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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결의안, 시작일 뿐입니다.

클라크 |2007.07.31 15:40
조회 1,792 |추천 0

탈레반 소식에 너무 무게가 실린 나머지 기쁜 소식이

있는데도 묻혀버리는게 아닌가 싶어서 몇 자 끄적여 봅니다.

물론 아프간 문제가 워낙에 급박한 사안이고 실시간으로 돌아가고

있기 때문에 그런거지만~ 우리 부모님, 조부모님 세대가 겪은

20세기 최대의 전쟁범죄와 그 책임에 관한 문제에 대해서도

한번쯤 곱씹어 보았으면 합니다.

 

 



가결되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다들 아시리라고 생각하지만

몇년을 지지부진하게 일본측의 로비와 함께 끌어온 미 하원의 위안부

결의안은 35분만에 만장일치로 채택되었습니다. 반대 의견도 하나

없었고 랜토스 위원장은 위안부는 강제동원은 명백한 사실이며

역사를 왜곡하고 부정하는 일본의 태도를 강도높게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결의안 본문에서는 2차대전 당시 일본군 위안부 제도가 정부의 공식

위임 아래 강제동원 되었음을 분명히 하고 있고 집단 강간, 강제유산, 수치,

신체절단, 사망 및 궁극적인 자살을 초래한 성적 폭행 등 잔학성과 규모 면에서

전례없는 20세기 최대 규모의 인신매매 가운데 하나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일본이 역사교과서 왜곡을 통해 전쟁범죄를 축소하고 정치인들은 위안부

관련 담화를 철회하거나 희석하려 하고 있음을 명확히 하고, 미 하원이 이에

대해 역사적인 책임을 질 것과 사실을 인정하고 총리가 공식 사과할 것, 사실을

바르게 교육할 것 등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이제껏 6개월 레인 에번스 의원이 3차례 결의안을 냈다가 줄곧

실패하고 의원직에서 은퇴하고 붕 떠 있던 이 사안을 6개월전에

내세워 통과 시킨 건 마이클 혼다 의원입니다. 혼다 의원은 일본계

3세 미국인으로, 아직까지 민족주의가 엄존하는 우리나라나 일본에서

재외 교포가 본국의 정치적 의도에 반대되는 행위를 한다는건 거의

반역과 같은 행위로 취급되어지지만, 진실을 위해 결의안을 제안한 혼다

의원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습니다.

 

혼다 의원은 말하길, 이 결의안은 일본인들을 비난하는 것이 아니고

일본 정치인들의 미래에 대한 책임을 강조한 것이며, 이번 위안부 결의안

통과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했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도 지금

일본이 처한 경제대국이지만 보통 국가라고도 할 수 없는 상황은

이러한 역사적 청산작업 없이 있을수 없는 일이요, 일본의 미래를 위해서도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공화당 소속의 탐 데이비스 의원의

"진정한 친구는 친구의 잘못을 지적하는 것"이라는 발언도 미-일 관계를

염두에 두는 동시에 이러한 맥락에서 나온 발언일 것입니다.

 

하지만 자민당 우익파벌쪽의 현재의 일본 주류 정치권은 당연히 

인정 안합니다. 애초에 이 뿌리깊은 문제를 만들어온 사람들이 인정하면

더 이상한거겠지요? 공식적인 성명은 피하고 있지만 불편해 하면서도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시기적절하게도 그들은

국내적으로도 궁지에 몰려있습니다. 위안부 결의안 채택 일자까지 늦춰

줬음에도 이번 참의원 선거의 참패로 아베 총리는 사실상 퇴진 위기에

몰렸습니다. 자민당집권 자체가 흔들린다는 말이 나올 정도니까요.

 

무엇보다 기뻐하시는 분들은 당사자인 위안부 할머니들입니다.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는 쉽게 죽지 않아!'라는 피켓을 들고 계십니다. 증언자인

할머니들이 돌아가시면 이 문제는 흐지부지되기가 십상이었던 상황에

이미 할머니들이 노쇠해진 시기에, 힘들게 살아가시면서도 입을 떼기도

쉽지 않았을 이야기를 끝까지 증언해주신 할머니들께도 진심으로 축하와

박수를 보내고 싶네요. 그 결실로 결정적인 계기가 생겨서 통쾌한 마음이

전해지고 개인적으로 그런 통쾌함과 안도감을 느낍니다.

 

분명히 기쁘고 역사적인 사건이지만, 안도감을 가질 때는 아닙니다.

혼다 의원이 말했듯이 이 일은 시작입니다. 그들이 무릎을 꿇어서든,

55년체재 이래 연립정권 포함해서 이어져온 자민당체재가 어떻게 되어서든

그들이 결의안 내용대로 사죄하고, 인정하고, 후대에 가르쳐야 비로소

진정 기뻐하고 안도할 수 있으리라 생각해봅니다. 이 불씨를 꺼뜨리지

않고 일본을 압박해 나아가야 할 것이며, 또한 후대에 알려야 하는 책임을 지닌

우리 스스로도 그러한 인식을 공유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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