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 일곱 살이 되도 아직도 나이 많다는 것 실감 안 나는 사람이 대부분일 거예요.
서른 전 아니면 정말 기회가 없겠구나 절박해지는 것들은 많아요.
이렇게 네이트톡에 처음 글 쓰게 된 건 스물 일곱에 수능을 친다는 어떤 남자분 글 읽고서
공감해서예요.
저도 스물 여섯부터 공부해서 스물 일곱 올해도 수능 준비하고 있는 학생입니다.
작년엔 있는 거 다 털어서 공부하고 올해는 집에 손 벌리기 미안해 직장에 다니면서 공부하고 있어요.
늦게 공부하는 거 정말 지치죠.
사실 초등학교 때 공부 열심히 했고 선생님들이 팔방미인이라고 매일 칭찬하고
이뻐해주시는 모범생이었어요.
중학교 때부터 개인적으로 사정이 있어서 공부 열심히 못했는데 상대적으로 동생 언니들은
사정이 없었으니까 머리 좋은 집안 내력대로 공부 열심히들 해서 명문대 다 들어갔죠.
지금 의사니 고시준비니 바쁜데 저만 서울에 그냥 별볼일 없는 4년제 나오고
같은 형제로서 너무 억울하고 서러워서 오기도 나더라구요.
실컷 못한 공부에 미련이 남아서 대학 4년 졸업하고 2년 직장 다니다가 유학 가거나
공무원 같은 안정된 직업을 위한 공부를 시작하려고 이것저것 알아보다가
그냥 아예 다시 수능을 봐서 못 다한 공부 한이나 풀어보자.
이때 아니면 정말 평생 후회할 것 같아서 시작하게 됐어요.
스물 여섯에 학원 들어갔습니다. 반수로 들어갔어요. 고등학교 졸업한 지 7년 됐는데
반 년만에 뭔가 해보겠다는 것 욕심인 줄 들어가고서야 알았습니다.
생각보다 쉽지 않더군요. 새벽 6시면 학원가서 아침 자습하고 저녁 11시에 집에 들어왔습니다.
제일 어려웠던 건 남녀 합반 재수 학원이다보니 꼬꼬마 동생들과 어울려야 한다는 사실
아무래도 매일 얼굴보다 보면 서로 인사하게 되고 이런 저런 얘기 하게 되고
그런 게 그렇게 힘들 줄 몰랐는데 공부하느라 바쁜데도 스물 여섯 누나 언니를 어떤 대상으로
바라보거나 의지라려는 동생들의 시선이 참 부담스럽더군요.
저 공부하기도 힘들고 바쁜데 같은 반에 나이 많은 사람이 있다는 게 애들한테 부담스러운 것
같아 정말 조심 많이 했습니다. 미안하기도 하고... 무슨 행동을 해도 모범을 보여야 하니
추한 행동 보일까봐 항상 조심스럽고, 나이값 못 한다는 소리 들을까봐 진짜 노력해봐도
공부가 마음처럼 안되는 것도 있고 정말 그런 것들도 힘들더라구요.
학원 다니는 동안 동생들한테 배운 것도 많았습니다. 그런 어린 애들과 오랫동안 지낼 일이
없었는데 여섯 살이나 어린 순수한 동생들 보면서 예전 제 모습 생각하면서 참 좋기도 하고
나이보다 어른스러운 애들한테는 배운 것도 많고 오히려 저를 챙겨주는 애들한테도 참
많이 고마웠고, 공부 배우는 것만큼 저한테 소중한 부분이었어요.
7년 동안 다른 공부 하다가 반 년만에 뭔가 이루겠다는 욕심 너무 과했나봐요.
특별한 성과 없이 반 년 보내고 바로 다시 공부 시작해야 했습니다.
이번에는 학원에 가지 않아요. 저한테 그런 경험은 한 번으로 족하다는 판단에서.
수능의 경향이 어떤지 보고, 커리큘럼 확인 하고 수업 한 번 쭉 듣는 것 정도에서
학원 다닌 것은 충분히 가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함께 공부하는 친구들 동생들 만나 같은 처지를 나누기도 하고 그런 것 참 좋았다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호기심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참 힘들었고 나이 많다는 부담감에 애들한테 모범이
되어야 한다는 부담감에 학원 더 나가는 건 오히려 저한테 안 좋다는 판단이 들었어요.
가끔씩 남동생들의 지나친 호기심이나 관심에도 참 지치더라구요.
물론 가끔은 기분 좋기도 하고 대부분은 웃으면서 넘기려고 노력하지만
어느 때는 이게 뭐하는 짓인가 나를 도대체 뭘로 보는 건가 하는 생각 이런 대목에서 들면서
속 많이 상하더군요..
스물 일곱에 무엇을 시작한다는 것 참 힘드네요.
집이나 밖에 보여야 하는 정상적이고 안심시킬만한 행동(직장을 다니는 것 등) 그런 의무감을
저버릴 수 없는 나이에다가 어디를 가도 그 비슷한 의무감이 저를 짓누르네요.
이른바 나이값이라는 것, 어쩌다 스물 일곱 까지 먹게 되었는지 저는 아직 어린 것 같은데
세상은 저한테 요구하는 것이 참 많네요.
너무도 당연하게 이건 당신이 해야 하는 거라고, 생판 알지도 못하던 사람들도 의무를 지우고
참 나이가 들수록 살아가기 힘든 것 같아요.
가끔씩 같이 공부 하던 친구랑 만나면 둘다 스물 일곱이라는 나이에 뭐 시작하는 게 버겁다며
나만 시작하면 나만 생각하면 그냥 되는 줄 알았는데 주변에 걸리적 거리는 게 너무 많으니까
뭘 못한다고 도대체 우리가 해줄 것도 해줄 수 있는 것도 없는데 그냥 하고 싶은 것 성실하게
하게 좀 놔두지 모두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고 속상하고 억울하다고 마음 털어놓습니다.
스물 여섯에 재수생, 스물 일곱에 직장인 삼수생.
주위에 그런 형 오빠 누나 언니가 있다면 호기심의 시선을 걷어주시고 부디 마음속으로라도
열심히 공부하라 응원해주세요. 그 언니 누나가 잘 되야 여러분도 열심히 하면 되는구나
꼭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은 되는 구나. 이런 걸 보면서 배울 수 있는 거예요.
부탁하는데 차라리 봐도 못 본 척, 나이값 너무 강요하지 마시고, 철없이 공부 방해하지 마시고
자기 하는 일 열심히 하면서 그냥 좀 놔둬 주실래요.
이 나이에 이렇다 이뤄놓은 것 없다 그리고 아직 공부중이다 자랑도 무엇도 아니지만
어떡하다 보니 부끄러운 글 쓰게 되었네요.
그 나이에 시집이나 가라, 이런 악플 사절이예요. 시집 갈 밑천 다 마련해놓고 공부합니다.
2008년도 수능치는 고삼, 재수, 장수생 여러분 이제 시작인데 우리 열심히 해서
좋은 성과 거두어 봐요. 오직 자신만 생각하고 화이팅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