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은 먹었니?"
"어머님이세요? 네... 오늘 어버이날이라고 어머님이 제게 전화를 하셨네요"
늘 이런식입니다
하루도 통화를 않하면 입에 가시가 돋힌다...그런 친구 몇몇을 두고 있는 나
그러나 부모님께는 이렇듯 무심합니다
"병아리는 잘 크고 있나요 요즘도 방에서만 살려고 떼 쓰나요?"
얼마전 산에 가셨다가 미아가 된 병아리 한마리를 입양해 오셨지요
적적하신 마음에 방에다 두고 며칠 키웠더니 이젠 완전히 "애완 병아리님"이 되셨다네요
철없는 며느리 할 말 없어 병아리 안부 몇마디 묻고는 서둘러 전화를 끊어버립니다
울 친정엄마보다 십년이나 젊으시더니 그도 세월이 흘러 여든이 넘으셨네요
카네이션은 고사하고 안부전화 마져도 선수를 치신 어머님이지만서도요
고부 갈등... 우린 그런거 모릅니다
"어머님 우리 누워서 이야기 해요"
저는 누워서 어머님은 제 머리맡에 앉아서 우리의 이야기는 끝없이 이어집니다
몇 않되는 이웃집, 하나 하나 출석를 부르듯 들려주시는 삶의 모습들이 꼬리의 꼬리를 물고...
심지어 먼 곳으로 출가한 이웃집 자녀들의 살아가는 모습까지 이어지고...
윗집 강아지, 옆집 송아지, 앞집 감나무의 수확량까지 끝이 없습니다
세월은 흘러 흘러 2탄이 3탄되고 지금은 백탄도 넘어 천일야화까지 넘볼지도 모를 우리들의 이야기
우리 시댁 풍경을 잠시 그립니다
제가 신혼여행을 다녀오던 날 시댁의 친척들이 한 방에 모이게 되었어요
세째 아들인 남편과 형제들...그리고 일가친척들
그런데 참 놀라운 일을 발견했답니다
댓돌위에 남자 신발들은 가득한데 정작 방안에서는 아무런 기척도 나지 않는거에요
"이상하다~ 주무시는 것도 아니고....새로 들어온 식구가 맘에 않들어 삐져 있을리도 없고..."
저의 상식으로는 저 방안의 고요를 해석받을 길도 없고 짐작할 길도 없으니 그저 안절 부절이죠
방문을 열고 살그머니 들어가 수줍은 듯 앉아 있어 보아도
저에게 말을 걸어오기는 커녕 눈빛 한번 맞추려는 사람이 없더군요
"그래 맞아 내가 맘에 들지 않는거야 그렇지 않고서야~"
그러나 어쩌나요 전혀 내 분위기 아닌 어색한 순간들은 길게도 이어지고요
누군가 잠시 잔기침을 하면 모두들 자세를 고쳐앉기도 하고, 아주 간단한 몇 마디 꺼내도 역시
대화는 길게 이어지지가 않더군요
또 다시 길고도 지루한 침묵의 시간이 흐르고...짦은 대화 긴 침묵
"충청도 사람들은 다 저런가?"
그간의 안부도 궁금할 테고, 하다못해 정치이야기라도 나올법 한데 왜들 저러고만 있을까요
드디어 그 비밀의 전모를 세월이 말해주더군요
충청도 사람들의 고유한 특성과 순하디 순한 시어머님의 영향으로 시댁은 한마디로
"조용한 가족"입니다
"우리 기왕 모였는데 윷놀이라도 한판 벌립시다" 좀이 쑤시는 경상도 며느리 참다 못해 한마디합니다
"윷이 없는데... 화투가 없는데..." 이렇게 강산이 한번 하고도 절반이 변했지요
술을 마시고 농담 한마디가 이어지길 하나 호탕한 웃음소리가 담장을 넘기를 하나
만날때 반가운 인사 한마디, 헤어질때 아쉬운 인사 한마디가 고작인 점잖으신 아들 사형제.
다행히 목소리 큰(?) 경상도 며느리덕에 다소 분위기가 업되긴 했지만 7 : 1 이 어디 당하기나 하리요
그러나 이제는 알아가네요
백마디의 말들보다 저 고요가 더 넉넉한 마음 되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요
빈 마음으로 마구 지껄이는 경상도 아줌마의 수많은 언어의 유희보다 훈훈한 정으로 가득찬 저들의
침묵의 언어가 더 귀할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죠
언어의 표현만이 전부라 여기며 살아오던 내 삶속에서 그 보다 더 깊은 감동을 가져다주는 것들이
많다는 사실도 알았지요
관심어린 표정과 눈빛, 모든것을 받아들이는 마음, 이해심, 기다려줌, 한결같은 사랑...그런것들요
비록 모처럼 만나 신나는 윷놀이 한판 벌리지 않는 시댁이지만 훈훈한 정 가득 가슴에 품고
매번 돌아갑니다 뒤 돌아 보며... 또 돌아보면서요
우리 집안에 수다쟁이 저를 그나마 받쳐주는 우리 시어머니와의 대화들
그 옆에서 묵묵히 듣고 있는 아들 사형제중 막내... 한마디 합니다
"형수님은 참 재주도 많으세요 어쩜 말씀을 그렇게도 잘 하시는지요"
"음메~기죽어"
어머님~ 인터넷 배우셔서 제 글좀 읽어보세요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