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마법의 성
시간이 멈춘 듯 조용하다. 이곳은 언제나 그랬다. 모든 것이 정지된 상태로 세상과 동떨어져 있다. 호수의 물살과 불어오는 옅은 바람만이 시간의 흐름을 말해줬고 모든 것이 조용하게 숨죽여 멈춰 서있다. 항상 느끼는 것은 이렇게 멈춰서버린 시간에 대한 풍요로움이다.
그래서 이곳이 좋다. 마음의 여유를 느끼게 해주고 빠르게 지나쳐서 알지 못했던 정지된 것들의 소중함을 알게 해주는 이곳을 좋아 한다. 특히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 하면서 더욱 이곳이 그리웠었다. 뭐 딱히 대단한 글을 쓰고 있는 것도 아니지만 그럼에도 이곳의 풍경은 새로운 글에 대한 영감을 주곤 했기에 최근 몇 년 찾지 못한 이곳이 무진장 그리웠었다.
몇 주 뒤면 이곳을, 아니 한국을 떠나야 하지만 이곳만은… 이곳의 봄만은 꼭 담아가고 싶어 한 달의 여유를 두고 용기 내 찾았다. 그리고 오늘까지 3일째 봄의 나른함을 즐기며 공백의 여유를 만끽하고 있다.
마법의 성(난 이곳을 마법의 성이라 부른다)의 아침은 부서지는 햇살로 눈 부셨고 그 눈부신 햇살을 받으며 맞는 아침은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행복하다. 오늘도 평소와 다름없이 눈부신 햇살에 흡족한 아침을 맞으며 하품을 하고 있는데 난데없는 괴성이 울렸다. 고함소리가 들리고 깨지고 부서지는 소리가 연이어 들려 왔다.
이렇게 큰 소란이 날 이유가 없는데 무슨 일인가 싶어 서둘러 침대에서 일어났다. 이곳은 개인 사유지로 그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차를 타고 2-30분은 족히 가야 마을과의 경계가 보이는 꽤 많은 땅이 3선의 현 국회의원 소유의 땅이다.
예전엔 동네사람들이 많이들 오곤 했는데 최근 몇 년 동안은 사유지 안으로 들어오는 사람이 거의 없다. 가끔 가을철 동네 어른들이 도토리나 밤을 줍기 위해 경계선 안쪽으로 들어오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그 외엔 이곳은 금지된 영역 같았다. 그런데 지금 들려오는 이 소란은 뭔지 햇살이 창문 안으로 쏟아져 들어오지만 않았다면 꿈을 꾸고 있나 착각 할 정도다.
소란의 근원은 안채인 것 같은데 얼마나 큰소리를 내고 있으면 떨어져 있는 이곳까지 쩌렁쩌렁 울려 대고 있다. 서둘러 씻고 밖으로 나갔다. 질끈 머리를 동여매고 칠보 바지에 운동화를 신고 안채 근처에 도착 했을 때 몇 대의 검은색 자동차가 보였다. 안채 앞으로 즐비하게 서있는 자가용에 눈이 커진다. 다가서지 못하고 얼어버린 듯 발길이 멈춰섰다. 아무래도 별장 주인 식구 중 누군가가 온 것 같다.
돈 많은 사람들에게 별장 하나 정도는 당연하겠지만 이곳은 그런 차원과는 다른 곳이다. 알기로는 몇 개의 별장이 있고 홍보용이나 파티용의 별장이 아닌 비밀리에 가족들만이 쉴 수 있도록 온전히 외부와 차단을 위한 은신처기에 이곳에 왔다는 건 그만큼 큰 일이 벌어 졌거나 아님 조용히 쉬고 싶다는 걸 뜻한다. 더욱이 최근 몇 년 동안 가족 누구도 이곳을 찾지 않았기에 충분히 놀랄 일이다. 대체 무슨 일인가 싶어 안채를 기웃거릴 때 마침 아주머니가 나오신다.
“어쩌냐 … 오늘 아침은 너 혼자 먹어야겠다. 정신없게 생겼어.”
