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GM-냉정과 열정사이"The_Whole_Nine_Yards"
#.2007년 7월 21일
뱀두마리
뱀두마리가 꿈틀거린다. 한마리는 노란색의 뱀이였는데, 노련하고 얄가운 혀를 낼름낼름 거리면서 탐욕적이고 이기적인 눈으로 다른 한마리의 뱀을 보고있었고, 또 다른 새캄한 색을 띄고 있던 뱀도 스스슥 거리며 혀를 낼름 거리고 있었다. 나는 멀리서 나뭇가지사이로 그 상황을 지켜 보고있었고, 더 자세히 보기 위해 두 뱀이 서로 뒤엉켜 있는 곳으로 가고 있었다. 그리고 뱀과의 거리가 1m도 되지 않았을 무렴 길고 탄탄했던 가지가 조용한 산속의 기운을 깨고 내 체중이 실린 오른쪽 발로 인해 파삭 하고 큰소리로 부서진다. 두마리 뱀중 노란색 뱀이 유독 차갑게 나를 쏘아보고 있었고 천천히 다른 한마리의 뱀도 이네 시선이 내 모습으로 옮겨졌다. 숨을 쉬고 있지만 목젓아래로 더이상 내려오지 않았다. 나는 얼어붙은듯 땅에 붙어 달아날수 없었다. 혀를 낼름 거리고 잡아먹을듯 힘이 실린 움직임에 작은 잔가지들과 나뭇잎소리가 파삭파삭 거리며 크게 들렸다.
' 다행이다.. '
꿈이였다. 생생히 기억에 남은 꿈이였다. 창문으로 비스듬하고 평평한 빛이 평평한 마름모꼴로 쏟아져 내렸다. 그 빛 끝에는 땀을 흘리고 있는 내 얼굴이 비춰져 뜨겁고 더웠다.
' 뱀.. 뱀이였지, 뱀이 성교하는 꿈. '
최근에 꿈을 자주 꾸긴 했지만 아침이 되어 깨어나면, ' 꿈.. 무슨꿈인가 꾼거 같은데.. ' 라고 생각하고 기억을 되집어도 기억나지 않았다. 역시 7월의 아침햇빛이 따사롭지많은 않다. 뜨거운 빛때문에 나는 더이상 포근한 침대안에서 가만히 누워 기억을 더듬거나 밍기적거릴수 없었다.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욕실로 향했다. 저녁에 씻으면서 욕실바닥은 흥건히 젓어있었다. 나는 건조한 욕실을 좋아한다. 그리고 특히 그 욕실의 건조한 바닥타일을 사랑한다. 샤워하면서 축축해질 건조함이 이네 아쉬워서 몸을 동그랗게 말아 앉은후 욕실 입구에서 차갑고 건조한 욕실바닥을 손끝으로 느꼈다. 하지만 시계바늘은 매섭게도 짹깍짹깍 거리고 나는 건조하고 깨끗한 발로 그곳을 밟았다. 작은 목욕용 의자에 앉아 바가지에 차가운 물을 잔뜩 담아 몸에 뿌렸다. 머리를 감고 이를 닦으면서 물이 젓은 거울의 내 모습을 바라보는데 갑자기 온몸이 스산해 졌다. 누군가 바라보고 있는것만 같았고, 이제는 정확한 내용도 기억나지 않는 뱀의 성교하는 꿈이 떠올랐다. 순간 무서운 맘에 나는 물방울이 방울방울 맷혀있는 맨몸으로 급하게 욕실에서 뛰어 나왔다. 그리고는 치약거품이 가득해서 매울법도 한데, 맘이 두려워서 일까? 정신없이 큰방으로 뛰어들어가 티비부터 틀었다. 욕실은 다시 들어갈수가 없었다. 싱크대에서 급하게 물만 행궈내고 입을 닦고는 물방울이 대롱대롱 달려있는 몸둥아리를 이끌고 방에 왔다. 내가 오던길은 몸에서 떨어진 몇개의 물방울이 발자국인듯 떨어져있었고, 선풍기에 물기를 그냥 말리고 있었다. 살짝 추운듯 했지만 욕실은 무서워서 갈수가 없었다. 혼자 집에 있을때는, 씻는것도 밥을 잠깐 먹는것도 사실 무서워서 누군가 오기를 기다리거나 나가서 먹거나 한다. 어쨌든 큰방에선 TV에서 사람소리가 들리고 나는 작은방인 내방에서 선풍기 바람과 조금은 뜨거워지려는 햇빛에 몸을 말린다. 실오라기 걸치지 않은 몸으로 깊이있게 쏟아지는 빛으로 인해 생긴 그림자를 보다가 나는 벽에 붙어 하늘이 보일수 있게 누워버렸다. 구름이 매우 아름답다고 해야할까?. 봉글봉글하게 피어있는 뭉개구름들때문에 하늘은 손에 다을듯이 낮게 보였다. 어느정도 물기가 말라가고 나는 '우당탕' 소리와 함께 급하게 들어오는 문소리에 놀라, 급하게 내 방문을 닫아버렸다. 옷을 주섬주섬입으며 말했다.
