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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홍 Story +2

수레국화 |2007.03.20 10:49
조회 720 |추천 0

동아리 스터디 시간이 얼마남지 않았는데 준용이 다홍에게 할 이야기가 있다며 나오라고 했다.

“너 혹시 CNN 과외할 생각 있어?”

“페이는?”

“일단 일주일에 세 번, 한 시간씩. 50만원 어때?”

“괜찮네.”

“그럼 너 한다고 결정한거다. 알았지?”

“그런데 누군데요?”

“은수 형. 새로 공부하려니 다른 건 따라잡겠는데 CNN은 아무래도 잘 안들리나봐. 우선 한 달 해보고 더 하든지는 그때 가서 결정하고. 형이 좀 급하다길래 다른 애들한테 물어보려다가 너 과외 다 잘려서 시간 많으니까 니가 하면 되겠다 싶어서 너 추천했어. 일단 스터디 끝나고 형 만나서 과외 시간은 정하도록 해. 은수 형은 하루라도 빨리 했으면 하더라구.”

가뭄에 단비를 만난 것 같았다. 아니어도 다음달 받을 과외비를 미리 생각해서 돈을 다 썼는데 갑자기 과외가 잘리는 바람에 수중에 돈이 하나도 없었다.


 

“선배, 과외비는 선불이구요. CNN 비디오 녹화는 제가 할께요. 동아리방에서 월, 수, 금 7시 어때요?”

다홍은 목마른 사람 마냥 스터디가 끝나고 은수가 책을 챙기기도 전에 은수에게로 다가가서 숨도 쉬지 않고 말했다.

“좋아. 그럼 내일이 수요일이니까 내일부터 시작해도 되지?”

“넵!”

은수는 다홍의 목소리가 씩씩해지자 저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민경과 저녁을 먹고 다홍은 동아리방으로 가서 비디오를 처음으로 돌려놓았다. 뉴스 스크립트를 중간 중간 빈 칸을 만들어 은수가 듣기 연습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놓은 종이를 꺼냈다.

“은수선배 요즘 인기 폭발인거 알아?”

“그래? 왜?”

“왜는.. 키크고 잘생겼지. 성격 좋지. 밥 잘 사주지. 뭐 하나 흠잡을게 없잖아.”

“그래? 그렇겠네. 그럼.”

“넌 관심없어?”

“뭐 별로. 난 은수선배보다 오늘 받을 과외비가 더 관심이 간다. 굶주린 나의 지갑이 드디어 배부르게 먹는 날이거든. 크하하하하.”

다홍의 웃음이 끝나기도 전에 은수는 커피 2잔을 들고 들어왔다. 뒤이어 준용이 따라 들어왔다.

“이다홍, 너무 하는거 아니냐? 너 웃음 소리 밖에서도 다 들려. 오늘 과외비 받으면 한턱내는 거지?”

“이보쇼, 준용선배. 벼룩의 간을 빼먹으쇼. 여기 있는 이다홍이가 예전에 과외 두 세 개 하던 부유한 이다홍이가 아니란 말씀입니다. 이제 ‘아끼고 또 아끼자’가 저의 좌우명입니다.” 

“그래그래. 아끼고 절약해서 부자되슈. 민경아, 둘이 공부한다는데 우리는 도서관이나 가자.”

준용과 민경이 도서관 간다고 나가자 다홍은 비디오테잎을 꺼내 티비를 켜고 비디오에 넣었다.

“선배, 처음에는 스크립트 보지 말고 일단 한 번 들어보시구요. 그 다음엔 이 종이 보면서 빈 칸을 채워봐요.”

“잠깐, 이거 받아. 다음달부턴 계좌로 넣어줄게.”

두툼한 봉투를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은지 다홍은 봉투를 받아들고는 쪽~ 소리가 나게 봉투에 뽀뽀를 했다.

“너무 돈 밝히는거 아냐? 대체 뭣에 쓰려고 그렇게 버는거야?”

“많아요. 일단 내년에 어학연수 갈 적금 넣고, 생활비하고, 남으면 효도도 좀 하고 크크 돈아~ 웰컴이다 하하”

 다홍은 봉투를 가방에 넣고는 다시 비디오를 틀었다.

