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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홀 두껑

강속구 |2007.03.25 01:57
조회 1,274 |추천 0

<비위 약하신 분은 읽지 마세요!>

 

때는 1999년 12월 초 전역한지 두 달 째...당시 23세   형의 권유와 소개로 병원 아르바이트를 하며 형집에서 기거를 하였다. 밤에 하는 일이었지만 복학 전 공부도 하고 돈도 벌 수 있는 괜찮은 알바였다.

 

 하루는 아침에 퇴근하고 조카들이랑 놀다가 점심을 먹게 되었다. 그날 형수는 라면에 된장을 살짝 풀어서 끓여 주셨는데 맛이 기가 막혔다. 원조 장라면ㅋㄷ 그런데...군대다녀온 사람들은 알겠지만 식생활이 바뀌면 장이 약해지는 현상을 경험해 보신 분들 있을 것이다. 그것 때문에 나도 한동안 고생을 하였고 바로 그날 점심 먹으면서 부터 배가 살살 아프기 시작한 것이 아닌가? 그때 까지는 참을만 했다. 그날은 첫월급 받아서 기분도 좋았으며 은행가서 통장하나 개설하고 저금을 할  심산이었기에 라면을 후루룹 먹고 주민등록증, 돈, 도장을 챙겨서 나가려했다. 물론 그 순간에도 배는 살살 아팠다.

 

  그럼 집에서 해결하지? 이런 의문이 들 수도 있을 텐데... 집은 15평 큰방하나, 작은방하나, 부엌, 욕실, 베란다... 부엌과 욕실은 맞 붙어 있는 구조다. 평소에는 안방에서 밥을 먹지만 그날은 형수, 큰 조카(여, 당시7세), 둘째 조카들(여, 당시4세, 쌍둥이)과 부엌의 좁은 공간, 욕실 바로 앞에서 밥을 먹었기에 차마 볼 일 볼 엄두가 나질 않아서 라면을 빠르게 먹고 밖으로 향했다.

 

 아파트상가 지하3층에 가면 볼링장에 딸린 화장실이 있기에 그곳으로 무척 급하게 갔다. 엘리베이터 타고, 현관, 현관~상가입구, 1층, 지하1층, 지하2층, 지하3층, 화장실...이런 수순인데 현관 까지는 참을만 했는데 상가 까지 가는 30m도 안되는 그 길... 그 길 부터 얼굴이 하예질 정도로 괄약근에 힘을 주어야만 했다. 이러다가 큰일 나겠는걸...등에는 진땀이 나고 머리털이 삐죽 솟는 느낌....

 

  상가 입구에 도착해 지하 1층으로 내려 가는 30계단도 안되는 그곳에서 우려 하던 일이 생겼다. 계단을 오르내려 보면 알겠지만 다리가 벌어 지면 괄약근에 힘이 빠지는 것을... 이거 예상치도 못했잖아~ 순간 줄줄 새는데 막을 수가 없었다. 바지를 타고 종아리 발목까지 ......반사적으로 허리를 굽혀 양말을 끌어 올려 체육복 끝자락을 양말 안쪽으로 집어 넣었다. 지금 생각해도 초 난감한, 끔찍한 정말 사라지고 싶은 순간이었다. 찰나를 스치는 생각 내려가야하나? 올라가야하나? 내려가면 사람이 많을 것이고... 눈딱감고 옥상(3층)으로 향했다. 1층쯤 가니 사람이 내려오는데 미치겠더라.-.,- 그래서 벽에 붙어서 피했다. 하~ 인생 최악의 날... 마침내 옥상에 다다르니 안도의 한숨을 쉴 틈도 없이 어떤 할머니가 옥상에서 **미용실 수건을 걸고 있는 것이 아닌가! 문뒤로 숨은 뒤 심장은 쿵쾅 쿵쾅~ 그래도 수건을 하나 슬쩍해서 응급 처치를 했다. 요 바로 전 반사적인 바지 끝자락 양말 안쪽넣기의 처치는 그날의 백미였다. 그것이 아니었다면 신발속으로 생각만 해도 끔찍하군~ 이거 씻어야하는데! 목욕탕?거기 까지 가는데는 사람도 많고 카운터를 거쳐야하니까... 번쩍 스치는 생각 근처에 천이 흐른다! 그곳으로 가야된다!

 

 후다닥~ 사람을 피하려고 나무뒤로, 낮은 담은 가뿐히 뛰어 넘으며 아파트의 작은 공원에 도착했다. 아씨~ 오늘 출근은 어떻게 하나? 집에는 어떻게 들어가지? 별 생각이 다 들었다. 물이 흐르는 곳 까지는 5분 정도의 거리... 그런데 눈에 띄는 맨홀 뚜껑!!! 혹시 저 안에 물이 있지 않을까? 겨울이라 인적이 완전 드물었기에 그 뚜껑을 힘것 열었다. 쉽게 열릴 무게와 크기는 분명 아니었다. 뚜껑이 열린 순간 정말 반가운 물이 그 안에 있지 않은가! 바지에서 돈, 민증,도장을 꺼낸뒤 신발로 날아 가지않게 올려 두었다ㅋ 철제 사다리를 타고 내려 간 뒤 츄리닝 바지를 행구고 똥 묻은 곳을 씻었다. 초겨울 추위에 똥싸서 맨홀 두껑 열고 찬물에 씻는 신세가 가련하기 짝이 없었다. 그래도 해결의 단계이기에 해야만 했다.

 

 임시적 처방을 한뒤 젖은 츄리닝 바지를 입고 목욕탕으로 가는데 얼마나 춥던지~ 그곳에서 마무리를 지어야만 하기에, 가야만 했다. 따뜻하고 씻을 수 있는! 따뜻한 물이 있는! 목욕탕! 그곳은 분명 파라다이스! 비누를 바지에 묻혀 빡빡 빤뒤 건식 사우나에 말렸고 나는 탕에 들어가 얼었던 몸을 녹이며 끔찍한 일을 마음 속으로 되뇌였고 앞으로 해결할 일을 생각 하였다. 분명 그곳은 천국이었다. 다 마른 바지를 입고 은행도 가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집에 도착했다. 물론 양말은 신지 않은 체로...

 

수년이 지난뒤 선후배들한테 한번 얘기를 했는데 다들 자지러 졌다. 물론 싫어 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뒤 맨홀은 나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으며 음지에 머무를 얘기를 양지로 끌어 올리는 계기가 되었다. ㅋㅋㅋ

그리고 맨홀 두껑의 종류가 한전, 한국통신, 수도공사, 오수 등 다양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인터넷 기사에도 한때 세계의 맨홀 두껑이란 것이 나오던데... 관심 아닌 관심을 갖게 되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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