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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미시사가 |2003.05.14 21:40
조회 579 |추천 0

둘째는 살아있는 동물 식물,, 뭐 그런걸 너무 좋아한다.
난 보기만해도 징그러운 이구아나 같은것도 pet mart에 가면

그앞에 서서 한참이나 신기하게 들여다보고
꼭 한마디 한다..



이거 사주면 안돼????

2~3년전쯤부터 집에서 붕어를 기르자고 틈만 나면 나를 졸라댔었다..


 

과거...


결혼전 우리집에는 아주 커다란 어항이 있었다..
엄마 아빠는 온갖 열대어를 넣고 애지중지 기르셨다..
나야 그냥 보기엔 좋은데....
문제는 그 어항이 너무 커서 물을 한번 갈아줄때면
어항을 치우는 전문적인 사람을 불러야 했었는데

  꼭 두분이서 청소를 하신다고 한다..
(그럼 정말 둘이서만 하면 되는데...)


사실 둘이서 한다는게 역부족이기때문에 집식구 다 동원되어야 한다.
근데..

 힘이 젤 쎈 내동생은 고등학생인 관계로
공부에 지장을 주면 안된다는 명목하에 늘 열외였다..

나는 어떻게해서든지 고자리를 모면하려고 매지락거리면
어느틈엔가 눈치를 챈 엄마의 눈꼬리가...
너 나가기만 해~~~ 끝이야...

라고 말하고 잇고
만일 내가 나간다면 아마 며칠동안 저녁뿐 아니라 아침도

제대로 못얻어먹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때문에
울며겨자먹기로 물을 나르고 돌을 씻고 했어야했다.


게다가 비오는 날이라도 되면...
거실 창문으로 비오는걸 보면서 그윽한 커피향에 취해 분위기좀 잡으려고 할라치면

요상스레 나는 비리한 냄새때문에 콧구멍이 벌렁거려지니 낭만은 물건너 가버리기 일쑤였다...

그땐 이다음에 결혼하면 절대로 어항이나 화초는 기르지않을거라고 마음먹었는데...

자식이기는 부모 없다고 아이가 너무 졸라서 정말 큰 맘먹고 pet mart에를 갔다..
이거 저거 둘러보는데 왜 그리 비싸던지...
내 새끼 손가락보다도 작은게 한국 식품점에서 파는 고등어보다도 조기보다도

훨씬 비싼게 선뜻 이거 주세요 라는 말이 나오질 않았다.
머리속에서 난 열심히 계산기만 두드리고 있었다.

어항이며 거기에 들어갈 돌이며 수초등 여러가지를 사려면.....

후유~~~~~~~~~~~~~

담에 사자... 
붕어랑 어항이랑 엄마가 관리못할거 같아..
물갈아주는거 엄마는 너무 힘들어서...

라고 애써 아이의 마음을 돌리려고 했지만

자기가 다 할수있으니까 사만 달라는 아이에게

드뎌 난...

엄마 돈 없어!!!

단호한 한마디로 일축해버렸다.

찔찔 눈물을 짜는 아이를 뒤로 하고 나오려는데
눈에 뭔가가 띄었다...

작은 프라스틱통에 한마리씩 넣어져있는

꼬리가 긴 그리고 색깔도 화려한 물고기앞에  only $1.99  이라는 사인이 보였다...

그래... 바로 저거다...

알써,,, 엄마가 사줄께....
대신 니가 잘 키울수 있나 보고...

잘 키우면 그다음에 어항에 여러가지 물고기 기르자..
지금은 한마리만 길러봐....



둘이 두면 싸워서 안된다는 이름이 ...(기억 안남)  그런 물고기 한마리를 샀다..

산소통도 필요없고 작은 어항만 있으면 되니까 우선은 부담이 없었다...


집에 온날부터 며칠은 이름까지 지어주고 밥도 챙겨주고

마치 동화책속에 나오는 어린아이처럼 신나했었다.

