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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브로[10]

코쿄 |2007.08.07 16:57
조회 540 |추천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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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깐 산책하다 들어갈래? 오늘 나한테 시간좀 주라. 응? "

 

" 아니. 오늘은 조금 피곤하네~ "

 

" 그래? 어디아픈건 아니고? "

 

" 응.. 괜찮아. 고마워. "

 

 

 

 

나는 창밖만 주시하면서 건성건성 대답하고 있었다. 머리속에 그의 음성이 메아리쳐서 귀가 아플정도였다. 아니다, 어쩌면 머리가 아픈걸지도 모르겠다. 어디가 아픈지도 모르게 나는 아프고 있었다. 동생이라는 말 대수롭지 않게 들어도 괜찮을텐데, 나는 왜 그 단어 하나에 걸려 넘어지고 있는지 미련하기만 했다. 집근처에서 나는 내려달라고 이야기했고, 그는 어리둥절하게 인사를 건낸다. 그리고 조금 애절한듯 슬픈듯 내쪽을 바라보면서 그가 인사하고 있는것이 느껴진다. 머리 끝에서 발끝까지 세포하나하나가 그를 주시하고 있지만 온몸에 기운이 다 땅끝으로 꺼져들어 마음이 바싹바싹 타들어가는 느낌이였다. 집에 들어왔다. 나는 신발을 벗고 허물벗듯 옷을 모두 벗으면서 욕실로 향하고 있었다.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오늘은 모두 늦는다고 그랬다. 욕실은 아무도 존재하지 않는듯 고요하기만 했다. 나는 얄팍한 숨을 몰아쉬고 작은 욕실의자에 움츠리고 앉았다.

 

 

" 그러면 안돼는건데, 동생은 안돼는건데. "

 

 

 

눈물들이 또로로 쏟아진다. 건조한 욕실에 파삭파삭 말라가는 마음덩어리에 축축하게 물기가 닫는다.

오늘은 욕실에서도 그 욕실의 건조한 타일과 축축한 공기에서도 위로가 되지 않는다. 아무도 없는 그곳에서 나는 욕실문을 환하게 열어두고는 물을 끼얻는다. 몸이 추워하는듯 덜덜 떨고 있었고 대수롭지 않은듯 내 손가락과 손목과 손의 근육은 녹색바가지에서 물을 잔뜩 퍼담아 온몸이 끼언고 있었다. 나는 물기가 마를때까지 욕실의자에 앉아있었다. 흐르는 눈물도 그럭저럭 말라가고 있었다. 눈아래 피부가 땡기고 나는 저벅버적 욕실을 빠져나와 내가 벗어놓은 옷들을 반대로 줏어들고 있었다. 방으로 향했다. 어느때 처럼 커다란창문으로 고개를 붙이고는 하늘을 주시하고 있었다. 별하나 없는 하늘 깜깜한 하늘, 그곳은 내 마음과 같았다. 그리고 문자가 울렸다. 그에게 올때 들리는 벨소리였다.

 

 

 

 

 

 

[모하고있어? 난 도착했어.]

 

 

문자를 이리저리 쓰고 있다가 나는 폴더를 닫고 속옷과 잠옷을 입는다. 차가운 몸이 덜덜 공기안에서 떨고 있고 문자가 온 휴대폰은 뜨겁고 침대는 푸근했다. 이불안에 들어가서 추위를 녹이다가 나는 잠이 들었다. 얼마나 잠이 들었을까? 조금 일찍 잠든 탓에 새벽이 되어서 다시 일어나고 말았다. 핸드폰 폴더를 열자 그 빛에 눈이 감킨다. 3시 36분. 폴더를 닫자 마자 갑자기 벨소리가 울려서 나는 놀래서 통화키를 눌렀다.

 

 

 

 

" 여보세요? "

 

" 아니, 너는 벨소리도 안울렸는데 전화를 받는거야? "

 

" 누구..? "

 

" 하하, 오빠야. 욱환이. "

 

" 아. 오빠.. 안자구 모해? "

 

" 그냥 밤기운이 좋아서 술한잔 마시고 있는데, 너무 보고싶은 생각이 들어서 전화했어. 잤어? 깨운거야? "

 

" 아니, 괜찮아. "

 

" 후.. "

 

 

 

 

 

그는 술기운에 숨을 몰아 쉬고 있었다. 나는 바보처럼 새벽이라 잠겨있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이쁘게 말하고 있었다.