" 누구야? "
" 응, 엄마야~ "
" 아이구 놀랬어. "
" 위에 문은 걸어놔.. 혼자있는 애가, "
" 근데 왜? "
" 아, 엄마 은행들려야해서 통장가져가. 점심먹어, 엄마 회사에서 먹을꺼야. "
" 알았어.. 다녀와~ "
나는 컴퓨터에 앉았다. 인터넷으로 뉴스를 보고 항상 하듯 미니홈피와 블로그 자주가는 싸이트를 모두 들리다가 문득 다시 떠오른 뱀꿈, 누군가 나에게 종교를 묻는다면 주저하지 않고 말한다. '기독교에요.' 하지만 신앙적으로 그 신앙이 깊진 않다. 주일날 교회도 안가고 성경도 보지 않는다. 아주 가끔 피아노를 치면서 악보를 찾아가 가스펠책을보고 반주하며 부르다가 찬송가를 쳐보는 정도랄까? 어쨌든, 성경에도 뱀은 나쁘고, 현실에서는 나 스스로는 별로 나쁘진 않지만 뱀은 안좋은 분위기가 있다. 간간히 기억나는 꿈을 검색했던것처럼 나는 꿈해몽 싸이트에서 [뱀이 성교하는]이라고 검색을 하였고, 정확하게 꿈해몽중에는 [뱀이 성교하는 꿈.]이라는 제목을 찾을수 있었다.
정열적인 연애를 하거나 부정, 탈선의 위험이 있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회피하지 못하고 어쩔수 없이 하게 된다.
해몽을 모두 믿는건 아니였지만 나 역시 이기적인 사람이기 때문에 기억속에서 두번째 줄은 쓱싹쓱싹 지웠다. '정열정인 연애를 하거나, 탈선의 위험이 있다.'골똘이 머리속에 새겨놓고는 다시 내방에 가서 평소에 귀찮아 하던 화장을 하고 있었다. 짙은 스모키 화장눈화장을 하고 마스카라와 립스틱을 잊는다. 그리고 허여멀건한 얼굴에 검은갈색을 띄어 도드라 보이는 동그랗고 큰눈, 뒤늦게 걸어 나와서야 내 상황을 알고는 급하게 가방에 굴러다니는 립그로즈를 발랐다. 하늘이 기쁘다. 내 맘도 이상스럽게 신났다. 정열적인 연애라는 말이 무엇인가 긴장이 되고 신나는 느낌이 들었을 까닭이였을까? 어쨋든, 나는 H출판사에 덤덤히 걸어가고 있었다. 나는 현재 82년생이고 JJ여성잡지에 짧은 소설을 연재하고 있었다. 다른 때 보단 조금 짧은 8편이였지만 내용만은 알차다고 생각되었다. 여성의 숨죽은 성에서도, 여자와 남자의 결코 다르지 않지만 다른 생각이나 가치관과 연애나 부부 관계에서도 당돌하게 써 내려갔다. 하지만 나는 현재 그 누구도 없었다. 3년을 짝사랑하던 키만 훌쩍큰 눈작은 남자와도 짝사랑의 맘을 정리하고 싶었지만 벌써 정리이야기를 꺼낸지도 3년이 되어갔다. 그 남자는 결코 나를 시험에 들게 하였다. 이론적으로는 정말 나쁜자식이였다. '이제 그를 잊은것같아.'라고 생각할쯔음 어김없이 그에게서 연락이 왔다.
