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컥! 벌컥!! 벌컥!!!
벌써 세 병째 비우는 깡 소주다.
"나쁜새끼, 내 속도 모르고...으헝~ 엉 엉 엉..."
"그만 마셔. 이년아 그런다고 누가 알아 주냐.
속만 베린다 아이가. 끄~윽!!"
"내가 낮에 공부하고 밤에 동대문의류시장 점원 하는 게
누군 뭐 좋아서 하는 거야? 엉 엉 엉.."
"남자들 다 그래. 다 자기밖에 모르는 짐승 아이가...뭘 속태우고 그래 쌌노?"
"엉 엉 엉...나쁜 자식~ 돈 모아서 명품 옷가게 차리려고 악착같이 일하고,
과도 의상학과를 택한 건데 넘 속도 몰라. 맨 날 지하고만 안 놀아 준다고
순 딴 여자나 만나고 돌아다니고..
엉 엉 엉"
"그케서 노래도 안 있나. 남자는 여자를 귀찮게 해!
씨발, 남자는 나이를 묵으나 안 묵으나 다 알라들 인기라...끄윽~
우짜것노 종자가 다 그레 생겨 먹은 거를 ..끄윽.."
"넘 피곤해서 한 몇 번 가까이 오는걸 안 받아 줬더니
그 띱때끼 바루 삼팔선 긋고 아예 살판났다 하고 딴 여자 만나러 다닌다.
언냐 어쩌면 좋겠나?"
"어짜긴 뭘 어짜노? 니도 그 카묜 되재. 씨바,
남자는 되는데 와 여자는 안되노?"
"그런 말하지마, 언냐. 그래도 그 애 보담 나한테 더 잘해줄 남자 없어.
내가 얼마나 못되게 구는데...나 정말 그 애한테 너무 못 해줬어.
넘 받기만 했어...엉 엉 엉.."
"미친뇽, 노처녀 염장 지르나?
그케 좋으면 와 자꾸 삐딱하게 그러노. 잘 해주면 되재.."
"맨날 그렇게 맘먹는데 그렇게 안돼. 나도 왜 그런지 몰라.
아빠가 술 마시고 엄마 때리는거 보고자라면서 커서 난 안 그래 야지 했는데
내가 아빠 하던 그대로 하는 것 같아, 어쩜 좋아 언냐.."
"시끄럽다, 시벨뇽아~ 복에 겨워서 그러능 구마.
하기사 내가봐도 막강해 같은 애 이 세상 에 어디 있노?
니 한테 얼 매나 잘 했노? 씨바, 눈 튀어나오게 잘 했다 아니가?"
"하지만 너무 후해서 미래가 불안해. 있을 땐 좋지만 없을 땐 넘
대책이 안 서는 철딱서니란 말야. 그래서 내가 미래를 위해 팔 걷어붙이고
고생길에 나선 건데 걘 그게 넘 싫은가봐.
그렇잖아 사랑이 아무리 좋아도 손가락만 빨고 살순 없는 거.
안 그냐, 언냐?"
"몰겄다 이년아, 술이나 먹고 쪼매 자두자.
새벽에 나가 일하려면 쪼매 자둬야 안되겠나?"
"태심이 언냐, 나 한 일주일만 언냐 집에서 신세 좀 질게. 그래도 되지"
"응 씨벨녕, 언젠 뭐 안 그랬냐. 툭하고 일만 생기면 내한테 피난 안 왔었나?"
"담에 다 갚을게. 지금 돌아 갈 수 없어. 그 애 얼굴을 다 망쳐 놨단 말이야."
"염병할 년, 전에 나한테만 그런 줄 알았더니 또 그랬노.
걔도 참 용하지. 남자가 힘이 없어서 맞겠노. 걍 참는 거지.."
"그치, 그 애 넘 힘들었겠지. 나 아무래도 병 아냐.
술만 먹으면 미치는 거. 병원에라도 입원할까. 그럼 고쳐질까..."
"모르겠다. 이년아 내가 병원장 이가. 잘란다. 고마.."
"눈썹이 많이 찢어 졌는데 병원에라도 갔는지 몰라. 차도 내가 끌고 왔는데.."
"그케 걱정되면 빨리 들어가라. 씨벨뇽아. 누구 보구 채우나."
"그러고 싶은데 넘 미안해서...시간이 흐른 담에 슬그머니 들어갈라구...
나 참 못됐지. 그챠, 언냐."
"그건 그렇고 혜리 니 혹시 딴남자 있는거 아이고?"
"무슨 소리야. 죽어도 그런 건 없어. 날 뭘로 보고, 왜 그래 언냐. 뜬금 없이.."
"니 요새 못 보던 외제명품 존나 많데... 그 애가 사줄 형편은 아닐 꺼고
수상하다 아이가. 점원 노릇해서 다 그기다 쓰나."
"아냐, 언니 그거 다 짜가야. 진짜 보다 더 진짜 같은 짜가!"
"뭐라꼬, 이미테이션 이다 그거가?"
"어, 그 애가 꼴에 그래도 나한테 명품만 걸치게 해준 덕에
학교에서 나 잘 나가는 줄 알거든,
근데 갑자기 싸구려티 내봐. 그 애가 무시당할 거 아냐.
다들 내가 멋진 킹카 하구 산다구 얼마나 나를 부러워하는데.