 

 

 

 

 

 

" 그만마셔 잠도 안자구 무슨 술은.. "

 

" 요새 힘들어. "

 

" 뭐가 그렇게 힘이 들어? 걱정스럽게. "

 

" 사실, 너 맘 다알아.. 근데, 나.. 좋은놈 아니야. "

 

" 나, 정말 나쁜놈이고 너는 참 예쁜 여자고.. 그리고 동생이고.. "

 

 

 

 

 

나는 웃음이 나왔다.

 

 

" 하하. 남자들은 하나같이 똑같은 레파토리야? 스스로 나쁜놈이라고 하는 남자들중에 나쁜사람은 아직 하나도 못봤어. 근데 누가 나쁘대.. 오빠 좋은사람이야. "

 

" 아냐! 난 쓰래기야. "

 

" 무슨일 있었어? "

 

" 근데 오늘 술을 먹고 있는데 그 여자가 말을 걸드라. "

 

' 아.. 그 여자. 그림.. 취했나. '

 

 

" 무슨말을 하든데? "

 

" 혼자 중얼 거리드라구. 술을 마시고 있었어. 나는 그냥.. "

 

" 그래? 집에서 혼자 마시고 있는거야? "

 

" 그렇지. 내가 누가 있겠니.. 요즘은 너밖에 없어. "

 

" 그런소리 그만해. "

 

" 너도 별수 없구나. 끊자. 그만 자자. "

 

" 여보세요? 여보세요?? "

 

 

 

 

 

뚜뚜뚜..

 

 

그가 갑자기 짜증내듯 전화를 끊고 말았다. 나는 심장이 두근두근 거리고 있었다. 급하게 옷을 입고 살곰살곰 문을 따서 나갔다. 새벽이라 한산하고 스산했다. 자동차는 다른때와 달리 매섭게 달리고 있었다. 택시 타고 가기가 조금 무서운 느낌이 들었지만, 나는 지나가는 택시를 금방 잡을수 있었다. 그리고 그의 집으로 향했다.

 

 

 

 

스스스스.. 사사사사사..

 

바람결에 나뭇잎이 부딫이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평상에서 잠들어 있었다. 나는 그를 흔들어 깨우려고 하자 뒤에서 왠 여자가 서있었다. 나는 순간 두려운 생각이 들었다. 귀신은 아닐까? 내가 헛것을 본듯 소스라치게 뒤로 돌며 놀래고 있었다. 하지만 자세히 보니 사진의 그녀와 닮아있었다. 그녀였다.

 

 

 

 

 

 

 

" 누구세요? "

 

" 아, 안녕하세요. 저 이근처 살고 있는 아는 동생이에요. "

 

" 아, 그렇군여. "

 

" 오빠가 갑자기 전화를 걸어서 술을 먹고 쓰러진거 같아서, 설마 밖에서 잠들었을까봐 걱정이 되서요.. "

 

" 그럼 죄송하지만 제가 혼자서는 안돼네요. 같이 부축좀 해줄래요? "

 

" 아 그럴께요. "

 

 

 

 

나는 그의 팔을 어깨에 올리고 허리를 안았다. 그녀역시 이쪽으로 걸어오는데 키가 무척 크고 마른 채형의 여자였다. 머리도 길고 아무래도 모델일을 하는 사람이 아닐까? 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자세히 그녀를 관찰할 겨를도 없이 그녀와 나는 키차이때매 욱환씨를 부축하면서도 나보단 그녀가 더 힘들어 하고 있었다. 방안으로 그를 누의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방에서 나왔다. 그림의 몇개가 사라진듯 보였고 그녀의 모습이 그려진 그림이 찟어져있었다. 나는 놀래서 심장이 쿵쿵 달리고 있었다. 그 상태로 밖으로 나가려는데, 그녀가 나를 붙잡았다.

