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피묻은..기저귀..

순수남 |2007.02.09 06:30
조회 1,278 |추천 0

아담과 이브가 씨바엄의 뱀한테 속아 넘어가서 사과를 먹지 않았다면

난..

난.. 그렇게 한 여자에게 가슴아픈 상처를 남겨주지 않았을 것이다 



중학생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호기심과 성욕이 폭발하는 시기

이 시절엔 남자와 여자가 같이 붙어 다니는 그것 하나 만으로도 많은 친구들의 놀림감이 되었다

" 누구랑~ 누구는 좋아한데요~ 좋아한데요~ "

유치한 놀림이지만 어린마음엔 얼마나 상처가 컸었던지 


오늘은 학원에 가는날이다

교실엔 책상과 의자가 가지런히 놓여있고

보이지도 않는 경계선을 긋고 우린 당연하다는듯 남자와 여자자리를 엄연히 구분해 앉는다

그런데 오늘은 새로운 놈들이 왔는지 남자자리쪽이 풀로 가득차있다

늦게 도착한 나였기에 자리가 없어 어디로 갈지 방황한다

[두리번 두리번]

혹시나 빈자리가 있나 최선을 다해 찾아 보지만 어리버리 되는 나에게로 한두명씩 시선이 집중되고

그때마다 내 몸의 온도는 1도씩 증가한다

긴장한 나머지 시야가  좁아져 오고 자리찾기는 더욱더 힘들어 진다

사람의 평균 체온은 36.5도씨라고 하지만 지금 내 몸은 100도다

머리에 물얹지면 라면 하나 끓일 수 있다

" 호재야 저 쪽 뒤에 앉아 "

그제서야 선생님이 자리를 하나 만들어 준다

하지만

하지만 그곳은 금단의 구역인 여자들만의 자리가 아닌가

자리가 없었기에 어쩔수 없이 동료들의 시선을 살피며 조심스레 움직였다

다시 수업은 시작되고 늘 해왔던 데로 문제집을 펴놓고 만화책을 꺼내 읽었다 



만화책의 끝은 다가 오는데 수업의 끝은 보이질 않는다

읽었던 책을 다시 한번 더 읽어 보지만 소용없다 

 지루함의 극치

쉴새 없이 뿜어져 나오는 한숨과 하품

점점 무거워지는 눈꺼풀

세상은 점점 흐려져 가고 내 목은 점점 더 타들어 간다 

사막의 모래폭풍 속에서 만난 오아시스 같은

무언가가 나에겐 절실히 필요했다

그 순간 내눈에 들어온건

내 앞에 앉아 열심히 수업을 듣고 있는 여자아이의 가방

생각없이 손을 넣어 뒤졌다

내 손에 잡힌건 연습장 하나

한장 한장 넘겨 본다 

 

XXX야 사랑해!! 우리 결혼하자!! (음 어린나이에 결혼이라니)

너의 수호천사가 되어줄께 (이런) 

이상한 낙서들과 노래가사

이런게 여자들의 세상이란 말인가??

정신상태를 이해할 수 없지만

한편으론 새로운 세계가 너무나도 재밌다

잠시나마 수업의 무기력함에서 벗어 날 수 있어 좋았는데 연습장의 한계도 여기까지인가 보다 



뭐 다른건 없을까?? 


다시 손을 집어 넣는다 손에 잡힌는 또다른 무언가

폭신한 느낌의 정체모를 물건

 

이건??

하나가 아니다 여러개가 만져진다

뭐지?? 뭐지??

하나를 꺼냈다

크래커 과자 봉지 같은 비닐에 쌓여있는데 푹신하다

한번 뜯어봐??

뜯으면 다시 원위치 못시키는데 

여러개 중에 하나 없어지는데 모르겠지 모를꺼야

그래 뜯어보자!!

[퐁~]

이상한 소리와 함께 스폰지 같은 것이 튀어 나온다

요리피고 조리 피고

정말 어렵게 접어 놨군

몇분을 고생해서 겨우 다 폈는데

뭐야?? 기저귀 잖아

이 여자 무슨 기저귀를 이렇게 많이 가지고 다닌담

 

 

 

.. 음..

나도 기저귀를 차본적이 있긴한데

뭘 잘못먹어서 그런지 처음엔 하루종일 물똥만 나오더니

다음날은 방구만 껴도 물똥이 나오더니

그 다음날은 나도 모르게 물똥이 나온다

물똥이 나오던 말던 상관은 없는데 예고 없이 흘러 내리니 환장할 노릇이지

예고 없는 물똥에 젖어가는 팬티들

결국엔 기저귀를 차고 다녔다

 

그렇다면

지금 이여자도 배탈이 났단 소리 아니야??

