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고3수험생인 여학생입니다.
공부하기도 바쁜 시기에 무슨 사랑타령이냐고
하실 분들도 계시겠지만
절박한 심정에 이렇게 글로 올립니다.
제게는 1년된 남자친구가 있습니다.
참 좋은 사람입니다.
그사람을 알게 된건 작년 3월이었어요.
새학기가 되면서 많이 바빠졌었어요.
어느 날 야자가 끝나고 친구집에 들려서 참고서를 받고
집에 돌아가는 길이었어요.
그 친구집에서 저희집으로 빨리 가려면
인근 중학교가 있는 언덕을 넘어야하는데
언덕길 양 옆이 동산이라서 밤이면 엄청 어두워지는 곳이에요.
무섭긴 해도 빨리 집에가고싶은 마음에 걸음을 재촉하면서 가고있는데
누군가가 제입을 막더니 동산쪽으로 끌고가는거에요.
치한을 만난거죠.
그 치한이 입을 막고 온몸을 더듬으면서 끌고가는데
너무 겁이나서 저항할수도 없이 덜덜 떨기만 했어요.
그러다가 문득 정신을 차리고 그 치한의 손을 물고
있는 힘껏 소리를 질렀죠.
그랬더니 그 치한은 제 머리를 내려치더니 다시 입을 막고 끌고가는겁니다..
아 나는 이렇게 18년동안 지킨 내 순결을 빼앗기는 것인가.
혹시 이 사람 강간살인범은 아닌건가
눈물이 앞을 가리더군요.
그때 누군가가 호루라기를 불며 제쪽으로 달려오는거에요.
달려오더니 그 치한을 마구잡이로 팼어요.
전 아무말도 못하고 그 상황을 지켜보면서 제 몸을 제대로 추스리느라 바빴죠.
치한이 도망가고 그 남자가 괜찮냐며 제게 다가왔어요.
창피하기도 하고 너무 고맙고..
계속 울기만 했어요.
술을 마시고 집에 들어가는 길에
왠여자가 끌려가는 실루엣을 보고 쫓아왔대요.
마침 그사람의 열쇠고리가 호루라기라서 다행이였죠.
그 사람은 입고있던 자켓을 벗어서 덮어주고
절 집까지 데려다 줬어요.
한시라도 집에 들어가고픈 심정에
고맙다는 말도 못한 채 집에 들어와버렸어요.
그리고는 바로 잠들었지요.
다음날 평소보다 늦게 일어난 저는 의자에 걸쳐있는 그 사람의 자켓을 보고
그때서야 제가 옷을 돌려주지 않았다는걸 깨닫고
그사람의 연락처를 찾아서 주머니를 뒤졌는데
안주머니에 꽤 오래된 카드고지서가 있더군요.
방과후에 그 고지서에 써있는 주소를 보고 찾아갔어요.
저희동네에 있는 오래된 아파트더군요.
7시쯤 찾아가서 벨을 누르니까 그사람이 나왔어요.
절 보고 놀라는 표정을 짓더니 추운데 어서 들어오라고 하면서
따듯한 코코아를 타줬지요.
괜찮냐고 어디 다친데는 없냐고
그날 경황이 없어서 제대로 살펴보지 못했다며..
이것저것 물으면서 걱정해주는데 너무 고마웠어요.
그 때 그 사람이 지금 제 남자친구에요.
여기서 저희들 관계가 왜 다른 사람들이 욕하는지 말할때가 된것 같네요.
그사람은 저보다 나이가 한참 많아요.
전 올해 열아홉, 그사람은 서른.
열한살이나 차이가 나요.
그때 그 일이 있은후로 저는 그사람과 많이 가까워졌어요.
제가 늘 일방적으로 찾아갔지만요^^..
집에서 김장을 해서 김치도 갖다주고
엄마몰래 밑반찬도 갖다주고..
혼자사는 남자라서 그런게 해주고 싶더라구요.
처음에는 부담스러워하던 그사람도
제가 워낙 낙천적인데다가 고집쟁이라서 나중에는 늘 고맙게 잘먹겠다고 웃어줬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면에 제가 반한 것 같아요.
처음 그사람에게 고백했을때 그사람은 오히려 웃었어요.