 

 

 

 

 

 

" 저기요, 혹시 채민씨 맞죠? "

 

" 네? 어떻게.. 제이름을.. "

 

" 아까 통화하는거 들었어요. 제가 먼저 만나자고 했어요. 욱환이. "

 

" 아, 예.. 그러셨어요. "

 

" 네.. 근데 절 보지 말자고 하더라구요. "

 

" 네.. "

 

 

 

 

 

 

 

 

불현듯 오늘 헤어질때의 상황이 기억났다. 그가 자꾸 나를 잡으려 했던 상황들, 그녀를 피하고 싶었던 까닭일지도 모르겠다. 순간 속상한 기분이 확 올라와 목이 갑갑하도록 뜨끔뜨끔하고 있었다.

 

 

 

 

 

 

 

" 그만 놔주세요. 오빠. 아니면 다시 시작해요.. 너무 힘들어해요. 옆에서 보기 안쓰러워요. "

 

" 나, 만나는 사람 있어요. 새로운 사람 생겼어요. "

 

" 근데 도대체 왜 이곳에 온거죠? "

 

 

 

 

나는 버럭 화를 냈다.

고요하다. 차갑고 잔잔하지만 매서운 바람소리가 들린다. 그녀는 냉정하게 웃는다.

 

 

 

 

" 나 정말 그사람 사랑했어요. 재미없는 영화도 그와 함께면 즐거웠고, 맛없는 음식도 맛있어질만큼 행복했죠. 근데, 우린 너무 함께한 시간이 많았죠. 이제 무뎌진것 같아요. "

 

 

 

 

나는 허탈하게 웃었다.

 

 

 

 

 

" 하하, 전 이해가 안가네요. "

 

 

 

 

그녀는 우습다는듯이 나에게 매몰차게 이야기 했다.

 

 

 

 

 

" 꼭 대변인 같네요. 당신이 우리 둘의 사이에 나서서 이래라 저래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

 

" 왜 날 불러 세웠죠? 이런 대화 할필요 없었는데 지금 날 불러 세운건 당신 아닌가요? "

 

" 채민씨는 욱환이 사랑하죠? 그냥 고마웠어요. 고맙다고 이야기 하고 싶었어요. "

 

 

 

 

그녀가 너무 정확하고 세밀하게 나를 압박하고 있었다. 그에게 꺼낼수 없었던 내 속마음을 너무 당당하고 도발적으로 멋대로 이야기 하고 있었다.

 

 

 

" 그만해요. 그런 말 당신한테 듣고 싶지 않네요. "

 

" 그래요. 기분나빴으면 미안해요. 나 이제 갈꺼에요. 내일 저녁비행기로 스페인가요. "

 

" 네? "

 

" 곧 이쪽으로 남자친구가 올꺼에요. 부탁이 있어요. "

 

" ... "

 

" 오늘 미안하지만 욱환이랑 갖이 있어줘요. "

 

" ... "

 

" 난 이제 가야해요. "

 

 

 

 

 

 

 

그녀와 나는 아무말도 없이 서로를 주시하고 있었다. 쿵탕쿵탕 거리는 소리와 자갈튀는 소리와 함께 새카만 승용차가 급정거를 하며 집앞에 보이는 공터에 도착했다. 그녀는 물건을 맞기듯 혹은 당연한듯 뻔뻔스럽게 나에게 웃음을 내보이고 있었다.

 

 

 

 

" 부탁할께요. "

 

 

 

 

 

나는 황당해서 멍하게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운전하던 남자가 걸어나와 그녀가 조수석 문을 열어주고 그는 그녀가 잘 타는지 확인하고 운전석 앞에서 담배를 피우기 위해 불을 키고 있었다. 파사삭 타들어 가는 소리가 들릴것만 같았다. 붉은 담배불과 그 남자의 어두운 그림자가 어느정도의 시간을 잡아먹고 그리고는 그는 담배꽁초를 자갈밭에 툭 던져서 떨구고는 차에 탑승하고 급하게 달린다. 자갈밭 사이로 떨어진 담배 꽁초는 붉게 타들어 가는게 멀리서도 보인다. 어두운 땅아래 빨간점이 콕 박혀 있었다. 그리고 스르륵, 그 불은 아무도 모르게 꺼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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