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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백수 시절 일기를 봤습니다.

............. |2007.03.11 00:38
조회 820 |추천 0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 피곤에 쩔어 자기 전, 문득 예전에 썼던 일기를 봤습니다.

그건 졸업하기 전후에 한창 썼던 제 일기들이었습니다.

문득, 그 때가 생각나서 그 시절 일기를 일부 옮겨봤습니다.

글이  기니까, 이런 긴 글 싫어하시는 분들은 보지 마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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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10월 11일 AM 12:19

...맥주를 홀짝이며 이 글을 쓰고 있다. 많이 안 마셨다. 지금 막 1병 마시는 중이다...

자려고 누웠는데... 기분이 왠지 심란하고... 꾸리꾸리해서 맥주 사왔다.

좋은게 절대 아닌데..

..논문을 쓰고.. 찬 바람이 불고.. 12월이 오면 방 빼고.. 이제 그 뒤엔 뭘까?

무척이나 막막한 느낌이 든다.

난.. 솔직히.. 준비가 안 되어 있다.

막상 이렇게 이 위치가 되니까 겁도 난다.

그냥, 불안감이라고 해야할까?

마치 맨몸뚱이로 수 많은 사람들이 떠도는 거리에 내동댕이 쳐진 기분이라고 해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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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2월 11일 PM 12:53

햇살이 무척이나 눈부시다.

날씨는 앙칼지게 차가운데...

그래도 답답해서 창문 좀 열어놓고, 커피 한 잔 마시며 이 글을 쓴다.

이 짓거리도 되게 오랜만이군...

잠시나마 맘이 풀어지는거 같아서 기분은 좋다.

아침 먹는데 막내 외삼촌에게 전화가 왔다.

무척 뜻밖이고 오랜만이었다. 대략 3년만...

취업 문제로 전화 주셨더군..

청소년 지도사?

전화를 끊고나니 몰려드는 그 기분...

엄마는 또 뭐라 하신다.

모든게 다 짜증스럽다..........

....이런 집에서 숨 죽이며 조용히 지내는 것.

맘에 좀처럼 들어오지 않는 일상의 편린들.

도망가고 싶다.

탈출하고 싶다.

....하지만 너무 멀리 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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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2월 17일. PM 4시 42분.

지금 4시 넘었던가?

모르겠다. 시계 보기도 귀찮다...

...귀찮아하면서도 이 글을 끄적이는건 신기하구만...

날씨가 참 좋다.

아까 슈퍼 가려고 나갔다가 놀랬다.

마치.. 봄날씨 같다.

어제의 눅눅한 기분이 다 날라가는 기분이다.

아침엔 창문 열고 청소를 했다.

그래.... 좋다...

하루종일 컴터만 하다가... 끄고 이 글을 끄적인다.

낼이 졸업식이다.

가기 싫다....

...그런게 다 무슨 소용이야.

....졸업.

이제 본격적으로... 일을 해야지...

먹고 살 길을 찾아야지...

점점 더 무거워져만 가는 삶의 무게...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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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3월 3일 AM 1시 12분

....컴터만 무지하게 했다.

짜증만 나고.. 뭐 하나 손에 잡히진 않고...

이렇게 지내는게 정말 한심하게 느껴진다.

2월도 끝이 나고 3월이다.

정말 새로운 시작이다.

학생도 아니고...

뭐부터 해야할까...

이렇게 지내는 것도 지쳐다.

혼자서 미쳐가는 기분이다.

우울증이 내 몸을 서서히 뒤덮어가는 기분.

점점 감각이 무뎌져 가는 기분이다.

너무 싫다.

이런 생활... 아무 것도 안 하는 생활.. 3~4달 되었지?

뭘 한 걸까..

뭐부터 해야할까...

가야할 길이 너무나 아득하다...

슬슬 구렛나루에 흰머리가 보이는 아빠...

한 해 한 해 몸이 다르다고 한숨 쉬시는 아빠...

몸도 맘도 다 약하신 엄마...

그리고 조그만 이 곳에서 대책없이 시간을 보내는 나.

아침에 일어나는게 싫어지고 흐르는 시간이 무기력하다.

운동을 해도 영어를 들어도 딱히 별다른 감흥이 오지 않는다.

바깥에 나갈 일이 없고 혼자서만 있어서 그런거겠지... 나 혼자 방구석에서 생쑈하는 거지...

세상 밖으로 나가자.... 몇 번이고 다짐해도.................

터널은 끝도 없어 보인다.
지쳤다.

혼자서 술 마시는 것도

모니터와 대화하는 것도

시간을 흘려 보내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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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3월의 어느 날.

.........어느새 이렇게..

하루하루 가는게 애석하게 느껴진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일분 일초가 빠르다....

.......자살하는 사람들의 심정을 알 거 같다.

지금의 나는 절박하고 초조하다.

...할건 다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이 모든게 힘들다.

혼자라서 그렇지?

나만 바보같이 뭘 제대로 모르고 지내는 거 같다.

한없이 고독하고 우울하다.

비참하다 진짜..

나도 일하고 싶다..

마냥 부모님께만 기댈수도 없는 일.

잘 해드리고 싶은데..........

................꿈을 잃어버렸다.

이제 살아가는 일만 남았다.

마저 못해 살아가는 일.

 

지금 내게 밝은 햇살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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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일기들은, 2년여전 졸업을 하기 전과 한 후 백수시절에 답답하던 심정을 일기로 썼던 것입니다.

물론, 중간에 상세한 내용은 생략했지만, 그게 아니면 마침표 하나도 빼먹지 않고 그대로 옮겼습니다.

지금 보니, 제 자신이 참 웃기기도 하고 불쌍하기도 하고 그랬네요..

그 땐 정말 앞이 보이지 않았는데...

 

전 취업이 늦었습니다. 작년 가을에 했으니깐요....

그 중간과정동안 저렇게 백수도 해보고 알바도 하고, 국비지원 학원도 다니며 자격증도 따고 하며 나름대로 노력을 했고 결국엔 작은 회사지만  취업에 성공했습니다.

당장은 돈 보다는, 경력을 쌓기 위해 열심히 다니고 있습니다.

언젠가 저도 다시 저런 말을 할지도 모르죠.

하지만, 그 때까진 열심히 살아보려구요. 저 때를 생각하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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