시 아프지 않게 해줄께... 두번 다시 너... 울지 않

 게 해줄께... 서정민..."

 

 

 

 

 

 

 

 

 

 

 

재하의 차는 지금 정민의 모습처럼 초라한 정민의 집 앞에 도착했다. 눈물은 멈췄으

나 두 눈 가득 담긴 상처는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재하의 차가 멈추자 정민은 얼른 차

문을 열고 내리려 했다. 하지만 그런 정민의 손을 잡아 버리는 재하였다.

 

"놔."

"내가 언제부터 널 좋아했는지 혹시 아니?"

"장난 그만해."

"8살때... 그때부터 였어."

"그만해."

"아침마다 재하야 안녕.. 하면서 웃는 니가 너무 예뻐서.. 일부러 니 옆자리 지나갔었

 어. 니 옆을 지나가야 니가 인사 해줄테니까... 가끔 니가 지각이라도 하는 날에는 가

 방메고 숨어있다가 니가 자리에 앉으면 그제서야 등교한척하곤 했어.

"8살때의 철없는 풋사랑때문에 사랑한다고 한거니? 속아주려고 해도 너무 유치해서

 속아줄수가 없다."

"나 여자 안만나는 놈으로 유명해. 게이 아니냐는 소문까지 나돌 정도로..

 물론 니 말처럼 8살때의 철없는 풋사랑 때문만은 아니야. 이상하게 여자만 보면 8살의

 서정민이 아른거려서... 저 여자보다 정민이 눈이 더 예쁜데... 저 여자보다 정민이 손

 이 더 예쁜데... 그렇게 하나 하나 비교가 되더라."

"하... 영화찍니? 소설써? 어떤 여자가 그런 말에 넘어가겠니?"

"얼마전 까지는 8살의 서정민이 내 모든 것이었는데 지금은... 지금의 서정민이... 지금

 그대로의 서정민이 내 모든것이 되버렸어.

 살아가면서 슬픈 일, 마음 아픈 일.. 수없이 많을 거야. 삶이 주는 짐까지 내가 전부 짊

 어져 주지는 못해도, 사랑으로 인해 상처받게는 하지 않을거야.

 정말 멋지게 프로포즈 하고싶었는데... 이런 초라한 고백이라도... 받아줄래? 서정민.."

"바래다 줘서 고마워. 갈께."

 

재하의 말은 하나의 거짓도 담겨있지 않았다. 그 진심이 정민에게도 그대로 느껴졌다.

그것이 더욱 두려운 정민은 재하의 고백에 아무런 대답도 해줄수가 없었다.

너무나도 진지한 재하의 눈빛에 정민의 마음이 흔들릴까봐 더이상 재하옆에 앉아있을

수도 없었다. 그런 정민은 재하의 눈빛을 외면한채 다급히 차에서 내려 파란색 페인트

가 거의 벗겨져 녹이 슬은 철창같은 대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재하는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물었다. 어쩌자고 덜컥 마음을 내보인 것인가..

가슴에 상처 치료하기도 바쁜 정민일텐데 어쩌자고 재하의 마음까지 부담으로 얹어준

것인가... 타들어가는 담배처럼 재하의 속도 타들어가고 있었다.

발표회장으로 다시 가기엔 늦은 시간이었고 정태형과 박윤미를 다시 마주할 자신도 없

는 재하는 한강에서 바람이라도 쐴 생각으로 천천히 시동을 걸었다.

 

덜컹!

 

"이 자식아! 거기 안서?"

 

재하의 차가 채 10미터도 가지 못했을 때였다. 닫혔던 정민의 집 대문이 요란하게 열리

며 작은 체구의 남자가 뛰쳐 나왔고 정민이 그 뒤를 따라와서 쫒아가는 모습이 재하의

눈에 들어왔다. 정민은 신고 나온 운동화를 앞서 가는 남자에게 던지며 소리를 질러댔

다. 재하는 급히 차에서 내려 정민에게 달려갔다.

정신없이 달리는 정민을 잡아 세우고 앞뒤 사정 물을 틈도 없이 저만큼 앞서가는 작은

체구의 남자를 향해 달렸다.

 

 

 

 

 

 

 

후후~;; 안녕하세요.Cute_zLol입니다~ 무지하게 글이 늦어졌군요;;

바쁘다고... 한다면 핑계로 들리시겠지요?ㅠㅠ

그래도... 오늘도 역시 좋은 글들이 잔뜩~ 올라와 있군요~

뭐.. 늘 부족하기만한 제글이;; 좀 늦어져도... 워낙~ 재밌고 좋은 글들이 많아

별...문제는;; 없었을것이라.. 믿...ㅠㅠ

여튼 늘 부족한 글 읽어주시고, 감사한 리플로 응원해 주시며, 추천받을 만한 글이 아님에도

추천해주시는 분들에게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늘 똑같은 말만하네!! 요러실지도 모르지만... 수백번 수천번 해도 감사한 마음을 대신할

길이 없어요~ ㅎㅎ

그럼.. 저는 이만... 모두 좋은 하루 되세용~~ 아잉!!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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