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당한 블랙 코메디라 생각해서 올립니다(...라는 핑계를 댑니다-_-...)
<1>
첫번째 사고가 난 것은 2001년 12월이었다.
초저녁부터 내린 눈이 한밤중이 되자 제법 쌓여 노면이 미끄러워져 있었다. 집으로
가던 나는 시속 20키로 미만의 서행으로 천천히 운전하고 있었다. 그런데, 집 앞의
1차선 길에서 바퀴가 갑자기 미끄러지며 반대편 차선으로 헛돌았다. 급하게 급브레
이크를 밟았지만 한번 꺾인 바퀴는 원상태로 되지 못하고, 맞은편에서 (역시 서행
을 하면서 슬금슬금 오던) 1톤 화물트럭과 부딪쳤다. 부딪치자 마자 차에서 내려
보니 경차인 내 차는 앞이 많이 먹혀 있었고, 트럭은 범퍼가 슬쩍 벗겨진 정도였는
데, 차에서 내린 운전사는 (화물차 운전사답게 덩치가 상당히 컸다) 웃으면서 면허
증을 교환하자고 하였다. 난 그가 선선히 웃으며 면허증 교환하자고 하길래 역시
웃으면서 미안하다고, 눈길에서 어쩔 수 없었다고 다치신 곳은 없냐고 물어보았다.
(그러나, 묻는 나나 그나 다쳤으리라고 전혀 생각할 수 없던 것이 시속 10키로 미
만의 속도에서 앞차인 내가 미끄러진 것을 보고 그 차 역시 브레이크를 밟으며 부
딪쳤기에 서로 긴장하며 조심하고 있던 터라 다칠 이유가 없었고, 만약 다쳤다고
하면 경차 운전자인 내가 다쳤어야 정상일 것이다) 그러나, 차사고는 다칠 위험성
이 항상 있다는 말을 염두하고 아프시면 병원에 가자고 말을 했는데 그 사람은 괜
찮다고 하며 자기 차를 몰고 집으로 돌아갔다. 나 역시 그런가 보다 하고 사고 신
고 접수하고 눈길에 정말 재수없었구나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갔다.
문제는, 사고 뒤에 일어났다. 트럭 운전사가 (그는 이십대 후반이었다) 나 몰래 병
원에 2주 동안 입원한 뒤에 입원비 빼고 보상금(입원한 동안 일 쉬었고, 대신 직원
을 채용했다는)을 무려 이백만원 이상을 타내간 것이었다!
난 정말 벼락을 맞는 듯한 느낌이었다. 병원에 입원해 있었다니... 그 운전사와 합
의를 보는 2주일 동안 내가 그 사람에게 전화한 곳은 병원이 아닌 그 사람 집이었
고(개인사업을 하는 그 사람은 집이 직장이었다) 그 사람은 집으로 전화할 때마다
아무렇지도 않게 전화를 받았고, 때로는 친구인 듯한 사람이 받아서 잠시 일 나갔
다고 핸드폰으로 하라고 전해 주었고, 핸드폰으로 전화를 받았던 곳도 병원이 아닌
일 나간 현장이었다. 전화를 아침에 하면 잠에서 막 깨어서 집에서 전화를 받고,
때때로 스타 크래프트 하는 소리가 전화로 들리면서 (오락중이었던 듯) 아무렇지도
않게 전화를 받었었던 그가 병원에 2주일을 입원해 있었다니! 그것도 내게는 단 한
번도 말하지 않았다니...
내가 정말 화가 났던 건, 그 사람이 약 1주일 정도 지난 뒤에 나랑 만나서 면허증
을 다시 달라고 했었을 때이다(사고 났을 때 면허증을 서로 바꾸었었다). 그 때도
난 '병원에는 가 보셨습니까? 몸 괜찮으신가요?' 라고 물었는데, 그 사람은 멋쩍게
웃으면서 '그냥 그렇죠. 괜찮아요' 라고 말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면허증이 필
요했던 이유가 입원한 병원에서 면허증을 가지고 오라고 해서였는데, 나한테는 병
원에 입원했다는 말은 한마디도 안 하고, 집에서 할 일 다 하면서 입원한 걸로 해
놓고 보상금을 받아 먹었던 것이다. 혹시 내가 알면 병원에 와서 입원한 사실을 확
인할까봐 아예 말도 안 한 것이었다...
훗날, 보험회사 사람한테 이 말을 듣고 분노해서 그 사람에게 전화를 하였었는데,
그는 되려 나에게 소리를 지르며 '보험회사랑 알아서 하는 거니까 당신은 빠지라'
며 '아프니까 갔지!' 하며 전화를 끊어 버리는 것이었다...