혼자서 아침 먹는 것쯤은 문제도 아니겠는데 무슨 일로 아주머니가 허둥지둥 하는지가 궁금했다. 그때 굉장한 소음과 함께 별장 외벽의 유리문이 폭삭 내려앉는다. 안채에서 뭔가가 던져졌고 그 물건은 베란다를 통과해 내 몸을 스치며 떨어져 나갔다. 그와 동시에 커다란 통유리도 완전히 박살나 산산이 부서져 내렸다. 본능적으로 고개를 숙였고 서둘러 나오시던 아주머니도 털썩 주저앉으신다. 둘 다 미처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안채에서 욕설이 터져 나왔다.
“C발 왜 내 말을 안 믿어!!! 말을 하면 믿어야 할 거 아냐! 믿지도 않으면서 묻기는 왜 물어!!”
“!!!”
아주머니에게 다가서려던 난 그대로 얼어버렸다.
“당장 보내줘! 형이고 나발이고 새끼야 빨리 보내 달라고!!! 나 여기 싫다고. 여기 이 별장 * 나게 싫단 말이야!!”
윤지완이다. 이 목소리는 분명 윤지완이다. 외국에 나가 있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언제 들어 왔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왜 이곳에 있는지, 어떻게 된건지 알 수 없는 상황에 수많은 질문들이 한꺼번에 머릿속을 채우며 불안하게 만들고 있었다.
“네 놈이 한 짓을 생각하고 말을 해. 나이가 몇인데 싸움질에 사람을 그 지경으로 만들어놔. 그 사람 깨어나지 못하면 넌 살인자 되는 거야. 알고 있어?”
살인자란 말에 놀라서 입이 벌어졌다. 아주머니에게 눈길이 돌려 졌고 아주머니 또한 놀란 눈을 하고 계신다. 그리곤 아직도 얼이 빠진 얼굴로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듯 연신 고개만 가로 저으신다.
“누가 살인자야!! 씨댕 뭐 알고 나 지껄여. 왜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나불거려. 내 눈을 보면서도 그런 말이 나 오냐? 내 눈이 왜 이런데? 오히려 피해자란 말이야! 그 새끼들이 던진 병 때문에 이렇게 됐는데 뭐가 무섭다고 날 이곳으로 끌고 오냐고? 내가 죄졌어? 왜 숨어? 왜 숨고 지랄이냐고!”
“그건 두고 보면 알거고 괜한 구설수에 오르내리는 거 싫으니까 이곳에 있어”
“C발 내가 아니라는데 왜들 그래? 내가 여기 싫다는데 왜 들어 먹지를 않아?여기 * 나게 싫단 말이야!!”
“왜? 왜 싫은데? 방학이면 이곳만 오던 놈이 들어와서도 이곳은 아예 오려고도 않고 왜 그래? 승아 때문이야? 뭐 네놈이 궁금하지도 않겠지만 승아 공부하러 미국으로 들어갔다더라.”
승아란 말에 아주머니 눈길이 와 닿는다. 이럴 땐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하나? 난감함을 어설픈 웃음으로 무마해보지만 여의치 않다.
“쿡 뭐야? 아직도 연락하고 있었냐?”
“조용해 질 때까지만 여기 있어. 그 후엔 니 마음대로 해. 어차피 그런 상태론 서울 가도 생활하기 힘들어. 차라리 이곳이 너한테 훨씬 도움 될 거야.”
또 다시 제 얘기가 나오면 어쩌나 싶었는데 다행히 다른 얘기를 한다. 하지만 지완이 쉽게 놓아주지 않는다. 별 관심도 없으면서 끈질기게 묻고 있다.
“왜 말을 돌려? 아직도 그 울보랑 연락 하고 있냐 묻잖아?”
“승주 형을 우연히 만났어.”
며칠 전 오빠와 통화가 생각난다. 이완 오빠를 만났다며 얘기 끝에 유학 얘길 했다더니 아마도 오빠를 통해서 알게 된 것 같다. 말이 유학이지 절대 공부나 아님 남들이 생각하듯 목적을 갖고 떠나는 것이 아니다.
