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에게서 전화가 왔다.
K 지방방송국으로 부터 방송출연 요청이 왔다고 했다. 아내와 함께...
그래서 아내는 웃으며 방송은 무슨 방송이냐며 그냥 흘러 들었다.
남편은 말을 잘하는 사람이다. 몇천명 앞에서 아주 설득력 있고 유창하게 말을 잘한다.
아내는 세명만 모여도 입차려.....그런 사람이다.
그러나 방송국에선 이미 결정된 것이라며 계속 도와달라고 했다.
지역방송이라 인근 지방에만 나가는 터라 승낙을 하고 방송국으로 부터 대본을 받았다.
대본은 출연자가 보고 줄줄 읽는 것이 아니라 내용과 분위기만 참고 하는 것이다.
아내는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죽 쑤면 어쩌나...
아내의 특기는 죽 쑤는 것이다 결혼 후 부터 하는 집안일이 모두 죽이 되니...
그래도 날짜는 어김없이 다가왔다.
그날 새벽 일찍 일어나 동생네에 아이를 맡기고 부부는 방송국으로 갔다.
방송시간은 아침 8시 30분 부터 한시간 동안 생방송으로 진행된다고 했다.
출연자는 우리 말고도 몇분 더 있었다.
도착하여 약간 분장을 하고 잠시 의견조율을 하니 시간이 됐다.
의외로 방송은 잘 끝나고 세금을 공제한 칠만여원을 출연료로 받고 밥값이 십만원 더 나갔다.
그날 남편이 다니는 S그룹 계열 S사 전직원이 방송을 지켜봤다고 했다.
세월이 몇년 지난
삼복더위 늦은밤, 한통의 전화가 왔다. M 방송국 서울본사라며 방송출연을 요청한다고...아내에게.
아내는 정중하고 단호하게 거절을 했다.
그러나 방송국에선 여러방법을 동원해 매일같이 일주일 넘게 계속 전화가 왔다.
할수 없이 승낙을 하고 말았다.
이번엔 집에서 녹화방송을 한다고 했다.
청소부터 했다.
그런데 그녀의 집은 개구쟁이 꼬맹이 둘 있어 청소를 한다고 정리가 되는 집이 아니었다.
그래서 아내는 몇일 동안 아이들을 친정에 맡기고 정리를 하니 사람 사는집 같은데
아이들이 없으니 마치 성불사 깊은 밤처럼 적막했다.
아내는 아이들을 자유롭게 키운다.
매일 사고치는 애들이지만 애들이 작정하고 부서고 깨는 것은 아니니깐 산나게 놀다보면.....
집은 다음에 고치면 되지만 아이들의 어린시절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방송당일
이른 아침 미용실에서 머리손질, 화장을 하고...에어콘을 제일 시원하게 켰다.
먼저 여대생같은 방송작가 두명이 청바지를 입고 와서, 우~와 전망 좋다고 했다.
사실 집은 다 부서진 집이지만 창밖의 그림은 멋지다.
차 한잔을 나누며 진행과정에 대해 얘기를 했다.
오후에 연예인 몇명이랑 스탭진 여러명이 집으로 왔다.
담당PD랑 의견을 나눴는데 조율이 잘 안됐다.
아내는 방송인 이계진, 유자효, 주철환, 신은경등이 쓴 책을 읽어 방송에 관해서 조금은 알고 있었다.
충실한 내용에 재미가 더해져야 한다는것쯤 (특별히 슬픈것 빼고)
그러나 자신을 팔고 싶지 않았고 정말 그때까지 하기가 싫었다.
결국 아내의 의견에 따라 녹화가 진행됐다.
아내는 PD가 원하는 대로 잠시 탈랜트가 됐다.
독서하는 모습, 설거지 하는 모습의 포즈를 취해주고...
큰 가족사진과 거실 한켠에 있는 빛바랜 폐백 사진, 아이들 상장
연예인들과 이야기 나누는 모습...그렇게 녹화는 끝이 났다.
일행들이 돌아가며 한마디....분위기가 편안해서 좋다고 했다.
아내는 어떤 칭찬보다 그말이 듣기에 좋았다.
집은 잘꾸민 집보다 사람들이 편안함을 느낄수 있는 집을 아내는 좋아한다.
녹화는 며칠후 전국적으로 방송이 됐다.
세월이 지난 지금 앨범속 추억 하나를 남기고.....
사람들은 삼세번이라는 말을 잘한다.
아내도 언젠가 한번더 방송이 하고 싶다.
그것은 먼~먼 훗날 개구쟁이 꼬맹이들이 잘 자란 그날.....
*** 전망이 쓴 것은 아주 작고, 꼴지만하는 못난, 그리고 가난하고 느린 한 소녀가
세상을 향해 느림보로 한발작 한발작 걸어가는 이야기입니다.
마음이 가난하신분 힘내셨으면.....일등이나 꼴지나 세상사는 비슷하더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