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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사탕(단편)

코쿄 |2007.08.20 17:37
조회 1,194 |추천 0

 

 

 

봉지에 잔뜩 들은 박하사탕을 샀다. 나는 가방 안에서 유리병을 꺼냈다. 그곳에는 바닥을 보이며 몇 개 남지 않은 동글 동그란 박하사탕이 몇 개 굴러다니고 있을 뿐 이였다. 나는 봉지를 뜯었다. 박하사탕의 뜯어진 봉지 입구를 작은 유리 병 안에 구겨 넣고는 손으로 툴툴 털어 넣자 유리병은 이네 박하사탕으로 가득 찼다. 그 향기도 상쾌해서 나는 기분이 좋아졌다. 그리고는 그녀가 떠올랐다. 슬픈 듯 그리운 듯 나는 표정을 어쩔 줄 몰라 하다가 입안에 박하사탕을 하나 넣었다.

 

6개월 전이였다. 6월 중순이던가? 10시경 나는 늘 같은 곳에서 같은 장소에서 버스를 탄다. 그날도 어제나 그제나, 한 달 전이나 다를 건 없었다. 하지만 10시경에 정류장에는 이상하게도 나와 비슷한 시간대로 버스를 타는 사람이 없었다. 그날은 매우 하늘이 높고 푸른색이라 꼭 바다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바람이 한 점 없어서 약간 더운 듯 한 날씨였다. 나는 정류장에 도착해서 가방 안에서 mp3를 꺼낸 후 귀를 모두 막을 수 있는 고리가 달린 커다란 헤드셋과 비슷한 디자인의 이어폰을 꼈다. 그리고는 바닥을 보며 흥얼흥얼 mp3에 나오는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순간 바람뭉치가 훅 하고 내 곁을 지나가는데 은은한 박하향이 나고 있었다. 나는 바람이 부는 방향대로 그곳을 향해 시선을 옮겼다. 그곳에는 처음 보는 웬 여자가 서있었다. 나는 순간적으로 그 여자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뭔가 특출나게 예쁜 여자는 아니었지만, 단아한 듯 부드러운 듯 여성적인 선의 미라고 표현해야할까? 약간 어깨를 넘는 생머리에 하얀 남방으로 보이는 남방과 녹색계열의 짧지 않은 쉬폰스커트였다. 여러 겹이 여서 그런지 치마가 무척 살랑살랑 거린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그녀가 내 시선을 느꼈는지, 그녀가 나에게 시선을 돌렸을 때 다행이도 버스가 저 멀리서 오고 있었다. 그녀의 시선을 피해 나는 버스가 빨리 오길 바라면서 정류장 쪽의 도로로 내려갔다. 버스를 타고 그녀를 스쳐 지나가는데, 나는 계속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날 하루 동안 다른 여학생 곁에서 킁킁거리면서 박하 향을 찾고 있었다. 여러 번 동기 여학생들한테 변태로 오인을 받으면서도 꿋꿋이 여기저기 코끝에 힘을 주고 다녔지만 바람 안에 담긴 그 박하 향을 찾을 수는 없었다. 그리고 그 다음날도 여전히 평소처럼 정류장을 찾았다. 이번엔 그녀가 먼저 그곳에 있었다. 그녀를 스쳐가는 마른 공기에서 나는 같은 박하 향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호기심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녀를 향해 몸을 정직하게 틀어서 그녀에게 머쓱하게 인사를 했다.


“저기, 어제도 이곳에 있던 분 맞으시죠?”

 

그녀는 연약한 듯 여린 웃음을 짓는다.

 

“맞아요. 그쪽도 같이 계셨잖아요?”

“아, 기억하시는 군요.”

“네, 엊그제 이사 왔거든요.”

“그러셨군요. 늘 10시에 이 정류장에선 다른 분을 한 번도 단 한 번도 본적이 없거든요.”

“정말요? 신기하네요.”

“그쪽보단 제가 그쪽을 보면서 신기해했죠?”

“그렇구나. 근데 왜요?”

“혹시 향수 뿌리시나요?”

“아뇨, 향수 안 뿌리는데,”

“그래요?이것참.”

“왜요? 무슨 냄새라도.”

“아, 그냥 그쪽한테 박하향이 나는 것 같아서요.”

“아, 그래요? 그런 소리는 또 처음 듣는데요.”

 

저 멀리서 내가 타야할 버스가 오고 있었다. 나는 급한 듯 그녀에게 묻는다.

 

“우리 내일도 만날 수 있는 거죠?”


그녀는 고개를 끄떡인다. 나는 버스에 탑승했고 그녀가 잘 보이는 곳으로 버스에 앉아 손을 흔들었다. 그녀는 하얗고 가녀리게 손을 흔들고 있었고 나는 내일이 그리워질 것만 같았다. 우리는 그런 식으로 아침마다 정류장에서 만날 수 있었다. 이름도 묻지 않았고, 어디에 살고 있는지 무엇을 하는지 어디에 가는지 말이다. 하지만 나는 어느 순간부터 충분히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만날 때마다 늘 그리운 듯 상쾌한 듯 그녀에게서 풍겨나는 박하 향에 매료되어 일상이 박하사탕을 물고있는듯 화사했다.

그리고 우리의 대화는 한 달 동안 아침마다 짧게는 5분에서 길게는 15분정도 하게 되었다. 웃긴 듯 한 달 만에 서로의 이름과 사는 곳과 무엇을 하고 있는지 나이를 묻게 되었고, 박하향이 나는 그녀는 이여리라는 23살의 나와 동갑인 여자였다. 우리 집과는 건너편 아파트에 거주하였고 아직 대학생이라 하였다. 우리는 그런 식으로 친구가 되었고 서로의 연락처를 교환했다. 물론 아침마다 그녀를 만나는 것은 매우 상쾌하고 기쁜 일이였고, 나는 그녀를 사랑한다고 느꼈다. 하루는 정류장에 아무도 없었다. 10시가 넘었지만 그녀는 없었다.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보았지만 전화는 꺼져있었다. 그리고 나는 벌써 차를 2번째 버스를 보내고 있었다. 버스가 지나가고 건너편에서 그녀가 나를 부른다.

“우빈아. 너 학교 안가고 모해?”

“여리야,”


하지만 중간에 버스가 지나가는 바람에 그녀가 내가 부르는 소리를 못들은 것 같았다. 그녀는 무언가 급한 듯 차가 뜸한 큰길에서 내 쪽으로 건너오고 있었다. 하지만 여리가 오는 방향 끝에서 이미 자가용 하나가 우회전을 하고 있었고 여리는 그것을 보지 못한 것 같았다.

절묘한 타이밍에 나는 그녀가 하늘위로 붕 떠있는 모습을 보고만 있었다.
땅으로 털썩 떨어지는 그녀의 몸은 어딘지 모를 곳에서 붉게 쏟아지는 핏덩어리에 불과했고 바닥에 그녀의 피가 고여 오고 있었다.

나는 급하게 그곳으로 달려갔다. 비릿한 피 비린내와 박하향이 가득한 그녀의 모습에 나는 속이 매스껍고 눈물이 고여 오고 있었다.


그녀는 잠시 잠깐 눈을 떠 보지만 금방 다시 눈을 감았고 그녀와 사고가 나버린 그 남자는 놀란 듯 그녀를 끌어안고는 자신의 차안으로 밀어 넣었다.
그리고 그녀는 내 부름에 더 이상 대답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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