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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투데이.. 22

송수민 |2003.05.06 10:30
조회 93 |추천 0

"감시자가 한 명 더 생긴 거야?"

무현은 책상 위에 서류를 쭉 검토하면서 읽어보고 사인을 하고 나서야 자리에서 일어나 중앙의 소파에 앉으며 말했다.

"감시는 무슨.. 출근 한지 꽤 됐는데도, 오빠한테 아무런 말이 없으니깐, 직접 찾아 온 거지."
"무슨 말을 듣고 싶으시기에 그러십니까..? 아. 가. 씨."

무현과 마주앉은 채현은 오빠의 장난기에 마음이 놓이면서 편안했다.

"실장님.."

작은 노크소리와 함께 나직한 어투의 말로 무현을 부르는 소리에 채현이 등을 지고 있다가 출입문 쪽으로 등을 돌렸다.

"금관위 위원들과의 점심 식사 약속장소로 가시려면, 지금 출발 하셔야 하는데요."

채현은 어디서 낯이 익은 비서의 얼굴을 유심히 쳐다보았다.

"알았어요. 곧 나가죠."

채현은 비서가 나간 후에도 여전히 문쪽으로 시선을 두며 생각에 빠진 얼굴을 했다.

"채현아.. 어쩌지? 오빠.. 지금 나가봐야 하는데.."
"...응?"

채현은 무현의 말을 늦게 들어 흘려버리게 되자, 다시 물었다.

"무슨 생각을 한 거야..? 미안하지만, 오빠가 지금 약속으로 나가야 한다구.."
"어.. 그래, 오빠. 나도 학교에 가야돼... 그런데 오빠..?"

여전히 딴 생각으로 가득한 채현이 부르자, 무현은 궁금해하는 표정으로 채현의 얼굴을 쳐다봤다.

"지금.. 그 비서, 말이야.. 어떻게 오빠 방으로 오게 된 거야?"

무현은 채현이의 심각할 것 같던 질문이 엉뚱하게 나오자, 피식 한 번 웃었다.

"어떻게 오긴.. 오빠가 이 자리를 만들어서 오게 되었을 때, 회사 실무 경험이 없는 날 위해 특별히 베테랑 비서를 보내 주신 걸로 알아."
"그러니깐, 그게 누구냐구."
"응?"

 

무현은 자꾸만 엉뚱한 질문으로 심각해 하는 채현을 이상하게 쳐다보았다.

"누가 저 비서를 오빠에게 보냈는지 몰..라?"
"글세.. 정이사님이신가?.. 모르겠네. 근데, 왜?"
"모르면 됐어. 아니야. 내가 착각 했나봐."

채현은 이제 채현보다 더 의아해 하는 무현을 앞에 두고 소파에서 일어났다.

"가야 한다며..? 일어나, 오빠."

무현은 여전히 채현을 보고 갸웃해하면서도 더 이상 왜 그러는지에 대해서는 묻지 않았다.

오빠의 방을 나와 복도를 걸으면서도 채현은 마지막으로 유심하게 다시 살피면서 얼굴을 본 여 비서에게 신경이 집중되었다. 하지만 도무지 낯이 왜 익은지가 영 떠오르지 않아 답답해했다.

"에이, 모르겠다."

채현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무현은 그런 채현을 빙그레 웃으며 따스한 눈길로 쳐다봤다.

 

"태워다 줄게, 타."
"됐네요. 조금 걷다가 버스 타고 가면 돼."
"그래, 그럼. 있다가 집에서 보자."

채현은 오빠가 차에 타서 창문을 내리고 다시 말을 하자, 알았다는 고개 짓을 했고, 잠시 후 현관 앞을 떠나는 오빠의 차 뒤를 보고 섰다.

채현은 도로로 빠지는 오빠의 차를 보고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걸었다. 그러다가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생각에 채현이 작은 탄식이 섞인 말을 했다.

"그 - 래, 맞아. 정이사님의 딸. 정지나.."