글구, 그 애가 나 명품 못 사줘서 미안해 할까봐... "
"맛데이, 무시당하고 살 필요 어디 있노.
근데 그거 어디서 샀노. 움마야 깜박 속았데이."
"동대문 옷 시장 생활 몇 년 하면서 여태 것두 몰라. 내가 갈켜 줄게."
나혜리는 고향 선배언니 태심이 한테 가있었다.
학교를 다니며 일 할 수 있는 일 자리를 알아보러 다니다
동대문시장 의류상가에서 만나
힘들 때면 서로 의지하는 사이가 됐다.
전국의 옷가게를 상대로 밤 열시부터 새벽 두 세시가지
반짝 도매시장으로 열리는 여성의류 코너에서 혜리가 일을 하기 시작한 건
디자이너로서의 꿈을 이루기 위한
한 단계이기도 했다.
대학에서 의상학을 전공 한 것도 다 그런 계획에서였다.
자유분방하고 낭만적이기만 한 막강해와 행복해지려면
미래를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그랬는데 그것이 막강해와 서로 너무도
어긋난 그림을 그려 나가고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혜리는 술을 마셔대기 시작했다.
자신을 이해하려 하지 않고 밖으로 돌며 방황하는
그 애가 미워서 마셨고,
그런 그 애를 이해하고 감싸주지 못하는
자신이 미워서 마셨다.
스스로도 놀랐다.
자신이 그렇게 술을 잘 마실 줄을...
또 놀란 것은,
술만 마시면 그토록 어린 시절 무서워서 벌벌 떨었던 아버지의 모습이
자신에게 있었다는 것에 더 놀랐다.
나혜리는 그렇게 술이라는 늪에 빠져들고 있었다.
마치 막강해가 채팅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듯이
그렇게 말이다.
나혜리는 행복 하고싶다. 막강해와....
따신 밥 한 그릇 차려 올린 것에 감동해 그렇게 따스한 눈으로
쳐다보시던 돌아가신 막강해 아버지의 짧은 사랑과,
평생을 살아도 받아볼 수 없는 사랑을 쏟아 부어준 막강해를 위해...
이제는 주면서 살아가고 싶다.
그런데 마음과는 달리 현실은 영 딴 곳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그리고 어쩐지 다시 가까이 갈 수 없을 것 같은
불안감이 들곤 한다.
불안감을 떨치려고 술을 마신다.
잠을 이루려고 술을 마신다.
재워 달라고, 팔벼개 해달라고, 말할 용기를 얻으려고 술을 마신다.
먼저 안아 줬으면 하는데 그 애는
전혀 그럴 기미가 없다.
이러다...이러다....그 애가 영영 날아가 버릴 것만 같다.
어떡해. 나 보다 더 좋은 애 만나서 가 버리게 되면...
나, 그 애보다 더 좋은 애...
만날 자신 없는데...
어떡해...
혜리는 그렇게 날마다 술하고 대화했다.
끼이이이익!!!!!!!!
황 회장의 비까번쩍한 진주 색 벤츠가 녀석의 집 앞에 도착한 건
밤 열두시가 조금 못 돼서 였다.
"호호~ 집에다 무슨 꿀 발라 놓으셨나. 할 얘기가 많은데 아쉽네요."
"꿀 보다 더 단 애인이 있으 시답니다. 그렇죠., 막강해님?"
"죄송합니다. 집에 일이 좀 있어서.."
(없을 때 잘 해야 한다는 게 녀석의 평소 신조다.=..=^;;)
"차 놓고 갈께요. 낼 회사 들를 때 타고 오세요.
우린 어디 가서 한잔 더하고 가게!"
"아닙니다. 부담스러워서 어떻게 회장님 차를,..."
(쓰, 긁히기만 해도 한달 품삯 달아 난당. 뭔 소리냐.-_-;;;)
"호호, 여자 둘이 멋대가리 없이 무슨 술을 마셔요.
어때요 하기사님 오늘 같이 한잔하시죠."
(무섭다, 요즘 여자들은 죄다 고래다. =_+;;;)
"아이쿠, 저야 영광이지요.(딱쓰, 준비된 기쁨조가 따로 없다.-.-;;;)
"대신 막강해님 담에는 오늘처럼 혼자 빠지기 없기예요."
(윤 실장이 의미 쌔끈한 윙크를 날리며 옆구리를 쿡 찌른다. 흐미...-.+;;)
"차츰 우리 일정에 익숙해 질 거예요. 너무 다그치지 마요. 윤 실장님."
딴 곳을 보는 척 하면서도 윤실장의 태도를 관찰하는
황 회장의 시선이 녀석의 얼굴을 화끈 달게 만든다.=..=^;;;
"차는 안전하게 대 놨습니다. 어디로 모실까요. 회장님."
차를 댄 운전기사가 조금은 붕 뜬 기분으로 다가와 말한다.
"일단 나가지요. 나가면 술집 쌨는데요. 뭐."
"죄송합니다 회장님... 끝까지 모시지 못해서.."(뭘 더 어쩌라구..씁..-_-;;;)
"아니, 앞으로 볼 날이 더 많은데요 뭘..^_^**"
의미 심장한 미소로 황 회장의 입 꼬리가 말아 올라간다.
찰라 적인 순간, 미묘한 시선이 확 느껴진다.
조또, 꿀꿀할 것 같다. 앞으로의 일이........
***담 편을 기대 해주세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