요즘 몸이 어째 이상하다. 가끔 손에 마비가 오고 몸이 찌뿌둥한 것이 종종 뻣뻣해 지며 키보드 판을 치는 것조차 힘에 부치게 하고 있다. 딱히 잡지사에 미련이 있었던 것도 아니기에 핑계거리가 생겼을 때 과감하게 사표를 던졌다. 그 후 백수를 핑계 삼아, 또 찌뿌둥한 몸을 핑계 삼아 외국에 계신 부모님을 뵙고 싶었을 뿐이다. 둘째 오빠의 과도한 공부 욕심에 미국에 거주하고 계시는 부모님은 다행히 철없는 딸의 행동을 무척이나 반가워하셨다.
“우연히……?”
뭐를 알고 싶은 건지 물어오는 말투가 꽤나 삐딱하다.
“…….”
“일부러가 아니라 우연히?”
계속해서 비꼬는 말투로 묻고 있다.
“그래 우연히.”
“웃기는 군. 내가 낫기만 하면 너부터 한방 먹일 거야. 너 정말 재수 없어.”
“닥치고 조용히 지내. 언제까지 내가 네 뒤치다꺼리 해줄 거 같아? 너 말고도 신경 쓸 게 한 두 가진 줄 알아? 네 편들어 주실 어머님도 안 계시다는 걸 잊지 마.”
“그래서 니 놈이 싫어. 그렇게 잘 계산되는 네 놈이 싫다고.”
“알아. 네 녀석이 나 싫어하는 것쯤은 알고 있어. 새삼 알려주지 않아도 되니까 애쓰지 마. 몇 주만이라도 조용히 지내봐. 하루에 한 번씩 주치의 들릴 것이고 불편한 것 없도록 조치해 뒀으니까 걱정 말고. 그래도 혹시 부족하거나 필요한 것 있으면 연락…….”
“누구 좋으라고? 윤이완 좋으라고? 왜 겁나냐? 내가 망나니짓해서 혹시라도 그쪽에서 파혼하자고 할까봐? 동생 망나니짓한다고 파혼하자고 하던?”
“너에 대해 알만 한 사람들 다 아니까 새로울 것도 없다. 특히 결혼할 생각도 없으니 파혼이 문제 될 것도 없지. 그리고 설사 소문처럼 결혼을 한다 하더라도 세진인 너에 대해 아니까 새삼 놀라지도 않을 거다. 단지 신경 쓸 게 많은데 너까지 한 몫 하지 말라는 것뿐이야. 필요한 거 있으면 아저씨나 아주머니께 부탁하고 아님 전화해.”
그때까지도 경직되어 웅크리고 있던 나는 이완 오빠의 간다는 말에 서둘러 안채 뒤로 몸을 숨 켰다. 대면하고 싶지 않았다. 문이 열리고 이완 오빠 모습이 보인다. 익숙하지 않은 차림이다. 하긴 만난 지도 오래 됐고 또 듣자니 기획사가 꽤나 커졌단다. 반듯한 양복이 어딘지 모르게 낯설어 보이게 한다.
깔끔한 정장에 무테안경까지 말쑥한 이완 오빠가 굳은 얼굴로 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채 몇 걸음 떼기도 전에 들려오는 지완의 말에 그대로 멈춰 선다.
“연우… 연우는 찾고 있냐?”
“!!!!”
안채 뒤로 몸을 숨기고 있던 나 또한 오빠처럼 경직 되었다. 지완의 말 한마디에 철렁하며 가슴이 내려앉는다. 역시 아직까지도 연우를 잊지 못하고 있는 지완이다. 나도 모르게 이완 오빠 표정을 살핀다. 한동안 무슨 생각을 하는지 움직임이 없던 오빠가 뒤도 돌아보지도 않고 건조하게 말한다.
“관심 갖지 마. 정 신경 쓰이면 네가 찾던지…….”
