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라 부르기도 싫습니다.
내 몸에 그 노인네 피가 흐른다는 생각만으로도 치가 떨려요.
이런 얘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집안 망신인 걸 알지만,
그래도 어디 툭 터놓고 하소연 할 데가 없네요..
저는 올해 서른이구요. 현재 예순인 부모님과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아버지는 6남매 중 장남이시구요. 할머니와 함께 산 지는 1년 반 정도 되었네요.
그 전까지는 결혼 안 한 삼촌이 할머니랑 둘이 살았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전 할머니를 싫어했습니다.
손녀딸이라고 한번도 살갑게 대해준 적이 없었을 뿐 아니라
그 동안 엄마아빠한테 한 걸 생각하면 정말..........
요약(?) 하자면, 맏며느리(우리 엄마)를 맘에 안 들어 한 시어머니(노친네)가
장남과 다른 형제들 사이를 이간질 시켜 놓고
늙어서 오갈 데 없어 장남 집에 와 있으면서 계속 큰 아들 내외를 못살게 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렇게 말하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죠.
하나하나 끄집어 얘기하면, 오늘 밤을 다 새고도 모자라 대하소설 전집이 되고도 남을겁니다.
저희 부모님은 지하 단칸방에서 결혼생활을 시작하셨습니다.
언니랑 제가 태어나면서 당시 말단 공무원이셨던 아버지 월급으로 4식구 입에 풀칠만 간신히 했었죠. 다들 아시죠, 70년대엔 공무원 월급이 정말 박봉 이었답니다.
생활력이 강한 엄마 덕분에 다행히 제가 4살 때던가, 연립으로 이사를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자 당시 시골에 살던 아빠의 엄마와 동생들이 죄다 올라왔습니다.
당시 공무원 월급으로 그 대식구가 어떻게 살 수 있었겠어요,
엄마는 그 때부터 배달일이며 공장일이며 아파트 청소까지.. 3년전까지 쉬지 않고 일하셨습니다.
뭐 여기까지는 무난하죠...
어마어마한 일들은 이제부터 시작됩니다.
제가 5살인가 6살이었을 때, 집안 살림이 다 깨지고, 엄마 몸에서 피가나는 현장을 목격했습니다.
아직도 그 때를 잊을 수가 없어요.
이 노친네가 무슨 말을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지만
아빠 동생들이 죄다 집으로 쳐들어와서, 할머니한테 잘 못 한다는 이유로
집안 살림살이를 다 부수고 식칼을 들고 엄마한테 덤볐습니다. 죽여버린다구요.
현관 밖까지 끌려나와 시멘트 바닥을, 계단을 끌려 내려오던 엄마의 모습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아, 눈물난다, 씨~)
옆집 아줌마랑 아저씨들 아니었으면 정말 큰일 날뻔 했대요.
요즘 가끔 명절 때 뉴스에서 유산 놓고 다투다 형제를 죽이는 그런 놈들과 변반 다를 게 없습니다.
제 삼촌이라는 작자들이요..
그런 개만도 못한 시동생들을, 그래도 시동생이라고, 빚까지 내서 결혼 시킨 우리 엄마 속은 어땠을지..
게다가 그 여편네들까지 다들 손 위 동서를 뭐같이 보고 이년저년에 쌍씨옷 욕까지 해댔었죠.
물론 제일 큰 몫은 할머니의 이간질이었지만...
고모라는 사람은 어떤지 아십니까.
할머니가 살던 집(원래는 우리 부모님이 마련한 집인데, 할머니와 결혼 안 한 삼촌 살라고 준 집이에요) 등기가 없어졌다고, 울 아빠를 추궁했었죠. 이자식 저자식 하면서, 집 팔아먹을라고 한다면서
몇날 몇일을 시달리던 아빠는 결국 쓰러지셨고, 정상적인 생활을 하시기까지 몇년이 걸렸습니다.
그 때 제가 고1, 언니가 고3 이었는데,
고모라는 뇬이 고등학생 조카한테 한다는 말이 '니 아빠가 그렇게 심보를 써서 아들을 못 낳은거야' 였다는..그리고 등기는도 아무데도 안 가고 제 자리에 있었다는...
그리고 세월이 흘러 제작년 여름, 그 결혼 안하고 할머니랑 살던 삼촌이란 놈이
그 집을 팔아 먹고 웬 여자랑 눈이 맞아 할머니를 우리 집에 버려놓다시피 했답니다.
지금은 전화버호까지 바꿔버려서 연락도 안되구요.
엄마가 정말 대단한 건,
이런 상황에서도 장남 며느리니까 할 도리는 해야겠다고 할머니를 모시고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 노인네, 상황판단이 되면 감사히 생각하고 조용히 있어야 할텐데
엄마랑 단둘이만 있으면 꼭 엄마를 이겨먹을라고 큰 소리를 친다는 겁니다.
아빠가 계실 때랑 안 계실 때랑 태도가 너무 다르고,
아빠가 뭐라하면, '내가 정신이 없다', '모르겠다'로 일관하죠.
엄마는 마음을 비웠다가도, 할머니가 그럴때마다 속이 뒤집힌대요, 누구라도 그럴겁니다.
결국 견디다 못한 엄마는 낼모레 예순인 나이에 아파트 청소일을 나갔고
허리에 무리가 와, 작년에 디스크 수술을 받으셨습니다.
디스크 수술하면 석달은 조심해야 되는데,
막내고모가 한달동안 할머니 데리고 있다가 우리집에 다시 데려다놨습니다.
엄마 건강도 건강이지만(사실 허리 말고 심장도 안 좋으십니다.)
집안 식구들이 스트레스 때문에 서로 다투고 큰 소리도 자주 나고..
아빠는 더 이상 안되겠다 싶어 할머니를 시설로 모셔야겠다고 동생들한테 얘기했습니다.
그 동안 전화한통 없던 사람들이 시설은 안된다며 눈이 뒤집혀 난리더군요.
그럼 지들이 데리구 가든가...
오늘 저녁에 또 한바탕 큰소리가 났습니다.
정말 이럴 땐 할머니가 없어졌으면 싶습니다.
노인네 하나때문에 우리 집은 집이 아닙니다.
아빠 동생들은 어디서 편하게 먹구 사는지 얼마 전 설에도 연락 한번이 없구요.
왜 우리 식구만 이렇게 힘들어야 하나요?
왜 우리 식구만 참고 견뎌야 하는건데요?
나이 서른이면 허튼 소리 할 나이는 아닌지라
아빠 형제들한테 한소리 퍼부어주고 싶지만,
엄마 아빠 입장을 생각하면 과연 옳은 일인지 확신이 잘 서지 않습니다.
아무도 모르게 시설로 데려다 놓을까..
몰래 차에 태우고 나가 지방에 버리고 올까..
밥에다 약을 탈까, 목을 졸라볼까,
길가다 어디 차에라도 치이면 좋겠다..
이런 무서운 생각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85살이면 살만큼 산 거 맞죠.
이 노인네 눈에 안 보이게 하는 방법 없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