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3학년 때였습니다
집안 문제, 친구 문제.. 이래저래 정말 살기 싫었던 시간이었어요.
그런데 그 힘든 순간, 수십차례에 걸친 자살시도로 몸이 엉망이 돼있던 그 때에
한 소녀를 만나게 됐습니다.
그 때 저는
원판도 그리 잘난 얼굴이 아닌데다, 자해 흔적 때문에 얼굴은 더 엉망이었습니다.
그런데 정말 신이 계셔서 저를 살리신 건지
그 소녀가 나란 사람의, 겉이 폐인이 되어 가족들마저도 겁을 내는,
나란 사람의 마음을 알아주는 겁니다.
무척 감동이었습니다.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아직 마음을 볼 줄 아는 사람이 있나, 싶었거든요.
그냥.. 그땐 멋모르고 마냥 착했습니다.
이 사람 저 사람 만나는 것도 질려버린 저는, 그 소녀밖에 보이질 않았어요.
우리는 짧지만 그렇게 서로 마음을 나누면서 서로를 조금씩 알아가고 있었습니다.
고등학교에 입학을 하고, 여러가지 난관에 부딪히면서 결국 헤어지게 되었지만..
사실 소녀에게 남자친구가 있었어요. 둘이 다시 잘 된 탓도 있었겠지요..
나를 만나던 즈음에.. 소녀도 남자친구 때문에 힘이 많이 들었던 겁니다.
이유야 어찌됐던 내게는 소녀가 처음 사람이었습니다.
나란 사람을 알아주는 처음 사람. 붙잡았지만.. 끝내 가버리는 소녀가, 그래도 밉질 않았습니다.
몇 년이 지났습니다.
그 때의 소녀는 가끔 화장한 얼굴로 나를 만나러 왔고, (옆에는.. 남자친구가 있었습니다..)
그런 소녀는 이제 제법 처녀 티가 나는 예쁜 아가씨가 되어 있었습니다.
남자친구와는 여전히 잘 지내고 있었고..
저는 이제, 이따금씩 그녀가 힘들 때,
옆에서 그녀의 힘든 시간이 다 흘러 없어질 때까지만 있어주면 되는 존재였습니다.
그래도 싫지 않았습니다. 밉지 않았습니다. 그녀도 힘들어서 그럴 테니까.
그리고 얼마전.. 나와 그녀의 생일이 조금 지난 때였습니다.
그날은 주말이었는데 그녀의 남자친구가 바빴는지, 심심하다며 그녀는 저를 불렀습니다.
우리는 커피숍에서 만나 잠깐 얘기를 나누다가..
둘 다 밤새 일을 했던지라 잠을 자기 위해 M.T에 들어갔습니다.
순수하게 잠을 자기 위해서였습니다. 나도 피곤할대로 피곤했던 상태였기 때문에 결심이 섰습니다.
그러나 사람이란..
어색한 분위기 때문에 술을 몇병 사왔고
우리는 함께 한잔 두잔 비워내며 조금씩 취해가고 있었습니다.
몸에 열이 오르는지라 잠깐 윗옷을 벗어놓고
우리는 서로의 몸에 붙은 살들을 보며, 오빠 살쪘어, 너도 마찬가지야, 하며.. 웃고만 있었습니다.
가져온 술이 바닥날 즈음.. 그녀를 보던 저는 그만 마음이 동했습니다.
독한 마음이었습니다. 아직도 내게 마음을 보이는 건 그녀밖에 없는데..
남자친구가 있다는 걸 알면서도 그녀는 내게 내사람으로 만들고 싶은 유일한 존재였습니다.
밀어내는 그녀를 보면서.. 죄책감이 들었지만, 나는 몇년 동안 생각보다 독해져 있었습니다.
그녀와 관계를 맺고.. 그녀의 피로 물들지 않은 침대를 보면서, 물었습니다.
1년 전.. 남자친구와 이미 관계를 맺었다는 그녀.. 충격이었습니다.
그녀의 첫 남자도 되지 못한 나는
무척이나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이렇게라도.. 내 옆에 잡아두고 싶었는데..
그렇게 우리는.. 그저 천장만 바라보다가.. 한숨만 가득하게 내어쉬다가
돌아왔습니다.
