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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꺼꾸로 사랑하기(6)-3장 길수의 꿈...

이정대 |2003.04.19 10:01
조회 106 |추천 0

 

   “너...... 피아노 배웠구나..............응.....들려 아주 선명하게 들려.... 너무 아름다운 선율이야.....”

  “...................”

  길수의 눈에 눈물 한 방울이 연아의 팔에 떨어진다.

  “ 길수야 너 우니?”

  길수는 마음속으로 대답한다. ‘ 응... 너무나 행복해서 ’

  “ 길수야 고맙다. ”

  한동안 말없이 둘을 함께 피아노선율을 느끼면서, 함께 연주하고 있었다.

  길수는 다음엔 꼭 자신이 만든 피아노곡을 연아에게 들려주겠다고 마음을 먹는다. 그리고 다음엔 그 곡을 따라서 함께 춤을 추겠다고 다짐을 한다.


  연아에 마음의 문이 조금씩 길수에게 향하게 되었다. 연아는 길수에게 지난시절에 늘 죄의식을 갖고 있었다. 자신 때문에 길수가 가고 싶어하는 공군사관학교을 들어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동안 길수와 만날 수 없었지만 연아도 늘 길수를 생각하고 있었기에 길수의 학교 이름을 수첩에 적어 다닌 것이다. 이제는 연아도 자신이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인 길수와 함께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는다. 다른 여인처럼 평범하게 한 남자를 사랑하고 그를 위해서 밥을 하고, 청소하고, 그가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을 기다리는 여인이고 싶었다.  이제는 조금씩 죄의식에서 다시 사랑으로 변해감을 느끼고 있었다.

  자신의 마음속에서 하고 싶었던 일을 하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다. 이 세상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하고, 마음속에서 하고 싶은 일이 있지만 사회통념에서 하지 못하게 하는 억눌림속에 사는 우리는 얼마나 자유로운가.. 이성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이성이 인간을 지배하며 우리는 살아왔다. 이성으로 감성을 억눌고, 이성으로 본능을 더럽다, 짐승같다는 말을 하고 있다.... 그것이 진정 참된 인간의 모습인가? 참된 인간, 그것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아무든 인간의 자유로움은 불안과 두려움을 극복하는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유한한 인간을, 불완전한 인간에게로의 극복이 아닌 유한한 인간임을 즐기며, 불완전함을 즐기는데 있는 것은 아닐까......

연아는 자신의 두려움과 불안을 함께 즐기고, 함께 나눌 사람이 길수라는 것을 안다. 그리고 이제는 자신이 그것에서 도망가지 않기로 한다.

  “ 길수야, 나 아직도 사랑해?”

  ‘ 그럼, 언제나.... 내가 널 사랑하는 것은 연아가 내옆에 있기 때문이야’

  “ 그럼 우리 함께 살자, 나 이제 너에게 도망가지 않고 나의 모든 것들을 회피하지 않고 정말 평범한 여자로 살고 싶어 ”

  ‘ 우리 사랑하며 살자.... 흐르는 음악의 선율처럼 아름답게 살자 ’

  “ 길수야 나 잘할 수 있겠지?”

  ‘ 잘 하지 못해되 잘하려고 노력하지마, 그냥 있는 그대로도 연아는 잘하고 있어.’

  길수는 학교 근처에 자그마한 방 하나를 빌려서 연아를 데려오기로 마음을 먹는다. 비록 작은 방이지만 그것에는 희망이라는 단어가 있는 방이라 보인다. 연아가 퇴원을 하고서 길수는 작은방에 연아의 물건을 하나씩 들려 놓고 새로운 삶에 대한 기대와 즐거움으로 서로 위안하면 그렇게 평범하게 살기로 한다.

  길수가 4학년이 끝나는 무렵이였다. 길수에게도 군대라는 영장이 나온 것이다. 학교생활이라는 것으로 연기를 하였는데 이제는 졸업을 하게 되어서 어쩔 수 없이 군대를 가게 되어 버렸다. 길수가 걱정하는 것은 연아 때문이였다. 이 행복을 .......




