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내리는 아침
아침 일어나니 봄비가 차분차분 내리고 있습니다.
산새들이 빗방울 아랑곳없이 나무 가지 사이로 파랑파랑 날아다니고 있습니다.
비가 내리면 만나기로 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마침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비가 내리면 그곳으로 와달라는 다짐을 받았습니다.
비가 오지 않았다면 생각이 나지 않았겠지요.
화창한 날 만나면 무슨 큰일이나 날 듯 비오는 날 만나자고 소녀처럼 속삭였습니다.
비오는 날이면 어떤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다고, 행복한 즐거움을 품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바짝바짝 마음이 타 들어가던 시절이었습니다.
사랑에 관한 욕구가 어떤 욕망보다 강한 시절이었습니다.
그래서 비를 참 많이도 기다렸습니다.
기다리는 만큼의 세월동안 비는 오지 않았고 사랑에 대한 기다림은 점점 더 커져 나를 병들게 했습니다.
그러나 기다려도 비는 오지 않았습니다.
마음에도 계절이 있다면 내 마음은 늘 비오는 계절이었습니다.
따뜻한 햇살과 서늘한 나무의 그늘에 이는 바람도 싫었습니다.
사랑의 그리움에 비만 오기를 기다렸습니다.
끝내 비는 오지 않았습니다.
질식할 것 같은 세월에 단지 바라는 것은 비가 오기를 기다리는 것뿐이었습니다.
병은 점점 더 깊어져 맛있는 음식도 아름다운 음악도 감동적인 책의 즐거움도 내 마음에서 멀어져 갔습니다.
나에게는 사랑이 찾아오지 않을 모양이었습니다.
비가 오기만을 기도하였습니다.
그때 이런 소리가 들렸습니다.
비는 내렸다!
단지 네가 보지 못했을 뿐,
이 푸근한 대지를 몇 번이나 적시지 않았는가!
그런데 너는 왜 보지 못했는가?
너는 비오는 날 그가 만나자고 한 곳을 알고 있었던가?
아! 그때 깨달았습니다.
혼자만의 부질없는 상상의 약속이었다는 것을 확연히 깨달았습니다.
알지 못 할 곳으로의 초대, 만나기로 약속이 되어있는 것이 없는 곳으로의 초대,
그곳은 아득한 사랑의 그리움에 열병을 앓고 있던 서글픈 외로움이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나도 모르게 애틋한 눈으로 사랑을 소원하는 나의 외로움이었을 뿐 홀로 상상하며 마음의 비를 기다려 온 것이었습니다.
만나기로 약속이 되어 있었다면 당연히 사랑에 빠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자 초조하고 불안했던 비의 기다림이 가라앉았습니다.
그러나 욕심 많은 나인지라 봄비 내리는 오늘 아침 또 외로움이 스며들어 마음의 비를 기다리나 봅니다.
꽃은 향기로 대답을 합니다.
악기는 소리로 대답을 합니다.
사막은 오아시스로 나그네를 반깁니다.
비오는 이 아침 나는 무엇으로 대답을 할까요.
푸 른 바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