정말... 지금 생각해도 치가 떨리는 순간이다...
<2>
두번째 사고는 4월 4일 저녁 다섯 시 경이었다. 레슨을 받고 집으로 오던 나는 차
선을 변경하기 위해서 1차선으로 끼어들고 있었다. 정지된 상황에서 조금씩 들어가
던 나는 우리 차선에 방해가 될까봐 앞차와 닿을까 말까 하는 생각에 조금씩 차를
움직이고 있는데, 마침 내가 끼어들던 차선의 차들이 앞으로 쭉 빠지길래 끼어들기
를 멈추고 앞차가 빠질 동안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끼어들던 차선의 바로 앞차
가 차들이 쭉 빠지는대도 안 빠지고 가만히 서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왜 그러나
싶어 빵빵 거리는데 앞차의 운전사(64년생 여자)가 내리더니 나보고 나와 보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가보니 앞차와 내 차의 범퍼가 서로 붙어 있었다. 아마, 앞으
로 밀고 나가다가 나도 모르게 닿은 듯 했다. 그래서, 상황이 어떻게 된 것인가 보
려고 차를 조금만 빼 달라고 하는데 그 여자운전자가 차를 안 빼고 다짜고짜 경찰
서에 신고부터 하는 것이었다. 난 기가 막혔다. 일단 상황을 보자고 차를 빼 달라
고 했는데 왜 경찰에 신고하냐고 하니까 나보고 '사고 처리 한 두번 해 보냐, 신고
부터 하는 것이다' 라고 말하였다. 그래서, 보통 이런 경우에 차 상황부터 좀 보고
신고하는 거 아니냐, 만약에 차에 이상이 있으면 내가 당연히 보상해야 하지만 지
금은 내가 닿은지도 모를 정도로 경미하게 닿았으니 한번 상황이나 보게 차 좀 빼
달라고 하니까 그제서야 차를 빼었는데, 빼고 나서 보니 아마 차가 서로 범퍼에 닿
아 있었던 듯 그 차나 내 차나 아무런 흠집이 없었다. 그런데, 그 여자는 사고처리
해야 한다고 경찰을 불렀고, 경찰이 와서 나에게 내린 판정이 '안전거리 미확보'이
고, 나보고 과실이 있다고 여자와 합의를 보라는 것이었다. 물론, 내가 안전거리
미확보의 잘못을 범한 줄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나 역시 이런 사고 자주 겪었고,
이렇게 앞차와 닿았을 때 차의 범퍼에 아무런 기스조차 없으면 그냥그냥 갔던 기억
이 있었기에 그냥 사과하고 가면 안 되냐고 하니까 그 여자는 안된다고, 내 연락처
를 달라고 하고 연락처를 받아서 가 버렸다
그리고, 오늘 오후경 그 여자의 대리인인 보험회사 직원에게 전화가 왔다. 그 사람
은 이 여자가 합의를 원한다고, 합의금으로 범퍼값 30만원을 통장으로 붙이라고 말
을 했다. 정말... 머리가 돌아버릴 정도로 어이없고 화가 났다. 차엔 아무런 흠집
이 없는데! 그건, 그 여자도 확인하고 나도 확인하고 경찰도 확인했는데! 그런데,
그 여자는 범퍼값으로 삼십만원을 보내라고 요구했다. 그래서, 내가 '범퍼값을 달
라고 하면 범퍼값을 주겠다. 그대신 범퍼를 갈고 영수증을 내게 보내라. 그러면 보
내겠다' 라고 대리인에게 말하자, 대리인이 다시 전화한다고 하고선, 다시 전화가
왔는데, 나에게 하는 말이 '그렇게 하려면 해라. 대신, 이 여자분은 입원을 해야
할 거 같다. 입원 하고 그러면 최소 백 만원 이상은 깨지니까 차라리 합의금 삼십
만원으로 끝내라' 라고 말을 하는 것이었다...
입원이라...
물론, 그 여자가 아파서 입원할 수도 있다. 자기가 아프다는데 왜 거짓말 하냐고
말할 수는 없는 것이니까... 그러나, 상식이라는 것이 있다. 내가 부딪힌지도 느끼
지 못할만큼 닿았고, 직접 닿은 차는 범퍼조차 흠집 하나 없고, 뭐, 설사 그렇다
해도 사람이 입은 충격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왜 범퍼값 삼십만원을 주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 입원이 고쳤다는 영수증을 보내 줘야만 범퍼값을 보내겠다고 말하고
나서야 입원하겠다는 말이 나오냐 이것이다... 대리인인 그 보험회사 직원 말은 한
마디로 그거였다. 그 여자는 말이 범퍼값이지 사실은 돈을 원하였던 것이고, 내가
그 돈은 직접 안 주고 범퍼를 갈면, 즉, 영수증을 보여주면 돈을 붙여 주겠다고 하
니까 그 여자 쪽에서는 '그럼 범퍼를 갈고 입원을 할 테니 백만원을 더 붙여야 된
다. 그러니, 범퍼값인 삼십만원으로 끝내자' 라는 말이었던 것이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예를 들어, 택시 운전사는 범퍼의 칠만 벗겨져도 입원해서 보
상금 타 낸다.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 하니까 지금 이 여자분이 하는 것도 당연한
것이다' 라며 나보고 합의금 삼십만원을 주라고 계속 강요하였다...
