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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장일기

주방장 |2003.04.20 02:40
조회 373 |추천 0

난 오토바이를 타고 다닌다.

근데 오늘처럼 비가 오는 날은 정말 지랄긴장을 한다.

지랄긴장이라....

뭐 러시아워는 아니지만 나름대로 출근차량들이 사라지기 전의 시간이라 길도 막히는 판에 한창 지하철 공사를 하는 곳의 도로는 아스팔트 대신 시커먼 철판으로 대체된다는 것을 다 알것이다.

그거 비오면 엄청 미끄럽다.

바퀴가 네개씩 되는 비싼 놈들은 그런데로 아무런 걱정없이 달리고 있지만 내꺼는 바퀴가 두개밖에 없는 관계로 아주아주 위태한 주행을 감행한다.

택시타고 가면 엄청 편안하고 좋지만 내가 출근시 써야 하는 택시비는 택시를 타는 시간의 딱 10배는 일해야 벌 수 있는 돈이다.

내가 미쳤는가.

그럴 돈 있으면 야한 잡지를 한권 사고 말지....... 농담이다.

난 사실 진실로 대한민국의 유일한 여자에 관심없는 주방장이다.

어쨌든 또다시 가게에 발을 아니 오토바이를 들여놓는다.

먼저 나와서 일하고 있던 아줌마들이 외친다.

"오우~~~ 고추 왔네."

'뽀리뽀리뽀리뽀리'  (내 오토바이 소리다   큰 스쿠터다)

휴~~ 한숨소리와 함께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는다.

발이 젖지 않도록 발목이 긴 장화를 신고(생선잡을때 물을 많이 쓴다) 위에는 하얀 까운을 입고 남자용 앞치마도 두른다.

원래 종이로 만들어진 위생모도 써야 하지만 그건 요즘 잘 하지 않는다.

머리가 눌리기 때문이다.

혹시 아는가

퇴근길에 예쁘고 정신나간 여자애가 나에게 술사달라고 조를지....

근데 이마위에 눌린 테두리가 있으면 어찌 멋있는 대사와 함께 술을 살 수 있단 말인다.

에구... 그러고 보니까 향수도 하나 장만해야겠다.

비린내 풍기며 얘기하면 상대방 여성이 또 무슨 상상을 할지 ......

 

난 죽어서 천당가긴 글렀다.

하루에도 수백마리의 생선들이 내 선한 두손에서 죽어나간다.

정확히 말하자면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내가 휘두르는 칼에 의해 무지막지하게 머리와 몸통이 분리되어 각자 다른 장소로 이동된다.

뼈와 머리는 안주방으로 들어가서 끓는 물속에 잠수하기 위해 줄을 서고 두툼한 살점은 다시 한번 나의 화려한 칼춤에 의해 얇게 저며져 나에게 암살을 청부한 이에게 전달된다.

휴......

담배한대 피울 시간도 주지 않고 연이어 살해청부가 들어온다.

난 쉬지 않고 작은 심장들을 콩닥거리며 자유롭게 놀고 있는 그 귀여운 것들을 무지막지한 칼로 내려친다. 날 원망하지 않기 바라며......

나중에 시간나면 절에나 좀 다녀와야겠다.

내가 죽인 생선의 수만큼의 반의 반만이라도 돌맹이를 쌓아야 겠다.

아마 삽이 필요하겠지.....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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