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 자취생 뿐만 아니라 방구석에서 혼자만 사용하는 컴퓨터를 보유한 분들.
특히 외로움에 허덕이며 어둠의 경로를 찾아 어슬렁 거리는 숫컷 자취생분들은 필독 하시기 바랍니다.
자취생활을 한지 언 6개월...
고향떠나 집떠나,
고생고생 하며 6개월 만에 평온을 찾은 자취생활.
친구 좋아하고 술좋아하던 내가 고향떠나 묵언수행하는 스님인냥 벽보고 대화하던 날들이 떠오릅니다.
강원도 촌놈이 서울 올라와 지하철 로꾸꺼 로꾸꺼 타고,
집앞의 미용실가서 머리자르고는 길잃고 집을 못찾아 정확히 2분거리 택시타고 왔던 그 날들이 눈앞에 선합니다.
이제 2호선 역들 대충 위치 알고 수도권 사람들에게 동화될수 있을 만한 포스를 갖추자 마자 나에게 다가온 그녀.
예전부터 알고 지냈지만 사는 지역이 달라 자주 볼수 없었던 그녀와 연락이 닿아 불이나케 만나고 신명나게 즐겼죠.
그리곤 사랑에 빠지고 연애를 하게 되었습니다.
6개월의 자취생활에 단비이며 내 삶의 아드레날린, 엔돌핀이고 구원받아 천국에 갈지경이였습니다.
우린 급격히 사랑에 빠졌고 드디어 제 스위트룸(걍 원룸)에 그녀를 초청하게 됬습니다.
전날 혹여 비위상하지 않을까 다리와 거시기에서 숭숭 빠진 털들도 주워담고,
생전 뿌려본적없는 훼붸뤼주사다가 커튼과 침대에 칙칙 뿌리고(비싸더이다),
똥이 말라붙은 변기도 맨손으로 다 닦고 빨래하고 설거지하고 벽까지 닦았습니다.
완전 꽃향기나고 방바닥에 얼굴이 비출정도가 되었고 다음날 그녀의 초인종 소리가 들렸죠.
생전 처 먹지도 않는 토스트기에 식빵을 구으며 고이고이 모셔놨던 이쁜 머그잔 두개를 꺼내고 커피를 냈습니다.
여자친구생기면 쓰려고 산 2인용 식탁에서 접시에 놓인 푸석한 식빵(왜 이런걸 씹는지..) 에 커피한잔을 하며 이야기를 했죠.
"집 깨끗하다~ 남자집 같지가 않아."
"뭘... 남들도 다 이렇게 사는 거 아니야?"
방바닥에 가끔 보이는 털들을 발꼬락으로 뭉개며 흐흐흐 웃습니다.
제가 3D애니메이션을 공부하는 지라 컴퓨터를 좀 괜찮은 녀석을 씁니다.
(지포스 8800GT...듀얼코어 어쩌고 ㅋ)
모니터도 듀얼로 두개를 쓰는데 여자친구가 그걸 보고 신기해 합니다.
"오~ 컴퓨터 두대야?"
전 병신처럼 으쓱 댑니다.
"뭐~ 이정도는 해야 애니메이션 한다고 껍칠수 있지 후후훗."
자아도취된 저는 여자친구가 전원스위치를 누른지도 몰랐고,
본체만 150을 주고 조립한 내 슈퍼컴퓨터의 부팅시간이 그렇게 짧은 지도 몰랐습니다.
"와~ 마우스가 양쪽으로 막 움직여~ 와~"
"그게 듀얼모니터야. 오른쪽에 이미지 띄우고 왼쪽 모니터로 작업하고... 중얼 중얼"
완전 심취되서 강의를 하는 그 찰라.
"나 카트할래. 음... 이거... G컵 여대생 안마..??"
이런...
이런...
전 그날 제 혓바닥에서 나온 그 엄청난 놀림에 나 자신이 감동했습니다...
"어~ 그거 그거 아무것도 아니야. 글쎄 아니래두. 매일 컴퓨터앞에 앉아서 작업만 하니까 어깨 결리고 허리 아프고 그래서 인터넷으로 마사지 강좌 받은거야.."
비오는 날 기어다니는 지렁이 새끼도 알아차릴 법한 그 거짓말.
왜 긁어 부스럼을 만들어 내 입장만 더 난처해 지는지 원...
괜히 자기도 머쓱했는지 주섬주섬 몸을 돌려 책한원권을 꺼내들고는 페이지를 넘기더군요.
허허허허어어억!
그곳엔...
에이즈 예방과 미혼모 방지를 위해 훼미리슈퍼에서 4천원 주고 구입한 베네통CD가.......
벚꽃구경 가자고 손잡고 끌고 나왔습니다.
저녁 9시에...
집밖으로 나가자 마자 나를 짐승보듯 하는 그 녀석은 일찍 들어가야 겠다며 5번출구로 숨한번 쉬지 않고 달려갔고 그자리에 멀뚱멀뚱 선 저는 그렇게 6개월 만에 찾아온 자취생의 봄에 종지부를 찍어야 했습니다.
에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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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톡이 된줄도 몰랐네요.
가끔 여러분들 즐거우시라고 제 이야기들 적어보는데 신기하게 자주 톡이 되서 기뻐요.
작업을 하고 있는데 고향에 김혜수 닮은 동생(이름은 공개할수 없음)이 "톡 잘봤어~" 이러면서 쪽지를 보내더라구요.
애니메이션 관두고 글공부를 해볼까 생각중입니다 큭큭.
아무튼,
즐거우셨다면 다행입니다.
ps.
이 글을 읽고 혹여 베네통CD가 뭐지?
하시는 분은 모텔을 MT로 부르는 이유를 꼭 심도 깊게 상기해 보시길 바랍니다.
연락주고 받으며 즐겁게 함께 술한잔 하실 분은 an9889an@naver.com 으로 메일 주세요.
전화번호는 좀 그래요. 싸이주소도 좀..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