딱딱하게 내뱉곤 내려온다. 아직도 그대로 주저앉아 있던 아주머니가 그제서 일어서며 오빠를 맞았다. 서로 몇 마디 오고 간 뒤 오빠가 아주머니께 인사를 한다. 그리고 별장 안쪽을 쓰윽 한번 쳐다보더니 그대로 차에 올라탔다. 오빠를 선두로 그 뒤를 몇 대의 자동차가 연이어 출발한다. 자동차 출 발음이 들림과 동시에 깨진 유리문으로 물건이 던져졌고 곧이어 욕설과 괴성이 튀어 나왔다.
“윤이완 이 개새끼!!! 으악!!!!”
귀청이 찢어지게 울려대는 절규에 그때서 정신이 들었다. 서둘러 떠나야 한다. 떠나도 진작 떠났어야 하는데 이놈의 봄이 사람 발목을 잡았다. 이곳의 봄은 봄이 아니다. 마법이다. 펼쳐진 들판에서부터 연초록빛의 싹들이 힘겹게 고개를 내밀고 별장 뒤로 병풍처럼 둘러 싸여 있는 산에선 실크 같은 부드러운 봄바람이 불어온다.
그리고 눈앞으로 펼쳐진 호수까지 이곳 봄은 후각, 시각, 청각 그 모든 감각을 자극시키며 사람을 취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마법에 빠뜨리고 시간을 정지시킨다. 걱정도 근심도 모든 것을 잊게 한다. 그런데 그 녀석이 온 것이다. 몇 년 동안 별장을 찾지 않던 놈이 나타 난 것이다. 아주 시기도 잘 맞춰 하필 내가 왔을 때 들이 닥친 것이다.
“사모님 돌아가시곤 한동안 잠잠하다 했더니 그럼 그렇지 어째 몇 년 조용하다 했다. 저 꼴을 몇 주는 봐야 할 것 같은데 벌써부터 심란하네. 도대체가 왜 저 모양인지 같은 형젠데 달라도 너무 다르다니까… 쯧쯧…….”
아주머니 앞으로 다가서지도 못하고 멈춰서 있는 내게 푸념이 이어졌다.
“…저 아무래도 가야 할 것 같아요.”
서둘러 말을 꺼냈다. 최소한 몇 주는 이곳에 저 윤지완이 머무를 것이다. 어쩜 일이 꼬여도 이렇게 꼬여버리는지 평화롭던 휴가는 3일 만에 끝난 것이다.
“왜? 왜 벌써 가? 몇 주는 있을 거라고 했잖아? 너 서울 집도 정리하고 왔다면서? 네가 갈 데가 어디 있다고?”
아주머니가 갑작스런 말에 놀라서 묻는다.
“원래 겨울에 떠나려고 했었어요. 엄마도 빨리 들어오라고 했는데 제가 고집 피웠던 거예요. 아주머니도 보고 싶고 아저씨도 그렇고… 또 몇 년 못 본 이곳도 그리워서. 아무래도 서둘러 가는 게 좋겠어요.”
“왜? 지완이 때문에 그러니?”
“…….”
“걱정 마. 안 가도 돼. 지완이 상관 말고 너 있고 싶은 만큼 있다가 가도 돼. 지완이 다쳐서 눈에 붕대 감고 있어. 그러니까…….”
“예?!”
더 있으라는 말보다 다쳤다는 말이 더 크게 와 닿는다. 이제는 상관없는, 아니 상관조차 말아야 하는데 도대체가 그렇게 당하고도 바보처럼 미련스럽다. 벌써 5년이나 지났건만 그 아픔이 바로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느껴짐에도 이빨 갈고 칼 갈아도 시원치 않을 판에 누굴 걱정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더욱이 아직까지도 한 여자만을 집착하고 있는 놈을…….
“또 뭔 짓을 한 건지 이번엔 눈에 붕대 감고 왔다니까. 나 참 이제 하다하다 별 짓을 다한다. 말썽피워서 쫓겨 오는 것도 모자라 눈에 붕대까지 감고 오니… 쯧쯧.”
“!!!”