채현은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 회사의 건물을 올려다봤다.

 

*

 

"...네, 여보세요."

잠에서 덜 깬 준은 잘 떠지지 않는 눈을 간신히 뜨며 수화기를 들고 대답했다.

 

"아직 멀은 거니? 늦게 들어온 건, 온 거지만. 깨워야 하는 게 아닌가 해서."

민이 도서관 안의 전화박스 안에서 준에게 전화를 걸어 통화를 했다.

 

"...어.. 지금 몇 시....지?"

한쪽 눈은 거의 감기고 나머지 한쪽도 찡그리면서 시계를 찾아 시간을 보던 준의 눈이 갑자기 놀란 눈처럼 떠졌다.

"형!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시간이 맞는 거야? 내 방 시계가 잘 못 된 거 아니..구?"

준은 시계가 오후 4시를 가리키자, 놀라 침대에서 일어 나 앉았다.

 

"그래, 맞아. 5분 있으면 4시야."

민은 준이의 놀란 목소리에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가 상상이 가자 짧은 웃음이 나왔다.

 

"형, 지금 씻고 바로 나갈게. 끊어."

준은 성급하게 전화를 끊고, 침대에서 나왔다.

"큰일이군, 큰일이야. 모레가 시험인 놈이..아- 이. 어제 술까지는 안 마셨어야 하는 건데."
준은 바닥으로 떨어져 있는 겉옷을 얼른 입고, 헐레벌떡 방을 나가 욕실로 들어갔다.

 

*

 

차가 신호에 걸리자, 그 틈에 준은 룸 밀어로 얼굴을 보며, 빗질하듯이 머리카락을 손으로 쓱 쓱 뒤로 넘겨봤다.


*

 

열람실로 들어온 준은 주위를 살피다가 일행들을 보자, 살짝 살짝 걸음 소리도 죽이면서 걸어 그쪽으로 갔다.

모두 자고 있는 사람처럼 잔뜩 고개를 숙이고 책들을 보고 있자, 곧게 선 준은 아래를 내려다보듯이 보다가 한 사람 한 사람, 뒤로 지나가며 걷다가 가방을 책상에 내려놓고, 조심스럽게 의자를 뒤로 빼고 앉은 다음, 옆으로 몸을 가까이 했다.

"어머....! ... 지금 온 거에요?"

현주는 갑작스럽게 어깨를 톡 건드리며 옆으로 앉은 준을 보고 놀랐음에도 불구하고 목소리를 아주 작게 냈다.

준은 눈을 살짝 감으며 고개를 끄덕이면서 두 손을 모아 하품을 하는 입을 가렸다.

현주는 그런 준의 얼굴을 재미나게 쳐다보며 웃었다.

"부랴 부랴 오긴 왔는데.. 잠은 아직 덜 깬 것 같애.
시원한 음료수라도 마셨으면 좋겠는데, 잠깐 나갈래..?"

준이 현주의 얼굴에 가까이 하며 소근대듯이 물었다.

현주는 목소리를 내는 대신에 고개를 끄덕임과 동시에 주위를 살피면서 의자를 살짝 뒤로 빼었다.

준도 현주의 뒤를 따라 바로 의자를 약간 뒤로 빼어 놓고 일어났다.

채현은 작은 인기척에 보던 책에서 눈을 떼며 고개를 들었다.
막 일어나서 먼저 앞으로 걸어가는 현주와 그 뒤를 따라 나가는 준의 뒷모습이 보이자, 채현은 멍한 눈으로 둘이 열람실을 나갈 때까지 쫓았다.

준이와 현주가 나간 문이 자동으로 천천히 닫히자, 그제야 채현은 눈을 깜박였다.
그리고 굳은 표정으로 한 동안 더 그곳을 바라보게 되었다.

잠깐 뒤로 기지개를 펴려던 민혁은 맥없이 한곳만을 응시하고 있는 채현이가 보이자, 무슨 일인가 싶어서 올렸던 팔을 내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채현에게 가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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