그렇지만...
말도 못하고 말도 알아듣지도 못하고
그냥 물속에 있는 물고기가 아이에게 오랜시간 흥미거리는 되지 못하는게 당연하게 되자

 걸핏하면 할줄 아는게 아무것도 없다며 stupid fish 라고 신경질까지 내는게 아닌가..


그럼 그 물고기가 지한테 수영이라도 가르켜줄줄 알았나????


어째되었건
치우고 관리 해줘야 하는게 이제 내몫이였다..

처음엔 피아노 위에 놓여져 있다가

점점 밀려나기 시작해서 맨 마지막은 다이닝룸 구석의 작은 탁자까지 밀려나게 되고
가끔 목이 마른 케니의 긴 입이 어항속까지 들어오게 되는 상황까지 벌어졋다..

너무 안된것도 같아서 어항을 컴퓨터 책상옆 벽난로위의 선반위에 놓아 주게 되었다..
컴퓨터 옆에 있다보니까 아무래도 내가 어항을 들여다 보는 시간이 많아지다보니
  슬슬 연민이 들기 시작했다...
나름대로 꼬리를 살살 흔들면서 다니는데

고작 20 센티도 안되는 작은 어항이 그 물고기의 삶 전체라는 생각을 하니까 슬펐다..

쟨 어항밖 세상을 알까??


어항밖 넓은 세상으로 나가 제꿈을 펼치고 싶은건 아닐까??


저 물고기의 꿈은 뭘까???


같이 있으면 싸워서 한마리가 죽는다고 평생 혼자 산다고 하는데

그럼 새끼는 어떻게 생긴걸까???

 

저 물고기는 전부다 동정녀???

물고기를 보면서 별의별 생각들을 다 해보았다...


그러던 어느날인가...
밥을 주려고 다다가기만 해도 그 작은 어항에서 점프라도 할듯이 펄쩍뛰던 녀석이

밑에서 몸을 사선으로 누워서는 마치 술에 취해 몸을 못가누는 듯 보였다..

어제 내가 맥주를 마시다가 혼자 마시기 심심해서

얘하고  같이 마시려고 어항에 좀 부어준건가 하고

곰곰히 생각해도  그럴리는 없엇다..

(아까워서리 고롷겐 못하지...)

물고기 한마리가 며칠인가 물속에서 힘겨워 하는게 자꾸 신경에 쓰엿다...



구명쪼끼라도 넣어주어야 하나...


아님 고무튜브라도 던져줄까????


건져서 빨대로 인공호흡이라도 시켜줘야 하는건지...

도데체 방법이 생각이 안났다..

하루하루 물고기는 밑으로 꺼져가는게
이상하다~~~~ 원래 물에 빠져 죽으면 몸이 뜨는거 아닌가...
쟤가 죽으려는건지.. 아님 살겟다는건지 알수가 없엇다..

그렇게 힘겨운 며칠이 지난 어느날 아침에

더이상 어항밑에서 조금의 움직임도 없는걸 보고는

물고기의 어생(?)이 끝난걸 알고 마음이 좀 아팠다.

아이들에게 말해주고 화려한 장례식을 치룰까도 생각했엇다..

뒷마당 양지 바른데다가 묻어줄까...
아님 보시하는 맘으로 옆집 고양이를 불러서 깜쪽같이 처리해버릴까.....

아~~~맞다..


사람은 흙에서 나와 흙으로 돌아간다는 의미로 땅에 묻는 식으로
물고기는 물로 돌아가야 하는게 당연한 이치인거 같아서 수장을 해주기로 결정을 보았다.

수장할 장소를 물색하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경건한 마음으로
물고기의 시체를 들고 엄숙하게 화장실로 갔다...

그리고 변기에

쭈욱~~~~~~~~~~~~~~~~~~~


마지막으로  가는길이 깨끗한 길이 되라고

손잡이를  꾹!   눌러주었다..

쏴아악~~~~~~~~~~~~~

뱅글뱅글 돌아가면서 사라지는 물고기를 보면서
다음생엔 비싼 열대어로 태어나라고
그래서 넓은 어항속에서 산소통에 수초에 온갖 정성스런 보살핌속에 살수있길..


삼가 고어(?)의 명복을 빌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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