얼마전엔 한 택시 운전사가 자신이 몰던 차가 옆차에 스친지도 모르고 그냥 갔다가
옆차가 뺑소니로 신고하고 합의금 오백을 달라고 해서 돈이 없어 택시 운전사가 자
살한 사건도 있었는데... 왜 세상이 이런 것이냐...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은 내가 겪은 어이없는 일들을 대부분 공감할 것이다. 그리고,
입장을 바꿔 놓고 우린 타인에게 이런 식으로 행동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
다. 그러나, (믿을 순 없지만) 이런 일이 벌어질 때 위 사람들처럼 돈을 요구하거
나 입원을 하는 사람들이 이 글을 읽는 사람 가운데 분명 있고, 그들은 나같이 기
막혀 하는 사람들을 오히려 비웃고 있다는 사실이다...
세상엔 참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부정적인 사람도 긍정적인 사람도, 공격적인
사람도 포용하는 사람도 있다. 나로선 끊임없이 부정적인 사람들을 설득하려고 노
력한다. 각 게시판에서 볼 수 있는 그들에게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이야기를 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그들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부정적이고 절망적이다. 그리
고 그들은 되려 내게 반문한다. 당신은 뭐 그리 좋기에 긍정을 말하고 희망을 말하
냐고...
그래서 내가 가끔 정치, 경제, 사회에 대해 풍자로 한 마디 하면 그들은 내게 '그
것봐라. 세상은 이렇게 더러운 것이다. 그걸 이제껏 모르고 살았냐. 당신 참 돌아
이다. 세상에 뭘 기대할 게 있냐' 하면서 도리어 날 조롱하고 비웃는다...
그 보험회사 직원은 나보고 합의하라고 종용했다. 그러나, 난 합의할 수 없다고 딱
잘라서 말했다. 그는 나보고 이해할 수 없다고 한다. 합의를 보면 삼십만원에서 끝
날 수 있는 걸 왜 합의하지 않냐고... 그렇지만 난 결국 합의하지 않았다... 왜 합
의하지 않았냐고... 그건 내가 불이익을 겪는 한이 있어도 내가 부당하다고 생각하
는, 잘 못 되었다고 배웠던 모든 것들 앞에서 타협하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이
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지 않아 더 큰 손해가 오더라도, 그래서 세상 사람들이
비웃는다고 해도, 왜 세상 그렇게 어렵게 사냐고 말한다 해도 난 결코 타협할 수
없다. 그 여자가 법의 절차를 밟아 (법을 악용해) 돈을 더 타 낸다 해도 나로선 타
협할 수 없다... 난 절대 그렇게 할 수 없다...
잠깐, 다른 얘기 하나 하도록 하겠다...
머스트라는 사람은 베트남 전쟁 당시 날마다 백악관 앞에 서 있었다. 그의 반전 시
위에 많은 사람들이 동참하기도 했으나 때로는 혼자서 외롭게 서 있었다. 기자가
물었다.
"머스트씨. 당신이 밤에 혼자 촛불을 들고 이곳 백악관 앞에 서 있다고 해서 세상
이 달라지고 이 나라의 정책이 변하리라고 생각하는가?"
"천만에요. 난 이 나라의 정책을 변화시키기 위해 이런 일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나는 다만 이 나라가 나를 변질시키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 이 일을 하고 있는 것
입니다"
우리가 유치원에서 배웠던 올바른 것들을 우린 잊고 살고 있다. 아니, 오히려 비웃
고 살고 있다...
내가 알고 있는 선한 것들을 다른 사람과 나누기 위해 글을 쓰는 나 역시 나중엔
내 자신을 위해 글을 써야 할 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들이 긍정적이고 선하
게 변하길 기대하기보다 내가 아무렇지도 않게 부정적이고 타협하며 세상을 살지
않기 위해서 글을 계속 써야 할 지도...
부시를 욕하는 것보다...
정치인을 욕하는 것보다...
더러운 이 세상을 욕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나부터 성실하고 올바르게 사는 것이다...
바로 나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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