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다닥
또 지각하겠구만....
어젯밤 잠을 설쳤더니 정신이 헷가닥 간 모양인다
너무많이 쑤셔넣은 삼겹살 여파 때문인가?
연신 화장실을 들락날락하느라 오늘의 지각은 여차없다!
정신없이 왔다갔다하는 내 옆에 앉아 한가롭게 티비 보는 유빈대
아침드라마에 푹빠져 쳐다도 안본다
덴장....
"오늘 엄마아빠 오시니까 일찍 들어와..."
"안그래도 갈데 없어...."
"하긴..니가 애인이있냐 머가있냐?"
바쁜와중에 내가 저걸 그냥 둬야하는가? 시비를 붙어야 하는가?
그래...난 바쁘다
냅따 놈의 뒤통수를 후려치고 잽싸게 집을 빠져나간다
"현유미~~~~~~~~~~~~~"
쩌렁쩌렁한 놈의 목소리
캬~~~~~~~~쾌감을 느낀다
오늘은 어쩔수 없이...정말 어쩔수 없이 택시를 잡는다
"택시 택시"
새치기 대작전
무턱대고 잽싸게 올라타면서
"마장동이요"
하며 쌩글쌩글 웃는데...
"젊은 여자가 새치기를 하면 어떡합니까? 저뒤에 사람들의 시선이 따갑지도 않습니까?"
헛~ 병구다
"이야... 자주 보네요? 속은 괜찮아요?"
백미러로 힐긋보는 병구...그러나 단호하다
"내려요"
"...네?"
"내리라구요.."
.
.
.
.
새치기는 내 전문이지만 이런 쪽은 정말 처음이다
"저기요...모르는 사이도 아니구...그냥.....그냥...."
"그냥....내려요!"
ㅜㅜ
비굴해진다
내리면 정말 쪽팔릴텐데...
"저..아저씨...따....블.... *^^*"
귀여운척 브이표를 그리며 생긋생긋 웃어보지만...
단호한 병구...
"내려요"
나쁜쉐끼...
어젯밤 내가 악몽을 꿨다했다
아침에 늦게 일어난것도 네놈 때문이고...
꿈속에서 삼겹살 찾던 니놈 불쌍해 한 내 자신이 정말 불쌍해진다
"에잇 더러워서....그까짓 택시운전하면서 어따 시비야? 잘먹고 잘사쇼! 여자한테 바람이나 맞고...젠장"
밖에서 날 야려보는 사람들의 시선 때문일까?
난 해서는 안될말도 다 해버리고 씩씩대며 택시문을 닫았다
그리고....
뭐라뭐라 중얼대며 그 택시를 타는 다음 손님...
수치심도 수치심이지만 화가 너무났다
나쁜놈
난 이 아침에...그래도 버스타고 가도 될만한 베짱도 있지만..
혹시나 하는맘에 택시를 타겠다고 한건데..
새치기 했지만.....기사가 너라
잠시동안 미칠듯이 기뻤는데...
젠장....나 왜이러니....으응?
버스정류장으로 가려는데...
여전히 택시는 떠나지 않고 서있고
중얼거리며 탔던 손님은 또다시 중얼거리며 택시에서 내린다
화났구나....
하지만...난.....나도...뭐..
"자존심 센 놈이야...그런 놈이 택시운전하고 있을줄이야..."
유빈대의 말이 생각난다
모르겠다
나도 기분 더러워...
터벅터벅 버스정류장 앞에가 선다
이미 늦은거...
그냥 버스타자
그래, 내 형편엔 버스가 딱이야...그래그래...
서러워서 눈물이 날라 그런다
제에길...운전면허 후딱 따서 차나 한대 사야지...
제에길...제에길...
버스도 안오고
기분도 그렇고
휴....
E 빵!!
커렉션이 시끄럽게 울려댄다
뭐야? 어떤 쉐리가 아침부터........?
병구다...
"야...타~"
어라? 지가 무슨 야타족이야? 택시기사가 하는말이...
"야........타............?"
어째튼 타자
타자마자 열라 빠른 속도로 택시가 출발한다
쫄지말자 기사와 손님사이다
"마장동이요!"
..........
대꾸도 안한다
어째튼 뭐 알겠지..
회수권줬다고 승질내며 우리 회사까지 찾아온 놈이니까
가는 내내 한마디도 없다
지만 승질있냐? 아우씨 ...짱나
그러면서 나 이거 왜탄거니? 응?
늦었으니까...오늘은 늦어서.....그러니까 참는다...
E 끼익....
다와따
오천 칠백원
정확하게 오천원과 버스비하려고 들고 있던 동전 칠백원까지 모두 지불하고 내렸다
"수고하쇼"
하며 문을 닫으려는데
"새치기 하지마요..그거 나쁜거에요...."
.......
그리고 곧 떠나버리는 사람...
도대체 뭐지?
바른생활 사나이구만 아주...
졸지에 날 나쁜년 만들어버리고 있어...
참으로 알수 없는사람...
그런데 나도 모르게 생각하게되는 사람
이유는 모르겠지만...
가슴이 막 아파온다
짐작하건데...
저사람.....많이 동정하나보다...나
그러고 보면 나도 참 감정이 풍부한 여자야
눈물도 많고 남을 생각하는맘도 넓고...
누군지 나랑 결혼할 사람은...
정말 땡잡은거야...아무렴...그렇지....
그렇고 말고....
점점 멀어지는 택시의 뒷모습....아니 병구의 뒷모습을 사라져갈때까지 물끄러미 바라고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