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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 초이의 탄생

아짐 |2003.05.16 15:10
조회 2,392 |추천 0

여름이 다가오고 있었다...

우리가 간 것이 일월 말경이었기 때문에 우리는 여름 옷이 없었다..

그때 그때 필요한 옷을 까르푸에 가서 사 입긴 했는데 그 돈이 또 너무나 아까웠다

한국에서 소포로 받을래니 소포값도 만만치 않았고 그 숫자가 충분하지도 못했고..

이래저래..헝그리한 우리 삶이 더욱 더 헝그리해져 갔다..

 

그렇게 여름 방학이 되었다..

대부분의 유학생들이 여행을 떠나거나 아니면 자기 나라로 돌아갔다..

그야말로 앙제 시내가 텅빈 듯한 느낌이 들었다...

 

만일 내가 지금의 그때로 돌아간다면 돈 아낀다고 궁상 떨게 아니라 입는거 먹는건 아꼈어도

여행을 떠났을것이다..

그런데 그땐 여행 가는 돈이 그렇게 아까웠다.

그래서 프랑스에서 삼년동안 살면서 이웃 나라 한 번 가보지 않고 있다 온것이 지금 생각하면 참 바보스럽다..

 

내 평생 언제 다시 한번 유럽 대륙을 밟아 볼거라고..

 

초이의 커트 머리는 자라 덥수룩 해졌지만 내가 그때그때 손질 해 줘서 꼭 영구 같이 되어 있었고

옷은 어디서 싸구려도 싸구려도 순 거지 발싸개 같은거만 사 입어서 우리 둘다 영락 없는 꺼러지 중에서도 쌍거러지 같이 하고 앉아 가지곤 어떻게 돈을 '아껴' 옷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를 생각했다..

 

그러다 초이가 말했다..

 

"옷을 만들어 입어야겠어"

 

나는 옷을 만드는것이 영 뜬금 없고 불가능한 것처럼 들렸지만 초이의 말에 의하면 그게 그렇게 어려운게 아니라고 했다

그냥 천을 사서 옷 본을 떠서 그대로 가위질 한 다음 두짝을 맞춰 바느질 하면 된다는것이다..

 

듣고 보니 그럴 듯 했다...옷이란게 뭐 별거 있나...얖 뒤로 짝 맞춰 바느질만 하면 그게 옷이지....

게다가 그 당시 뭐든 생활적인 면에서 나보다 많이 알았던 초이의 말이라..그냥 그녀를 믿었다..

 

그래서 우리 둘은 천을 떠왔다..

어디서 어떻게 떠 왔는지 그 과정은 잘 기억 나지 않고 그냥 우리 앞에 꽃무뉘가 요란한 싸구려 폴리에스테르 옷감을 펼쳐 놓은 그 장면 부터가 생각이 난다

 

초이는 여름이니깐 일단 나시를 하나 만들자며  난닝구를 하나씩 꺼내 옷 위에다 대고 그 모양 그대로 천위에 볼펜으로 그리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난닝구를 하나 대 놓고 볼펜으로 찍찍 그렸다...

학교 다닐때 가사 시간에 옷 만드는걸 배운적이 있긴 한데 교과서적으로 배운다고 과정이 복잡했던것 같은데 초이 말에 의하면 그건 다 소용 없는 짓이고 옷 모양을 그려 앞뒤로 두짝을 만들어 시접선을 한 2센티씩 여유있게 내 주고 두짝을 집으면 된다는것이다..단 난닝구는 너무 많이 파졌으니깐 목선만 좀 덜 파지게 올려 줬다

 

하여간..우리 초이는 아는것도 많지...

그래서 우리는 그렇게 볼펜으로 난닝구 모양으로 옷 을 그린뒤 가위로 쓱싹 쓱싹 잘라 얌전하게 앉아 두짝을 집기 시작했다...

 

둘이서 하나씩 들고 참하게 앉아 바느질을 하면서 가난한 유학생 둘이 옷까지 지어 입는 아리따운 이미지에 몹시 흡족해 있었다.

 

바보....

영구와 땡칠이....

 

그것도 바느질 하는데 시간이 한참 걸렸다..

