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호씨와 영철씨는 한 동네에서 절친하게 지내는 선후배 사이이다.
동시에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기도 하다. 달호씨가 2년 선배면서 중농의 농사꾼이고 , 영철 씨는 제법 큰 가게를 소유하고 있다. 둘은 서로 만나면 신앙에 대해 토론도 하고 자신들의 고민도 털어놓는 등 친 형제처럼 지내고 있다. 어느 날 저녁 영철 씨는 달호씨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형님, 무슨 일이십니까?"
"응, 동상, 오늘 밤에 막걸리나 한 잔 마시면서 얘기나 하세."
"예, 그러지요"
영철씨는 전화를 끊고 난 후 형님이 무슨 일로 부를까 궁금하게 생각하면서 가게 문을 평소보다 일찍 닫고
약간의 과일을 사 가지고 달호씨의 집으로 향했다. 달호 씨의 집에는 형수와 딸 영미는 외출했는지 보이지 않았고 달호씨 혼자 술상을 차려놓고 있었다. 달호 씨는 영철 씨를 반갑게 맞으며 인사를 건냈다.
"영철이 어서 오게. 그냥 와도 될 텐데 뭘 이런 걸 사가지고 왔나?"
"그냥 올 수가 있나요? 그란디 무슨 일이다요?"
"참 자네도 , 숨 넘어가겠네. 한 숨 돌리고 천천히 이야기하세"
영철 씨는 방안을 한 번 휘둘러보았다. 방 안은 늘 봐 왔던 풍경 그대로였다 .그런 뒤 슬그머니 달호씨를 쳐다보았다. 달호씨는 다른 날과 달리 긴장되고 굳은 표정이었다.
"영철이, 자네 혹시 어린 학생들이 다니는 학교에 단군상이 세워졌다는 소리 들어봤는가?"
"제가 바봅니까? 당연히 들어봤죠. 그건 왜 물어보세요?"
"근디 고것이 쪼금 껄쩍찌근하단 말이시"
"이 순신 동상 세우는 것처럼 나라의 국조 동상을 세우는 것인데 무슨 문제라도 있어요?"
"그랑께 그것이 가볍게 넘길일이 아니네. 단군이 누구인가? 특정 종교의 숭배 대상 아닌가? 겉으로야 국조 동상 세워서 학생들에게 애국심을 고취시킨다고 하지만 속으로는 꿍꿍이가 따로 있당께"
"그래요? 단군을 믿는 종교가 과연 있을까요?"
"모르는 소리 말어. 거시기교라고 한얼 님을 믿고 단군을 숭배하는 종교 단체가 있단 말이시"
"아따 형님도, 거시기라고 하면 어떻게 알아들어요. 거시기는 며느리도 모르는게 거시긴디"
"암튼 우리 술 한잔 마시고나서 계속 이야기하세"
둘은 잡담을 나누면서 막걸리 한 잔 씩을 걸쳤다. 영철씨는 대화가 생각보다 심각하고 길어질 것 같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끼고 마누라에게 늦어질 것 같다고 전화를했다. 영철 씨는 웬지 모르게 떨리고 가슴이 두근거렸다. 잠시 후 달호씨가 먼저 입을 열었다.
"우리가 믿는 여호와가 누구신가? 만유의 주이고 천지를 창조한 분이 아니신가? 그런데 하찮은 인간에 불과한 사람을 신처럼 떠받든다는게 말이 되는가?. 더구나 그런 우상을 학교 한 가운데 떡하니 세워 놓았으니 학생들이 아침 저녁으로 보게 될 것 아닌가?"
"형님 얘기를 듣고 보니 문제가 아주 심각하군요"
"그럼, 그럼, 아주 문제가 많지. 우리 예수 믿는 사람들이 수수방관만 하고 있어서는 안 되네"
달호 씨의 눈이 더 커지고 목소리에는 점점 더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래도 합법적으로 세워진 것이라면 지켜볼 수 밖에 없지 않습니까?"
"그런 나약한 소리 말게. 우리가 누구인가? 천만의 신도를 가진 종교단체의 신자들일세. 사학볍 투쟁 때
보지 않았나? 쪽수로 밀어부치며 투쟁하니까 막강한 힘을 가진 정부도 꼼짝 못 하잖아. 세상에 안 되는게 어디있어"
영호 씨는 침을 꿀꺽 삼키면서 달호 씨의 얘기에 점점 빠져들고 있었다.