그녀를 돌려보내고.. 나는 무작정 친구를 불러냈습니다.
술이 필요했고.. 평소 주량의 두배가 넘는 술을 마셔댔습니다.
소주가 스무 병이 넘어가기 시작했고, 피워낸 담배는 어느새 다섯갑을 넘기고 있었습니다.
자리를 옮겨 2차를 왔습니다.. 그리고 웬 학생들과 시비가 붙었고
나는 .. 그들 중 한명을 바닥에 눕혔습니다. 평소 하지 않던 행동이었지만, 마음이 그랬습니다.
어떻게든 잊고 싶은데 그게 되질 않았습니다. 그리고 나는.. 점점 미쳐가고 있었습니다.
모여있던 학생 다섯을 데리고 나왔습니다. 친구가 말렸구요,,..
사정을 들으니 외박을 맡고 나왔는데 갈 곳이 없다는 거였습니다.
결국 방을 하나 잡아서 녀석들과 내 얘기를 하며 밤을 새웠습니다. 하소연이었던 것 같습니다.
몸은 잠을 원했지만.. 내 마음이.. 자고 싶지 않았습니다.
아침이 되어서야 방에서 나왔습니다. 녀석들을 타일러 집에 돌려보내고
대충 보니 남은 술은 소주 2병.. 무턱대고 길가에 앉아 다 비워냈습니다.
그리고 새로나왔다는 말보로를 하나 사다가 입에 물었습니다.
힘없이 물고 있는 담배에.. 불을 붙여주는 친구놈..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습니다. 여전히 쓸쓸했지만.. 아주 작게나마.. 위안이 되었습니다.
어떻게 하는 게 옳은지 모릅니다.. 그녀는 내 상처를 아는 사람이고..
지금도 그날의 내 행동을 모른척 웃어 넘기고 있습니다. 취했었다는 핑계로.. 나를 감싸는 그녀..
정신차리고 멀쩡하게 잘 살던 나를, 다시 못 살게 만드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날 그녀가 내게 했던 말이 비수가 되어 가슴에 꽂혔습니다.
그 남자친구가 아니면 안 된다는.. 제발 내게 와 달라는 내 마지막 자존심을 다 버린 ,, 고백아닌 부탁에
그녀가 했던 대답이 그랬습니다. 그 사람이 아니면 안 된다구요.
미치도록 부러웠습니다.
그놈한테는 뭐가 있는 걸까.
어떻게 그놈은.. 저리도 독하게 그녀 마음속에 남아있는지
누구와 입을 맞추건 누구와 잠을 잤건 결국엔 그 한 사람이 아니면 안 되는 마음..
그게 부러웠습니다..
나는 지금.. 무척 힘이 듭니다.
하루하루가 담배나 술이 없으면 넘기기 힘이 들고
그 잘나가던 나란 인간이, 이제 나락으로 떨어지고만 있습니다
그 두사람이 부러웠습니다. 나는 사랑에는 언제나 실패만 가득했는데
그렇게 멋있고 예쁘고 착하기까지 한 두 사람이 만나
어떻게 그 정도로 서로를 사랑할 수 있을까..
점점 숨을 쉬기가 힘이 들어지고 있습니다.
자살이라는 거.. 정말 힘든 건데,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으면서 또 하겠다고 난리를 치고 있습니다..
눈을 감아도 그녀의 웃는 얼굴이 떠오르는 지금..
평소에 잘 꾸지도 않던 꿈이.. 매번 그녀의 얘기로 가득하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지금의 내 모습이..
후..
악플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그냥..
이렇게라도 털어놔버려야..
그래야 며칠 더 살 수 있을 거 같아서..
그래서 이렇게 몇자 끄적였습니다..
사랑이라는 거, 사람 마음이라는 거..
이렇게 마음대로 안 되는 걸 보면,,
너무 가슴이 아파집니다..
조언도 좋고 악플도 좋고.. 뭐든 다 감사하게 받아들이겠습니다..
그저.. 그냥..
내 이름 참 따뜻하게 불러주었던 그 여자가
이러이러하게 생긴 이러이러한 이름의 그 여자가
미치도록 보고 싶어서 힘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