 


* 길수의 꿈



  길수가 어린시절부터 연아와는 같은 동네에 사는 친구사이였다. 그러기 때문에 길수는 연아의 가정환경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에 연아를 이해하고 아껴 줄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 연아는 어려서부터 아버지 밑에서 자랐다. 연아의 아버지는 일용직에서 일하는, 소위 노가다꾼이 였기에 하루에도 술을 몇병씩 먹고 들어와서 연아에게 소리를 지르는 일 동네에서도 대수로운 일이 아니였다. 어느날은 동네 언덕에서 길수와 연아가 모래놀이를 하고 있었는데 연아의 아버지가 저녁밥을 안했다고 연아를 때리는 것이 아닌가. 길수는 무서움과 두려움에 연아가 맞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 볼 수밖에 없었다. 연아의 울음 소리, 아버지의 고함치는 소리, 동네사람일이 무관심한 소리에 길수는 어지렵다.  그런 아버지 밑에서 자란 연아는 마음의 상처가 남아 있는 것이 당연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길수의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런날이 있는 밤이면 연아는 길수를 찾아와서 언덕에 올라 별을 보자곤 했다. 길수와 연아는 언덕에서 동네를 지켜보고 있는 나무 한 그루 옆에 누워서 별을 구경하며 서로의 꿈을 키웠다.

  “ 연아야, 난 이다음에 커서 하늘을 나는 사람이 될거야.”

  “ 하늘을 나는 사람?? 그럼 비행사.”

  “ 응, 그래서 이 세상을 마음대로 날아다니며 살거다.”

  “ 길수야, 다음에도 우리 슬픈 일이 있으면 이렇게 나무밑에 누워서 별을 구경하자.”

  “ 그래, 슬픈 일 있으면 나 하늘의 별을 보면서 힘을 낼 거야. 연아도 별을 보면서 다시 힘을 내는 거다. 약속하는 거야.”


  푸른 창문 사이로 보이는 꿈들을 꾸었던 시절, 비가 내리면 한편의 시를 읊으며 시인이 되었고, 낙엽이 떨어지면 낭만주의가 되어 버리고, 눈이 내리면 어린아이처럼 즐거웠던 시절, 그러면서 이 세상에서 자신의 존재를 하나씩 알아가던 그때 그 나날들은 소중한 시간들임을 기억한다. 길수는 하나의 꿈을 향해 하나씩 준비하고 있던 고등학교 시절에 남규와 그 꿈들을 나누면서 연아에 대한 약속을 지키려고 하고 있다. 그것을 가능하게 한 것은 길수 마음속 깊은 심연속에 자리잡고 있는 인연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니체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늙어가고 싶은 것이 사랑이라 하였던가.. 길수의 꿈의 시작은 이런 자그마한 사실에서 나온 듯 하다.

  “ 길수야...”

  남규는 자율학습이 끝나는 밤이 길수를 불려 버스 타는 정류장까지 항상 같이 내려가곤 하였다.

  “ 오늘도 연아네집에 가니? ”

   길수는 학교가 끝나면 어김없이 연아네 집으로 먼저 가곤 한다. 언덕아래 작은 창문이 사이로 희미한 불빛이 한줄기 보이면 연아는 곤한 몸으로도 늘 길수의 작은 목소리로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기를 기다리고 있다. 나지막한 목소리로 서로 얼굴을 불키우던 그땐, 그러게 짧은 만남도 서로의 꿈을 키워가기엔 충분한 듯 하다. 연아는 늘 언덕 나무 아래 밴치에 앉아서 그날 있었던 피아노 연습을 하곤 하였고, 길수는 그런 연아의 뒷모습이 너무나도 아름다워 보였다.  

  연아는 늘 맑은 모습으로 환하게 웃는 보조개가 이쁜 아이였다. 연아는 길수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에 늘 감사하였다. 그러고 보면 길수는 늘 연아의 이야기를 말없이 들어주는 그런 아이였다. 연아는 왠지는 모르지만  길수앞에서는 늘 수다쟁이가 되어서 주절주절 되며 자신의 이야기를 늘어 놓는다. 연아는 재미없는 이야기든 재미있는 이야기든 항상 빙그레 웃으면서 들어주는 길수가 좋다. 연아의 마음속에 있는 이야기를 전부 이야기하진 안았지만 연아의 마음은 평온함을 길수에게 느낀다. 그러기에 연아는 일부러  길수 앞에서 맑은 모습을 보여주려 했는지도 모른다.  술에 취한 연아의 아버지의 노래소리가 동네 어귀에서 들러오면 연아는 밴치에서 경직된 모습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집으로 뛰어 간다. 그런 연아의 모습은 갑자기 다른 사람의 모습으로 변하는 것 같다. 길수는 그런 연아의 뒷모습을 보며 한참동안은 멍하니 앉아 있다가 집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 연아야... 아버지가 너에게 할 말이 있다.” 무섭기 보다는 섬듯한 목소리로 아버지는 연아에게 말한다.