제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수연학생, 나한테 고마워하는 마음 너무 고마운데요
그럴 필요까지는 없어요.
몇번을 말해도 믿지 않는거에요.
그리고는 절 피하더군요.
전화도 안받고 집에 찾아가도 없는척하고
그러다가 눈비가 내리던날 홀딱 젖어서
집앞에서 웅크리고 있으니까
바보같이 왜 그러고 있냐고 화를 내요.
울면서 소리쳤죠
아저씨가 너무 좋은데 어떡하냐고..
아저씨 때문에 공부도 안돼고
자꾸 아저씨가 보고싶어서 이렇게 온다고..
그랬더니 절 내려다보다가
이내 안아줬어요.
그날부터 저흰 연인이 됐죠.
아저씨말로는 제가 또래애들같지 않게 말하는거나 생각하는것도
조숙해서 좋은 애구나..했는데
나중에는 좋아졌대요.
우리 아저씨는 키가 큰것만 빼고는 그렇게 잘난게 없어요.
얼굴도 평범하고 집이 잘사는것도 아니고
평범한 회사에서 월급 받아가며 한달월세내고
저축하느라 옷도 잘 안사입는 재미없는 남자에요.
사귄지 1년이 지났는데도 저한테 존댓말을 꼭꼭 써주는..
착하고 생각깊은 사람이에요.
전 그사람 자체가 좋을뿐인데 주위사람들은 절대 그렇게 믿지 않더군요.
꼬리가 길면 밟힌다고
얼마전 저희 부모님이 이 사실을 알게 됐어요.
태어나서 첨으로 아버지께 뺨을 맞아봤고
핸드폰도 뺏기고
엄마가 아저씨한테 전화해서 욕하고..
아버지가 술을 마시고 오셔서는
하나밖에 없는 외동딸이 원조교제한다고 ..
누가 알면 얼마나 창피하냐면서 절 다그치는데
너무너무 화가나서 아버지께 대들었어요.
남들이 어떻게 볼지 다 알지만
우리 그런거 아니라고..
그사람은 엄청 순진한 사람이라서
저한테 허튼짓도 못해요.
손도 사귄지 삼개월이 지나서야 잡았고
스킨쉽도 사귄지 200일 된날 공원에서 입술에 뽀뽀한번 해본게 다에요.
저한테 육체적인 어떤걸 바라지도 않고
만나면 8시까지 집에 들여보내고
연애하느라 성적떨어진다고 부모님께서 걱정하실까봐
일주일에 두번씩 영어도 가르쳐주고..
아저씨가 대학때 영어전공이었거든요.
덕분에 부진했던 영어등급도 2등급으로 올랐어요.
아저씨를 만나고부터 얼마 살지는 않았지만
제 인생이 즐겁고 하루하루가 행복했어요.
그러다 어젯밤 아저씨 어머님께 전화가 왔어요.
어린학생이 그러면 안된다고
내아들은 이제 결혼적령기고 학생은 이제겨우 고3인데
어느 부모가 허락하겠냐며
절 설득하시는데 다 맞는 말이라서 반박도 못하고 듣고만 있었어요.
아저씨가 1남2녀중 장남인데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열한살이나 어린, 그것도 미성년자를 만난다는 말을 듣고
너무 화가나셨다고.. 돌아가신 아저씨 아버지를 볼 면목이 없다고..
그 전화를 받고 아무것도 못하고 있어요.
내가 정말 아저씨의 인생에서 걸림돌인걸까.
그동안 아저씨가 좋다는 마음에 그런건 생각해보지 않았구나..
그래도 이런 상황에 자기도 힘들면서 나보고 힘내라며
밥 꼭 챙겨먹으라며 전화해주는 아저씨가 너무 좋아요.
처음으로 아저씨와 제 사이에 있어서 갈등이 생겼어요.
전 이제 어떡하면 좋을까요?
아저씨의 인생을 위해 제가 포기해야 하는걸까요..
아님 제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 아저씨를 계속 붙잡아둬야 할까요.
나와 비슷한 경우를 겪어본 사람들은 어떻게 했을까..
라는 생각에 이렇게 올려봅니다.
혹시 저같은 사람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