“이제 잡음 내면 안돼요. 열심히 공부해 봅시다. 스타트!”


 

은수와 다홍의 스터디도 한 주나 흘렀다. 다홍은 시청에서 하는 관광 가이드 아르바이트 때문에 주말마다 바빴는데 전문 관광통역가이드를 채용하는 바람에 일거리가 없어서 주말에도 학교에서 공부해야 했다.

“어이~, 빨강다홍, 요즘 생활고가 장난 아니라며?”

준용은 토요일에 학교에 나타난 다홍을 보고 또 빈정거렸다. 다홍을 놀리는 것이 준용의 취미가 되어 버렸다.

“남이야 뭐 굶어 죽든 말든 선배가 무슨 상관이래? 나의 학생은 오늘 공부하러 왔어요?”

“누구? 은수형? 오늘 아직 안왔네. 형 오늘 못올지도 몰라. 전화함 해봐야지.”

준용은 시키지도 않았는데 벌써 핸드폰을 꺼내들고 번호를 눌렀다.

“형, 네. ... 그럼 오늘 못오겠네요? ..... 네.. 다홍이도 오고 민경이도 오고...네. 다홍이 알바 잘렸다고. ..”

켁~ 준용은 늘 다홍이 못되면 고소해 하는 사람이다. 굳이 알바 잘렸다는거 소문낼 필요는 없는데 도서관 정문에 서서 사람들 다 듣도록 다홍이 알바 잘린 걸 큰소리로 말했다.

“은수형 오늘 선본다는데. 어머니가 이번에 안보면 호적에서 판다고 했나봐.”

“은수선배 그럼 올해 결혼하는거야?”

민경이 더 궁금해했다.

“선본다고 바로 결혼하냐? 잘되면 뭐 올 가을에 할수도 있겠다. 그래도 공익 끝나야 하지 않을까?”

“무슨 공익?”

그제야 다홍이 끼어들었다. 그러자 준용은 답답하다는 듯이 대답했다.

“은수형, 지금 상수도보호구역에서 공익하잖아. 아직 6개월 더 남았으니까 아무리 빨라도 6개월 후에나 결혼할 수 있지.”

“거기서 왜 공익하는데요?”

“은수형이 스터디하면서 얘기안해? 은수형 지금 한의사 시험 쳐놓고 공중보건의 대신 공익근무하잖아. 공중보건의는 기간이 넘 길다고. 얘들이 소문에는 완전 꽝이네. 소식들 좀 듣고 사슈.”

그쪽으로는 문외한이니 뭐 그런 것이 있나보다 생각하다가 다홍은 은수가 한문학과라고 했던 것이 생각났다.

“은수선배 한문학과라고 하지 않았어요?”

“누가 그래?”

“서민경, 너도 몰랐어?”

민경도 모르겠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했다.

“그냥 뭐 맨날 한문책 펴놓고 있길래 한문학과인줄 알았지뭐. 한의대 나왔었나??”

민경의 상상력이 또 엉뚱한 곳으로 빛을 발했나보다. 점심을 먹고 나른해서 다홍은 잠시 책상에 엎드려서 음악을 들었다. 잠깐 잠이 들었었나.

볼에 닿는 차가운 손에 놀라 고개를 번쩍 들었다. 양복을 입은 은수가 싱긋 웃고 있었다.

“커피마시러 나가자.”

은수를 따라 휴게실로 갔다. 준용과 민경은 먼저 나와서 음료수를 마시며 수다떨고 있었다.

“은수형 왔어요? 오늘 못올지도 모른다더니.. 오~ 양복 폼 나는걸.”

“너희도 커피 마실거지?”

은수는 짐짓 아무렇지 않은 척 하며 자판기로 돌아섰다. 아무래도 도서관에 양복 입고 서있는 것은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동아리 후배들이 지나가다가 은수를 알아보고 다 몰려들었다.

“선배, 오늘 멋져요. 무슨 날이예요?”

“아니, 뭐 그냥 만날 사람이 있어서..”

은수는 자리가 불편한지 밖으로 나가자는 신호를 보냈다. 다홍은 민경과 준용이 은수를 놀리는 것을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선배, 오늘 어땠어요? 예뻤어요?”

“준용이, 너 소문 다 냈구나?”

