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강원도 춘천에 사는 스물여덟살 직장인 입니다.
저는 매일 아침 버스로 출근을 합니다.
춘천같이 작은 도시에,
달랑 하나의 운수회사가 있는 곳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분은 아시겠지만 ,
매일 비슷한 시간에 타는 같은 번호의 버스기사아저씨는
두세분중에 한분으로 이젠 하도 타서 길에가다 마주쳐도 얼굴을 알아볼수 있을 정도 입니다.
저는 주로 9시 15분경에 중앙로에서 51번 버스를 타는데
이버스가 감자바우 춘천에서도 좀 더 외진 곳에 위치한 '리'단위의 시골에서 나오다보니,
각종 야채를 봉다리 봉다리, 혹은 몇박스씩 가지고 버스에 오르는 노인 승객이 많습니다.
그중에 한분은 거의 매일 보는 분으로 머리가 새하얗고 허리가 많이 굽으신 할머니인데,
타실 때 마다 감자 두박스, 혹은 호박 두봉지 (커다란 재활용 쓰레기 담는 봉투의 크기)를 가지고 타십니다.
젊은 사람이야 양손에 번쩍 들고 내리겠지만 어디 나이드신 분이 그런가요?
하나 내려놓고 허리한번 펴시고 또 한번 올라와 나머지 내리고...
그래서 같은 길을 가는 데도 목적지까지 시간이 한참 걸립니다.
그런데 이 버스...전 정말 기분 좋습니다.
할머니가 내리실때가 되서 그저 손만 들면 누군가 부리나케 벨을 대신 눌러 줍니다.
차가 정류장에 서면 차안에 잇던 남자 승객이 벌떡 일어나 짐을 들어 내립니다.
가끔 보면 다리가 불편한 아저씨도 돕습니다.
그러면 할머니는 연신 고맙다고 아픈 허리를 숙이 십니다.
더 기분 좋은 건 그 모든 작업이 끝나도록 차에서 삐_소리가 안나는 겁니다.
사람이 다 내리기전에 문을 닫으면 삐-소리가 나잖아요.
대부분의 다른 버스는 사람이 많이 내리는 정류장에선
승객이 반쯤 내렸을때 이미 삐-소리가 요동치며 계속 됩니다.
그런데 이 버스는 할머니가 내리고 짐이 모두 내려지고 그걸 돕던 사람이 자리에 돌아와야 비로소 문이 닫기는 소리가 납니다.
얼마전에 춘천은 버스요금 인상이며 노선변경 등 때문에 버스기사 아저씨들이 많이 욕을 먹었습니다.
요금을 인상하는 것도 노선을 변경하는 것도 아저씨들이 하는 건 아닌데 말입니다.
가끔 네이트에 불친절한 버스기사 아저씨들 이야기가 톡이 되는 것도 봤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좋은 운전기사도 분명히 있다는 거.
그리고 그런 분들 때문에 기분좋게 출근하고 잇다는 거.
오늘 아침엔 꼭 써보고 싶었습니다.
2007년 7월 21일 9시 15분 중앙로를 지난 51번 버스 아저씨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