야무지게 박음질로 할래니 촘촘하기도 해야겠거니와 튼튼하기도 해야하고 ..

하여간 나중엔 눈이 아파 눈물을 찔끔 거리면서

우리가 이 고생 하고 사는 줄 한국에서 알겠냐는 둥

우리는 귀하게 자랐는데도 참 철도 일찍 들었다는 둥...

자화자찬을 늘어지게 하면서 한나절을 꼬박 걸려 드디어 완성을 했다..

 

 

다  만들어 놓고 보니 정말 감격 스러웠다...

세상에 옷까지 다 만들고...

 

초이와 나는 길거리에 던져 놔도 아무도 걸레로도 안 쓸 그 옷을 하나씩 들고 웃통 벗은 다음

머리에 뒤집어 썼다..

 

"윽!!"

들어갈 리가 있나.....

난닝구 같은 잘 늘어 나는 면으로 된 옷도 아니고 옆선 ,다트, 다 어디가고 죽어도, 절대로, 찢어 졌으면 찢어졌지 늘어 나지도 않는 폴리에스텔 뒤집어 쓰고 몸통을 거기다 구겨 넣을래니 들어갈 택이 없었다..

 

"으~윽!! 초이야..나 좀 꺼내줘..모가지가 낑겨서 옷이 안 벗어져..."

억지로 대갈통을 통과시킨 다음 초이를 보니 초이는 입다 말고 벗어 머리가 새집이 되어 있었다...

 

여기서..웨이러~미닛~!

이쯤 되면 보통의 두뇌만 되도  옷은 이렇게 만들면 안되는구나..깨닫고 그 옷을 과감히 쓰레기통에 갖다 버렸어야 했다...

 

그러나 우리가 머리도 안 되거니와 바보같은 미련과 집착이 심한지라..

둘이서 힘을 합쳐 한명씩 차례대로 옷을 입혀 주기로 했다..

 

그래...

대갈통은 통과했다 치자...

팔은 어쩔건데....

마네킹처럼 팔을 떼서 옷을 내린다음 다시 끼워 넣을 수 있는것도 아닌데 둘이서  그 옷에다 팔 끼워 넣는다고 난리도 아니었다..

 

삼단 가방도 안 들고 ..비닐 봉다리도 안들었건만...

용을 용을 어찌나 썼는지 얼굴이 시뻘겋게 되어 거친 숨을 몰아 쉬며 나는 팔을 끼워 넣을려고 몸부림치고

우리의 디자이너 초이는 자기 작품을 포기 할 수 없어 결국은 커트 칼을 들고 와

이렇게 말했다..

 

"할수 없다..한쪽 어깨를 일단 칼로 탄 다음 팔 넣고 나서 다시 꼬매자..!!"

 

웨이러 ~미닛~!

다시 한번 말하지면 보통의 두뇌만 가졌어도 그렇게 팔 넣고 난 다음 그 옷을 벗을때도 생각할 거고 앞으로도 그 옷을 입을 생각이라면 계속적으로 입고 벗고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생각도 할거고 그러면 결국 그 옷은 옷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없는 쓰레기에 불과 하다는것을  깨달았을것이다 ...

 

그러나!!

뒷일이라곤 도대체 생각 할 줄 모르는 우리는 한쪽 어깨를 칼로 타고 어찌어찌...끝까지 몸통까지 쑤셔 넣었다는것이다....

 

"됐다!!"

돼기는 개코가 ...

"허!!헉!! 초이야 근데 이 옷을 입으니 숨을 쉴수가 없다.!!"

"못참겠나?"

"못참겠다!!"

"그러면 벗은 다음 옆선을 좀 늘리자"

"그래 ..나 벗을래!!"

"벗어라"

 

"...........,,,....................................................................."

"................................................................................................................."

 

"...............................................................................................

                                      ..................................................."

 

 

결국 그 옷을 벗기위해 또 한번 용트림을 하고 몸부림을 치다 결국 옆선부터 모조리 다 타고 두짝을 완전히 분리하고 나서야 나는 그 옷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었다..............

 

디자이너 초이의 첫 작품은 그렇게 허무하게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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