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2년 4월 2일 시운전 중인 타이타닉
우리는 1912년 대서양에서 빙산과 충돌하여 침몰하면서, 수 많은 사망자를 낸 호화 여객선 타이타닉호의 이야기를 책이나 영화를 통하여 들어서 잘 알고 있다. 그 배와 그 배가 침몰하던 날의 사고는 그 날 죽은 사람의 수만큼이나, 또는 그 배의 규모만큼이나, 또는 그 시대에 가장 호화로웠던 의장만큼이나 많은 이야기를 남기고 있는데…
대략 알려진 이야기들로 그 날의 상황을 간략히 재구성해봄으로써, 그 날 그 배가 왜 침몰할 운명에 처할 수밖에 없었는가, 또 그 날 그 배에서 어떤 만행이 벌어졌는가를 살펴보기로 하자.
1912년 3월 31일 북아일런드 최대의 도시 벨파스트의 하를런드 & 울프 조선소(Harland & Wolff Shipyard)에서 완공된 타이타닉은 1912년 4월 10일 Southampton(잉글런드)를 출발하여, Cherbourg(프랑스), Queenstown(Cobh)(아일런드)를 경유하여 뉴욕에 이르는 처녀 항해에 나서게 된다. 그리고 그 배는 대서양에서 침몰하면서 배에 탔던 2,223 사람 중 706명만 살아남고 나머지는 사망 또는 실종되는 대재앙에 이르게 된다.
4월 14일 일요일에도 이 배는 이 큰 배가 얼마나 빨리 대서양을 횡단할 수 있는가 보여 주기 위해서 전속력에 가까운 20 노트 이상의 속력으로 대서양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그 날 낮, 가까운 곳을 지나던 다른 배 SS 아메리카에서 무전으로 타이타닉에게 빙산이 흘러오고 있다는 경고를 하는데, 이 경고를 타이타닉은 무시한다. (SS는 Steam Ship을 나타낸다.) 밤 11 시경 타이타닉과 가장 근접 거리에 있었던 SS 캘리포니안은 자신들이 빙산의 위험 때문에 정선하고 있다는 사실을 타이타닉에 무전으로 알리며, 타이타닉도 정선하기를 권한다. 그리고, 캘리포니안의 무선사는 무전실을 비우고 잠자리에 든다. 그래도 타이타닉은 미국을 향한 대서양 횡단을 계속했다. 이 날은 그믐이어서 달도 없었으므, 날도 맑고 수면도 잔잔하여 수면에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날이 흐렸다면, 타이타닉에서 나오는 불빛이 구름에 반사되어 가까운 곳은 관측이 되었을 것이고, 좀 큰 파도가 있었으면, 타이타닉의 불빛이 반사되어 근접하는 빙산을 좀 더 쉽게 관측할 수 있었을 것이다.
밤 11시 40분 망대에서 관측하고 있던 관측원의 눈앞에 직전방에서 갑자기 거대한 빙산이 나타났다. 이 사실은 곧 일등 항해사에게 보고되고 그는 배를 왼쪽으로 돌릴 것을 명령한다. 그러나 그 큰 배가 피하기에는 빙산은 너무 가까운 곳에 있었고 빙산은 배의 우현을 긁으면서 지나간다.
여기서 배의 구조에 대하여 하나만 살펴 보기로 하자. 그 당시나 지금이나 선박은 길이 방향의 선체 내부를 여럿으로 나누어 가로 방향으로 격벽(bulkhead)을 만들어 둔다. 그래서 그 사이의 한 격실에 구멍이 나서 물이 들어오면, 그 격실을 폐쇄하여 배 전체에 물이 들어오지 않게 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이지만, 그 때 타이타닉이 빙산을 피하지 않고 정면에서 충돌하였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논의가 있다. 만약 그랬다면, 타이타닉은 선수부에 대단한 손상을 입고, 그 충돌시의 충격으로 많은 사람이 다쳤겠지만, 침몰에 이르는 손상까지는 입지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 후일의 논의야 어떻든, 타이타닉은 좌현으로 방향을 틀었고, 빙산은 배의 우현을 긁고 지나가면서, 리베팅 공법으로 건조된 배의 압쪽 옆구리의 최소 다섯 개 이상의 격실에 구멍을 내고 만다. 침몰의 운명을 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부랴 부랴 무전으로 구난 요청을 하는데, 30분이면 올 수 있는 가까운 거리에 있었던 SS 캘리포니안은 무전실을 비운 상태여서 이 구난 요청을 받지 못하고, 그 다음 가까운 배였던 네 시간 이상의 거리에 떨어져 있던 RMS(Royal Mail Ship) 카파시아(Carpathia)가 구난을 위해서 와 주겠다는 응답만 듣는다. 타이타닉과 SS 캘리포니안의 거리가 어느 정도 가까웠는가 하면, 타이타닉은 SS 캘리포니안을 향하여 구난등이라고 하는 일종의 탐조등과 같은 등으로 구난 요청 깜박임을 내보냈는데, 이 요청도 SS 캘리포니안에 접수되지 못했다.