여성용이라 그런지 사이즈도 아담하고 귀엽게 생겼다

난 아기용 대빵 만한거 차고 다녔는데



내 앞에 앉아 수업에 열중하고 있는 기저귀 주인공의 옆구리를 쿡쿡 찔렀다

" 왜?? "

뒤돌아 보는 여자

" 너 배탈났지?? "

뜬금없는 나의 질문

" 안났어 "

어처구니 없다는듯 다시 수업에 열중하는 그 여자

또다시 옆구리를 찔렀다

" 왜?? "

약간 짜증난 듯

" 너 배탈 났잖아 "

역시나 똑같은 질문

" 안났다니까 "

다시 수업에 열중인 여자

또다시 찌르는 나

" 왜.. 왜?? "

짜증 100%의 여자

" 너 배탈 났잖아 "

" 안났다니까 너 한번만 더 그러면 선생님 한테 이른다 "

" 야!! 그러면 이 기저귀는 뭔데?? 니꺼 잖아 "

갑자기 얼굴이 붉어 지는 여자

기저귀를 낙아 채고는 고개를 숙이고 엎드려 버린다

" 야.. 야.. "

옆구리를 찔러 보지만 대답이 없다

젠장 정말 너무 하는거 아니야?? 배탈나서 기저귀 차고 다닐 수도 있는거지

장난 좀 친거 가지고 소심한 여자 


[아 아 아 아 악!!]

갑자기 심상치 않은 비명 소리가 들려 왔다

뭐지?? 교실이 술렁 거리기 시작하고 선생님이 무슨 소린지 확인하러 나가자

모두들 비명소리가 들렸던 남자 화장실로 향했다

" 피다 피!! 피묻은 기저귀다!! "

[피] 라는 그 한단어가 우리를 흥분하게 만들었고

너나 할것 없이 피를 보기 위해 남자 화장실로 뛰어 들었다

흥분의 도가니

선생님들이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안간힘을 써보지만 잘 되지 않는듯

한참이 지나서야 다시 평화로운 교육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아직도 엎드려 자고 있는 여자 아이의 옆구리를 한번 더 찔렀다

[쿡쿡 쿡쿡]

약간의 꿈틀 거림도 없이 죽은 듯이 쓰러져 있는 여자

혹시 화장실의 피묻은 기저귀도 이여자의 것인가??

혹시 이 여자 많이 아픈것 아니야??

피까지 흘리 정도면

조금 미안함 마음이 든다 아픈줄도 모르고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은데 용기가 나질 않는다

말할까?? 말까?? 고민속에 어느덧 수업은 끝나고 결국엔 말하지 못했다 



미안한 마음에 하루 하루가 지나고 오늘은 또 학원에 가는 날이다

오늘은 꼭 미안하다고 사과 해야지

친구들이 한명씩 한명씩 교실로 들어 오는데 그 여자의 모습은 보이질 않는다

왜 아직도 오지 않는걸까??

수업이 시작 되었는데도 그 여자의 모습은 보이질 않는다 

쉬는시간

" 야 "

누군가가 나를 부른다

" 너 너무 하는거 아니야?? 어떻게 그럴 수 있어?? 변태 사이코 "

변태 사이코??

나에게 이상한 말만을 남긴채 가버린다

따라간다

" 야 내가 왜 변태 사이콘데?? 뭘 잘못했는데?? "

" 그걸 내 입으로 말해야 하냐?? 너 같은 변태 사이코랑은 말하기도 싫어 "

... 도대체 내가 뭘 잘못했길래.. 



어느덧 한달이 지났는데 그 여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그날 이후 학원을 그만 두었다고 하는군

젠장 장난 조금 쳤다고 학원을 그만 두다니 너무 소심한거 아니야??

처음 그 여자에게 가졌던 미안한 마음이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오늘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성교육을 받았다

" 2차 성징 이후에 신체에 많은 변화가 일어 납니다

몸에 털이 나기 시작하고

남자의 경우엔 어깨가 넓어지고 목소리도 굵어지고

몽정이라는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됩니다

그곳에서

오줌이 아닌 요플레가 나오더라도 죽을 병이라고 생각하고 두려워 하지 마세요

불타는 청춘의 정상적인 남자라면 당연한 현상이니까요

여자의 경후엔 가슴이 부풀어 오르고 골반이 넓어 진답니다

그리고 한달에 한번씩 주기적으로 생리라는 것을 하게 되는데

흔히들 마법에 걸린다고 하죠

몸에서 피가 흘러 나오니까 처음 생리를 하는 여성들은 아주 많이 두려워 하죠

하지만 이것은 임신을 할 수 있다는 좋은 증거니까

안심하세요 "



그때 그 여자도 생리라는 것을 하고 있었구나

많이 두려웠던 거구나

어린마음에 얼마나 상처가 컸을까??

미안하다 정말

정말 난 몰랐다고 정말 



오랜 시간이 흘렀다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오는길

아무도 없는 한적한 골목 끝에서 누군가가 걸어온다

그때 그여자

그 여자는 나를 알아보지 못하지만

죄책감이라고 해야 하나??

미안함 때문이라고 해야 하나??

아직까지 그여자를 못잊고 있었나 보다

지금이라도 미안했다고 말해 볼까??

그래 미안하다고 말하자!!

그여자와의 거리가 점점 가까워진다 



그여자가 내 옆을 스쳐 지나갈때

그 순간 나도 모르게 고개가 숙여지고 우리 둘은 다시 점점 멀어진다

결국엔 말하지 못했다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추천수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