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은숙 기자
전문가들의 시선은 냉혹한 반면 관객들의 시선은 대체로 따뜻했다.
수많은 화제를 불러모았던 개그맨 출신 영화감독 심형래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디워(D-WAR)’가 개봉된 뒤 초반 흥행돌풍을 기록하고 있다. 초반흥행기록도 봉준호 감독의 ‘괴물’에 육박한다.
배급사인 쇼박스에 따르면 ‘디워’는 개봉 첫 날인 지난 1일 전국 스크린 530개에서 상영한 결과 41만7298명의 관객수를 기록했다.
한국 영화 첫날 최다 관객 기록은 지난 2006년 개봉한 봉준호 감독의 ‘괴물’의 45만여명(620개 스크린)이었다.
디워는 올해 한국영화 최고 예매점유율 자리 또한 차지했다.영화 전문 예매사이트인 맥스무비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 1일 오전 9시 디워의 예매점유율은 65.32%로 영화 '화려한 휴가'가 지난주 기록한 예매점유율 54.59%를 10% 이상 넘겼다. 이는 올해 한국에서 개봉한 영화 중 3번째로 높은 기록이다.
올해 최고 예매점유율은 지난 6월28일 영화 '트랜스포머'가 기록한 72.58%이다.
심형래 감독이 영화 개봉전 방송에 출연해 “심형래가 만들면 영화를 보지도 않고 평가가 40%는 깎인다.제발 영화를 보고 판단해 달라”고 호소할 정도로 한국영화계의 편견을 지적했지만 관객들의 반응은 이런 편견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보인다.
영화 평론가와 언론 등으로부터 혹평을 받았지만 영화를 본 관객들 사이에서는 “ 과거보다 기술과 컴퓨터 그래픽(CG)이 훨씬 향상됐고, 한국적인 소재가 적절하게 섞여 우리의 자부심을 느낄 수도 있었다”는 긍정적 평가가 많았다. 물론“실망스럽다”는 반응도 적지는 않았다.
2일 오후 서울 삼성동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디워’를 관람한 이자경(24)씨는 “기대하지 않고 와서 그런지 생각보다 흥미진진하고 재미있었다”며 “남녀노소 누구나 재미있게 관람할만한 영화다.우리나라 영화 수준이 이 정도까지 올라오다니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1일 오후 ‘디워’는 포털사이트 네이버 영화코너의 네티즌 평점에서 10점 만점에 8.71을 기록했다. 1만 6000여건에 달하는 40자평은 한껏 달아오른 ‘디워’의 인기를 그대로 보여줬다.
한 네티즌은 “평론가와 기자들이 하나같이 혹평을 해서 궁금했는데 우리나라 순수기술력으로 이런 컴퓨터 그래픽을 보이다니 굉장하다”며 “내용이나 연기면에 있어서 아직 부족한 부분이 있지만 점점 발전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최초로 한국 전통음악 ‘아리랑’을 접목시킨 영화 후반부에 대해 “우리나라의 전통음악이 SF영화와 결합되다니 뿌듯하고 한국인으로써 긍지와 자부심을 갖게 되었다”고 밝혔다.
반면 대학생 백영아(24)씨는 “생각보다 스토리가 빈약하고 현실성이 떨어지고 시나리오가 탄탄하지 않아 개연성있게 연결되지 않는다”며 “컴퓨터그래픽보다 기본적인 시나리오에 중점을 두어야 하는 것이 앞으로 한국 영화계에 주어진 과제”라고 주장했다.
앞서 심형래는 ‘황금어장’의 ‘무릎팍도사’ ‘단박인터뷰’ ‘상상플러스’ 등의 프로그램에 출연해 할리우드 진출과정에서 겪은 어려움과 개그맨 출신인 자신에 대한 영화계의 편견에 대해 눈물의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그는 ‘무릎팍도사’에서 ‘디워’를 찍으며 두번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
첫번째는 주연인 로버트 포스터가 용 그림을 보여주면서 “이것이 한국의 전설”이라고 말할때 눈물이 핑돌아 모니터가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두번째는 바로 엔딩곡 아리랑 때문. 심형래는 “맨끝에 아리랑을 넣고 싶다고 하니까 처음에 사람들의 반대가 심했다”며 “아리랑도 어떻게 연주하느냐에 따라 세계적인 음악이 될 수 있다.그 음악을 들으면서…”라며 울먹이기도 했다.
심형래는 영화계나 언론의 ‘디워’에 대한 인색한 평가를 의식한 듯 “제가 유일하게 희망을 얻은 것은 인터넷에서 네티즌들이 올리는 많은 응원글”이라며 “나를 격려해 주는 글을 보고 정말 용기를 많이 얻었다”고 털어놨다.
‘단박인터뷰’에서 “한국이란 나라에서 영화하기가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다”고 털어놨던 심형래는 ‘한국에서 저평가되는게 마음이 아프냐’는 질문에는 “평가 받기도 싫다”고 울먹이며 한국영화계에 대한 서운함을 표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