  “ 아버지가 힘이 드는 구나, 그러니 너도 이젠 학교 다니지 말구 일해라..”

  “ 아버지, 저도 하고 싶은 일이 있어요, 나중에 피아니스트가 될 거라구요..”

  “ 피아니스트!!!.. 너 길수 만나더니 이상한 소리만 하구나... 아버지가 벌써 너 일자리 알아 보았다... 잔소리말고 내일부터 일나가.. 내일 널 찾아오는 사람이 있을 거야 따라 가서 일해!”

  ‘싫어요.......’ 연아는 오늘도 속으로면 아버지에게 대들지만 차마 말하지 못한다.

  연아의 아버지는 술이 문제였다. 술 때문에 연아의 어머니도 집을 나가게 되었고 연아는 혼자서 아버지의 술 버릇을 감당할 수 밖에 없었다. 아버지의 술 버릇은 도박까지 하게 만들고 만다. 아버지는 어머니를 닮은 연아를 보면 늘 집나간 아내가 생각이 나서 연아에게 손이 나갔으며, 그 때문인지 자신의 삶을 늘 학대하며 살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하게 된 것도 도박이였고 그로인해서 노름빚은 늘어만 갔다. 아버지는 그 빚 때문에 연아를 일자리로 내몰고 있으며 그 일자리 또한 도박에서 돈을 빌려주는 사람인 꽁지돈 주는 사람에게 연아를 맡기게 된 것이다. 연아가 일하는 대신에 아버지의 노름빚과 미리 받은 돈을 갚을 때 까지 연아는 하고 싶지 않는 일도 해야만 했다. 연아의 꿈. 그리고 연아의 학창시절은 그것으로 마지막이 되어버린 것이다.

  연아가 술집에서 일하면서도 길수와 했던 약속. 힘이 들면 별을 보며 위로하고 자신들의 꿈을 생각하면 위로하자던 약속대로 연아의 꿈은 아직도 남아있었다. 다면 연아의 현실속에서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였지만 연아의 가슴속에는 늘 길수와의 꿈을 이루고 싶었던 것이다. 아무리 진한 화장을 하고 담배 한대를 피우고, 거리에 앉아서 오가는 사람들을 부르는 일에 익숙해지고 있지만 연아의 손에서는 피아노 선율이 느껴지고 있음을 연아 자신도 알고 있다. 연아의 어두운 불빛에서도 책이 놓여져 있으며, 책갈피 사이에 길수와의 꿈이 놓여져 있다. 언제든지 도망치듯이 나올 수 있다고 연아는 생각한다. 그리고 언젠가는 피아노의자에 앉아 모든 사람들에게 자신의 곡을 들려줄 화려한 무대를 생각하며 지낸다.  연아가 술집에서 일하게 되면서 길수는 연아의 방 창문사이에 한동안 머물러 있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 있어야 할 연아를 생각해 보았고 누구 때문에 있어야 할 연아의 자리에 연아가 없음을 생각한다. 

  어느날 연아는 길수의 하교길에 길수를 기다리고 있다.

  “ 길수야 !!”

  “ 연아야! 너의 방에 왜? 불이 켜지지 않았니?”

  “ 응, 나 일해.”

  “ 일? 학교는? 무슨일?” 길수는 궁금한 것이 많다. 그러나 연아는 빨리 가야 한다면 짧은 대화만을 남기고 뒤돌아 선다. 연아가 길수를 찾았던 것은 자신이 학교는 다니지 않아도 비록 지금은 일하고 있지만 자신의 하고 싶은 피아노의 꿈은 버리지 않았으니 길수도 꿈을 버리지 말자는 다짐있었다. 연아는 길수와 만나서 다시 한번 자신의 꿈을 확인하고 싶었던 것이다. 

  새벽이 오고 아침의 햇살이 아직 어색할 때쯤에 길수는 어김없이 학교의 정문을 향해 집을 나설 때이다. 골목 한 귀퉁이를 돌아설 때 술에 취한 연아를 보게 되었다. 길수는 연아의 그런 모습을 애써 외면하면서 스쳐 지난다. 술 냄새보다는 가식된 인간의 냄새가 난다. 진한 향수냄새가 길수의 코를 더 찌른다. 연아의 머리 내음은 없다.  그 이후에 길수는 동네 어르신들로부터 연아의 아버지가 노름빚으로 연아를 술집으로 보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밤엔 연아의 방의 창문사이에 더 이상 빛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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