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졸업하고 2년차 직장에 다니고 있는 여자입니다. 그리 똑똑한 편도, 집이 잘사는 편도 아닌...그냥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났고, 외모도 떨어지는 외모는 아니지만, 그냥 살찔까봐 체중에 신경쓰면서 살아야하는 흔히 대한민국에서 볼 수 있는 그런 여성입니다.
제겐 남친이 있습니다. 제가 남친을 만난 건 대학 들어와서 신입생 OT 때의 일입니다. 철모르던 나이에
군 제대 후 막 복학한 남친과 사귀게 됐고, 그후 6년간 지지고 볶고 사귀고 있습니다. 그런데..언제부턴가
남친이 구질구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저희 남친이 천재도 아니고요, 그렇다고 뭐 법에 대해서 사명감 이런 거 가지고 있는 거 절대 아닙니다.
다만 고향이 시골인 저희 남친은 그래도 시골에서 서울의 제법 괜찮은 대학에 갔다는 이유인지, 집안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있는 처지입니다. 한마디로 고시생입니다. 남들은 3년차라고, 아직 희망이 있다고
가끔 저를 위로합니다. 하지만 남친이 학교다닐 때부터 고시에만 매달리면서 학점까지 망쳐온 생활을 저는 압니다.
지난 3년간 연인이란 이유로 '백수의 연인' 이란 위치를 감당해왔습니다. 친구들은 남친 차 타고 여행간다고 할 때, 저 신림동에 밑반찬 싸들고 가서 남친 챙겨주고 그랬습니다. 그래도 저 아무 소리 않고 참았습니다. 하지만 이 생활도 3년째 되가니, 지치는군요. 그러던 어느날 이런 제 감정이 폭발하는 날이 오더군요.
얼마 전에 업무 관계로 한분을 만나게 됐습니다. 큰 키는 아니라도 한눈에 보기에도 늘씬한 근육질...
자기 자신에 대한 자신감에서 오는 여유, 좋은 차, 안정된 직장에...재밌는 화술까지...정말 배만 툭 튀어
나온 집도 절도 차도 없는 남친과 솔직히 너무 비교되더군요. 업무때문에 거의 2주 정도 만나게 되면서
솔직히 끌리더군요. 그리고 그분이 먼저 제게 관심을 표현했고요. 하지만 남친 생각해서 참았습니다.
만나는 사람 있다고 하니까, '여자한테 처음 차여보니까, 갑자기 눈물 날려고 하는데요? 저 슬프게 하셨
으니까, 사귀지는 못해도 술 한잔 사줄 수 있으시겠죠?' 하더군요. 그래서 알았다고 하고는 같이 술 한잔 같이 마셨습니다.
집까지 바래다주더이다. 이마에 가볍게 뽀뽀 한번 해줬고요. 그게 다입니다. 아~하나 더 있네요.
덕분에 오늘 즐거웠다고, 항상 행복하길 바란다고..문자 한 통 더 보내줬네요. 솔직히 이것도 너무 남친과 비교 되더라고요. 아직 남친에게 관계 허락한 적 없습니다. 사귄 지가 6년째인데, 스킨십은 어느 정도
했지만...스킨십만 하면 잠자리까지 요구해대는 남친이 너무 천박해보인 것도 있고요...남친의 모습에서
너무 미래가 안보인 것도 있고요...그런데...그럴수록 잠자리에 집착하는 남친에 비해서 깔끔하게 돌아설 줄 아는 그 분의 모습이 너무 멋있어보이데요.
그리고 대체 어떻게 알아낸건지, 이후 남친의 집요한 추궁이 시작됐습니다. 아무리 설명해도 말도 안통하고요. 다 큰 여자가 남자랑 밤늦게까지 술마시고 아무 일 없었다고 말만 하면 말이 되냐는 식입니다.
그러고는 이럴려고 잠자리도 거부했냔 식으로 나오데요. 그래서 믿기 싫으면 믿지말라고 하고는 그냥
집으로 와버렸습니다. 그러자 전화를 50통도 더걸어오더군요. 그냥 안받았죠.
다음날 출근해서 생각해보니, 내가 너무 심했나? 싶기도 하더군요. 그래서 사과하면 못이기는 척 받아줄까? 했더니, 그새를 못참고 사고를 치더군요. 회사로 전화한겁니다. 전 회사에서 겨우 2년차 되는 막내급입니다. 그런데 회사에 전화해서 제 남편이라고, 고래고래 난리를 친겁니다. 덕분에 대리님한테 혼 엄청 났습니다.
정말 이렇게까지 되고나자, 남친 만나기 싫어지더군요. 그래도 6년간 쌓아온 정이 있어서인지 좋게
끝낼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만나자고 해서는 우리 좋게 헤어지자고 하니까, 그러자고 하더군요. 그래서
전 끝날 때는 그래도 좋게 헤어졌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딱 일주일 만이더군요. 꽃다발 하나 들고
우리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더군요. 그래놓고는 마치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잘 지냈어" 하데요.
그래서 제가 '어, 근데 오빠가 여기 웬일이야?" 했더니, 저 보고 싶어 왔다데요. 제가 우리 끝난 거 아니었냐고 하니까...어떻게 그런 말을 그렇게 쉽게 할 수 있냐면서 한참을 중얼거리데요.
내가 이걸 끝까지 들어줄 이유가 있나 싶어하고 있는데..눈물까지 질질 짜더군요. 정말 한심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이럴 시간에 가서 공부나 하라고..난 오빠의 이런 구질구질한 모습이 너무 싫다고 했더니
이번엔 꼴사납게 무릎 꿇더이다. 지나가던 동네 사람들 다 쳐다보고...정말 쪽팔려 죽는 줄 알았습니다.
집에 들어갈려니까, 손목잡고 놔주지도 않고..억지루 뿌리치고 들어갔더니, 밖에서 초인종 누르고 난리났더군요. 나가니까..또 그 난리데요. 쪽팔리는 것도 있고 해서 일단은 알았다고 하고는 돌려보냈습니다.
그 이후로는 정말 인간의 구질구질한 모습만 제게 보여주데요. 친구들 말로는 그래도 고시 3년까지는
희망있으니까, 금년만 참아보라고 하는 소리도 하긴 하더군요. 그러나 집도 차도 돈도 없는 고시생이
저렇게 구질구질한 모습까지 보이고 있으니, 정말 정나미가 뚝뚝 떨어지는 것만은 어쩔수가 없네요.
대체 이 남자 어떻게 해야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