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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이 사라지다.6편

운비 |2006.11.27 01:12
조회 166 |추천 0

수정합니다. 화영은 포항이 아니라 부산으로 이사왔습니다. 급수정합니다. 죄송...^^

 

병우가 그랬다. 그런 병우에게 감사하다. 어릴적 기억을 하나하나 찾아줘서 그런 행복한 과거를 만나게 해줘서...

마음날 우리는 섬으로 들어갔다. 제주도에서 또 다시 작은 섬이 있는 우도로 들어갔다. 하얀 백사장이 있는 곳이다. 아마 아는 사람은 다알겠지만 하얀 모래가 있는 바다라고 할 수 있다. 산호초가 부서져서 만들어진 그림에서나 볼 수 있는 곳이다. 제주도에 오면 이곳에 꼭 오고 싶었다. 마지막 코스로 이곳을 정했다. 왜 마지막으로 이곳을 정했는지 알수는 없지만 그냥 마음가는대로 정했다.

“배는 처음이야.”

우도로 가기위해서는 이렇게 배를 타고 가야한다. 30분후면 도착한다. 렌트카를 배에 실었다. 처음에는 버스를 타고 갈까도 생각했지만 그럼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것 같아서 자동차를 이용하기로 했다.

“그 동안 뭐했어. 여행도 많이 안가보고 말이야.”

“그렇게... 그냥 이곳 저곳 많이 보고 그럴걸.. 후회되네.. 집으로 돌아가면 취업도 해야해. 이번에는 꼭 합격 통지서 받고 싶다. 꼭 일하고 싶습니다. 히히”

“학교 다닐때 공부 못했지. 얼굴도 안착해, 몸매도 그저그래. 머리도 안착하면 어떻게 이 험한 세상을 살아갈려고 그래. 심히 걱정스럽다.”

“웃기시네. 니 걱정이나 해.”

“나는 걱정도 안해. 얼굴도 착해. 몸매도 예뻐. 거기다가 머리는 얼마나 착한지 몰라.”

“잘난 척은... 아참 그러고보니 니 무지 괴롭혔던.. 윗 동네에 살던.. 아니 윗집에 살던.. 빌라 말이야. 이름이 뭐더라.”

“성호”

"그래 맞다 성호. 기억하네. 너랑 나이가 비슷했지. 같았나. 아무튼 그애. 지금 군대 가 있은데, 내 동생 화진이와 같이 군대 갔거든. 군대 갔는데 고참들한테 엄청 시달리고 있데... 이유가 눈치가 없어서 하는짓마다 꼴통짓만 한다는거야. 진짜 웃기지.”

“화진이 군대 갔어.”

“응, 다음달에 제대야. 제대하면 다시 복학해야지. 그 자식은 머리가 좋아서 서울대에 갔어. 물리학과. 아빠 닮아서 그래.”

“아빠가 박사였어. 늘 앞치마에.. 집안 청소만 하셨는데...집에만 계신걸로 알고 있는데...”

“아빠, 박사셔. 엄마 돌아가시고, 서울 생활 모두 접고, 부산까지 오신거야. 아빠는 서울이 싫대. 엄마 생각나는 그 곳이 끔찍하게 싫대. 너무 싫어서 다 잊고 싶대. 아빠가 제일 좋아하는 연구실도 보기 싫을 만큼 싫대. 연구도 싫고, 엄마와 살던 곳도 싫고, 엄마와 함께 했던 서울도 싫으신가봐.”

“사랑하고 있나봐. 지금도 사랑하고 계신가봐.”

“글세... 난 사랑이 뭔지 잘 모르지만... 아빠가 엄마를 사랑하신걸보면 안하고 싶어. 너무 오래 시간동안 아파하셨어. 엄마의 제삿날만 되면 아빠는 일주일전부터 아파하고 계셔. 작업실에서 나오지 않을만큼 말이야.”

“사랑했던 기억이 너무 강해서 그래. 사랑은 웃음도 주고, 눈물도 주고, 추억도 주고, 증오도 주고...사람이 느끼는 모든 걸 다 줘. 넌 어떤 사랑을하고 싶어.”

“난.. 난... 행복한 사랑. 늘 날 웃게 해주는 사랑을 하고 싶어.”

“욕심도 많다. 그럼 너도 상대방에게 그걸 줘야지. 받기만 할거야.”

“당근 나도 줄거야. 하루라도 나 없으면 막 보고 싶어서 미칠 것 같은 사랑을 줄거야. 늘 나보면서 허허 이렇게바보처럼 웃게 만들어 줄거야. 내가 못할 것 같아.”

“엉.. 니 얼굴보면 더 우울한데 어떻게 웃겠냐. 비위가 상당히 좋지 않고서야 힘들것 같은데...”

“이게 너 이 배에서 죽고 싶어 환장했냐.”

“농담이야. 벌써 난 이렇게 웃고 있잖아.”

“누가  너보고 웃으래. 넌 내 사랑이 될 수 없어.”