"그럼 성님의 생각은 어떤 것이다요?"
"주님의 영광을 위해서 당연히 우상을 파괴해야지. 앞으로 주님의 자녀로 자라나야 할 어린 새싹들이 그런 거짓 형상에 놀아나서야 되겠나?"
달호 씨의 말에 영호 씨는 순간적으로 몸이 굳어지는 듯 했다. 동시에 더럭 겁이 나기도 했다.
"동상을 불법적으로 파괴했다가는 콩밥을 먹을 것인디 그래도 괜찮겄소?"
"걱정말아 동생, 처벌 받는다고 하더라도 기껏해야 벌금 정도나 불구속 기소겠지. 주님을 위해서 순교됴 하는데 이 까짓 것 쯤이야. 동생은 두려운가? 우리 뒤에는 천 만 성도가 버티고 있지않은가?"
"두렵기는유? 그리고 신자 수는 천 만이 아니고 팔백 만 이라는 소리도 있던디유. 거기에서 가끔 가다 얼굴만 비치는 나이롱 신자들 빼고 나면 훨씬 적을 거유"
"아니 자네 왜 갑자기 충청도 말을 하고 그래? 이 친구 많이 쫄았구만"
"너무 급작스러운 일이라 말이 헛 나왔네요. 어쨋든 형님이 하신다고 하면 , 전 무조건 형님이 시키는대로 해불라요"
"고맙네 영철이, 우리는 믿음의 군병이자 특공대여"
"그란디 준비해야 할 것은 뭐다요?"
"해머와 쇠톱 망치와 후레쉬 정도만 있으면 될 걸세"
둘은 서로 머리를 맞대고 자정이 넘도록 치밀한 작전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D 데이는 토요일 밤 12시로 잡았다.
드디어 토요일 밤 12시에 교정으로 몰래 침투해 들어간 둘은 해머와 톱으로 단군 상을 부수기 시작했다.
작업은 순조롭게 진행되어 거의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다.
영호씨가 마무리 작업을 위해 망치를 내리 친 순간 탕하는 소리 대신 퍽 소리가 나며 동시에 비명 소리가 들렸다.
"아이고, 수박통이야. 사람 죽네. 영철이, 야 이 개털아 , 내 머리가 돌 대그빡 인줄 아냐?
까딱 잘못했으면 야훼 앞으로 직통으로 갈 뻔했다."
"오매, 이를 어쩐다냐? 형님 죽을 죄를 졌구만요. 너무 어두워서 그만 해서는 안 될 실수를 해불었네요"
"알았다. 아그야. 이제 조금 정신이 든다. 이게 다 사탄과 전쟁을 하다 생긴일이니까 내가 너그럽게 이해해야지"
들은 작업을 다 끝낸 후 땅에 떨어진 단군상의 얼굴에 페인트 칠을 하고 발로 한 번 밟고 난 뒤 밤 이슬을 맞으며 의기양양한 걸음으로 집으로 돌아갔다.
기독 신자들아 너희들은 국조가 무슨 뜻인줄이나 아냐?
바로 나라를 건국한 건국 시조라는 뜻이다. 국조상을 파괴하는 것은 자기 부모를 죽이는 것과 같은 행위이다. 나라의 시조를 부정하고 모독하는 행위는 더 이상 이 나라의 국민이 아니다라는 것을 만천하에 공개적으로 선언하는 행위이다. 단군이 싫으면 너희 조상 아브라함이 있는 이스라엘로 가라. 나도 내 조국 대한민국에서 이스라엘 자손들과 같이 살기 싫다.
그리고 너희들은 단군상 파괴는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의 짓이고 대다수 기독교인들과는 무관하다고 발뺌을 하지. 그러나 너희들은 그들의 패악질에 비판을 하고 제동을 걸어 본 적이 있느냐? 오히려 뒤에서 잘한다고 은근슬쩍 부추겼지. 너희들도 똑 같은 공범들이다.
나중에라도 너희들의 십자가와 마리아 동상이 짓밟힌다면 너희들은 어떤 식으로 나올지 정말 궁금하다.
**단군상 파괴는 특정 지역과는 무관한 전국적 현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