“붕대감고 있어서 너 온지도 모를 거야. 그러니까 괜히 계획보다 일찍 떠나지 말고 그냥 있어. 쓰고 싶던 글도 더 쓰고… 그래야 나도 나중에 사모님한테 면목이 있지. 그렇게 많이 도와 주셨는데… 나 같은 무지랭이가 시를 쓴다는 것이 말이 되니? 그렇게 쓸 수 있게 용기 주고 책까지 낼 수 있게 도와주셨는데 나도 뭔가를 해드려야지. 그래야 나중에 면목이 있지…….”
말씀은 저렇게 하셔도 신춘문예 시부분에서 입상까지 하셨던 분이고 요즘도 시를 쓰거나 손에서 책을 놓으신 적이 없으신 분이다. 그리고 부족한 나의 영원한 팬이기를 자처하시는 분이시다.
잡지사에서 글을 쓸 때 가장 많이 응원해주시며 가장 많이 열독해 주셨던 분이다. 보조 작가란 딱지도 떼지 못한 나의 글을 아주머닌 극찬을 해주시며 힘을 주셨다. 요즘 쓰고 있는 소설의 시대적 배경이나 주변 인물들에 대해 많은 도움을 주시면서 매 회마다 꼼꼼하게 훑어보며 오타부터 상황에 맞지 않는 설정까지 하나하나 지적해 주신다.
“이번 봄은 좀 조용하게 보내나 했는데… 몇 년 별장엔 오지도 않더니 하필 네가 왔을 때 이럴게 뭐니? 외국에 나가서 공부한다더니 언제 들어온 거야. 또 오자마자 이 난리를 피우고 쯧쯧. 그런데 너 마저 가면 난 어쩌라고? 며칠 말동무 해줘서 내가 얼마나 좋았는데… 그냥 있어 알겠지?”
“… 그래도 가는 것이 좋겠어요. 괜히 저 때문에 아줌마까지 곤란해지면 그렇잖아요.”
“곤란은 무슨 곤란? 너 없으면 내가 누구랑 말 상대를 하고 또 네 글 읽는 것이 나한테는 낙인데 그것마저 사라지면 저 불한당 같은 지완이랑 어쩌라고? 거기에 그 다혈질 성격까지 맞추려면 나 스트레스 쌓여 쓰러진다.”
“…….”
“뭘 그렇게 골똘하게 고심해 고심하긴. 그냥 있어. 네가 가려는 이유가 지완이 때문이라면 너 여기 온 것 비밀로 하면 돼. 지완이 붕대 감고 있는데 뭐가 걱정이야? 그리고 나중에라도 만에 하나 너한테 뭐라고 하면 내가 가만 안 있을 거야. 나 알지? 이 아줌마 한번 화나면 물 불 안 가리는 무식한 아줌마 인거 너도 알잖아 그치 승아야?”
답을 원하시는 아줌마의 말씀에 피식 웃음이 났다. 절대 남에게 싫은 소리 못하시는 아주머니인 걸 너무 잘 알기에 지랄 맞은 윤지완을 혼낸다니 그저 공허한 웃음만 났다. 아마도 그만큼 남기를 바라시는 것 같다. 미적미적 쉽게 대답을 못하는데 또다시 괴성과 함께 우당탕 둔탁한 소리가 들린다.
“또 뭔 일이래? 어휴 정말 내가 심장 떨려서 못 있겠네… 도대체 이럴 때 이 사람은 어디 가서 이렇게 안 와? 그래도 지완이랑 말이 통하는 사람은 그 사람뿐인데.”
시내에 나가신 아저씨를 찾으며 허둥지둥 안채로 들어가시는 아주머니를 먼발치에서 보고만 있다. 섣불리 쫓아 들어가지 못하고 미적거리며 동태만 살핀다. 어제까지만 해도 평화, 고요, 정막 뭐 이런 단어만이 유일하게 이곳을 표현하고 있었는데 오늘 아침의 모습은 괴성과 폭언만이 무성하다. 그 근원이 바로 윤지완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