당시 선박들이 주변에 구난 요청을 하는 방법은 세 가지가 있었다. 두 가지는 위에 이야기한 무전과 구난등이고, 나머지 하나는 조명탄이다. 배가 위기에 처했다는 것을 하늘에 폭죽을 쏘아 올려서 신호를 하는 것인데, 사용하는 색깔은 붉은 색이다. 그런데, 타이타닉에는 3 개의 조명탄이 있었다고 하는데, 붉은 색은 하나도 없었고 셋 다 백색이었다. 선장은 백색 조명탄이라도 쏘아 올리라고 명령하고 이 조명탄들이 물이 새어들고 있는 타이타닉의 머리 위에서 터진다. 가까운 거리에 있었던 SS 캘리포니안에서 이 조명탄 불빛을 본 것은 확실한데, 색깔이 흰 색이다 보니 (당연히) 타이타닉에서 처녀 항해를 자축하는 기념으로 즐겁게 쏘아 올린 것으로 오인한다.
당시 타이타닉에는 20 척의 구명정이 실려 있었으며, 구명정의 정원은 60 명 내외였다. 구명정을 탈 수 있는 사람의 수는 최대 1,178 명이었다고 하는데, 이 수는 배에 타고 있던 사람 수의 절반에 불과했다. 원래는 32 척의 구명정을 싣도록 설계되었는데, 배의 미관에 지장이 있다고 20 척만 싣도록 나중에 바꾼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당시의 해사 규정은 구명정의 용량을 승선 인원으로 계산하지 않고, 배의 톤수로 규정했다고 하는데, 당시 타이타닉에 실렸던 20 척의 구명정만 해도 타이타닉의 크기로 봐서 규정위반은 아니었다고 한다.
처녀 항해에 채워진 승무원들은 구명정 사용에 미숙했고, 구명정은 무원칙하게 물에 내려졌다. 타이타닉이 빙산과 충돌하고 1 시간 후 타이타닉에서 처음으로 내려진 정원 65명의 구명정에 탔던 사람의 수는 불과 28 명이었다고 한다. 첫 구명정이 내려지고 나서 한 시간 남짓 지난 4월 15일 새벽 2 시경 선수의 갑판이 물에 잠기기 시작했는데, 이 때까지도 20 척의 구명정은 완전히 물에 내리지 못했다.
그로부터 약 10 분 후 선수측이 물에 잠기면서 선미가 들리고 프로펠러가 물 밖에 노출되었다. 선미는 계속해서 들렸고 기울어진 굴뚝이 자체 무게로 부러져 내리고, 곧 이어 배 차체도 자체 무게로 가운데가 부러지면서, 다시 선미가 물 위에 떨어져 내리고, 물에 내려진 구명정들은 거대 선박의 침몰시 발생하는 소용돌이를 피하기 위해서 한치라도 배에서 멀어지기 위하여 열심히 열심히 노를 저어야 했다. 배가 완전히 침몰한 다음 다시 돌아온 구명정에 의해서 물에 빠졌다 구출된 생존자는 12 명에 불과했다. 영하의 차가운 물에 의해 동사한 사람이 부지기수였을 것이다.
구명정이 내려지기 시작하면서, 배에 고용된 악사들이 악기를 들고 나와서 갑판에서 연주회를 열었는데, 패닉에 빠진 승객들을 진정시키고 질서를 지키게 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여기서 객담 하나면 하고 이야기를 마치기로 하자.
가가멜 아재의 친구 중에 가가멜 아재만큼이나 술을 좋아하는 친구가 하나 있다. 그 친구가 좋은 점 중 하나는 그 친구와는 술 먹을 때는 무슨 말을 해도 된다는 것이다. 그 다음날이면 술 먹을 때 한 이야기를 하나도 기억 못하는 친구다. 한가지 나쁜 점은 그 친구와 술 먹을 때는 그 전에 술먹으면서 했던 이야기를 반복해서 들어야 한다는 점이다. 자기가 한 말도 기억 못한다. 제임즈 카메론의 “타이타닉”이라는 영화가 우리나라에 상영될 즈음, 그 친구와 술 먹다 자연히 타이타닉 이야기가 나오게 되었는데, 그 친구가 어렸을 때 “무지재 마을”인가 하는 라디오의 어린이 프로그램에서 들은 이야기를 약 5회에 걸쳐서 반복으로 듣게 되었다. (가가멜 아재는 “타이타닉”을 극장에서 보지는 못했고 약 3년이 지나서 유선 방송에서 보았다.)
그 5 회에 걸쳐서 반복된 대화의 내용은 대략 다음과 같다. “친구야, 그 침몰하는 타이타닉의 갑판에서 악단이 음악을 연주하여 질서를 지키면서, 여자와 아이들을 먼저 구명 보트에 태워 보내고 남자들과 승무원들은 거룩한 죽음을 맞았다는 거야.”
“그래 친구야. 그 이야기는 나도 들었는데, 그 질서와 거룩이라는 것이 말이야, 일등석 승갣들 즈덜만의 질서와 거룩이었다는 거 아니냐.”
“그건 무슨 소리야?”
“갑판 위에서 일등석 승객들이 음악을 들으면서 질서와 거룩을 지키고 있는 동안에, 갑판 아래의 삼등석 승객들은 자물쇠로 채워진 문 속에 갇혀서 질서와 거룩을 지킬 기회조차 박탈당하고 죽어 갔다는 사실은 알고 하는 이야기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