까칠하게 병우에게 한마디 했지만 나 때문에 웃는 병우의 얼굴이 싫지는 않았다. 이상하게 자꾸 병우를 보게 된다.

아빠는 평생 엄마를 못 잊는다고 하셨다. 어느 날 술에 취해 몸도 제대로 가눌지 못하는 아빠의 모습을 보았다. 내가 중 3이었고, 화진이 중학교를 막 입학 하던날.  눈이 오는 날로 기억한다. 아빠는 눈 오는 날이 싫다고 하셨다. 엄마가 눈을 좋아하셨기 때문이다. 아빠는 나를 보면서 엄마를 많이 닮았다고 하셨다. 엄마 얘기를 하면서 우시는 아빠의 모습을 보았다. 그렇게 슬프게 우는 아빠의 모습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한번도 우리 앞에서 우신적이 없던 아빠가... 우리 앞에서 엄마 얘기를 하면서 우셨다.

“엄마는... 혜선아.. 혜선아.. 보고 싶다. 너무 보고 싶어서 심장이 터질 것 같아. 너를 잊고 싶을만큼... 이렇게 아프게 널 기억하는 내 머리를 부스고 싶다. 너만 찾는 내 눈도 뽑아버리고 싶다. 혜선아.. 보고 싶다. 미치도록 보고 싶다. 온통 널 생각하는 내가 먼지가 되어 사라지고 싶어. 먼지가 되어 이 세상을 떠나고 싶어. 혜선아...”

몇 년이 지나고.. 또 세월이 지나도 아빠는 그렇게 엄마 때문에 아파했다. 그걸 난 이해하지 못했다. 사람들은 세월이 약이라도 했다. 세월이 지나면 다 잊는다고 했다. 그런데 왜... 왜.. 아빠는 엄마 때문에 저렇게 아파할까? 엄마와 어떤 추억이 있었을까? 무엇을 기억하고 있기래 저토록 아파하는지 모르겠다.  지금도 아빠는 종종 엄마의 사진을 보고 우울해 하신다. 우리만 아니라면 따라 죽었을거라는 아빠의 그 무서운 말에 난 아니 화진과 내가 혹시 아빠의 짐은 아닌지 생각하곤 했다. 지금은 아빠를 조금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나도 사랑이라는 걸 해봤다. 대학교때 첫사랑을 해봤다. 하루라도 보지 못하면 죽을 것 같고, 늘 붙어다니면서 또 보고 싶고, 손 잡고 싶고, 키스하고 싶고, 핸드폰이 뜨거워서 터질것 같이 통화도 해보고, 좋은 영화라도 있으면 꼭 봐야했고, 사랑해 사랑해 천번은 더 말해도 듣고 싶은 그런 사랑을 해봤다. 하지만 그런 사랑도 2년을 넘지 못했다. 대학교 3학년 올라가더너 그 해쯤에 다른 여자가 생겼다면 날 버리고 다른 여자한테 가버렸다. 매달리고 매달리면 울었지만 매정하게 갔다. 

한달은 울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한 달을 미친 사람처럼 울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다른 여자와 손 잡고 걷던 그 놈을 본 순간 화가 치밀어 오르면서  그 놈한테 가서 뺨을 한 대 갈기고는 그 다음부터는 괜찮아졌다. 정말 신기하게 내 생활로 돌아왔다. 이젠 그 놈을 과거 속 남자로 생각할 만큼 괜찮았다. 아니 거짓말처럼 세월이 약이 되었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옆에 있는 사람 기분나쁘게.”

“아니야. 잡 생각좀 했어. 벌써 다 왔네. 우리 신나게 놀자.”

내 말처럼 우리는 신나게 놀았다. 어린 아이처럼 물장난을 하면서 시간이 어떻게 가는 줄 모르고 놀았다. 이렇게 신나게 웃었던 적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옛날에 병우와 우리집 마당에서 물장난을 치던 일이 생각났다.  빨간 고무 대야에 물을 가득 받아놓고는 바다라면서 놀던 기억이 있다. 화진이는 물이 무서워서 고무대야에는 들어오지 못하고 밖에서 바보처럼 맴돌기만 했다. 병우와 나는 속옷만 입고 고무대야에 들어가서 물장난을 쳤다.

지금은 진짜 바다에 와서 진짜 바닷물로 물장난을 치면서 놀았다. 그때와 지금은 다르다. 완전히 다르다. 몸 크기도 다르고, 나이도 다르다. 무엇보다 순수하지 못하다. 순수하지 못하지만 그때보다 순수하지 못하지만 서로에 대한 마음을 더 자세히 볼 수 있는 나이는 되었다. 마음의 소리를 좀더 자세히 들을 수 있는 나이는 되었다. 서로에게 과자를 주지 않아도 괜찮을 나이가 되었다. 아무것도 주지 않아도 사랑할 수 있는 나이다. 장난감을 양보했다고 해서 좋아하는 것보다 장난감을 갖고 놀고 있는 모습까지 좋아할 나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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