“아니, 형 난 소문 안낼려고 해도 얘들이 전화할 때 옆에 있어서 자동으로 다 들은거라구요. 여자는 예뻤어요?”

“그렇지뭐.”

“오~~ 그럼 뭐야? 예뻤단 말이야? 자세히 좀 얘기해 봐요.”

“얘기할 것도 없어. 선이 다 그렇지 뭐. 만나서 차 마시고 몇 마디 하다가 헤어지는 거지.”

 은수는 다홍의 반응이 전혀 없음이 조금 섭섭하기도 했다. 다홍은 은수를 따라 나오다가 친구를 만났는지 중도에 서서 얘기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이다홍, 커피 안마실거냐?”

은수가 부르자 그제야 친구를 보내고 은수의 손에서 커피를 받아 들었다.

“에이~ 커피 다 식어버렸네.”

“다시 뽑아다 줄까?”

은수와 다홍을 보던 준용이 또 놀리기 시작했다.

“뭐예요, 두 사람? 은수형 다홍이랑 스터디한다고 넘 떠받들어 주는거 아냐?”

“우리 선생님인데 당연히 그래야지. 원래 임마 스승의 그림자도 밟는게 아니라고 했어.”

식은 커피를 홀짝이던 다홍이 불쑥 물었다.

“한의사라면서요? 그럼 나 어깨에 침 좀 제대로 놔 줘 봐요.”

“어깨가 어떻게 아픈데? ”

“그냥 뭐 매일 피곤하니까 어깨가 결리고 뒷목도 좀 아프고.. 고칠 수 있어요?”

은수는 의심의 눈초리로 묻는 다홍의 표정이 맘에 안 드는 듯 다홍의 어깨를 마사지하기 시작했다.

“아...아, 아.. 이거 고치는거 맞아요? 아파죽겠는데”

“원래 이렇게 하는거야. 가만 있어봐. 니가 계속 소리지르니까 신경 쓰여서 못 고치겠다.”

은수의 이마에 땀이 맺혔다. 하지만 은수는 다홍의 소리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다. 다홍의 어깨를, 머리를, 팔을, 등을 만지고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떨려왔다. 작고 말랐지만 탄탄한 다홍의 피부가 느껴졌다.

“침 좀 맞아야겠는걸. 오늘은 급하게 나오느라 침 통을 안가져왔는데..”

“그럼 내일 맞으면 되죠 뭐. 내일도 학교 나올거죠? 일요일이라 할 일도 없을테니”

무슨 배짱으로 다홍은 은수가 할일이 없다고 생각하는지 모를 일이다. 일요일이라 아버지와 바둑이라도 둘 생각이었지만 은수는 다홍의 말에 대꾸를 못했다. 그녀의 말을 들으면 마치 반드시 학교에 나와야 할 것만 같았다.

“은수형, 내일은 선본 여자랑 안 만나요?”

“글쎄 . 뭐 자꾸 만날 일이 있냐? 한번 선 봤으면 됐지. 공부하러 들어가자.”

준용은 더 놀리고 싶었지만 은수가 앞서서 다홍을 잡고 들어가는 바람에 민경과 뒤따라 갈 수 밖에 없었다.

“은수선배가 아무래도 다홍이 좋아하는 것 같지 않아요?”

민경이 준용에게 속삭였다.

“글쎄. 형은 뭐 누구에게나 다 친절하잖아.”

“다홍이 말이라면 꼼짝 못하잖아요. 아까도 우리가 휴게실에 있었는데도 못보고 다홍이만 찾으러 도서관을 훑고 다니던걸요. 내기할까요?”

“됐네 이 사람아, 은수 형이 뭐가 모자라서..”

“말이 좀 그렇네. 우리 다홍이가 어때서? 저 정도면 얼굴 이쁘지, 똑똑하지, 성격 나름 개성있지. 뭐가 모자라서? 내기해요.”

“나름 개성? 개성 좋아한다. 이다홍 성격은 아무도 못 말려. 고집쟁이에다가 럭비공이야. 어디로 튈지 모르는. 여튼 둘을 안 어울려. 내기하자. 무조건 내가 이긴 게임이야”

준용의 말에 민경도 입을 다물었다. 둘이 어울리는 것 같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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