[잘지내?.. 보고싶다.채민아. ]
나는 멍해진 상태로 그에게 웃음지으며 대화를 나누고 조금씩 그를 잊겠다 쌓았던 마음의 벽이 순식간에 허물어지고 말았다. 아마도 나는 현재 사랑을 할수도 마음을 줄수도 없는 여유기 때문에, 갑자기 생각해보면 잘 모르겠지만, 어쩌면 당돌한 글이나 섹스 한번 안해본 내가 적은 노련한 섹스장면묘사라든지 사랑에 행복한 모습까지도 모두 내가 이루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그를 상대로 한 희망이나 상상들, 그 허상들에 빠져서 그를 조금이라도 멀리 할수 있었다. 내가 만들어둔 캐릭터 안에서 내가 만들어둔 사랑을 향해서 설레여 하고 그를 잠시 잊을수 있었다. 그게 전부였다. 내가 그를 버리는 노력의 전부였다. 하지만 생각하면 한없이 미련한 내가 너무 미웠다. 그를 만나고 그를 알게 된것도 모두 잘못된것이였다. 그리고 그저 모든 여성뿐만 아니라 사람들에게 다정하고 잘 웃는 그가 날 사랑하게 될지 모른다는 그 어리석음이 가장 잘못된 것이였다.아마도 그를 만난건 2005년 8월 8일이였다. 이날, 무엇때문인지 모르지만 기분이 너무 좋아서 그야말로 날짜 그대로 처럼 팔팔한 날이였다. 그리고 처음 보고 그때의 상황을 잊을수 없었기 때문에 나는 그 날짜까지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비가 어느정도 그치고서 나는 무지개 우산을 들고 집을 나왔다. 정처없이 맨발에 슬리퍼를 신고 나왔다. 물웅덩이에 발을 풍덩풍덩하고 철퍽철퍽하게 물을 먹은 슬리퍼를 질질 끌고 돌아다녔다. 바람이 부스스하게 불면 금새 물방울 들이 후두둑 떨어졌다. 비는 오지 않았지만 나는 이미 비오는 날을 감상하듯 우산을 들고 바람에 날리는 물방울을 온몸으로 맞고 있었다. 그리고 사람의 시선이 느껴진다. 나는 주위를 둘러보다가 그를 발견했다. 그는 하얀색 물방개처럼 각이 둥글둥글한 차안에서 조수석쪽 창문을 반정도 내린후 나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 저기 급해서 그러는데요, 이 근처에 가장 가까운 카센터가 있나요? "
카센터라면 우리집 근처에 있었다. 아버지 군대 친구라고 했던가, 어쨌든 나는 순간적으로 말했다. " 저희집 근처에 있어요. " 라고, 그냥 위치만 알려줘도 누구든지 금방 찾아갈 위치였다. 하지만 나는 우리집을 거론하면서 그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아마 그때 생각해보니 그 남자의 표정은 황당하기도 하고 어색하기도한 그런 표정을 짓고 있던것 같다. 아마 그 표정은 날이 쨍쨍한 여름에 달지도 시원하지도 않고 거기다가 씨까지 많은 수박을 한입 베어먹은 느낌이랄까? 어쨌든 잠시 잠깐이지만 나는 내 대답이 무척 괜찮은 대답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남자는 다시 죄송하다면서, 이야기를 이었다.
" 그럼, 혹시 집에 가시는 길이면 같이 가주실래요? 제가 길치이기도 하고 같은 방향이면 타세요. "
나는 사실 금방 비가 내림에 행복한 기분이 들어서 막 나온참이였다. 하지만 비가 고인 웅덩이에서 물위를 첨벙첨벙 걸어다니고 옷이 거의 젓어서 그런지 내가 내 상황을 봐도 비를 어느정도 맞다가 뒤늦게 우산을 사자마자 비가 그친격이였다. 나는 나름대로 어색했지만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 고마워요, " 라고 말했다. 그 남자 역시 한결 나아진 표정으로 웃었다. 그리고 순간적으로 얼어붙어서 " 직진이요. " " 조금더 가시다가 오른쪽이요. " " 여기 골목에서 왼쪽이요. " 뭔가 두근두근한 느낌이였다. 모르는 남자의 차의 탄 느낌이, 카센터에 도착하자마자 아저씨가 반겼다.
" 채민이, 왠일이니? "
아저씨는 능글능글한 웃음을 지으면서 다 알았다는 듯이 이야기를 이었다.
" 남자친구구만. 아이고, 벌써 너가 아저씨 아들이랑 시집보내려고 했더니.. "
그러면서 껄껄 웃었다. 아저씨는 5년째 접어들고 7살의 아들이 한명있다. 만날때마다 장난으로 항상 나이차이 나라상관없이 시집오라고 난리시다. 나는 어쨌든 정색을 하면서 이야기했다.
" 아니에요, 길 가다가 카센타 찾으시더라구요, 이 동네 첨 오셨나봐요. 초행길이라 어쩌다 보니 같이 타고 왔어요. "
그 남자 역시 아저씨와 나의 대화에 불쑥 뭐라 이야기를 꺼낼 상황이 아니였는지,
아저씨가 내 말에 대꾸가 없자, 인사부터 불쑥 했다.
" 안녕하세요, 지금 차가 조수석 창문이 내려가지 않네요. 그래서 지금 어디가던길이라 빨리 고쳐야 하는데 얼마나 걸릴까요? "
급하긴 엄청 급한가보다. 처음 만났을때에 비해 말의 속도나 억양이 더 빨라지고 강해진 느낌이였다. 아저씨도 급하게 차를 점검한다. 그리고 그 남자는 아저씨만 보면서 담배 한개피를 꺼냈다. 회색빛의 허연물건한 연기들이 바람에 서서히 공중분해 되었다. 나는 간다고 손을 흔들려하는 순간 그 남자는 마음이 다급하고 아저씨도 그 남자때문에 일이 급해진까닭이라 존재감이 순간 달아나서 예의상 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손을 흔들며 인사를 했다. 그래야 나중에라도 왜 말도 없이 갔냐는 아저씨나 혹은 전혀 모르지만서도 사람일은 모르니 그 남자한테도 할말이 생기게 말이다. 걸어가면서 무언가 허전했지만 나는 저 멀리서부터 쓸려오는 담배 연기에 취해 그 남자를 떠올리며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